창세기(36-01)
야곱과 에서의 자녀들
창세기 35장 23절 – 36장 8절
야곱과 에서의 삶을 볼 때 하나님께서는 약속을 철저히 지키시는 분입니다. 야곱과 에서는 모두 많은 자녀를 얻고, 이 땅에서 엄청난 부를 누리게 됩니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그들은 마음을 모으고, 예전의 앙금을 완전히 털어 냅니다. 비록 약속의 자녀가 아니라 할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에서도 신실하게 돌보시고 복을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약속하신 것을 반드시 이루실 줄 믿고 있습니까?
야곱이 20년 동안 밧단아람에 살고 있을 때, 가나안의 남은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본문은 공백으로 남깁니다. 35:27에 와서야 이삭이 브엘세바에서 기럇아르바의 마므레, 곧 헤브론으로 거처를 옮겼음이 확인됩니다. 야곱이 에서와 상봉한 장면으로부터 35장까지 서사의 시간 흐름은 우리에게 상당한 어려움을 안깁니다. 분명한 것은 창세기 서사의 흐름은 가끔 시간이 이탈되면서 주제에 맞추어 본문이 배치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중간 총론
앞서 미뤄놓은 문제로 현재 이삭은 어디에 있으며, 왜 야곱은 가나안 땅에 들어온 후 아버지를 찾아가지 않는지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이삭의 흔적이 마지막으로 발견되고 야곱이 그를 찾아간다는 언급이 나오는 곳은 35장입니다. 방문에 대한 언급 직후 그가 180세에 사망하는 보고가 이어집니다(35:27-28). 그러나 35:27에서 야곱이 헤브론의 이삭을 방문한 이야기는 야곱의 삶에 대한 요약적 진술에서 언급되기에 실제 방문 시기는 야곱의 가나안 입성 초기일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부자상봉의 이야기가 빠진 이유로 한 가지 가능성은 성경의 서사는 많은 경우 크고 많은 공백을 남긴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야곱과 이삭은 이미 20년 만의 극적인 부자 상봉을 했을 수 있습니다. 만일 그것이 서사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거나 서사의 흐름을 깨트린다면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 공백으로 남길 수 있습니다.
이삭이 매우 나이든 노인으로 현재 생존해 있더라도(창세기 35:29), 이미 그는 서사의 무대에서 퇴장한 인물입니다. 현재는 야곱 이야기가 진행되며 등장인물들은 주인공 야곱을 중심으로 중대한 사건들의 무대에서 등장합니다. 따라서 별다른 목적이 없는 이삭의 재등장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서사에서는 장면이 바뀔 때마다 연속적 시간의 흐름은 무시되면서 주변적 사건들은 모두 생략됩니다. 따라서 20년 만의 부자상봉이 한 편의 인간 드라마로는 큰 감동을 줄 수 있지만, 하나님의 구속의 역사를 추적하는 서사의 드라마에서는, 예컨대 이스라엘의 미래 운명을 가르는 에서와의 상봉이나 세겜 사건과 달리 관심 밖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례로 라헬이 가져온 드라빔은 그녀가 성공적으로 숨겨왔다는 보고 이후에는(창세기 31:19, 34-35) 전면에서 사라집니다. 이 또한 독자들의 상상에 맡깁니다. 다만 드라빔이 결국 35장의 종교개혁에서 정리되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야곱의 족보와 이삭의 죽음(23-26)
야곱은 오랜만에 고향 헤브론으로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이삭은 가족 무덤이 있는 마므레 근처에서 지내며 고요히 삶을 정리하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리브가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하나님만을 독대하며 말입니다. 이젠 형처럼 분장하고 목소리를 변조해 아버지 앞에 설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23레아의 아들들은 야곱의 장자 르우벤과 그 다음 시므온과 레위와 유다와 잇사갈과 스불론이요 24라헬의 아들들은 요셉과 베냐민이며 25라헬의 여종 빌하의 아들들은 단과 납달리요 26레아의 여종 실바의 아들들은 갓과 아셀이니 이들은 야곱의 아들들이요 밧단아람에서 그에게 낳은 자더라(23-26)
베냐민의 탄생과 더불어 비로소 야곱의 아들들은 열두 명으로 구성됩니다. 따라서 여기서 아들들의 명부가 제시되는 것은 적절합니다. 소개되는 서열은 야곱이 결혼한 순서입니다. 레아 라헬 빌하(라헬 여종)-실바(레아여종), 그리고 각 아내의 아들들은 태어난 순서입니다. 이것을 도표로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모친 | 지파 | 출생순서 | 12지파 | 번호 | |
레아 | 르우벤 | 1 | 르우벤 | 1 | |
시므온 | 2 | 시므온 | 2 | ||
레위 | 3 | - | |||
유다 | 4 | 유다 | 3 | ||
잇사갈 | 9 | 잇사갈 | 4 | ||
스불론 | 10 | 스불론 | 5 | ||
다나(딸) | - | ||||
빌하 (라헬의 종) |
단 | 5 | 단 | 6 | |
납달리 | 6 | 납달리 | 7 | ||
실바 (레아의 종) |
갓 | 7 | 갓 | 8 | |
아셀 | 8 | 아셀 | 9 | ||
라헬 | 요셉 | 에브라임 | 11 | 에브라임 | 10 |
므낫세 | 므낫세 | 11 | |||
베냐민 | 12 | 베냐민 | 12 | ||
*12지파에서 레위는 빠짐 * 딸 디나는 제외 |
장차 요셉에게서 태어날 에브라임과 므낫세는 나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함께 수록합니다. 도표는 결혼한 순서가 아닌 각 아내들이 첫 번째 자녀를 갖게 된 순서에 따른 것입니다. 열한 명의 아들과 한 명의 딸, 곧 디나가 밧단아람에서 태어났습니다. 앞서 세계 사람들과의 협상에서 나온 대화를 통해 추론했듯이, 야곱에게는 디나 외에 다른 딸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아들들을 낳았기 때문에 비슷한 숫자의 딸들이 있었을 개연성이 큽니다.
이삭의 죽음(27-29)
이삭은 나이 180세의 나이로 조상들 곁으로 돌아갔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예고했던 이삭은 야곱이 떠난 후로도 80년을 살았습니다. 어쩌면 아들이 돌아올 때까지 80년을 살아낸 건지도 모릅니다. 야곱이 형과 화해할 때까지, 어엿한 언약의 후계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때까지 말입니다.
27야곱이 기럇아르바의 마므레로 가서 그의 아버지 이삭에게 이르렀으니 기럇아르바는 곧 아브라함과 이삭이 거류하던 헤브론이더라 28이삭의 나이가 백팔십 세라 29이삭이 나이가 많고 늙어 기운이 다하매 죽어 자기 열조에게로 돌아가니 그의 아들 에서와 야곱이 그를 장사하였더라(27-29)
무대에서 사라졌던 이식이 그의 죽음에 대한 보고와 더불어 다시 등장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여기서 야곱이 아버지 이삭을 만나러 가는 장면을 드디어 처음으로 접합니다(27). 위에서 설명한 대로, 이 짧은 상봉에 대한 기사가 시간의 순서대로 배치되었는지 의문입니다. 현재 서사의 흐름은 열두 아들의 완성과 더불어 이삭의 죽음을 보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따라서 이 위치에서 저자는 야곱이 사실은 이미 아버지를 만났다는 것을 독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저자는 그동안 그 일을 곁가지로 취급하고 큰 공백으로 남겨두었을 것입니다. 아마 야곱은 아버지 이삭을 가나안 입성 초기에 만났을 것입니다. 20년 세월 동안 아버지 이삭의 거주지도 브엘세바에서 헤브론(기럇아르바의 마므레)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삭의 죽음과 장례가 보고됩니다. 그는 향년 180세의 나이였으며 부모인 아브라함과 사라와 함께 막벨라 굴에 묻혔습니다(창세기 49:29-32). 장수한 이삭의 존재가 오래도록 서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그가 족장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수명 기간 전체가 이삭의 족보로 묶였습니다. 이제 이삭의 죽음과 더불어 그의 족보가 막을 내리고 이어서 에서의 족보로 바뀝니다.
에서의 족보와 야곱과의 분리(36:1-8)
형과 함께 이삭을 막벨라 굴에 안장하던 날, 야곱은 아비저의 유언대로 언약을 이어가기로 다짐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두 형제에게 자손의 축복을 주셨고, 가축과 짐승, 재물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에서는 넓은 곳을 찾아 세일로 떠났지만, 야곱은 힘겹게 이른 가나안에 머뭅니다.
1에서 곧 에돔의 족보는 이러하니라 2에서가 가나안 여인 중 헷 족속 엘론의 딸 아다와 히위 족속 시브온의 딸인 아나의 딸 오홀리바마를 자기 아내로 맞이하고 3또 이스마엘의 딸 느바욧의 누이 바스맛을 맞이하였더니 4아다는 엘리바스를 에서에게 낳았고 바스맛은 르우엘을 낳았고 5오홀리바마는 여우스와 얄람과 고라를 낳았으니 이들은 에서의 아들들이요 가나안 땅에서 그에게 태어난 자들이더라 6에서가 자기 아내들과 자기 자녀들과 자기 집의 모든 사람과 자기의 가축과 자기의 모든 짐승과 자기가 가나안 땅에서 모은 모든 재물을 이끌고 그의 동생 야곱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갔으니 7두 사람의 소유가 풍부하여 함께 거주할 수 없음이러라 그들이 거주하는 땅이 그들의 가축으로 말미암아 그들을 용납할 수 없었더라 8이에 에서 곧 에돔이 세일 산에 거주하니라(1-8)
이삭의 죽음에 대한 기사에(35:27-29) 이어 내러티브는 그의 두 아들, 에서와 야곱의 족보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스마엘과 이삭의 경우처럼 하나님께서 이스마엘 약속하신 직계 상속자에서 제외된 아들의 족보가 약속의 상속자인 아들의 족보보다 먼저 등장합니다.
(1) 에서의 족보(1-5)
에서의 족보(톨레도트)는 다시 구조의 전환점입니다. 앞서 28:9에서 말한 대로 에서의 아내들은 우리에게 난제를 던져줍니다. 그의 아내들의 이름과 출신이 28:9의 명부와 현재의 명부에서 서로 어긋나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두 본문을 비교한 도표입니다.
창세기 26:34; 28:9 | 창세기 36:2-3 | ||||
26:34 | 28:9 | ||||
헷 여인 | 헷 여인 | 이스마엘 딸 | 헷 여인 | 히위 여인 | 이스마엘 딸 |
브에라의 딸 유딧 |
엘론의 딸 바스맛 |
느바욧의 누이 마할랏 |
엘론의 딸 아다 |
시브온의 손녀 아나의 딸 오홀리바마 |
느바욧의 누이 바스맛 |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세 가지 방안이 제시됩니다. 1) 족보들이 전수 과정에서 훼손되어 자료의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2) 어떤 이름들은 예명입니다; 3) 에서는 세 명 이상의 아내를 얻었습니다.
첫 번째는 대부분의 비평학자의 견해입니다. 그러나 최종 본문을 고도의 문학적 기법으로 완성한 저자가 이런 명백한 차이를 보이는 두 자료를 아무렇게나 삽입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두 번째 대안처럼 아마 야곱/이스라엘, 베노니/베냐민, 그리고 에돔/에서와 같이, 같은 인물에 대한 다른 이름일 수 있습니다. 다만 헷 족속 브에리의 딸과 다른 종족으로 소개되는 히위 족속 시브온의 손녀 오홀리바마는 등치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혹시 유딧은 아버지(브에리) 계열로 소개되고 오홀리바마는 어머니 (아나) 계열로 소개되고 있는 것에 어떤 해답이 있는지 모릅니다.
(헷) 브에리의 딸: 유딧 = (히위) 시브온 손녀 오홀 리바마(?) (헷) 엘론의 딸: 바스맛 = (헷) 엘론의 딸 아다 이스마엘의 딸: 마할랏 = 이스마엘의 딸 바스맛 |
(2) 야곱과의 분리(6-8)
6-8절은 다시 한 번 앞서 공백으로 남긴 부분을 어느 정도 채웁니다. 에서는 세일 산 일대에 거주하고 있다가 야곱을 마중 나왔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본문은 에서의 활동 범위가 훨씬 넓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에서의 주요 거점 지역은 여전히 아버지가 계시는 마므레 헤브론 지역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거기서 세일 산 일대로 진출하여 그곳을 점유해가는 중이었을 것입니다. 이때 야곱의 도착 소식을 듣고 달려 나갔던 것으로 추론됩니다. 본 거점지인 헤브론은 야곱의 세력이 합세하여 갈수록 비좁은 상태가 되었습니다(7). 더 이상 동생 야곱과의 공동 거주가 불가능해지자 에서는 세일 산 일대로의 대이동을 단행합니다(6,8). 그리하여 에서가 야곱과 결별함으로써 두 종족이 분리되었습니다.
한 세대가 끝나고 다음 세대가 하나님의 약속을 이어가려면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말씀을 제대로 깨달을 때까지, 나그네 삶에 종지부를 찍을 때까지, 속이는 자에서 이스라엘이 될 때까지 말입니다. 당신과 자녀를 통한 하나님의 약속을 어떻게 이어가야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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