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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28-01)

 


아버지의 집을 떠나는 야곱

창세기 27장 41절- 28장 9절


한 가족이 두 패로 나뉘어 속고 속이는 최악의 갈등이 발생했습니다. 수습해보려는 저마다의 빗나간 노력 속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봅니다. 오해와 다툼 속에 조차 숨어 있는 하나님의 뜻을 짚어볼 겨를 없이, 성급하게 내 뜻을 앞세워 추스르려 하는 우리 말입니다.

 

야곱의 속임수에 모든 것을 빼앗긴 에서는 오래도록 야곱에 대한 증오심을 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에 아버지의 죽음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하고 야곱을 살해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에서의 살인 계획은 가인을 연상시키는데, 이로써 그는 자신이 택함 받지 못한 가인의 계열의 후손과 다름없는 인물임을 스스로 증명합니다. 그러나 리브가는 이 위기 속에서 다시 한 번 기지를 발휘해 야곱을 멀리 밧단아람으로 도피시킵니다

 

살의를 품은 에서(41-45)

야곱이 죽으면 원한도 풀리고 장자권도 되찾을 수 있으니, 에서는 즉시 복수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복수심 안에는 하나님의 뜻을 반추할 과거를 향한 여백이 없고, 하나님의 신원을 상상할 미래를 향한 여유도 없습니다. 복수심은 성령이 숨 쉴 공간을 탈취합니다.

41그의 아버지가 야곱에게 축복한 그 축복으로 말미암아 에서가 야곱을 미워하여 심중에 이르기를 아버지를 곡할 때가 가까웠은즉 내가 내 아우 야곱을 죽이리라 하였더니 42맏아들 에서의 이 말이 리브가에게 들리매 이에 사람을 보내어 작은 아들 야곱을 불러 그에게 이르되 네 형 에서가 너를 죽여 그 한을 풀려 하니 43내 아들아 내 말을 따라 일어나 하란으로 가서 내 오라버니 라반에게로 피신하여 44네 형의 노가 풀리기까지 몇 날 동안 그와 함께 거주하라 45네 형의 분노가 풀려 네가 자기에게 행한 것을 잊어버리거든 내가 곧 사람을 보내어 너를 거기서 불러오리라 어찌 하루에 너희 둘을 잃으랴 46리브가가 이삭에게 이르되 내가 헷 사람의 딸들로 말미암아 내 삶이 싫어졌거늘 야곱이 만일 이 땅의 딸들 곧 그들과 같은 헷 사람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맞이하면 내 삶이 내게 무슨 재미가 있으리이까(41-46)

야곱에게 속아 모든 것을 잃은 에서는 야곱을 죽일 계획을 세웠습니다. 다시 약속의 씨의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에서의 증오감을 표현한 동사 ‘사탐’은 오래도록 내면에 축적된 그의 감정을 잘 표현합니다. 여기서 그는 살의를 발설하지 않고 혼자 마음에 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버지를 곡할 때가 가까웠다’는 말은 앞서 일련의 사건들에서 이삭이 시력을 거의 잃고 육시의 감각이 쇠퇴한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그러나 창세기 저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가 무려 180세까지 생존했음을 밝힙니다(창세기 35:28). 에서는 아마 아버지가 죽은 다음 야곱을 죽이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에서 에서가 가인에 비하면 덜 충동적인 인물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에서는 매우 즉홍적이고 충동적인 기질의 소유자가 분명합니다. 그는 허기진 배를 참지 못해 팥죽 한그릇에 자신의 장자권을 팔 정도로 성급한 성격을 지녔으며 나중을 생각할 줄 모르는 인물입니다. 이러한 그의 신중치 못한 성격은 현재의 이야기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어느 날 리브가는 에서가 야곱을 죽이려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42). 혹자는 리브가가 에게서 그런 낌새를 눈치 챈 것일 수 있다고 말하나 사용된 동사 ‘나가드’는 항상 누군가 말을 전할 때 사용되므로 잘못된 추론입니다. 이것은 에서가 자신의 음모와 살의를 누군가에게 발설했다는 뜻입니다. 결국 이것은 에서의 경솔하고 성급한 성격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셈입니다. 이것은 그가 팥죽 한 그릇에 엄청난 권리를 포기한 것이 단순한 실수가 아님을 시사합니다. 이 말을 들은 리브가는 에서가 한이 맺혀 야곱을 죽이려 한다고 야곱에게 말해주며 긴급히 도망갈 것을 지시합니다. 그녀의 계획은 구체적입니다. 먼저 메소포타미아의 하란에 사는 삼촌 라반의 집으로 피하라고 지시합니다. 여기서 긴박함을 느끼게 하는 짧은 명령형 동사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집니다. ‘내 말을 따라’, ‘일어나’, ‘피신하라’(43). 앞서 이삭을 속일 때처럼 리브가가 빠른 작전 지시를 내리고 야곱은 즉시 이행하는 장면이 반복됩니다.

리브가는 에서의 분노가 누그러질 때까지 ‘몇 날 동안’ 거기에 머물러 있다 오라고 말합니다. 가나안에서 하란까지는 약 600km의 먼 거리로 편도 여행 시간만 한 달 정도 소요됩니다. 거기서 머무는 기간도 불과 며칠이 아닌 한 달 이상의 기간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몇 날 동안’은 에서의 분노가 누그러질 때까지 충분한 기간 동안 피해 있으라는 뜻입니다. 리브가는 에서의 분이 풀리면 사람을 보내 야곱을 불러오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녀는 하루아침에 두 아들을 잃을 수는 없다고 어머니로서의 심정을 전합니다. 리브가의 지시에 대한 야곱의 반응은 전혀 언급되지 않습니다. 혹자는 어머니의 지시에 대한 야곱의 반응이 전혀 나타나지 않으므로 야곱은 즉시 실행하기를 망설였다고 추론합니다. 그러나 그의 반응의 생략 혹은 침묵은 오히려 그가 즉시 어머니의 말에 수긍하고 동조했음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야곱 역시 사태의 긴박성을 깨닫고 어머니의 말을 즉시 실행에 옮길 준비를 했을 것입니다. 앞서 이삭을 속일 때도 드러났지만, 리브가는 매우 치밀한 여자입니다. 남편 이삭을 찾아가 야곱의 안전한 도피를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합니다. 이삭에게 에서의 음모를 정면으로 고발하지 않고 야곱의 결혼 문제를 꺼냅니다. 리브가 입장에서는 에서의 음모를 이삭에게 알린다 해도 이삭이 에서를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을 수 있습니다. 에서의 고집과 성격은 아버지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례로 에서는 부모가 원치 않는 헷 여자를 자기 멋대로 아내로 삼은 인물입니다. 게다가 아마 이삭은 여전히 에서를 편애하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결국 리브가 입장에서 이것은 현명한 문제 해결책이 아니었습니다. 대신 리브가는 야곱의 결혼 문제를 들고 이삭에게 접근합니다. 이것은 그녀가 얼마나 뛰어난 전략가인지 보여줍니다.

리브가의 놀라운 협상술과 지혜는 이어지는 그녀의 어법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그녀는 자신이 헷 족속 출신 며느리들로 인해 인생의 낙이 없다고 푸념합니다. 이것은 이삭의 동감을 쉽게 얻어냄으로써 자신의 의도대로 이삭을 이끌어가려는 전략적 발언입니다. 에서의 잘못된 결혼은 이삭의 마음도 크게 상하게 했기 때문입니다(26:35). 리브가는 이삭의 이 심리를 효과적으로 잘 이용합니다. 이삭의 육체적 약점을 치밀하게 이용했던 리브가가 이제는 이삭의 심리적 약점을 절묘하게 이용합니다. 야곱을 밧단아람으로 보내야 하고는 리브가의 명분은 이삭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확실했습니다. 또한 그녀는 의도적으로 ‘에서의 아내’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이삭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만들기 위한 신중한 언어 선택입니다. 또한 리브가는 의도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이삭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합니다. 만일 그녀가 야곱을 하란으로 보내야 한다고 설득한다면, 이삭이 자신의 계획을 눈치 챌 것을 염려했는지 모릅니다.

 

야곱을 밧단아함으로 보내는 리브가(28:1-5)

에서의 분노가 해소되기까지 아주 잠시만 리브가는 야곱을 피신시키려 합니다. 잠깐의 이별일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남은 생애 동안 야곱을 만나지 못할 줄은 몰랐습니다. 회피는 비겁하고 무책임합니다. 갈등 속에는 당신이 개입하여 수습하길 주께서 바라시는 분명한 몫이 있습니다.

1이삭이 야곱을 불러 그에게 축복하고 또 당부하여 이르되 너는 가나안 사람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맞이하지 말고 2일어나 밧단아람으로 가서 네 외조부 브두엘의 집에 이르러 거기서 네 외삼촌 라반의 딸 중에서 아내를 맞이하라 3전능하신 하나님이 네게 복을 주시어 네가 생육하고 번성하게 하여 네가 여러 족속을 이루게 하시고 4아브라함에게 허락하신 복을 네게 주시되 너와 너와 함께 네 자손에게도 주사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주신 땅 곧 네가 거류하는 땅을 네가 차지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5이에 이삭이 야곱을 보내매 그가 밧단아람으로 가서 라반에게 이르렀으니 라반은 아람 사람 브두엘의 아들이요 야곱과 에서의 어머니 리브가의 오라비더라(1-5)

이삭은 리브가의 의중을 따라 야곱의 결혼만큼은 에서의 길을 반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야곱을 불러 축복하고 가나안 여자와 결혼해선 안 되니 밧단아람으로 가서 신붓감을 찾으라고 지시했습니다(1-2). 이어지는 축복은 이삭이 리브가와 결혼 문제를 상의한 후 야곱에 대한 마음이 크게 변했음을 드러내는 듯합니다. 이삭은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약속들이 그대로 야곱에게서 실현되기를 빕니다(3-4). 후손의 생육과 번성을 통해 여러 족속을 이루고 아브라함에게 약속된 복을 그가 받고 또한 약속의 땅을 그가 차지하길 기원합니다. 이것은 분명히 야곱이 아브라함의 대를 잇는 합법적인 아들이라는 사실을 이삭이 최초로 공식적으로 인정한 순간입니다. 이로써 불법적인 방법으로 장자권을 거머쥐었던 야곱은 아버지가 인정하는 공식적인 아브라함의 계승자가 됩니다. 야곱은 이삭의 축복을 받은 뒤 밧단아람에 사는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갔습니다(5).

 

에서의 추가적인 아내들(28:6-9)

에서는 이방인과 통혼한 잘못을 중혼이라는 또 다른 잘못으로 덮으려 합니다. 거짓을 거짓으로 덮을 수 있겠습니까? 하나의 거짓을 덮으려면 스무 개의 거짓을 새로이 고안해야 합니다. 고통스럽더라도 문제를 정직하게 대면해야 합니다. 고통스럽더라도 문제를 정직하게 대면해야 합니다. 비난과 수치라도 진실하게 통과해야 합니다.

6에서가 본즉 이삭이 야곱에게 축복하고 그를 밧단아람으로 보내어 거기서 아내를 맞이하게 하였고 또 그에게 축복하고 명하기를 너는 가나안 사람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맞이하지 말라 하였고 7또 야곱이 부모의 명을 따라 밧단아람으로 갔으며 8에서가 또 본즉 가나안 사람의 딸들이 그의 아버지 이삭을 기쁘게 하지 못하는지라 9이에 에서가 이스마엘에게 가서 그 본처들 외에 아브라함의 아들 이스마엘의 딸이요 느바욧의 누이인 마할랏을 아내로 맞이하였더라(6-9)

에서는 야곱의 결혼 여행 소식을 전해 듣고 부모의 환심을 사기 위한 또 다른 결혼을 시도합니다. 그의 실패한 결혼은 예견되는 야곱의 성공적인 결혼과 대비됩니다. 에서의 추가적인 아내에 대한 기사가 여기에 끼어든 것은 다분히 야곱의 합당한 결혼과 대조하기 위한 것입니다. 아브라함 가문의 전통은 가나안 여인을 배제한 족내혼이었기에 야곱의 혼인은 부모의 마음을 흡족케 했을 것입니다. 이는 에서의 헷 여인들과 이 결혼이 부모의 마음을 크게 상하게 했던 것과 대조됩니다. 이로 인해 에서는 뒤늦게나마 나름대로의 족 내 혼을 시도했으나 그것은 무의미한 일이었습니다. 에서는 이스마엘에게 가서 그의 딸 마할랏을 얻어 아내로 맞았습니다(9). 웬함은 창세기의 연대를 그대로 따르면 에서가 이스마엘의 딸을 취할 때 이스마엘이 이미 죽었으니 에서는 이스마엘 족속에게 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스마엘은 당시 살아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스마엘은 137세에 사망했는데, 이때 에서와 야곱의 나이는 63세였습니다. 에서가 40세에 결혼할 때, 이스마엘은 114세였습니다. 25:19-20에 제시한 족장들의 연표를 보시길 바랍니다. 한편, 에서의 아내들의 목록은 두 군데서 나타나는데 둘 사이에서 차이점들이 관찰된다. 이것은 주석가들에게 상당한 혼란을 줍니다. 아래 도표에 이를 정리해놓았는데, 이 문제는 36장에서 상세히 논하기로 합니다.

창세기 26:34; 28:9 창세기 36:2-3
26:34 28:9
헷 여인 헷 여인 이스라엘 딸 헷 여인 히위 여인 이스마엘 딸
브에리의 딸 유딧 멜론의 딸
바스맛
느바욧의 누이 마할랏 엘론의 딸
아다
시브온의 손녀
아나의 딸
오홀리바마
느바욧의 누이
바스맛

싸우고 나서도 술 한 잔 기울이며 금세 서로를 포용하는 세상 사람과 달리, 그리스도인은 갈등을 다루는 데 서툴 때가 많습니다. 야곱을 축복하면서 떠나보낸 이삭의 마음으로, 해결의 길을 여실 하나님을 신뢰하며 먼저 용납하고 책임지며 사죄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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