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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34-02)


이웃에게 악취가 된 하나님의 백성

창세기 34장 18-31절


사람들은 누구나 검 한 자루를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그 검이 품을 잘못된 목적에 사용될 때, 칼자루가 향하는 곳이나 칼끝이 향하는 곳 모두 위험해집니다. 광기가 제 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하나님은 기다리십니다. 성령으로 시작하여 육체로 마치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하몰과 그의 아들 세겜은 야곱의 아들들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18). 협상 결과에 크게 마조 협상안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이것은 그가 솔선수범하여 할례를 먼저 받았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야곱이 집이 아닌 세겜으로 돌아간 후일 것입니다. 그의 신속한 행동 또한 디나에 대한 그의 뜨거운 사랑 때문이었습니다(19). 특히 세겜은 하몰의 총애를 받는 아들이었기에 하면 역시 디나에 집착했을 것입니다.

 

할례 요구를 실행한 세겜과 주민들(18-24)

야곱의 아들들이 제시한 협상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합니다. 하몰 부자는 할례만 받으면 친목 도모는 물론이고 경제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실의에 무게를 두고 여론몰이를 했습니다. 오늘도 얼마나 많은 지도자가 자기 패를 숨긴 채 섬겨야 할 사람들을 상대로 위험한 베팅을 합니까!

18그들의 말을 하몰과 그의 아들 세겜이 좋게 여기므로 19이 소년이 그 일 행하기를 지체하지 아니하였으니 그가 야곱의 딸을 사랑함이며 그는 그의 아버지 집에서 가장 존귀하였더라 20하몰과 그의 아들 세겜이 그들의 성읍 문에 이르러 그들의 성읍 사람들에게 말하여 이르되 21이 사람들은 우리와 친목하고 이 땅은 넓어 그들을 용납할 만하니 그들이 여기서 거주하며 매매하게 하고 우리가 그들의 딸들을 아내로 데려오고 우리 딸들도 그들에게 주자 22그러나 우리 중의 모든 남자가 그들이 할례를 받음 같이 할례를 받아야 그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거주하여 한 민족 되기를 허락할 것이라 23그러면 그들의 가축과 재산과 그들의 모든 짐승이 우리의 소유가 되지 않겠느냐 다만 그들의 말대로 하자 그러면 그들이 우리와 함께 거주하리라 24성문으로 출입하는 모든 자가 하몰과 그의 아들 세겜의 말을 듣고 성문으로 출입하는 그 모든 남자가 할례를 받으니라(18-24)

협상을 마친 하몰과 그의 아들 세겜은 크게 만족했습니다. 세겜은 지체 없이 합의 사항을 준수했습니다. 이것은 그가 즉시 할례를 시행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협의 사항 전반을 말합니다. 세겜은 무엇보다 디나를 사랑했지만 하몰에게는 그 이상의 야욕이 있었습니다. 하몰과 그의 아들 세겜은 그들의 ‘성읍 문’에 도착해서 긴급회의를 소집한 후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여기서 세겜이 성벽과 성문을 가진 ‘성읍’(이르)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하몰과 세겜은 자신들의 원래 목적을 감추고 경제적 교류의 측면에서만 이 협약의 중요성을 주민들에게 설득합니다. 그들의 능숙한 언변과 효과적인 설득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거대한 세력으로 다가온 야곱 가족과의 관계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그랄 사람들처럼 무력으로 그들의 경제적 활동을 방해하지 않았으나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하몰과 세겜은 그들과의 공동거주가 가져다줄 매력적인 경제적 이익을 부각했습니다(21). 자신들의 땅은 넓으니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득합니다. 세겜 지역은 그리심 산과 에발 산이 나란히 서 있는 현대의 나블루스(Nablus) 시 일대로 고원의 넓은 구릉지대가 펼쳐져 있습니다. 그들이 내놓은 제안은 야곱 가족들이 자신들 가까이 살게 하면서 상호 교역을 하자는 것입니다. 앞서 하몰과 세겜은 야곱의 아들들 앞에서는 ‘기업(땅)을 얻으라’는 조건도 달았었습니다(10). 이것은 토지매매의 허용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아마 의도적으로 그 협상안은 제외하고 있습니다. 한번 토지가 매각되면 영원히 소유권이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세겜 주민들은 야곱 가족이 땅 없이 나그네(게르)의 신분으로 그들과 공동 거주하는 것을 희망했을 것입니다. 하몰과 세겜은 더 매력적인 협상 결과를 내놓습니다. 바로 통혼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그들의 발언에서 그들의 야욕과 더불어 세겜 성읍 주민들의 야욕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통혼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문화적 경제적 흡수입니다(23). 그들은 힘주어 말합니다. 만일 그들과 통혼을 시작하면 이제 피가 섞임으로써 그들과 야곱 가족은 진정한 ‘한 민족’이 될 것이며, 그 결과 야곱 가족은 세력이 더 큰 세겜에 흡수되어 야곱의 세겜화(Shechemization)가 이루어질 것입니다(23). 결국 그들의 모든 재산과 자산은 세겜의 것이 됩니다. 하몰과 세겜은 지금 통혼에 대한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통혼은 반드시 그들이 말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세겜과 하몰은 이 거대한 야욕을 드러내면서, 더불어 세겜의 사랑까지 성취하는 일석이조의 결과물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세겜 사람들을 향해 바로 이 목적을 위해 기꺼이 할례를 감행하자고 설득합니다. 할례는 돈보다 강하지 않았습니다. 하몰과 세겜 사람들은 돈을 위해 기꺼이 할례를 받아들입니다. 그들에겐 할례의 종교적 의미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야곱의 아들들은 자신들이 세속화한 할례를 악용하여 복수극의 목적을 이루려 하고, 세겜 사람들 또한 세속화된 할례를 이용해서 경제적 목적을 이루려 합니다. ‘성읍 전체가 이스라엘을 이용해 먹으려는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Waltke). 그리하여 세겜의 모든 남자들, 곧 성문으로 출입하는 모든 성인 남자들이 할례를 받았습니다. 이것은 할례 행사가 바로 성문에서 이루어졌음을 암시할 수 있습니다.

 

시므온과 레위의 학살극(25-29)

시므온과 레위는 디나 구출 작전의 비밀요원으로 분하여 기습 공격을 펼친 끝에 성내 모든 남자와 하몰 부자를 몰사하고 디나를 구출해냅니다. 형제의 분노는 다른 형제들에게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심판의 칼을 휘둘렀습니다. 정의의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불의로 마치고 있습니다.

26칼로 하몰과 그의 아들 세겜을 죽이고 디나를 세겜의 집에서 데려오고 27야곱의 여러 아들이 그 시체 있는 성읍으로 가서 노략하였으니 이는 그들이 그들의 누이를 더럽힌 까닭이라 28그들이 양과 소와 나귀와 그 성읍에 있는 것과 들에 있는 것과 29그들의 모든 재물을 빼앗으며 그들의 자녀와 그들의 아내들을 사로잡고 집 속의 물건을 다 노략한지라(26-29)

할례를 받은 후 통상적으로 상처가 아물기 위해서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사흘째 되었을 때는 여전히 큰 통증을 느끼며 거동하기 쉽지 않습니다. 성읍의 건장한 남자들이 모두 집단으로 누워 있거나 거동을 잘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야곱의 아들들의 공습이 감행되었습니다. 디나의 오빠 시므온과 레위가 칼을 들고서 세겜을 급습했습니다(25). 아마 그들은 집안 종들을 무장시켜 동원했을 것입니다. 시므온과 레이는 어머니 레아에게서 태어난 디나의 친오빠들입니다. 그들이 디나의 복수극을 위해 가장 크게 분노하며 앞장선 이유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통제되지 않은 분노는 비참한 대량 학살극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들은 할례 후유증으로 누워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모든 성인 남자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하몰과 그의 아들 세겜을 찾아 응징한 뒤 디나를 세겜의 집으로부터 구했습니다(26). 이어서 야곱의 다른 형제들이 사체가 즐비한(원문은 ‘사체들 위로 갔다’) 세겜 성으로 들어가 성안의 모든 물품들을 노략했습니다(바자즈). 동사 ‘바자즈’의 사용은 이것이 승전한 군대가 정당하게 챙기는 전리품이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들은 성안의 모든 가축과 들판의 가축을, 그리고 모든 재물과 각 집안의 물건들을 탈취하고, 그들의 자녀와 아내들을 포로로 잡아왔습니다(29). 이런 학살극과 약탈극의 명분이 짧게 서술됩니다. ‘이는 그들이 그들의 누이를 더럽힌(티메) 까닭이라’. 하몰과 세겜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신부 값을 치렀습니다. 앞서 출애굽기 언약법전의 내용대로 처녀를 유혹하거나 처녀의 동의 없이 강제로 잠자리를 가진 경우 아버지는 그 딸의 신부 값(처녀성을 잃은 대가)을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딸을 그 범인에게 내어주지 않을 권리가 있었습니다. 이 법을 기준으로 볼 때, 하몰과 세겜은 너무 비싼 신부 값을 치른 셈입니다.

 

시므온과 레위를 책망하는 야곱(30-31)

오랜 침묵을 깨고 열린 야곱의 말문은 온통 자기뿐이었습니다. 디나의 안위를 묻지도 않고, 잘못을 시인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이 큰 비극의 중심에 야곱 자신이 서 있었음에도 아들들만 책망합니다. 후일 야곱의 역사에, 하나님의 역사에 큰 부끄러움으로 남을 것입니다.

30야곱이 시므온과 레위에게 이르되 너희가 내게 화를 끼쳐 나로 하여금 이 땅의 주민 곧 가나안 족속과 브리스 족속에게 악취를 내게 하였도다 나는 수가 적은즉 그들이 모여 나를 치고 나를 죽이리니 그러면 나와 내 집이 멸망하리라 31그들이 이르되 그가 우리 누이를 창녀 같이 대우함이 옳으니이까(30-31)

잠잠해 있던 야곱이 분노하고 시므온과 레위를 불러 책망합니다. 하지만 그는 피해자인 디나에게 여전히 관심이 없습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야곱은 두 아들이 가나안 사람들에게 문젯거리를 만들었다고 꾸짖습니다(30). 야곱은 자신은 약자이기에 가나안 족속들이 모두 결집해 세겜의 학살극을 복수한다면, 이제 ‘나와 내 집이 멸망할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여기서 그가 왜 디나가 일을 당한 후 입을 다물고 있었는지 암시됩니다. 그는 영적으로 둔감해졌으며, 또한 가나안 사람들을 두려워하여 그들과 갈등을 빚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의 발언 수위는 그가 얼마나 영적으로 깊은 바닥까지 내려갔는지 증거합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이것입니다. ‘아브라함의 집은 굳게 선다. 그 집은 영원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야곱은 자신의 집의 멸망을 걱정하는 중입니다. 아들들은 오히려 아버지에게 따집니다. 큰 수치를 당해놓고 침묵한 아버지는 정당했는지 묻습니다. 그들은 사랑하는 누이를 창녀같이 대한 세겜 사람들에 대한 응징은 정당했다고 주장합니다.

학살극의 후유증은 컸습니다. 특히 주동자 시므온과 레위는 이 일로 인해 후손의 운명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훗날 아버지 야곱의 유언에서 그들에게 저주가 선언됩니다. 시므온은 장남 르우벤에 이은 차남입니다. 아마 이 학살극을 시므온이 주동한 것으로 추론됩니다. 야곱의 유언적 예언에서 이로 인한 시므온을 향한 가혹한 저주가 선언됩니다(창세기 49:5-7). 시므온의 미래는 야곱의 예언 기도에 이미 암시된 대로 ‘야곱 중에서 나뉘고 이스라엘 중에서 흩어질 것이다.’ 실제로 역사가 진행되면서 시므온 지파는 땅을 얻되 유다에게 종속되어 더부살이를 하게 됩니다. 이후 시므온 지파는 갑자기 행방이 묘연해집니다. 더구나 이상하게 시므온은 훗날 모세의 예언에서는 아예 축복의 대상에서 누락되어 있습니다(신명기 33장). 아마 이 사건에서 그가 과도한 폭력을 행사한 대가였을 것입니다. 레위에게도 시므온과 마찬가지로 야곱의 입에서 징벌적 예언이 선언됩니다(창세기 49:5-7). 잔혹한 행위에 대한 대가로 역시 땅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언입니다. 실제로 훗날 레위 지파는 땅을 별도로 얻지 못하고 48개의 레위 도성에 흩어져서 더부살이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레위 지파는 금송아지 사건의 활약으로 저주의 운명이 축복으로 반전되는 은혜를 얻습니다(출애굽기 32-34장). 레위 도성에 살아야 하는 저주는 유효하되 성막지기라는 거룩한 직무를 수행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모세는 그의 유언에서 레위 지파의 미래를 예언하면서 이 사실을 확정짓습니다(신명기 33장).


우리는 모두 두 얼굴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 얼굴의 괴리가 커질 때가 하나님의 형상에서 멀어지는 때입니다. 우리가 내세우는 명분은 아름답습니다. 한껏 우아합니다. 그러나 그 속도, 그 뒷모습도 그러한지는 자신만 압니다. 뒤돌아선 그 뒤태도 우아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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