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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34-01)

 


세겜에게 겁탈 당한 디나

창세기 34장 1-17절


우리는 세상이 주는 안정과 평안에 물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벧엘로 가서 하나님을 예배하기로 서원한 야곱이 세겜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생긴 일입니다. 세겜에 살면서 동화되기 시작했고, 결국엔 세겜의 폭력적인 문화에 디나가 희생당한 것입니다. 야곱이 있어야 할 장소는 세겜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이 서 있는 곳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곳입니까? 당신은 하나님께서 명령하시는 사명의 자리에 서 있습니까?

 

 야곱은 얍복 강 근처 숙곳에 잠시 머물고 난 후 세겜으로 옮겨왔습니다. 숙곳과 세겜 땅에 거주한다는 것은 그가 그 땅의 소유자로서 거기에 뿌리내리기 시작했음을 알립니다. 세겜 땅도 그의 영속적 정착지는 아닙니다. 이후 그는 계속 거점을 옮겨 다닙니다. 이삭은 그랄 땅에서 브엘세바로 옮겼고(창세기 26:23), 야곱은 20년 전 브엘세바에서 이삭과 이별한 뒤 하란 땅으로 떠났습니다(창세기 28:10).

 

 겁탈 당하는 디나(1-4)

디나는 이사 온 곳에 또래 여자 친구들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디나가 동성 친구를 발견하기도 전, 한 이성의 눈에 발견되어 순결을 잃습니다. 족장의 아들이라는 우월한 지위에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가 포장한 사랑이란 폭력적이고 충동적인 범죄행위였습니다.

1레아가 야곱에게 낳은 딸 디나가 그 땅의 딸들을 보러 나갔더니 2히위 족속 중 하몰의 아들 그 땅의 추장 세겜이 그를 보고 끌어들여 강간하여 욕되게 하고 3그 마음이 깊이 야곱의 딸 디나에게 연연하며 그 소녀를 사랑하여 그의 마음을 말로 위로하고 4그의 아버지 하몰에게 청하여 이르되 이 소녀를 내 아내로 얻게 하여 주소서 하였더라(1-4)

 얼마 후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 소규모현재의 사건은 야곱의 가족이 세겜 땅으로 옮겨온 후 발생합니다. 세겜은 그리심 산과 그발 산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현대의 나블루스(Nablus) 시입니다. 참고로 우리는 왜 야곱이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가지 않는지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이삭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이 문제는 나중에 상세히 다루기로 합니다. 디나는 야곱의 열두 자녀 중 유일한 딸로서 레아가 마지막으로 낳은 아이입니다(창세기 30:21), 아직 라헬의 막내 베냐민은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디나가 세겜 땅의 여자들을 만나러 외출을 했습니다. 참고로 세겜 땅의 이름은 그 땅의 추장 세겜의 이름을 따라 지어졌습니다. 세겜은 하몰이라는 인물의 아들입니다(2). 현대인의 관점에서 불편한 설명이며 불합리한 일로 보이겠지만, 처녀가 당시 혼자 다른 혈족의 성읍이나 마을을 방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이것은 혈족으로 구성된 지역에서 여자들이 홀로 우물에 물 길으러 다니는 것과는 비교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야곱의 가족들이 그들 문화에 위험하게 흡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지 모릅니다. 이것은 나중에 야곱 가족이 세겜 가족에게 비록 위장 전술이긴 했지만 할례를 받는 조건으로 사돈을 맺자는 제의에 세겜 가족이 쉽게 동의했던 점에서도 확인됩니다. 통혼과 문화적 소통은 종교적 소통으로 이어집니다. 세겜을 포함한 가나안의 딸들은 아브라함 후손의 혼인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이삭의 신붓감을 멀리 밧단아람에서 구해왔으며, 에서의 첫 여인들과의 결혼은 이삭과 리브가를 근심하게 만들었습니다. 디나가 만나러 간 여자들을 굳이 ‘그 땅의 딸들’로 표현하는 이유는 이러한 부적절성을 드러내기 위함입니다.

세겜 땅 주민은 히위 족속이었습니다. 히위는 함의 후손인 가나안으로부터 분파되어 나온 종족입니다(창세기 10:15-18). 말하자면, 히위 족속은 가나안의 여러 종족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들은 비가나안 족속인 블레셋 종족을 제외하고 가나안 종족 중에서 할례를 받지 않은 유일한 종족이었습니다. 이렇듯 야곱의 가족이 그들과 거리를 두고 소통해야 했던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하몰의 아들 세겜은 세겜 마을의 성주였습니다. 그는 디나를 보고 첫눈에 반해 그녀를 끌어들여 겁탈했습니다. 히브리어 원문은 ‘그가 그녀를 취해 그녀와 잠을 잤으며, 그리고 그녀를 비참하게 만들었다’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사람들은 세겜이 처음에는 디나를 유혹해 그녀와 잠자리를 가졌고 이후 디나를 성적으로, 혹은 물리적이나 인격적으로 능욕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와 역본들은 세겜이 디나를 겁탈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왜냐하면 네피림 폭군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상대가 권력자인 경우 단순히 ‘취하다’라는 동사만으로 강제력이 표현되기 때문입니다(창세기 6:2).

그러나 세겜은 디나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3). ‘그 마음이 깊이 디나에게 연연했다’는 문자적으로 (그의 혼(네페쉬)이 디나에게 ‘밀착되었다(다바크)’입니다. 그는 디나의 마음을 달랬습니다. 하지만 세겜은 그녀에게는 물론 디나의 가족에게 아무런 잘못도 빌지 않습니다. 세겜은 아버지 하몰에게 그녀를 야곱에게서 데려와 자신의 아내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합니다(4). 훗날 출애굽기의 시내산 언약 법전과 신명기의 율법은 이 상황에 대해 상세한 규정을 마련합니다(출애굽기 22:16-17; 신명기 22:28-29). 출애굽기 22:16-17에 의하면, ‘약혼하지 않은 처녀’를 유혹해 동침하면, 그는 상실된 처녀성을 대가로 납폐금(신부 값)을 물고 그녀를 아내로 삼아야 합니다. 아마 이것은 처녀 강간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만약 처녀의 아버지가 그 남자를 맘에 안 들어 한다면, 신부 값만 받아내고 딸은 주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처녀에게 큰 책임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떤 경우라도 남자의 책임이 무거웠습니다(참조. 신명기 22:23-27, 이 법은 사례가 약간 다르다). 이 법에 따른다면, 피해자인 딸의 아버지가 강간범에게 큰 벌금을 받아내고 그녀를 아내로 주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현재 세겜은 디나를 강간한 후 오히려 협상을 요구하며 야곱 식구들을 압박하는 형국입니다. 이것은 야곱의 아들들을 분개하게 만들었습니다.

 

사건 수습을 위한 하몰의 청혼(5-12)

배제된 피해자 두 가족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하몰은 합법적인 거주권을, 세겜은 제한 없는 신부 값을, 야곱의 아들들은 할례를 제안했습니다. 조건만 놓고 보면 하몰과 세겜의 제안이 실로 파격적입니다. 하지만 야곱의 아들들은 그들의 제안에 휘둘리지 않고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합니다.

5야곱이 그 딸 디나를 그가 더럽혔다 함을 들었으나 자기의 아들들이 들에서 목축하므로 그들이 돌아오기까지 잠잠하였고 6세겜의 아버지 하몰은 야곱에게 말하러 왔으며 7야곱의 아들들은 들에서 이를 듣고 돌아와서 그들 모두가 근심하고 심히 노하였으니 이는 세겜이 야곱의 딸을 강간하여 이스라엘에게 부끄러운 일 곧 행하지 못할 일을 행하였음이더라 8하몰이 그들에게 이르되 내 아들 세겜이 마음으로 너희 딸을 연연하여 하니 원하건대 그를 세겜에게 주어 아내로 삼게 하라 9너희가 우리와 통혼하여 너희 딸을 우리에게 주며 우리 딸을 너희가 데려가고 10너희가 우리와 함께 거주하되 땅이 너희 앞에 있으니 여기 머물러 매매하며 여기서 기업을 얻으라 하고 11세겜도 디나의 아버지와 그의 남자 형제들에게 이르되 나로 너희에게 은혜를 입게 하라 너희가 내게 말하는 것은 내가 다 주리니 12이 소녀만 내게 주어 아내가 되게 하라 아무리 큰 혼수와 예물을 청할지라도 너희가 내게 말한 대로 주리라(5-12)

야곱은 자신의 딸 디나가 세겜에 의해 더럽혀졌다는 말을 들었으나 즉시 행동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목축을 하고 있는 들판에 즉시 사람을 보내 아들들을 소집하지 않고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잠잠했다’(하라쉬)는 말은 야곱의 무감각 내지는 무책임성을 잘 드러냅니다.

이때 세겜의 아버지 하몰이 세겜과 함께 문제의 수습과 청혼을 위해 야곱을 방문했습니다. 본문은 왜 그가 세겜에게 즉각 대응하지 않고 수동적 태도를 취했는지 말해주지 않습니다. 다만 본문은 아들들의 극도의 분노를 보여줌으로써 그의 수동적 태도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얍복 강 씨름장의 챔피언 야곱이, 에서 앞에서 목을 내놓았던 그가 갑자기 무기력해진 모습에 혼란에 빠집니다. 그러나 이것은 세겜 땅에 살면서 그들과 소통하며 느슨해진 야곱의 영적 상태를 암시하는지 모릅니다. 30절에 비추어 볼 때, 어쩌면 그는 그 땅의 사람들을 자극하거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를 뒷받침하는 듯이, 이 사건 후 35장에서 하나님은 야곱과 그의 모든 집안사람들의 영적 갱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야곱의 아들들은 들판에서 이 소식을 듣고 즉시 돌아왔습니다. 그들의 격앙된 감정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들 모두가 근심하고 심히 노하였습니다. 막사에서 잠잠히 진행되던 협상의 판이 깨졌습니다. 이런 일은 이스라엘에게 ‘부끄러운 일’(네발라)이었습니다(7). 여기서 민족명 혹은 국가명 ‘이스라엘’이 느닷없이 사용됩니다. 이것 역시 모세 이후 오경의 추가적 계시와 더불어 정경을 편성한 자가 당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한 설명일 것입니다. 이것은 당대의 이스라엘 독자에게 큰 공감을 일으켰을 것입니다.

협상의 주도권은 야곱에게서 그의 아들들에게로 넘어왔습니다. 하몰은 그들에게 세겜의 진심 어린 사랑을 전달하며 디나를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의 청혼은 매력적인 통혼과 공동 거주의 제안으로 이어집니다(9-10). 통혼은 아브라함 가문에서 허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몰은 이 사건을 그들과의 연합의 기회로 삼으려 애씁니다. 상호매매를 통한 경제적인 이득도 보장해주었을 것입니다(10). 참고로 하몰이 야곱에게 ‘너희 딸들을 우리에게 주며’라고 하는 말에서 야곱의 서사에 등장하지 않는 다른 딸들이 있을 가능성을 내비칩니다(9). 하몰의 아들 세겜도 그들을 설득합니다. 그는 야곱의 가족들의 요구 사항을 다 들어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디나를 주면 넉넉한 신부 값과 더불어 추가적인 예물을 감당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이 자체로는 실제로 세겜이 디나를 깊이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것은 디나의 마음을 얻지 못한 사랑이며 그의 욕망을 채우려는 이기적인 사랑일 뿐입니다. 더구나 세겜과 하몰은 현재 디나를 볼모로 잡아놓고 협상 중입니다.

 

속임수를 꾸미는 야곱의 아들들(13-17)

타향살이의 버거움을 체험한 야곱이었기에 하몰의 제안에 흔들렸을지 모릅니다. 갓 이주한 소수정착민으로서 권력자의 제안을 거절하는 게 두려웠을 것입니다. 본문은 딸에 대한 야곱의 사랑이 세겜의 사랑과 다르지 않다고 고발하는 듯합니다. 어디에도 아버지 역할은 없었습니다.

13야곱의 아들들이 세겜과 그의 아버지 하몰에게 속여 대답하였으니 이는 세겜이 그 누이 디나를 더럽혔음이라 14야곱의 아들들이 그들에게 말하되 우리는 그리하지 못하겠노라 할례 받지 아니한 사람에게 우리 누이를 줄 수 없노니 이는 우리의 수치가 됨이니라 15그런즉 이같이 하면 너희에게 허락하리라 만일 너희 중 남자가 다 할례를 받고 우리 같이 되면 16우리 딸을 너희에게 주며 너희 딸을 우리가 데려오며 너희와 함께 거주하여 한 민족이 되려니와 17너희가 만일 우리 말을 듣지 아니하고 할례를 받지 아니하면 우리는 곧 우리 딸을 데리고 가리라(13-17)

야곱의 피가 아들들에게도 흐릅니다. 그들은 과거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세겜과 하몰을 속여 복수하기로 사전에 음모를 꾸민 것으로 보입니다(13). ‘속임수로 대답했다’는 말에서 익숙한 단어 ‘속임수’(미르마)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이것은 야곱의 인물 평가에 따라다닌 수식어였습니다(창세기 27:35). 이 음모에는 아버지 야곱이 동참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참조. 창세기 49:6). 야곱의 아들들은 세겜과 하몰에게 ‘할례’를 명분 삼아 디나를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야곱의 아들들은 할례를 통해 그들이 동일한 정체성을 확보하고 통혼을 통해 한 민족으로 합해질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통혼이 금지된 그들이 통혼이라는 미끼를 사기극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세겜과 하몰은 그들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우리의 말이 자신의 가치관을 대변한다면, 우리의 침묵이 누군가를 살게도 죽게도 한다면, 입을 열고 다무는 데 좀 더 신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앉게 될 테이블에 오늘도 수많은 이야기가 오갑니다. 탐심을 자극하기보다 인간애로 깊이 다가가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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