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03-02)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예수님
마태복음 3장 11-17절
예수님의 행적은 옛 이스라엘 백성이 걸었던 길을 재현하며 새로운 이스라엘의 창조로 이어집니다. 애굽으로부터의 귀환과 세례, 광야의 시험, 산상수훈의 말씀 선포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새 나라의 설립과 새 백성 창조라는 하나님 나라의 여정을 표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나라의 왕으로 입성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심으로 메시아로서의 사역을 시작하셨습니다. 두 사건을 통해 마태는 예수님께서 어떤 하나님의 아들인지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 세례에 동참한 사건은 죄인들의 자리까지 자신을 낮추신 것을 의미합니다. 이어서 순종하는 겸손의 아들로서 광야의 시험을 받게 되고(4:1-11), 이 시험에서도 순종하는 아들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사역을 수행할 것을 입증하실 것입니다.
메시아와 그분의 사역(11-12)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합당한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회개’라고 합니다. 회개에는 합당한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거짓 회개는 있을 수 있지만, 거짓 회개는 열매가 없이 쭉정이만 가득합니다. 경건의 상징인 종교 지도자의 지위와 율법에 대한 지식과 세례, 심지어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선민의식도 회개의 열매를 대신하지 못합니다(롬 9:6-8). 회개와 절대복종으로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는 자에게는 심판만 있을 뿐입니다.
11나는 너희로 회개하게 하기 위하여 물로 세례를 베풀거니와 내 뒤에 오시는 이는 나보다 능력이 많으시니 나는 그의 신을 들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 그는 성령과 불로 너희에게 세례를 베푸실 것이요 12손에 키를 들고 자기의 타작 마당을 정하게 하사 알곡은 모아 곳간에 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시리라(11-12)
세례 요한은 만왕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기 위해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3:2)라고 초청하였습니다. 왕의 행차 앞에 외치는 전령처럼 새로운 왕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라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지도자인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이 요한의 초청과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10절에서 말한 경고한 것입니다.
(1) 메시아의 위치(11)
요한은 그들에게 그들이 맞이할 새로운 왕을 설명합니다. 먼저 자신의 위치와 오실 메시아의 위치를 분명히 구분합니다. 자신의 사역은 어디까지나 메시아의 사역을 준비하고 예배하는 단계로 제한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등장할 분은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하다고 표현합니다(11). 그는 뒤에 오실 분의 신발 끈을 풀 신분도 못 된다고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주인의 신발을 풀어주는 행위는 너무 천해서 종이 하는 일이었고 히브리 종에게도 맡길 수 없을 정도의 일이었습니다. 이처럼 요한 뒤에 오는 이는 신분 면에서 요한과 비교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2) 메시아의 사역(12)
더 강한 분인 예수님께서도 세례를 베풀 것인데, 물이 아니라 불과 성령을 사용하실 것입니다. 요한의 세례는 가시적인 물세례이지만, 뒤에 오시는 메시아의 세례는 보이지 않는 성령과 불을 통한 세례가 될 것입니다. 성령을 통한 세례는 구약에서 종종 등장한 개념입니다(사 11:2; 겔 36:25-27; 욜 2:28).
요한은 오실 메시아의 사역을 또 하나의 그림 언어로 추가 설명합니다. 바로 추수 때 농부가 키를 들고 알곡과 쭉정이를 가르는 이미지입니다(13:24-30; 36-43). 이것은 예수님 사역의 특징과 목적을 암시하는 비유로서 마지막 심판 때를 강조합니다.
열매는 인간의 행위를 가리킵니다(참조 7:21-23; 25:31-46). 열매 맺지 않는 자들은 즉각 회개해야 합니다. 나무뿌리가 도끼에 잘려 나가면 나무는 살 수 없고 더 이상 싹이나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농부는 타작마당에서 알곡을 곳간에 모으려고 키질을 해서 필요 없는 쭉정이를 따로 모아 불에 태울 것입니다(12).
예수님의 등장(13-17)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새로운 지도자가 세워질 때는 매우 성대하게 예식을 거행합니다. 새로운 왕이 직위에 오르는 것을 ‘즉위식’이나 ‘대관식’으로 불렀습니다. 유럽 문화권에서, 한 국가의 왕 또는 황제가 직위에 오를 때 거치는 행사로 왕관을 최고위 성직자가 왕 또는 황제의 머리에 얹어서 정식으로 왕위에 올랐음을 모든 사람 앞에서 공표하였습니다. 만왕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즉위식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13이 때에 예수께서 갈릴리로부터 요단 강에 이르러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려 하시니 14요한이 말려 이르되 내가 당신에게서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당신이 내게로 오시나이까 15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이제 허락하라 우리가 이와 같이 하여 모든 의를 이루는 것이 합당하니라 하시니 이에 요한이 허락하는지라 16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곧 물에서 올라오실새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의 성령이 비둘기 같이 내려 자기 위에 임하심을 보시더니 17하늘로부터 소리가 있어 말씀하시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 하시니라(13-17)
예수 그리스도의 대관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아름답게 등장합니다. 세례 요한에게 처음에는 불특정 다수의 무리가 사방으로부터 몰려왔고, 뒤이어 종교 지도자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주인공인 예수님께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예수님께서 공식적인 즉위식 행사는 요단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므로 시작합니다.
(1) 요한과 예수 그리고 세례(13-15)
요한은 자기 뒤에 오는 자가 와서 세례를 줄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세례 주는 자인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기 위해 요한에게 오십니다(13). 세례는 종말의 해방을 상징하는 행위이므로,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의 도래를 상징하는 행위이므로,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의 도래로 해방과 회복이 실현될 것을 예고하는 요한의 세례에 참여하십니다.
요한은 자기 뒤에 오는 분을 종말의 구원과 심판을 주실 분으로 생각했으므로 자신이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14). 특히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러 온 사람들이 자신들의 죄를 회개한 점을 고려하면(3:6),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러 온 자가 요한에게 죄인처럼 세례를 받는다는 것을 요한이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요한이 세례를 줄 수 없다고 하자 예수님께서는 ‘이제 허락하라’라고 명령하십니다(15). 예수님께서는 요한이 세례를 베푸는 것은 ‘모든 의’를 이루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루다’ 혹은 ‘정취하다’는 한 경우(3:15)를 제외한 열 다섯 군데에서 구약의 예언을 성취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1:22, 2:15,17,23; 4:14; 5:17; 8:17; 12:17; 13:35; 21:4, 26:54,56; 27:9). 15절의 의는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위해 세우신 뜻 혹은 (구원의) 계획을 뜻합니다. 요한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요한이 비교조차 할수 없이 존귀한 분으로서 구원과 심판을 집행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요한에게 세례를 받겠다고 하십니다. 특히 예수님께서는 죄인이 아닌데도 죄인이 회개의 받아야 하는 세례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을 죄인들과 동일하십니다.
(2) 세례 때 일어난 현상(16-17)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비둘기 같이 임하였고, 하늘로서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습니다(16). 성령님은 새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이며 그 시대를 가능하게 하는 능력(예. 불과 성령의 세례)이 되십니다(이사야 32:15:44:3 36:25-27을 2:28-32). 그리고 하늘에서 한 소리가 들립니다(17).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17)
하늘이 열려 이 땅에 전해진 비밀이란 바로 예수님께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아들이라는 사실입니다(참조. 17:1-8; 27:51-53). 마태복음은 시편 2:7과 이사야 42:1 두 본문을 결합하여 하나님의 아들의 정체를 밝힙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는 시편 2:7의 (너는 내 아들이라'를 암시한다. 구약과 유대교 배경에서 왕이 하나님의 아들로 불렸기 때문에(시 2:7; 89:27), 예수님의 세례는 왕의 대관식입니다. 그리고 ‘내 기뻐하는 자라’는 순종하는 아들에 대한 하나님의 반응입니다(시편 44:3; 149:4, 이사야 42:1; 62:4). 예수님께서는 왕의 역할을 ‘종’의 삶으로 수행하실 것입니다.
세례 장면은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밝힙니다. 하늘의 비밀을 깨닫는 사람은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하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을 통해서 하늘 나라가 이 땅에 실현되는 이야기가 앞으로 마태복음에서 펼쳐질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아들은 순종하는 종의 태도로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구원을 이루실 것입니다. 아들이 죄인들을 대표해서 세례를 받으시는 것은 대속적 죽음(20:28, 26:28)을 예고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장 높은 분이지만 가장 낮아지는, 그래서 결국 대속의 죽음을 맞이하는 길을 선택하신다. 예수님의 희생적인 삶이 하나님 아버지의 뜻 또는 구원의 계획을 성취하게 됩니다. 세례와 시험 장면은 하나님의 아들이 순종하는 종으로서 아버지의 뜻을 성취할 것임을 보여줍니다.
이 말씀은 이사야 42장 1절, 시편 2편 7절을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공생애를 시작하는 예수님에 대해 다윗과 같은 왕이요 메시아이며, 하나님의 아들이자 백성들의 대표자로 고난 받으신 종이라는 사실을 강력하게 증거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 받으실 때 일어난 이러한 사건은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 새로운 왕으로 취임하신 하나님 나라의 왕의 대관식과 같은 장엄한 모습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통해서 메시아로 오신 공적 사역을 시작하신 것입니다. 이제는 어두운 죄악의 나라가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나라가 시작된 것입니다.
회개라는 말이 불편하고 낯선 시대입니다. ‘회개 없는’ 복음과 구원, 신앙이 난무하면서 신앙의 진위를 가려내기 어렸습니다. 도끼가 나무뿌리에 놓여 있다고 해도 경각심이 없습니다. ‘이미’ 놓여 있지만 ‘아직’ 회개할 기회는 있습니다. 어서, 도시의 소음을 뒤로 하고 광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새로운 왕을 영접하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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