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012-01)
신실하고 순결한 하나님의 말씀
시편 12편 1-8절
어려운 시기가 되면 의인들은 사라지고 악인은 도처에 도사리며 약한 자들을 힘들게 만듭니다. 악인들은 거짓과 위선으로 행하며 악인 담긴 말로 궁핍한 의인들에게 폭력을 가합니다. 힘없는 자는 위협하고, 힘 있는 들에게는 아첨합니다. 비열함이 성공을 부르는 때에 하나님께 소망을 둔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합니까?
이 시는 경거하고 진실한 자들이 자취를 감추고 속임과 아첨의 말을 생산하는 악인들이 득세하는 현실을 탁식하며, 하나님의 도움을 요청하는 기도입니다. 은처럼 순결하고 완벽히 제련되고 단련된 여호와의 말씀이 ‘누가 우리의 주인가?’를 외치는 자들의 말을 제거해 주시기를 간청하는 기도입니다. 동시에 비참한 자들과 궁핍함에 눌려 탄식하는 자들의 안전을 간구하고 확신하는 노래입니다.
의인이 없어 도움을 구하는 기도(1)
우리 시대는 사람들은 온통 악인들의 비열하고 무가치한 말들만 칭송합니다. 이런 상황은 우리 시대만 아니라 모든 시대가 다 마찬가지입니다. 광고, 유행어, 정치 구호, 독설이 숨 막힐 듯 난무하여 우리의 정신적, 영적 공간을 어지럽힙니다. 헛된 구호에 넘어가지 않고, 경건하게 신실하게 하나님 편에 서 있는 사람은 어디 있습니까?
1여호와여 도우소서 경건한 자가 끊어지며 충실한 자들이 인생 중에 없어지나이다(1)
다윗은 이 시 또한 첫 마디가 ‘여호와여 도우소서!’로 외칩니다. 갑작스런 외침으로 시작하니 도움이 절박한 상황입니다. 구원을 요청하는 다윗의 긴급하고 절박한 외침의 이유는 뒤따르는 시행에서 밝혀집니다. 사람들 중에 경건한 사람은 끊어졌고, 진실한 자들은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입니다(1b).
시의 첫 행과 마지막 행(8)에서 반복되어 호응하는 ‘인생 중에’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사람의 아들들’입니다. 다윗은 이 땅에 속한 사람들 중에 경건하고 신실한 자가 없어 탄식으로 여호와를 부르면서 긴급하게 구원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소리를 누가 들을 것입니까! 경건한 자들과 신실한 자들이 사라진 땅에서 호소하는 다윗의 목소리는 자신만 홀로 남은 것 같아 울부짖던 엘리야 예언자의 목소리를 닮았습니다(열왕기상 19:10).
‘경건한 자’는 어떤 사람입니까? 신실하게 하나님께 몰두하여 헌신된 사람입니다. ‘충실한 자’는 어떤 사람입니까? 하나님과 사람에게 진실한 사람이요 믿음직한 사람입니다. 경건한 자나 충실한 자들은 하나님이 옛적 이스라엘에게 자기 백성으로 삼으시고, ‘인애’(헤세드)와 ‘신실함’(에메트)으로 맺어진 하나님과의 언약적인 관계성에 기초한 사람들입니다(출애굽기 34:6).
그러면 왜 이와 같은 사람들을 이 땅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습니까?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백성이 갖춰야 할 삶의 본질인 진실과 인애, 하나님을 아는 지식도 없는 세상에서 (호세아 4:1; 예레미야 5:1; 미가 7:2), 의인들이 악인들 앞에 불려가 제거되는(이사야 57:1) 참혹한 상황 때문입니까? 의인들이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버린 극한의 상황에서 시인이 여호와를 부르며 구원을 호소합니다.
거짓과 아첨하는 말이 난무하는 땅(2-4)
하나님의 공의가 무너진 사회에서 다들 자기 말의 주인이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그 말을 꺾는 일입니다. 자신들의 말에 스스로 당하게 하실 것입니다. 악인이 하나님의 백성들을 ㅍ빡하는 수단은 말이었습니다. 친구에게 속이 텅 빈 헛된 말로 피해를 주고 감언이설로 마음을 흐리게 하며, 진실을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이중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그들이 이웃에게 각기 거짓을 말함이여 아첨하는 입술과 두 마음으로 말하는도다 3여호와께서 모든 아첨하는 입술과 자랑하는 혀를 끊으시리니 4그들이 말하기를 우리의 혀가 이기리라 우리 입술은 우리 것이니 우리를 주관할 자 누구리요 함이로다(2-4)
경건하고 진실한 자들이 자취를 감춘 땅에서 세력을 떨치는 자들은 누구입니까? 그들은 아첨하는 입술과 두 마음으로 거짓말하는 자들입니다(2).
다윗이 말하는 거짓말은 단순한 거짓말이 아니라 공허하고 가치 없는 말입니다. 부정한 수단을 동원해 남을 속이는 말입니다. 이들은 이웃에게 부드러운 입술로 말합니다. 이웃의 환심을 사려고 온갖 매끄러운 말로 마음을 훔칩니다. 그뿐 아니라 ‘두 마음으로’ 말합니다. 두 마음은 둘로 나뉜 마음, 이중 잣대를 가진 마음입니다. 히브리어의 ‘마음’은 의지, 양심, 지혜의 자리로서 생명의 중심 기관인 심장을 뜻하여 생명과 직결됩니다. 또한 마음은 생각이 만들어지는 곳이며, 한 인간의 의사결정기관입니다. 그런데 이중의 마음을 품은 자들이 땅을 차지했으니 경건하고 진실한 자들이 사람 사는 땅에서 사라졌고, 그래서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1).
다윗은 ‘인생 중에’, 경건하고 신실한 자들을 치고 들어와 맹위를 떨치는 자들과 거짓되고 아첨하는 말과 두 마음의 생각을 가진 무리를 특정하며 한탄합니다. 악한 행위 이전에 사람의 생각과 말의 본질이 갖는 위험성을 더 큰 문제로 삼습니다. 그래서 모든 아첨하는 입술과 자랑하는 혀를 제거해주시기를 여호와께 간청합니다(3).
악행의 근원인 말의 근원적인 기관을 끊어주시기를 바라는 구체적인 간청입니다. 특히 ‘자랑하는 혀’는 거만하고 잘난 체하며 뽐내는 말들을 모조리 일컫는 제유법적인 표현입니다. 아첨하는 말만큼이나 제거되어야 할 악이 교만한 말입니다. 이러한 말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말을 통해 세력을 키워 힘을 가지기 위함입니다. 그릇된 말로 구축한 힘을 가지고 경건하고 의로운 자들을 억압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다윗은 그들의 허황되고 교만한 말이 근절되기를 요청합니다. 더군다나 그들의 오만함은 하나님을 향해 있습니다. 다윗은 그들의 말을 인용합니다. ‘우리의 혀가 이기리라 우리 입술은 우리 것이니 우리를 주관할 자 누구리요’(4).
거만한 언어를 가진 자들은 자기들의 최종적인 승리를 확신합니다. 이들은 자기들의 말을 성공의 수단으로 여기고 말로 무엇이든 다 성취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자들입니다. 한마디로 이들은 ‘누가 우리의 주님인가?’라고 질문하며 오만함의 극치를 보이는 실제적인 무신론자들입니다. 이들은 여호와를 ‘우리 주’(8:1)라고 고백하는 다윗의 마음과 정반대 생각을 가진 자들입니다.
여호와의 순결한 말씀과 구원(5-6)
악인의 말에는 온갖 거짓과 불순함이 섞여 있으나 하나님의 말씀은 일곱 번 제련한 순수한 은과 같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지켜 악한 자를 심판하시고 백성을 구원하십니다. 악이 횡행하고 의의 질서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신실하신 하나님을 의뢰하며 진실함을 지켜 가야 합니다.
5여호와의 말씀에 가련한 자들의 눌림과 궁핍한 자들의 탄식으로 말미암아 내가 이제 일어나 그를 그가 원하는 안전한 지대에 두리라 하시도다 6여호와의 말씀은 순결함이여 흙 도가니에 일곱 번 단련한 은 같도다(5-6)
여호와가 주님인 것을 거부하는 교만한 자들의 말을 인용한 이후에(4), 다윗은 예언자가 계시 받은 것처럼 여호와의 말씀을 인용합니다. ‘여호와의 말씀이다. 내가 비참한 자들의 눌림과 궁핍한 자들의 탄식 때문에 이제 내가 일어날 것이다. 그들이 열망하는대로 내가 구원할 것이다’(5).
여호와가 말씀하신 강력한 두 문장이 눈에 띕니다. ‘이제 내가 일어날 것이다’, ‘내가 구원을 베풀 것이다.’ 이보다 더 힘이 되는 문장이 또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문장 앞에 ‘이제’(또는 ‘지금’)에 해당하는 부사 ‘앗타’ 때문에 생생한 현장감이 전달됩니다. 이 말씀은 여호와가 가련한 자들과 궁핍한 자들을 위해 친히 개입하시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명입니다.
‘안전한 지대에 두리라’(개역개정)라는 말을 직역하면, ‘내가 구원을 베풀 것이다’라는 말입니다. ‘여호와여 구원하소서’(1)라는 외침에 대한 여호와의 응답이 정확하게 실현됩니다. 다윗은 예언자처럼 여호와의 말씀을 전하고, 여호와의 말씀이 현실화할 것을 믿고 확신하며 고백합니다. ‘여호와의 말씀은 순결함이여 흙 도가니에 일곱 번 단련한 은 같도다’(6).
여호와 말씀의 순결함과 완전함을 고백한 말이다. 여호와의 말씀은 가치 없는 거짓말이나 겉만 번드르르한 아첨의 말, 두 마음을 품은 말로(2-3) 득세한 자들과 대비됩니다. 다윗은 일곱 번이나 정련한 은처럼 흠 없고 허위 없는 여호와의 말씀을 알기에 그분의 구원을 믿습니다.
비열한 자를 속에서도 안전을 확신(7-8)
교만한 세상은 하나님을 모욕하고, 악이 횡행하며, 거짓과 처세에 능한 자들이 득세합니다. 진실하고 정직한 자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남은 의인들을 지키시고 그 나라를 보존하실 것입니다. 약속을 반드시 이루실 하나님을 믿고 의롭게 살아가야 합니다.
7여호와여 그들을 지키사 이 세대로부터 영원까지 보존하시리이다 8비열함이 인생 중에 높임을 받는 때에 악인들이 곳곳에서 날뛰는도다(7-8)
긴박한 외침으로 도움을 청했고(1), 여호와의 말씀을 전하며 구원의 확신을 표명했습니다(5-6). 이제 한 번 더 응답에 대한 확신을 선언합니다. 다윗은 다시 여호와를 부르며 말합니다. ‘여호와여, 당신만이 그들을 지키시고 이 세대로부터 영원까지 우리들을 보호하실 것입니다’(7).
다윗은 하나님 말씀의 순결하심과 완전성을 믿기에 믿음의 고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다윗은 여호와 이름을 부르면서 2인칭 독립인칭대명사 ‘당신’을 첨가하여 그 누구도 아닌 ‘여호와 당신만이’ 지키시고 보호해주실 분임을 강조합니다. ‘이 세대로부터 영원까지’ 지키시고 보호해주실 것을 믿습니다.
다윗이 살던 ‘이 세대’는 거짓과 속임과 아첨의 말이 난무하여 진실을 호도하는 세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다윗도 우리도 모르는 감추어진 미래의 모든 세대에 이르기까지 여호와의 보호가 지속될 것을 확신하며 노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윗이 보는 세상은 여전히 악합니다. 악한 자들이 사방에서 ‘인생 중에’ 높임을 받으며 날뛰는 세상입니다(8).
악인들이 맹위를 떨치는 세상은 여전히 지속됩니다. 악인들이 마치 하나님처럼 높임을 받는 기막힌 세상입니다. 다윗이 사는 세상은 여전히 악이 곳곳에 만연합니다. 야비한 인간들이 창궐하는 세상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다윗의 기도는 악인이 처처에 횡행하고, 사방으로 미쳐 날뛰는 사회일지라도 비참한 자들과 가난한 자들을 향한 하나님의 보호는 시들지 않고 영원할 것이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도록 격려합니다. 세상이 온갖 추악하고 더러운 말들로 넘쳐날지언정 정련되고 순수한 여호와의 말씀이 거짓된 모든 말들을 제거할 날이 도래할 것을 꿈꾸며 기대하도록 마음을 붙들어줍니다.
교회에서조차 세속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세상의 지혜와 방법을 동원하고 입으로 시인한 것을 행위로 부인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경건한 자들이 사라져가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실망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세상을 이기신 주님께서 함께하심을 믿고 악을 이겨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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