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17-02)
이스라엘 왕에 대한 규례
신명기 17장 8-13절
전직 대통령을 둘러싼 '다스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공방이 있습니다. 이러한 공공연한 질문에 교회는 얼마나 자유릅니까? 세상을 향해 '교회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에 정확히 대답할 수 있습니까? 대부분은 '하나님의 것'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렇가면, 하나님의 것인데도, 교단법을 어기며 가족에게 세습하고, 사고파는 일들이 있습니다. 물질도 하나님의 것이라면서 마음대로 유용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까! 지금 당신이 소유한 권력, 지위, 생명, 물질 등은 누구의 것입니가? 본문은 세움을 받은 지도자의 품격을 가르쳐줍니다.
재판관의 책무를 다른 모세의 강론은 왕의 규례로 이어집니다. 신명기의 왕의 규례는 모든 고대 제국의 왕 제도와 왕권 사상과 비교해 볼 때 혁명적인 사상입니다. 이 규례는 왕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제도권 장처를 마련하지 많으며, 오히려 왕의 권리를 제한하고 지능을 축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왕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 중에서 직접 싸우시며, 더 높은 왕이신 하나님의 통치 아래 하늘 왕의 신하로서 지상의 왕 노릇을 해야 합니다.
왕의 규례: 왕의 자격(14-15)
이스라엘의 영원한 왕은 여호와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왕은 그것을 인정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왕이 되겠다고 하는 자보다 여호와께서 택하신 자여야 합니다. 인간의 야망을 성취하는 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자여야 합니다. 또한 왕은 형제 중에서, 이스라엘 백성 중에서 세워야 합니다.
14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에 이르러 그 땅을 차지하고 거주할 때에 만일 우리도 우리 주위의 모든 민족들 같이 우리 위에 왕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나거든 15반드시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택하신 자를 네 위에 왕으로 세울 것이며 네 위에 왕을 세우려면 네 형제 중에서 한 사람을 할 것이요 네 형제 아닌 타국인을 네 위에 세우지 말 것이며(14-15)
신명기는 왕의 규례를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첫째, 왕의 자격, 둘째, 왕의 금기, 셋째, 왕의 의무입니다. 특이하게도 여기에는 왕의 권한과 특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그런 것들을 최대한 견제하고 있습니다.
⑴ 왕의 왕립(14)
더구나 왕권은 특정인이 스스로 권력을 차지해서 세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14, ‘우리 위에 왕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나거든’), 백성들에 의해 선택될 수 있었습니다(14). 이것이 이방의 왕정과 가장 다른 점입니다. 하늘 왕만으로 충분한 이스라엘에게 인간 왕은 불필요하며, 지상의 왕권 자체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제도가 아닙니다. 지상 왕권이 하늘 왕권의 통제 하에 있을 때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⑵ 왕의 자격(15)
우선 왕의 자격은 두 가지입니다(15). 그는 ‘여호와께서 택하신 자’이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특정한 ‘장소’를 성소로 택하셨고, 특정한 ‘인물’을 왕으로 택하십니다. 물론 형식과 절차는 선지자들을 통해 예고되고 기름 부어 세워지는 방식을 취했지만,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뜻 가운데 이루어졌습니다.
둘째, 그는 ‘네 형제 중에서’, 곧 이스라엘 백성 중에서 세워져야 합니다. 동료이스라엘 백성을 ‘네 형제’라고 표현하는 것은 신명기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심지어 왕이 될 사람도 네 형제로 묘사됩니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왕으로 모신 모든 이스라엘 백성은 동등한 신하의 자격을 가졌으며, 아무도 절대 권력자로 백성들 위에 군림해선 안 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또한 ‘네 형제 중에서’라는 표현은 왕이 태생적으로 정해지고 특정한 권력가의 집안에서 선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선택으로 세워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타국인 왕이 허용되지 않는 이유는 기존 사회 질서와 체제의 안정성을 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중요하게는 그가 언약 백성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폐쇄적 순혈주의를 고수하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언약 백성의 신앙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함입니다. 만일 이방인이 왕이 된다면, 타국 종교와 신들의 유입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왕의 규례 : 왕의 금기(16-17)
이스라엘의 왕이 왕으로서 제 역할을 감당하려면 하나님의 도우심과 인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세상의 왕들의 왕의 권력을 차지하고 유지하기 위해 동원하는 것들을 이스라엘 왕은 넘봐서 안 됩니다. 상식적인 수준의 통치와 권력 행사 자체를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도록 요구하신 것입니다.
16그는 병마를 많이 두지 말 것이요 병마를 많이 얻으려고 그 백성을 애굽으로 돌아가게 하지 말 것이니 이는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이르시기를 너희가 이 후에는 그 길로 다시 돌아가지 말 것이라 하셨음이며 17그에게 아내를 많이 두어 그의 마음이 미혹되게 하지 말 것이며 자기를 위하여 은금을 많이 쌓지 말 것이니라(16-17)
왕의 자격에 이어 왕에게 명령된 몇 가지 금기 사항이 나열됩니다. 첫째, 많은 말을 두지 말 것; 둘째, 많은 아내를 두지 말 것; 셋째, 재산을 축적하지 말 것. 이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이 돈, 성, 권력에 대한 구약관 제약입니다. 왕은 군사력을 강화하여 자신의 권력을 극대화하려는 욕망을 갖습니다(권력).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나라의 곳간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돈). 그리고 그는 원하는 대로 수많은 아내와 첩을 거느릴 수 있습니다(성).
⑴ 지나친 권력(16)
물론 고대 제국의 권력가들이 많은 아내를 둔 이유가 외교적 전략에 따른 측면이 많지만(솔로몬의 경우), 동시에 권력가의 본능에 따른 무차별적인 축첩 행위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방 여자와의 통혼은 종교적 타락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 세 기준을 가장 극단적으로 위반한 왕이 솔로몬입니다.
왕은 많은 말을 소유해선 안 됩니다. 고대 이집트와 중동 지역에서 말은 기병대와 병거용으로 키웠습니다. 기병은 말을 타고 싸우는 군인을 말하고 병거는 말이 끄는 군사용 수레를 일컫습니다. 말을 많이 보유할수록 군사력이 강했으며, 제국은 경쟁적으로 말을 키우고 수입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는 왕이 군사력을 지나치게 강화하는 것은 불신의 표시합니다. 20:1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네가 나가서 적군과 싸우려 할 때에 말과 병거와 백성이 너보다 많음을 볼지라도 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 애굽 땅에서 너를 인도하여 내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하시느니라.’ 이러한 신학적 확신은 구약 전체를 관통하여 시편 기자도 이사야도 이집트의 말과 병거를 의지하는 불신앙을 비난합니다(시편 20:7; 이사야 31:1; 36:6). 유비무환의 태세를 갖추되,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신뢰하는 신앙의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이집트는 주요 말수출 국가였으며, 팔레스타인의 말들은 대부분 이집트에서 수입되었습니다. 따라서 왕의 규례는 군사력 증강을 위해 말을 얻으려고 사람을 이집트로 보내는 일을 하지 말라고 명령합니다(16). 이러한 금지는 이어지는 과거의 약속에 의해 강화됩니다. ‘너희가 이후에는 그 길로 다시 돌아가지 말 것이라 하셨음이라.’ 이 진술은 경고라기보다는 출애굽 사건 당시 하나님께서 하신 약속의 말씀임을 시사 합니다(출 14:13, ‘너희가 오늘 본 애굽 사람을 영원히 다시 보지 아니하리라’).
이미 이집트보다 더 크신 이가 그들의 파라오를 굴복시키고 구출해내셨습니다. 만일 그 이집트로 돌아가 그들을 의지하여 스스로를 안전케 하려 한다면, 하나님께 대한 큰 모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 광야 40년 동안 수차례 이집트를 그리워하거나 노골적으로 우리가 이집트로 돌아가자는 동일한 말을 쏟아내면서 하나님께 반항하곤 했습니다(민수기 11:5; 14:3; 20:4-5; 21:4). 왕이 말을 수입하기 위해 이집트에 의존하는 것은 역사적 불신앙의 반복일 뿐입니다.
⑵ 지나친 아내(17a)
둘째 금지는 끊는 아내입니다. 이것을 왕의 일부일처 의무라고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흥미롭게도 쿰란 문헌은 왕의 아내를 한 명으로 제한하는 반면, 미드라쉬는 18명으로 제한합니다. 이 원칙이 당대의 왕들에게 일부일처를 강제하진 않았지만, 궁극적으로는 창조의 결혼 규례인 일부일처를 ‘지향’하고 있음은 인식해야 한다.
많은 아내는 쾌락을 채우려는 목적도 있으나 다분히 정략적이었습니다. 왕은 많은 아내를 만족시키기 위해 그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했으며, 여기에는 양보하지 말아야 할 신앙적 정체성도 포함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이미 큰 교훈을 던져주는 사례들에서 증명됩니다. 솔로몬의 수많은 정략결혼은 물론이고 아합과 이세벨의 결혼은 가장 악한 사례입니다. 왕으로 인해 국가 전체가 배교와 타락으로 물들었습니다.
⑶ 지나친 재산(17b)
셋째 금지는 많은 은금의 축적이다. 과도한 부는 자신의 능력으로 모든 업적을 성취했다는 망상에 빠지게 한다. 물욕에 사로잡힌 왕은 더 많은 재물을 축적하기 위해 백성들에게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고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러한 왕의 모습은 솔로몬과 이후의 여러 왕들에게서 발견되는데, 이스라엘에서 왕은 학정을 통해 백성들을 갈취하여 자신의 배를 불리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왕의 규례 왕의 의무(18-20)
왕의 의무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런데 신명기는 단 한 가지만 언급합니다.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지도자가 되는 일, 그것이 이스라엘 왕의 가장 큰 의무입니다. 행함이 아니라 존재를 요구하시는 것은 노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분의 말씀을 사랑하고 그 말씀으로 하나님과 깊은 사귐 속에 있는 것,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의무는 없습니다.
18그가 왕위에 오르거든 이 율법서의 등사본을 레위 사람 제사장 앞에서 책에 기록하여 19평생에 자기 옆에 두고 읽어 그의 하나님 여호와 경외하기를 배우며 이 율법의 모든 말과 이 규례를 지켜 행할 것이라 20그리하면 그의 마음이 그의 형제 위에 교만하지 아니하고 이 명령에서 떠나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아니하리니 이스라엘 중에서 그와 그의 자손이 왕위에 있는 날이 장구하리라(18-20)
마지막으로 왕의 중요한 의무가 강론됩니다. 숱한 왕의 의무가 나열될 수 있지만, 신명기의 왕의 규례는 오직 한 가지의 의무만 부여합니다.
⑴ 하나님 말씀에 대한 연구(18-19)
하나님의 말씀 독서와 연구입니다. 왕이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왕의 의무 조항들이 하나님의 율법서 안에 다 들어있음을 의미합니다. 흥미롭게도 왕의 규례에는 왕의 외교 전술, 인재 등용, 국가 조직의 운용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왕에게 불필요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왕에게 가장 중요한 통치 원리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뜻입니다. 왕은 ‘율법서의 등사본’을 항상 옆에 두고 읽어야 합니다. 이 등사본은 히브리어 문장으로 볼 때 왕 자신이 제사장이 소지한 원본을 책에 베껴 기록한 책을 의미 합니다. ‘신명기’(Deuteronomy)라는 제목의 기원이 된 이 토라의 등사본에 대해 많은 학자들은 그것을 신명기의 율법 부분, 더 유력하게는 신명기 전체로 추정합니다. 어쩌면 앞선 모세의 책들을 포함한 토라(오경) 전체일 수도 있습니다. 이 등사본을 왕은 항상 옆에 두고, 읽어야 하는데, 원문의 의미는 ‘그의 곁에 두고’이며, 따라서 그것은 왕의 ‘휴대품’으로 어디서나 소지하고 다녀야 함을 암시합니다. 이 말의 취지는 항상 율법서를 소리 내어 읽고 연구하라는 뜻일 것입니다.
⑵ 하나님 말씀을 통한 축복(20)
① 좌우로 치우치지 않음(20a)
② 안정이 보장된 왕권(20b)
이스라엘의 왕은 세상의 왕처럼 권력이 왕에게 있지 않았습니다. 수요해선 안 될 것을 소유하고, 남용해선 안 될 것을 남용할 때, 그 끝이 어떠한지 예를 들지 않아도 매일 접하고 있습니다. 위대한 왕이 되려고 하다가 위태로운 왕으로 전략하지 않도록 지도자를 위해,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말씀에 검열을 받아야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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