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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17-01)


참된 신앙을 위한 공정한 재판장

신명기 16장 18절-17장 7절


중세 시대에 ‘흑사병(黑死病)’이 발병할 때, 유럽 인구의 절반 이상이 죽는 무서운 전염병이었습니다. 이 ‘흑사병’은 ‘페스트(pest)’라고 하였습니다. 당시에 ‘흑사병’과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흑사병에 걸린 사람을 격리시키는 것입니다. 병에 걸려 죽은 시체는 성 밖에서 불태우고, 환자의 옷이나 집까지도 태워 없애야 했습니다. 만약 이렇게 환자와 환자가 쓰던 물건을 격리하지 않으면 병균이 전염되기 때문입니다. 교회 내에서 죄악은 무서운 흑사병과 같습니다. 우리 가운데 악을 제하지 않으면, 그 악이 온 무리를 병들게 하여 멸망의 길로 가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회 안에 죄악을 징벌하는 것을 ‘권징(勸懲)’이라고 합니다. 현대 교회는 권징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권징이 사라진 만큼 성도들은 신앙이 은혜스러운 것이 아니라 점점 신앙의 순수함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16:16-18:22은 이스라엘의 정치적, 종교적 지도자들의 자격과 의무에 대한 규정들입니다. 그들을 이끌고 다스리는 네 직책(재판관, 왕, 제사장, 장로)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여기서는 장로가 누락되어 있는데, 이것은 전통적이고 관례적인 직책이기 때문이거나 혹은 18절의 ‘지도자’가 장로직의 별칭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백성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견제를 받고 하나님의 권위 아래 복종하며 공동체를 섬겨애 했습니다.

 

공정한 재판을 하라(18-20)

왕이신 하나님께서는 언약의 백성에게 두 가지 책임을 스스로 부여하십니다. 하나는 그들의 필요를 공급하시는 것이요(provider), 다른 하나는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시는 일입니다(protector). 또한 강자와 권력자들로부터 약자들을 공정한 재판을 통해서 정의와 공의를 지키십니다.

 

18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각 성에서 네 지파를 따라 재판장들과 지도자들을 둘 것이요 그들은 공의로 백성을 재판할 것이니라 19너는 재판을 굽게 하지 말며 사람을 외모로 보지 말며 또 뇌물을 받지 말라 뇌물은 지혜자의 눈을 어둡게 하고 의인의 말을 굽게 하느니라 20너는 마땅히 공의만을 따르라 그리하면 네가 살겠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을 차지하리라(18-20)

 

앞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스라엘 3대 절기(유월절, 초막절, 칠칠절)를 지키도록 하셨습니다. 다음으로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재판할 때, 불의한 일을 쫓지 말 것을 말하며(18-20), 그리고 우상을 세우지 말 것을 권고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절기를 잘 지킨다고 할지라도 사회정의 구현이 없으면 이스라엘의 신정국가로서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재판을 책임지는 재판장과 지도자가 언급됩니다. ‘재판장’은 ‘사사’로도 일컫는데, 사사기에서 이들의 정치적 군사적 활동을 관찰할 수 있으며, 이들의 1차 임무는 사법적 지도 및 각종 소송들을 공정하고 현명하게 판정하는 일입니다. ‘지도자’는 1:15에서 언급한 대로 장로들 중에 세워진 관료들일 수 있습니다. 17:9에서는 백성들의 재판에 이 두 직책만 아니라 제사장도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확인됩니다. 재판관의 자격과 자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으나, 지혜와 지식이 풍부하고, 많은 경험을 통해 판단력이 뛰어난 사람들로서 공동체 지도자들에 의해 세워졌을 것입니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세 원칙이 제시됩니다. 첫째, 법정에서 판사가 사실 관계를 왜곡하여 불법적 판결을 내려선 안 됩니다. 둘째, 봐주기 재판이나 편파적 판결은 곤란합니다. 가난하다고 불쌍히 여기거나 부자라고 편들어주어서는 안 됩니다. 여론에 떠밀린 재판도 곤란합니다(출 23:2-3; 레 19:15). 근거 없는 소문이나 유언비어, 악담에 현혹되어서도 안 됩니다. 악한 의도를 가진 사람은 여론을 일으켜 다수결의 원칙을 악용하기도 하니 조심해야 합니다. 셋째, 재판관은 불법적인 뇌물을 수수하여 공의로운 판정을 뒤집는 일을 해선 안 됩니다(출애굽기 23:8), 뇌물은 증인과 재판장 모두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율법은 재판의 공정성을 여러 차례 강조합니다(출애굽기 23:3,6-8; 레위기 19:15,35-36; 신명기 16:18-19, 25:1). 판결의 공정성은 인종과 신분, 외모, 귀천, 친분 등에 의해 훼손 되어서는 안 됩니다. 외국인에 대한 사법적 차별이 엄히 금지되고, 권력과 돈의 힘이나 인간관계가 재판을 왜곡해선 안 됩니다. 한 사회에서 사법적 정의가 공동체의 질서와 평화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합니다.

 

재판관은 사회의 질서나 정의를 세울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따라서 재판관은 내외적으로 닥쳐오는 어떠한 정신적 물리적 유혹이나 압력에 흔들림이 없어야 합니다. 오직 진실을 밝히고 동의의 실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상의 금지와 가증한 제물(6:21-17:1)

이스라엘은 거룩하신 하나님께 어울리는 합당한 예배를 드려야 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곳에서, 정하신 방식대로, 정하신 것을 드리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불법 제단과 우상을 용납하실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기쁨으로 나아와 경배할 분이면서 동시에 두려움으로 경외해야 할 분이기 때문입니다.

 

21네 하나님 여호와를 위하여 쌓은 제단 곁에 어떤 나무로든지 아세라 상을 세우지 말며 22자기를 위하여 주상을 세우지 말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느니라 1흠이나 악질이 있는 소와 양은 아무것도 네 하나님 여호와께 드리지 말지니 이는 네 하나님 여호와께 가증한 것이 됨이니라(6:21-7:1)

 

재판관의 공정한 책무에 대한 강론을 한 뒤 우상의 금지와 가증한 제물이라는 언뜻 보기에 전혀 이질적인 주제가 갑자기 끼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법령 선포 후 처벌 규정을 설명하는 신명기의 논리 전개에 잘 부합합니다. 예를 들어, 12.2-13:1은 여호와께서 ‘선택하신 곳’에서의 합법적 예배를 명령하고 다른 곳에 서의 불법적 예배를 금지한 후 13:2-19에서 이를 위반한 죄에 대한 처벌 규정을 제시합니다. 마찬가지로 여기서는 16:21-17:1이 우상숭배와 흠이 있는 제물을 금지한 뒤 17:2-7은 이에 대한 처벌 사례를 해설한 것입니다.

이 단락은 이렇게 해서 직전의 공정한 재판의 주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16:21-17:1은 합당한 예배라는 한 주제로 묶어야 합니다. 먼저 앞서 강조했던 불법적 제단과 우상의 금지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께서 지정하신 곳에 자신들을 위한 여호와의 제단을 쌓을 수 있는데, 이때 그 제단 주변을 이방 양식으로 꾸며서는 안 됩니다. 이방제단의 아세라상이 여호와의 제단 곁에 유입되어선 안 됩니다. 이것은 목상이거나 심어둔 나무일 수 있는데 버섯과 보호를 상징하는 특별한 나무와 우상숭배는 밀접히 결부되어 있습니다. 원래 나무 아래를 예배 처소로 삼는 것 자체는 사악하지 않았습니다. 족장들도 자주 나무 아래에서 여호와께 예배를 드렸기 때문입니다(창세기 12:6; 13:18, 18:1; 35:8). 그러나 이런 장소는 언제나 이방 신과 결부될 가능성이 컸기에 이제 전면 금지됩니다. ‘주상’ 또한 ‘우상’의 돌기둥이었습니다. 족장들이 종종 돌기둥을 세워 여호와를 예배하고 기념했던 사례를 볼 때, 이것 역시 그 자체로는 원래 악하지 않았으나 언제든 쉽게 우상숭배로 이어질 수 있었기에 금지됩니다. 이어서 흠이 있거나 병든 짐승을 희생 제물로 드리는 것이 금지됩니다. 그것은 여호와께 가증한(역겨운) 제물이기 때문입니다. 레위기 22:22-24에는 제물로 합당치 않은 짐승의 흠과 질병들이 열두 가지로 목록화 되어 있습니다. 말라기 선지자는 총독에게 흠이 있고 병든 가축을 선물하는 것이 악하다면, 하물며 여호와 하나님께는 그것이 얼마나 큰 죄이겠느냐고 백성들을 꾸짖습니다(말라기 1:8).

 

정말로 사회가 정의 구현되지 못하고 점점 연약한 사람들에게는 더 힘들게 만드는 사회가 된다면, 국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현대는 국가가 약자들 편에서 보호자가 되어야 합니다.

 

중대한 재판 사례들(17:2-13)

재판은 공의롭게 할 뿐만 아니라 엄정하게 해야 합니다. 특히 우상숭배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몰래 하는 경우라도 들키면 면밀하게 조사하여 단호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사적인 일로 치부하지 말고 그 영향력이 펴지기 전에 막아야 합니다.

 

2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어느 성중에서든지 너희 가운데에 어떤 남자나 여자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여 그 언약을 어기고 3가서 다른 신들을 섬겨 그것에게 절하며 내가 명령하지 아니한 일월성신에게 절한다 하자 4그것이 네게 알려지므로 네가 듣거든 자세히 조사해 볼지니 만일 그 일과 말이 확실하여 이스라엘 중에 이런 가증한 일을 행함이 있으면 5너는 그 악을 행한 남자나 여자를 네 성문으로 끌어내고 그 남자나 여자를 돌로 쳐죽이되 6죽일 자를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의 증언으로 죽일 것이요 한 사람의 증언으로는 죽이지 말 것이며 7이런 자를 죽이기 위하여는 증인이 먼저 그에게 손을 댄 후에 뭇 백성이 손을 댈지니라 너는 이와 같이 하여 너희 중에서 악을 제할지니라 8네 성중에서 서로 피를 흘렸거나 다투었거나 구타하였거나 서로 간에 고소하여 네가 판결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거든 너는 일어나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택하실 곳으로 올라가서 9레위 사람 제사장과 당시 재판장에게 나아가서 물으라 그리하면 그들이 어떻게 판결할지를 네게 가르치리니 10여호와께서 택하신 곳에서 그들이 네게 보이는 판결의 뜻대로 네가 행하되 그들이 네게 가르치는 대로 삼가 행할 것이니 11곧 그들이 네게 가르치는 율법의 뜻대로, 그들이 네게 말하는 판결대로 행할 것이요 그들이 네게 보이는 판결을 어겨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 것이니라 12사람이 만일 무법하게 행하고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서서 섬기는 제사장이나 재판장에게 듣지 아니하거든 그 사람을 죽여 이스라엘 중에서 악을 제하여 버리라 13그리하면 온 백성이 듣고 두려워하여 다시는 무법하게 행하지 아니하리라(2-13)

 

 

⑴ 우상숭배자들의 조사와 형벌(2-7)

 

우상숭배와 악한 제물을 금하는 명령에 이어 우상숭배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징벌 절차가 설명됩니다. 이것은 앞선 공정한 재판의 주제와 관련된 내용이기도 합니다. 또 앞서 동료와 가족, 그리고 성읍 전체를 거짓 신으로 유혹하고 선동하는 사람들과 그 유혹에 넘어간 성읍에 대한 처벌 규정을(13장) 보완하는 지침이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어떤 사람이 은밀히 우상숭배하다 발각된 사례로 보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땅에서 언제든지 우상, 특히 가나안 족속들에게 인기 있었던 일월성신에 이끌릴 위험이 컸습니다. 후대에 일월성신 숭배는 이스라엘에 깊숙이 침투해 들어왔습니다(열왕기하 17:16; 그 외 열왕기하 21:3,5; 23:4,역대상 23:5; 대하 33:3; 느헤미야 9:6; 아모스 5:26; 스바냐 1:5). 특별히 해와 달과 별은 낡고 부서지고 없어지는 다른 모든 자연물과 달리 항구적인 불변의 존재로 하늘에 자리 잡고 있기에, 인간은 쉽게 그것이 신적인 존재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바다와 높은 산, 큰 강과 거대한 바위를 신으로 섬기거나 신령한 존재로 간주하고 제물을 바쳐 숭배하곤 했습니다. 이런 우상숭배 행위는 그 성격상 지극히 개인적으로 은밀히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악한 언약파기 행위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사법 당국이 나서 소문의 진상을 조사해야 했습니다. 만일 그 일이 사실로 드러나면 즉결 심판해야 합니다. 당국은 그를 체포하여 성문 밖으로 끌어내 모든 남녀가 돌을 던져 사형시켜야 합니다(5). 범죄 사실을 확증하기 위한 증인 규정이 덧붙여 주어집니다. 최소한 증인 둘, 더 낫게는 셋이 확보되면 유죄가 확정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증언은 증거 능력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왜 증인이 둘이나 셋인지 알 수 없으나 필자의 견해로 두 사람의 증인이면 유죄가 확정되나 두 사람의 견해가 모호하게 나뉠 때는 추가적인 증인이 요구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증인들이 먼저 그 우상 숭배자에게 돌을 던져 사형을 집행하고, 이어서 백성들이 투석형에 동참했습니다.

 

⑵ 민감한 소송의 재판 절차(8-13)

 

공정한 재판의 절차를 위한 둘째의 사례는 판결이 매우 어려운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입니다. ‘서로 피를 흘림’, ‘다툼’, ‘구타’로 번역된 히브리어들은 매우 모호합니다. 피의 문제는 ‘살인’일 수 있고, 다툼은 재산 다툼과 같은 법적인 소송, 구타는 폭행 사건일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하등 법원에서 처리하기 어려우면 고등 법원으로 가져갔는데(1, 2심의 개념이 아니다), 그곳은 여호와께서 택하실 곳, 즉 성소 법정이었습니다. 거기서 재판관과 제사장이 함께 이 소송 건을 최종 판결했습니다. 법정은 몇 명으로 구성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제사장이 재판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운데, 사실 제사장은 고등 교육을 받은 인재로서 충분한 추리력과 판단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어떤 특별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제사장이 하나님으로부터 신탁을 받아(예 우림과 둠밈) 최종적인 판결을 내렸던 것으로 보이나, 그 외 제사장의 영적 분별력에 의해 절차를 거친 심사 판정이 내려지기도 했을 것입니다(19:17, 21:5). 이렇게 성소 법정에서 최종적인 판결이 내려지면, 모두가 그 판결을 따라야 합니다(11). 만일 누군가가 그 판결에 불복한다면,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행위일 것입니다. 여호와 앞에 서서 섬기는 그 제사장과 재판장이 하나님께로부터 받아 전달한 혹은 제사장의 신적 지혜로 결정된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뇌물수수, 횡령, 직권남용 등 권력자들의 비리 소식이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기꺼이 고아와 과부의 아버지가 되어 주신 하나님과 달리,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돈과 권력의 추종자로 살아가는지 모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는 날마다 하나님의 말씀 앞에 자신을 공평하게 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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