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12-01)
은혜를 대하는 자세
이사야 12장 1-6절
징벌의 시간을 보낸 백성들이 돌아와서 부를 감사와 찬양을 담고 있습니다. 출애굽 때처럼 포로에서 돌아온 백성들은 하나님의 구원을 찬미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자비는 진노보다 훨씬 더 큽니다. 진노 중에도 자리를 잊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어떻게 응답해야 합니까?
- 이사야는 이스라엘의 불순종에 진노로 응답하셨던 여호와께서 진노를 돌이키시고 위로해주실 것을 미리 감사합니다. 그분 진노의 심판이 그에게는 구원의 출발점이 됩니다. 심판선포가 경험적 현실로 분명해졌듯이, 앝으로 있을 구원 역사도 마찬가지로 확실합니다. 심찬의 시대를 사는 자들은 역사를 경영하시는 여호와께서 준비하신 미래의 구원을 내다보며 살아야 합니다.
그 날에 네가 말하기를(1-3)
심판의 다른 얼굴은 구원입니다. 죄에 대해서 침묵하지 않으시는 살아계신 하나님께서 계시기에 우리가 구원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죄를 못 본 척하시다가 우리들이 곤경에 처할 때만 나타나시는 하나님은 우리가 만든 가상의 하나님일 뿐입니다. 실존하시는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은 아닙니다. 심판하신다는 것은 하나님께 기대가 있고 계획이 있다는 뜻입니다.
1그 날에 네가 말하기를 여호와여 주께서 전에는 내게 노하셨사오나 이제는 주의 진노가 돌아섰고 또 주께서 나를 안위하시오니 내가 주께 감사하겠나이다 할 것이니라 2보라 하나님은 나의 구원이시라 내가 신뢰하고 두려움이 없으리니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며 나의 노래시며 나의 구원이심이라 3그러므로 너희가 기쁨으로 구원의 우물들에서 물을 길으리로다(1-3)
이사야 선지자는 아직 오지도 않은 구원을 노래합니다. 비록 심판하시더라도 자신은 심판의 도구인 앗수르가 아니라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하나님만 의지하겠다고 합니다. 기쁨으로 구원의 우물들에게 물을 길어 하나님께 제사하겠노라고 다짐합니다.
(1) ‘내가 주께 감사하겠나이다’(1)
이사야는 이스라엘의 불순종에 진노하신 하나님께서 진노를 돌이키고 위로해주실 것을 미리 감사합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진노로부터 그분의 구원과 위로를 기대합니다. 그에게 하나님의 심판은 이스라엘의 더러움을 씻기고 정결하게 하는 과정이기에(1:25;5:4) 구원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심판이 경험적 현실로 분명하듯이 앞으로 있을 구원 또한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심판의 시대를 살면서도 하나님의 구원 약속에 의존하여 두려움 없이 미래를 내다봅니다. 그는 청중도 자신의 기쁨에 동참하도록 초대합니다. 감사 기도가 특이하게도 ‘그 날에 네가 말하기를’(문자적으로, ‘그리고 그 날에 너는 말하리라’)로 시작합니다. 흩어진 자들의 귀환을 선포하는 앞 단락(11:11-16)에 연결해 읽도록 이끌어줍니다. 현재 문맥에서 보자면, 12장은 흩어진 하나님 백성이 귀환하여 다윗 왕국을 재건하면서 부르게 될 감사 기도가 됩니다. 화자와 청자 ‘너’가 누구인지 불분명하지만, 하나님과 이사야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왕이 사신을 파견하면서 전할 메시지를 알려주듯이, 하나님께서 이사야에게 감사 노래를 가르쳐주십니다. 2절까지가 ‘나’가 불러야 할 감사 노래의 내용입니다. 1절의 ‘나’는 여호와를 2인칭으로 부르며 심판의 시대가 끝나고 구원의 시대가 시작됐음을 감사드립니다. 돌아서지 않았던 여호와의 진노가(5:25; 9:12, 17, 21; 10:4) 마침내 돌아섰습니다. 징벌의 하나님께서 위로의 하나님으로 돌아오셨습니다(40:1).
(2) ‘하나님은 나의 구원’(2)
2절의 ‘나’는 청자를 자신의 구원 경험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여호와를 3인칭으로 언급합니다. 감사와 찬양의 주제는 ‘하나님은 나의 구원이시라’입니다. 하나님께서 구원 도움을 주시는 분일 뿐 아니라 구원 도움 그 자체가 되십니다. 보통 ‘구원’으로 번역하는 ‘여슈아’는 ‘도움’, ‘보호’, ‘구조’, ‘원조’를 의미하는 단어로, 내적(영적, 정신적)인 것은 물론 외적(물질적)인 것까지도 포함합니다. 하나님께서 부족함이 없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실존적 공간을 마련해주시기에 그분은 ‘구원’이십니다. 하나님의 구원 능력을 (미리) 경험한 ‘나’는 그분께 대한 무한한 신뢰를 고백합니다.
‘나는 (그분을) 신뢰하며 두려워하지 않으리라’(사역).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확신이 현재의 곤경과 미래의 불안에서 오는 두려움을 떨쳐버리게 해줍니다.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며 나의 노래시며 나의 구원이심이라’는 출애굽기 15:2a의 인용입니다. ‘나’는 조상들의 증언을 자신의 고백으로 현재화합니다. ‘나’는 첫 번째 출애굽 사건을 통해 앞으로 있을 새로운 출애굽을 확신합니다. 출애굽의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의존이 새로운 출애굽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나’는 ‘너희에게 자신이 선험적으로 맛본 구원의 기쁨에 동참할 것을 권면합니다.
(3) ‘구원의 우물들’(3)
‘너희가 기쁨으로 구원의 우물들에서 물을 길으리로다’(3). 이사야의 선포에서 지금까지 파괴적 부정적 역할을 맡았던 물(1:30; 8:6-7)이 구원과 생명의 표상으로 사용됩니다(41:17-18; 43:20; 44:3-4; 49:10). 구원을 장소인 우물(샘)에 위치시킴으로써 누구나 구원의 물을 길어 마실 수 있게 됩니다(55:1). 목마른 자가 갈증을 달래려고 샘에 와서 물을 마시듯이, 구원을 원하는 자는 누구나 구원의 우물로 나오면 됩니다(요한복음 4:14). 구원이 누구에게나 ‘열린 가능성’으로 주어집니다.
그 날에 너희가 또 말하기를(4-6)
찬양은 하나님만이 참 신임을 선언하는 것이요, 그의 약속이 이루어질 것을 확신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찬양은 거룩한 백성이 거룩하신 하나님을 증거하는 가장 유쾌한 변증입니다. 찬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의 영광스런 통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사야는 자기 백성을 향해 하나님을 찬양하는 자신의 찬양에 동참하도록 초대합니다.
4그 날에 너희가 또 말하기를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행하심을 만국 중에 선포하며 그의 이름이 높다 하라 5여호와를 찬송할 것은 극히 아름다운 일을 하셨음이니 이를 온 땅에 알게 할지어다 6시온의 주민아 소리 높여 부르라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이가 너희 중에서 크심이니라 할 것이니라(4-6)
형식상 4-6절은 공동체의 감사시와 유사하지만, 현재 문맥에서는 상이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보통 감사시의 경우 시인은 청자를 자신의 감사 찬양으로 초대합니다. ‘너희’에게 자신이 경험한 구원에 참여할 것을 권하는 3절은 이러한 구조에 일치합니다.
(1) ‘여호와께 감사하라’(4)
‘그날에 너희가 (또) 말하기를’로 시작하는 4-5절에서는 청자 ‘너희’가 감사 찬양을 드리지 않습니다. 청자 ‘너희’가 화자가 되어 명령형을 다섯 번 사용하면서 또 다른 청자 ‘너희’에게 말합니다. ‘나’는 2-3절의 청자 ‘너희’를 자신의 감사 찬양으로 초대하지 않고, 이들을 격려하여 또 다른 청자 ‘너희’에게 여호와를 찬양하며 그분께서 하신 일을 선포하게 합니다. ‘나’는 자신의 청자 ‘너희’에게 선포자의 역할을 맡기고, 이들은 또 다른 청자 ‘너희’에게 구원의 하나님께서 하신(하실) 일을 민족들에게 널리 알리도록 권면합니다. ‘나’에서 시작한 구원 경험이 ‘너희’에 의해서 더 넓은 ‘너희-공동체’로 확대되고, 확장된 ‘너희 공동체’에 의해서 모든 민족에게 알려집니다. 온 땅이 ‘그 날에’ 있을 이스라엘의 종말론적 구원을 목도하게 됩니다(40:5).
(2) ‘온 땅에 알게 할지어다’(5)
2-3절의 청자 ‘너희’가 화자가 되어 다른 청자 ‘너희’에게 여호와의 이름을 높이도록 권면합니다. ‘그 날에 너희는 말하리라. (너희는) 여호와께 감사드려라. 그분의 이름을 불러라. 그분의 하신 일을 민족들에게 알려라. 그분의 이름이 높여졌음을 선포하여라. 여호와를 찬송하여라. 그분께서 위업을 이루셨도다. 이 일이 온 땅에 알려질지어다’(4-5절의 사역),
‘너희’가 경험하는 구원의 기쁨이 더 넓은 ‘너희’ (이스라엘)에게 전해지고, 다시 이들에 의해 여호와께서 하신 일이 민족들에게도 알려집니다. 다섯 개의 명령 가운데 처음 두 개(여호와께 감사드려라. 그분의 이름을 불러라)는 이스라엘을 예배의 자리로 초대합니다. 원래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그분과의 개인적 관계에 들어감을 의미합니다. 이스라엘은 예배를 통하여 구원과 축복을 허락해주신 그분의 이름을 부르며 감사드렸습니다. 다음의 두 명령(‘그분의 하신 일을 민족들에게 알려라. 그분의 이름이 높여졌음을 선포하여라’)은 시선을 민족들에게로 돌립니다. ‘너희-이스라엘은 여호와께서 하신 일과 그분의 높여진 이름을 민족들 가운데 널리 전해 이들이 알게 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은 역사 속에서 경험한 여호와를 민족들에게 선포해야 합니다. 심판과 구원의 계시 사건을 통해 높여진 그분의 이름을 전파해야 합니다. 구원 경험을 민족들에게 전파할 사명이 이스라엘에게 주어집니다. 다섯 번째 명령(‘여호와를 찬송하여라’)은 구원을 경험한 이스라엘에게 여호와를 찬송하도록 권면합니다. ‘극히 아름다운 일을 하셨음이니’(그분께서 위업을 이루셨도다)의 ‘게우트 아사’는 특이한 표현입니다. 이사야는 인간의 교만을 심판하는 여호와의 날 사람들이 ‘여호와의 위엄과 그 광대하심의 영광’을 피하여 바위굴과 땅굴을 찾아 몸을 숨기게 될 것을 선포하였습니다(2:10, 19, 21). 모든 교만한 자를 심판하셨던 ‘그분의 위엄’이 이스라엘을 구원하셨음을 온 땅이 알게 됩니다. [‘광대하심’의 ‘가온’과 ‘극히 아름다운 일’(위업)의 ‘게우트’는 ‘높다’를 의미하는 동사 ‘가아’에서 파생된 명사다.] 여호와의 행위가 온 땅에 알려져야 한다는 주장은 내용상 11:10 또는 2:2-4에 가깝습니다. 하나님 백성의 파렴치한 배반을 목격한 증인이었던 땅(1:2)이 이제는 역사 가운데 계시된 여호와의 위업, 그분의 높여진 이름의 증인이 됩니다.
(3) ‘시온의 주민아 소리 높여 부르라’(6)
이사야는 ‘시온의 주민’에게 소리 높여 환호할 것을 권면합니다.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이가 너희 중에서 크심이니라’(6). 시온의 더러움을 심판하셨던(1:8,27; 5:3; 8:14; 10:24,32)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이가 이제 시온을 깨끗이 정화하고 그곳에 함께 하실 것입니다. 단절됐던 여호와와의 관계가 완전히 회복되고, 시온은 다시 여호와의 거룩함이 현존하는 곳이 됩니다. 전에 그분의 능력과 약속을 의심했던 시온의 주민이 그분의 위대하심을 소리 높여 찬양할 것입니다. 시온에 계시는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이’는 넓은 문맥에서 이사야가 경험한 거룩한 하나님에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6장). 입술이 더러운 백성(6:5)을 심판하셨던 거룩하신 분께서, 이사야의 더러움을 씻어 살려주셨던 것처럼, 이들의 죄악을 깨끗하게 제거해주실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거룩하신 하나님과 더불어 거룩한 백성으로 살게 됩니다(4:3).
그날, 백성들은 주께서 하신 일을 만민에게 알리자며 찬양을 독려할 것입니다. 이 예언된 구원이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습니다. 흑암의 권세에서 구원 받았던 그날의 감사와 감격을 기억하고 있습니까? 기쁨과 감사로 영혼이 가득 찰 수 있도록 이 구원을 되짚어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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