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39-01)
말씀을 멸시한 유다의 멸망
예레미야 39장 1-18절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는데, 말씀 앞에서 더욱 그렀습니다. 설마 그런 불길한 말씀이 이루어질까? 그런 재앙이 임할까? 말씀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모두 ‘설마’거리지만, 말씀을 멸시한 대가는 두렵고도 혹독합니다. 지혜로운 자는 설마라는 말로 결코 말씀을 멸시하지 않습니다.
- 아무 성과 없이 끝난 시드기야 왕과의 마지막 만남 직후, 시드기야 왕 제 11년 4월 9일에 예루살렘 성이 바벨론 군대에 의해 함락됩니다. 요시야 왕 13년부터 선포한 예레미야의 예언이 유다와 예루살렘의 멸망으로 성취됩니다.
예루살렘의 함락(1-10)
오리라고 경고했던 날이 왔습니다. 하나님의 예언은 말씀대로 이루어졌습니다. 이제 이스라엘에게 최후의 날이 임했습니다. 아모스 시대부터 선지자들이 줄곧 경고한 바로 그 ‘여호와의 날’이 임하였습니다. 이제 거짓 선지자들의 거짓 예언은 틀렸고, 예레미야 선지자가 옳았음을 증명하게 되었습니다.
1유다의 시드기야 왕의 제구년 열째 달에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왕과 그의 모든 군대가 와서 예루살렘을 에워싸고 치더니 2시드기야의 제십일년 넷째 달 아홉째 날에 성이 함락되니라 예루살렘이 함락되매 3바벨론의 왕의 모든 고관이 나타나 중문에 앉으니 곧 네르갈사레셀과 삼갈네부와 내시장 살스김이니 네르갈사레셀은 궁중 장관이며 바벨론의 왕의 나머지 고관들도 있더라 4유다의 시드기야 왕과 모든 군사가 그들을 보고 도망하되 밤에 왕의 동산 길을 따라 두 담 샛문을 통하여 성읍을 벗어나서 아라바로 갔더니 5갈대아인의 군대가 그들을 따라 여리고 평원에서 시드기야에게 미쳐 그를 잡아서 데리고 하맛 땅 리블라에 있는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왕에게로 올라가매 왕이 그를 심문하였더라 6바벨론의 왕이 리블라에서 시드기야의 눈 앞에서 그의 아들들을 죽였고 왕이 또 유다의 모든 귀족을 죽였으며 7왕이 또 시드기야의 눈을 빼게 하고 바벨론으로 옮기려고 사슬로 결박하였더라 8갈대아인들이 왕궁과 백성의 집을 불사르며 예루살렘 성벽을 헐었고 9사령관 느부사라단이 성중에 남아 있는 백성과 자기에게 항복한 자와 그 외의 남은 백성을 잡아 바벨론으로 옮겼으며 10사령관 느부사라단이 아무 소유가 없는 빈민을 유다 땅에 남겨 두고 그 날에 포도원과 밭을 그들에게 주었더라(1-10)
시드기야 왕 제 9년 10달에 느부갓네살에 의해 포위된 예루살렘은 마침내 제십일년 넷째 달 아홉째 날에 성벽이 뚫리고 점령당합니다(1-2). 18개월의 포위로 양식이 떨어진(참조. 38:9) 예루살렘은 기근으로 전투력을 상실하고, 성벽을 파괴하는 바벨론 군대를 막지 못합니다(52:6). 52:12-13에 의하면 다섯째 달 열째 날에 친위대장 느부사라단이 예루살렘에 들어와 성전과 왕궁과 모든 집을 불사릅니다. 유다 왕 시드기야는 야음을 틈타 ‘왕의 동산 길’을 따라 성벽 사이의 통로를 지나 도성 밖으로 탈출하여 아라바 쪽으로 피신합니다(4). 바벨론의 공격이 집중된 북쪽을 피해 남쪽으로 성을 빠져나갑니다. ‘아라바’는 원래 갈릴리 호수 남단에서 아카바 만 북쪽 끝에 위치한 엘랏까지 이어지는 요단 분지의 스텝 지역을 지칭하는 이름인데, 여기서는 여리고 평지를 가리킵니다. 그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시드기야는 갈대아 군대의 추적 끝에 여리고 평지에서 사로잡혀 하맛 땅 립나(리블라)에 있는 느부갓네살의 사령부로 끌려갑니다(5). 느부갓네살은 시드기야가 보는 앞에서 그의 아들들을 죽인 후에(6) 그의 두 눈을 뽑고 사슬로 묶어 바벨론으로 끌고 갑니다(7).
성을 점령한 갈대아인들은 왕궁과 백성의 집에 불을 지르고 성벽을 허물어버립니다(8). 성에 다시 사람들이 거주할 수 없게 완전히 파괴해버립니다. 특히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해주는 성벽의 파괴가 치명적입니다. 느헤미야에 의해 성벽이 재건되기까지 예루살렘 주민은 적의 위협에 노출된 채 살아야 했습니다.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의 친위대장 느부사라단은 성에 남아있던 백성과 항복한 자들과 그 밖의 남은 백성을 바벨론으로 사로잡아 가지만(9), 모든 사람이 사로잡혀 가지는 않습니다. 예루살렘과 유다의 지배 계층에 속한 자들과 사회적·경제적으로 독립된 시민들과 수공업자들이 주로 유배를 당하고, 정치적·경제적·사회적으로 낮은 지위에 있던 자들은 대부분 폐허가 된 가나안에 그대로 남겨집니다.
느부사라단의 마지막 조치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느부사라단은 ‘포도원과 밭을 유다 땅에 남겨진 아무 소유가 없는 빈민들’에게 나눠줍니다(10). 이러한 토지의 재분배는 유다의 기존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혁명적 정책입니다. 농경 사회에 속하는 유다에서 법적으로 완전한 시민은 자기 땅에서 독자적으로 농사를 짓는 자들입니다. 주류에 속했던 자들이 사로잡혀 가서 생긴 빈 공간을 주변부에 속했던 빈민들이 차지합니다.
예레미야의 석방(11-14)
바벨론에 의한 예루살렘 멸망은 하나님의 경고를 업신여긴 이들에겐 죽음과 포로의 날이 되지만, 갖은 조롱과 죽음의 위기 속에서도 가감 없이 주의 말씀을 전파한 예레미야에게는 자유의 날이 되게 하셨습니다. 느부갓네살 왕은 예레미야를 선대하고 그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11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왕이 예레미야에 대하여 사령관 느부사라단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12그를 데려다가 선대하고 해하지 말며 그가 네게 말하는 대로 행하라 13이에 사령관 느부사라단과 내시장 느부사스반과 궁중 장관 네르갈사레셀과 바벨론 왕의 모든 장관이 14사람을 보내어 예레미야를 감옥 뜰에서 데리고 사반의 손자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에게 넘겨서 그를 집으로 데려가게 하매 그가 백성 가운데에 사니라(11-14)
시드기야의 비극을 중심으로 예루살렘의 멸망을 보고한 다음에 예레미야의 구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왕과 예언자의 운명이 완전히 엇갈립니다. 여호와의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그 말씀에 순종하지 못한 시드기야는 도주에 실패하고 바벨론 군대에 사로잡혀 모진 고초를 당하고, 끝까지 여호와의 말씀을 선포하다가 유다 고관들에 의해 죽음의 문턱까지 떨어졌던 예레미야는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에 의해 석방되고 후대를 받습니다. 물론 예레미야의 석방은 (아직 남겨진 사명이 있어서 허락된) 일시적 구원입니다. 그 역시 유다 민족과 다윗 왕조의 멸망이라는 파국적 재앙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40-44장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예레미야의 고난이 그가 선포한 심판 예언의 성취로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유다와 예루살렘에 여호와의 심판을 선포한 예레미야는 끝까지 유다 백성과 함께 멸망의 무거운 짐을 집니다.
예레미야의 활동을 알고 있었던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은 친위대장(‘사령관’) 느부사라단에게 예레미야를 석방해 환대하고 그의 요구를 다 들어줄 것을 명령합니다(11-12). 예루살렘을 점령한 느부사라단은 느부갓네살 왕의 지시에 따라 사람들을 보내 시위대 뜰에서 예레미야를 데려다 사반의 손자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에게 맡겨 집으로 돌려보냅니다(13-14a). 시위대 뜰에 머물던 예레미야가 석방돼서는 백성 가운데 머뭅니다(14b). 예레미야가 물러나 있지 않고 두려움과 절망감에 사로잡힌 사람들과 함께합니다. 그다랴가 예레미야를 데리고 간 ‘그 집’이 누구의 집인지는 불분명합니다. 예레미야의 집도 가능하지만, 그다랴에게 맡겨 데려가게 했음은 그다라와 관련된 집임을 시사해줍니다. 40:5에 따르면 그다라는 바벨론 왕이 유다의 총독으로 세운 인물입니다. 그다랴는 예레미야를 새 행정부가 들어선 집으로 데려간 것 같습니다. 그다랴의 아버지 아히감은 예루살렘의 고위 관료로, 여호야김의 위협으로부터 예레미야의 생명을 보호해주었습니다(26:24).
온 나라가 무너진 것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왕궁과 백성의 집이며, 예루살렘 성벽 전체가 허물어진 것입니다. 그렇게 찬란했던 나라와 성읍이 일시에 무너집니다. 말씀을 멸시한 대가가 얼마나 심한 대가인지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이 우리 시대에도 동일하지 않도록 기도할 뿐입니다.
에벳멜렉의 구원(15-18)
성도의 용기는 개인적 이익을 넘어 하나님의 정의와 뜻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위험을 감수하며 하나님의 뜻을 우선시하면 구원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은 성도의 신실한 믿음과 용기를 보시고 안전과 보호를 약속하셨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뜻을 지키는 자들에게 신실하게 응답하신다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우리가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고 용기를 가질 때, 하나님은 우리를 지키시고 구원하실 것입니다.
15예레미야가 감옥 뜰에 갇혔을 때에 여호와의 말씀이 그에게 임하니라 이르시되 16너는 가서 구스인 에벳멜렉에게 말하기를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의 말씀에 내가 이 성에 재난을 내리고 복을 내리지 아니하리라 한 나의 말이 그 날에 네 눈 앞에 이루리라 17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내가 그 날에 너를 구원하리니 네가 그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손에 넘겨지지 아니하리라 18내가 반드시 너를 구원할 것인즉 네가 칼에 죽지 아니하고 네가 노략물 같이 네 목숨을 얻을 것이니 이는 네가 나를 믿었음이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하시더라(15-18)
시위대 뜰에 구금된 예레미야가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의 명령으로 석방된 이야기 다음에 갑자기 구스인 에벳멜렉의 구원을 약속해주는 말씀이 나옵니다. 예루살렘이 함락당하기 이전의 시점으로 돌아갑니다.
15절에 따르면 예레미야가 아직 시위대 뜰에 갇혀있을 때, 여호와의 말씀이 그에게 임합니다. 38:7-13에 따르면 ‘왕의 아들 말기야의 구덩이’에 던져져 생사의 갈림길에 있던 예레미야가 ‘왕궁 내시 구스인 에벳멜렉’의 적극적 개입으로 구출돼 시위대 뜰로 옮겨집니다. 내용상으로나 시간상으로나 여기보다는 38:7-13 다음에 위치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에벳멜렉에게 주는 구원 약속이 의도적으로 예레미야의 석방 기사 다음에 놓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레미야서에는 에벳멜렉의 구원 약속만 나오고 약속에 따라 그가 구원을 받았다는 이야기나 언급은 없습니다. 구원 약속의 성취를 (간접적으뢰 보여주기 위해 예레미야의 석방 기사 다음에 놓입니다. 예레미야에게 나타난 약속의 성취가 에벳멜렉에게 약속으로 주어진 구원의 성취를 보장해줍니다.
예레미야가 구스인 에벳멜렉의 도움으로 사지에서 벗어나 시위대 뜰에 머물고 있을 때(38:13) 여호와의 말씀이 내립니다. 말씀은 에벳멜렉에게 주는 구원의 약속입니다. 예레미야를 반역자로 처형하려는 고관들의 강압적 요청을 왕이 승인했기에 예레미야를 위해서 나선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그 사람이 이방인이라면 죽음을 자초하는 행동입니다. 고관들의 불의에 맞서 여호와의 예언자를 살린 에벳멜렉의 헌신이 여호와에 의해 인정을 받습니다.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예레미야에게 에벳멜렉에게 가서 당신께서 주시는 구원 약속을 전하게 하십니다. 약속에 앞서 예루살렘의 멸망의 날이 왔음을 알려줍니다. 에벳멜렉은 왕궁 내시였기에 바벨론 군대의 칼을 피하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예레미야에게 ‘내가 너와 함께하여 너를 구원하리라’(1:8)는 약속을 주신 여호와께서 에벳멜렉에게도 약속을 주십니다. ‘내가 그 날에 너를 구원하리니 네가 그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손에 넘겨지지 아니하리라’(17). 시드기야 왕은 ‘바벨론의 왕의 손’에 넘겨지는데(37:17), 그의 시종인 에벳멜렉은 대적의 손에 넘겨지지 않습니다. ‘네가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유다의 고관들도 가능하지만, 성의 함락이라는 가까운 문맥을 고려하면 바벨론 군대를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18a절은 내용상 17절의 반복으로, 구원 약속의 확실성을 강조합니다. 18b절은 여호와께서 에벳멜렉을 구원하시는 이유에 해당합니다. ‘이는 네가 나를 믿었음이라’, ‘여호와를 의지하며 여호와를 의뢰하는’ 사람이 복을 받듯이(17:7) 이방인 에벳멜렉이 복을 받습니다.
우리는 에벳멜렉의 신실한 믿음과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 구원의 약속을 깊이 묵상하였습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따르고 신뢰하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신실함을 잃지 않을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시고 구원해 주실 것입니다. 하나님께 우리의 신뢰와 용기를 드리며, 그분의 구원의 약속을 확신하고 믿음의 길을 걸어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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