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29-01)
하나님의 언약적 신실하심
신명기 29장 1-13절
하나님께서는 때를 놓치신 것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지 못해 조급함으로 다 완성해가던 일까지 망치는 예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일찍 오시지도 늦게 오시지도 않고 하나님의 때에 오십니다. 하나님께서는 400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고난을 겪는 것을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그러자 때가 되자 모세를 통해 출애굽 시켜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침묵하신 것 같지만 결코 침묵하시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무것도 모르신 것 같지만 결코 모르시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시간을 따라 역사하십니다. 그러한 하나님의 계획대로 인도하셨습니다.
28장과 더불어 모든 언약 말씀의 선포와 이후 백성들의 반응에 따른 축복과 저주의 선포가 마무리 되고, 29장은 새로운 단락을 시작합니다. 이것은 모압 언약의 채결입니다. 먼저 1-4장과 마찬가지로 이 언약은 역사적 회고로 시작됩니다. 출애굽 사건과 더불어 40년의 광야생활을 간략히 회상하고 이어서 모압 광야에 도착한 뒤 아모리 족속을 몰아내고 요단 동편을 점령한 일을 회심합니다.
모압 언약의 선언(1)
1호렙에서 이스라엘 자손과 세우신 언약 외에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여 모압 땅에서 그들과 세우신 언약의 말씀은 이러하니라(1)
앞서 신명기 4:44-28:68은 모세의 율법 강론이었습니다. 29-30장은 모세의 세 번째 강론이며, 여기서 모압 언약의 수립을 선포합니다. 히브리 성경은 유대 학자들의 전통을 따라 1절을 율법 강론을 끝내는 마무리 전술로 분류합니다.
하나님과 이스라엘은 ‘호렙(시내)산 언약’ 이외에 다른 ‘모압 언약’이 세워졌습니다. 모압 언약은 호렙 언약을 폐기하는 새로운 언약이 아닙니다. 그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강화하는 갱신 언약입니다. 따라서 업에서 선포된 율법이 그대로 승계되고 필요한 경우에 새로운 율법과 해설들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래서 몇몇 율법들은 가나안 땅의 상황에 맞도록 개정되었습니다.
29-30장은 앞서 우리가 살펴본 전형적인 고대 중동의 종주권 조약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 형식은 역사적 회상(29:2-9), 언약 파트너의 지정과 충성의 맹세(29:10-15), 배신에 대한 경고(29:16-20), 복과 저주의 선언(30:1-20)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절을 제외하면, 29-30장은 별다른 서론이 없는 형식적으로 매우 어색한 언약 수립 선언이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1절은 율법 강론의 마무리이면서 모압 언약 선언의 서론으로 이중적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모압 언약은 시내산 언약을 폐기하는 새로운 언약이 아니라, 그것을 재확인하고 강화하는 시내산 언약의 갱신입니다. 따라서 앞서 출애굽기-레위기-민수기에서 반포된 대부분의 율법이 승계되며, 필요한 경우 어떤 율법들의 해설이 덧붙여지고, 일부는 새로 추가되며, 몇몇 율법들은 가나안 땅 상황에 맞추어 개정될 뿐입니다.
출애굽의 회상(2-4)
하나님과 언약을 채결하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에 근거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셨고 구원이라는 큰 선물을 주셨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라고 요구하실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먼저 구원을 베푸셨고, 우리들은 아무 공로 없이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수혜자입니다. 그래서 구원을 자랑할 수 없고, 감사함으로 말씀을 따라 살아간 것입니다.
2모세가 온 이스라엘을 소집하고 그들에게 이르되 여호와께서 애굽 땅에서 너희의 목전에 바로와 그의 모든 신하와 그의 온 땅에 행하신 모든 일을 너희가 보았나니 3곧 그 큰 시험과 이적과 큰 기사를 네 눈으로 보았느니라 4그러나 깨닫는 마음과 보는 눈과 듣는 귀는 오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주지 아니하셨느니라(2-4)
앞 장에서 하나님께서는 여호와의 말씀 순종여부에 따른 복과 저주를 아주 구체적이고도 장엄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하나님께서는 시내산에서 언약을 들었던 불신 세대는 광야에서 죽었습니다. 그들의 손자와 손녀들은 이제 막 요단강을 건너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서 언약 갱신을 하십니다. 그 가르침은 과거의 복, 현재의 자원, 미래의 위험, 그리고 시간을 초월하는 사실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신명기 29-30장은 종주권 조약의 형식과 거의 흡사한데, 그에 걸맞게 간략한 역사적 회고로 시작됩니다. 모세는 1-4장에서 자세히 연설했던 지난 40년의 세월에 대한 역사적 회고를 간략히 요약해서 진술합니다.
이것은 출애굽기 19-24장의 시내산 언약 체결의 절차와 비슷합니다. 거기서도 하나님께서는 먼저 이스라엘 백성이 어떻게 시내산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그들에게 회상시킵니다(출애굽기 19:4). 출애굽기 19-24장은 여러 모로 신명기 전체의 구조 및 현재의 29-30장의 구조와 일치합니다. 하나님께서는 19장에서 짧은 역사적 회상과 더불어 그들의 거룩한 백성이자 재사장 나라로서의 정체성을 선언한 뒤(출애굽기 19:5-6), 백성 전체가 언약에 참여하도록 준비시킵니다. 이어서 20장에서 십계명(20:1-17)과 다양한 율법들(출애굽기 20:22-23:33로 ‘언약서’라 불린다)이 언약의 조건 사항들로 선포됩니다. 그런 다음 24장에서 성대한 시내산 언약식이 진행됩니다. 신명ㅅ기 1-4장의 역사적 회상에 이어 그들이 택함 받은 특별한 백성임을 선포하고(신명기 4:44-28:68) 모압 언약을 채결합니다(신명기 29-30장). 모압 언약을 체결하는 신명기 29-30장 자체도 앞서 말한 대로 거의 동일하게 이와 같은 조약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지난 세월 하나님의 전능하신 능력을 충분히 목도했습니다. ‘너희가 목도했다.’는 것은 그 일에 대한 증인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바로 앞에서 강한 팔과 능력으로 행하신 ‘큰 시험과 이적과 큰 기사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특히 앞서 이 하나님의 ‘시험’은 하나님께서 온 애굽과 바로 앞에서 어떤 분인지를 알려주는 증명작업이었습니다. 이것은 바로와 애굽의 신들이 거짓됨을 밝히 드러낸 시험, 곧 열 가지 재앙과 홍해의 기적을 통한 그들의 패배를 가리킵니다. 하나님께서는 가장 강한 전사이심이 증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 사실을 거듭해서 망각했습니다. 기적 체험은 분명히 중요하나 신앙을 자동적으로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적과 기사를 목격한 그들에게 ‘깨닫는 마음과 보는 눈 그리고 듣는 귀’를 주지 않으셨다고 말합니다. 마음, 눈, 귀는 인간이 단순히 물리적 수준을 넘은 그 이상의 영적인 인지 능력을 비니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여기서 그들의 불순종이 하나님께서 깨달음을 주지 않아서 생긴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살아계심에 대해 기적을 동반한 충분한 증거를 보여주시더라도 깨달음을 얻고 믿음을 간직할 책임은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의 몫입니다. 여기서 그들의 불순종이 하나님께서 깨달음을 주지 않아서 생긴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됩니다. 물론 하나님의 성령의 조명하심으로 우리는 영적 비밀을 깨닫고 구원의 비밀과 하나님에 대해 알게 됩니다. 동시에 보는 눈과 듣는 귀는 인간의 통제 하에 놓여 있습니다. 인간은 엄청난 이적과 기사가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마음을 열고, 눈을 크게 뜨고, 신중히 귀 기울인다면, 하나님께서 살아계신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광야 생활의 회상(5-6)
하나님의 은혜를 받고 체험하면 모두 신실한 믿음의 사람이 될 것으로 착각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면서도 하나님께 불순종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출애굽과 광야 40년의 역사를 보았지만, 불순종한 자들이 일어났습니다. 우리들이 하나님께 더 간구할 것은 성령의 새로움 안에 충만하게 깃드는 것입니다.
5주께서 사십 년 동안 너희를 광야에서 인도하게 하셨거니와 너희 몸의 옷이 낡아지지 아니 하였고 너희 발의 신이 해어지지 아니하였으며 6너희에게 떡도 먹지 못하며 포도주나 독주를 마시지 못하게 하셨음은 주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신 줄을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5-6)
역사적 회상은 출애굽 후 그들의 어떤 생활을 했는지에 대한 회상으로 이어집니다. 40년간 그들은 광야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부족함 없이 지낸 수 있었습니다.
앞서 8장 4절에서도 설명대로, ‘옷이 낡지 않고 신발이 해어지지 않았다’는 표현을 옷 한 벌과 신발 한 켤레의 기적적인 내구성으로 40년간 버텼다는 뜻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것은 지속적인 의복과 신발의 공급을 뜻합니다. 기적적인 만나와 메추라기의 공급 외에 중단 없는 생필품의 공급은 옷과 신발에만 국한되지 않고, 당연히 그들의 천막을 비롯한 의식주 전반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밀가루를 주지 않으셔서 그들은 ‘떡’을 먹지는 못했으며, 포도주와 독주(곡주로 보아야 함)를 마실 수도 없었습니다. 이것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광야 방랑 생활의 특징상 당연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무려 40년간 이것들을 먹지 못한 이유는 이것이 오직 하나님만 의지해야함을 깨닫게 하려는 고된 훈련이요 교육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요단 동편의 점유에 대한 회상(7-9)
7너희가 이 곳에 올 때에 헤스본 왕 시혼과 바산 왕 옥이 우리와 싸우러 나왔으므로 우리가 그들을 치고 8그 땅을 차지하여 르우벤과 갓과 므낫세 반 지파에게 기업으로 주었나니 9그런즉 너희는 이 언약의 말씀을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하는 모든 일이 형통하리라(7-9)
40년간의 방랑 생활을 끝내고 드디어 모압 평지에 도착했습니다. 거기서 하나님의 은혜로 아모리 왕, 헤스본 왕 시혼과 바산 왕 옥을 연달아 격파했으며, 광활한 요단 동편 땅을 점유하게 되었습니다. 그 땅은 르우벤과 갓, 므낫세 반 지파에게 할당되었습니다. 이 축복은 오로지 순종의 대가였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언약의 말씀을 지키면,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도 순종이 있을 때 형통할 것입니다. 이것을 미리 보여주셨던 것입니다.
언약의 참여자들(10-13)
하나님께서는 언약적 신실하심을 많은 세대를 거치면서 충만하게 나타내셨습니다. 언약 공동체는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포용적인 공동체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연약한 자들까지도 하나님의 공동체에 포함되었습니다. 교회는 계급, 성, 민족을 떠나서 모두 다 화합할 수 있습니다.
10오늘 너희 곧 너희의 수령과 너희의 지파와 너희의 장로들과 너희의 지도자가 이스라엘 모든 남자와 11너희의 유아들과 너희의 아내와 및 네 진중에 있는 객과 너를 위하여 나무를 패는 자로부터 물 긷는 자까지 다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 앞에 서 있는 것은 12네 하나님 여호와의 언약에 참여하며 또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오늘 네게 하시는 맹세에 참여하여 13여호와께서 네게 말씀하신 대로 또 네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맹세하신 대로 오늘 너를 세워 자기 백성을 삼으시고 그는 친히 네 하나님이 되시려 함이니라(10-13)
모세는 이 언약에 참여할 자격을 갖추 사람들을 계급 순으로 나열합니다. 곧 리더 그룹인 ‘지파의 수령들과 장로들 및 지도자들’이며, 나아가 모든 이스라엘 남자들, 유아들, 그들의 아내들을 포함합니다.
이 언약의 우산 아래 이방인들인 ‘객’들과 ‘종들’도 포함됩니다. ‘나무 패는 자들과 물 긷는 자들’은 이스라엘을 섬기는 모든 사람에 대한 총칭어법(merism)인데, 이들은 이스라엘 동포가 아니라 ‘객’들과 함께 묶이는 이방인 노예들입니다. 이들도 모압 언약의 체결에 참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들도 언약에 참여한다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누리는 복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언약 준수의 맹세를 통해 하나님의 백성이 될 것이며, 혈통적인 이스라엘만 하나님의 백성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은혜 아래 들어와서 순종하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여호와는 그들의 하나님도 되실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그것을 누리는 사람들에게는 과제를 포함합니다. 우리를 먼저 사랑하신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사랑을 기다리십니다. 우리에게 아들까지 내어 주신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기를 바라십니다. 은혜는 위대한 각성을 일으켜 하나님의 뜻을 위한 헌신과 투신을 촉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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