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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29-01)


지혜로운 통치하는 왕의 지혜

잠언 29장 1-14절


한 신문에 실린 ‘두 대통령 이야기’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닮은 듯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여성 대통령의 과거와 현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흥미로운 제목과 달리 내용은 씁쓸했습니다. 소통과 약자에 대한 지도자의 자질을 다루고 있는 오늘 본문을 묵상하면서 스크랩 해놓았던, 그 기사를 다시 꺼내놓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난세의 영웅, 아니 ‘지혜와 자비’를 겸비한 지도자가 더욱 그리운 아침입니다.

 

본문은 28장에 이어서 공동체의 지도자들이 어떻게 지혜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지 조언을 제공합니다. 의인과 악인을 대조하여 설명하고(1-2), 지혜로운 재물 사용에 대해 가르치며(3-4), 스스로 올무에 빠지지 말 것을 조언한 후(5-6), 공동체를 이끌 때 기억해야 할 여러 실례들을 알려주고(6-12), 마지막에는 가난한 자를 돌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13-14).

 

의인의 통치와 악인의 통치(1-2)

지혜로운 통치자는 정당한 책망을 귀담아듣지만, 책망을 외면하는 목이 곧은 통치자는 패망을 당하고 그것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혜로운 통치자는 아첨하는 말과 진실한 말을 잘 구별할 줄 압니다. 악한 통치자는 백성에게 탄식만 안겨주겠지만 의로운 통치자의 등장에는 백성들이 즐거워할 것입니다.

1자주 책망을 받으면서도 목이 곧은 사람은 갑자기 패망을 당하고 피하지 못하리라 2의인이 많아지면 백성이 즐거워하고 악인이 권세를 잡으면 백성이 탄식하느니라(1-2)

1절은 가르침을 받을 때 잘못을 돌이킬 줄 아는 것이 지혜임을 알려줍니다. 지혜가 없는 사람은 충고와 교훈을 받을 때 목이 곧아서 즉 굳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패망이 찾아올 때 그를 도와서 다시금 일어나게 해줄 사람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교훈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으로 모두에게 이해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가르침과 조언에 감사하는 사람으로 공동체에 알려진 사람 주변에는 많은 이들이 모여들게 되어 더 큰 유익을 받게 됩니다. 공동체의 지도자가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중요하게 여겨야 함을 알려주는 내용입니다.

2절은 의인이 많아지면 백성이 즐거워하나 악인이 권세를 잡으면 백성이 탄식한다고 말합니다. 1절과 연결해보면, 의인이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충고를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입니다. 조언을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자가 있을 때 공동체는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지만, 지도자가 자신의 견해만을 고집하는 사람일 때는 공동체 전체가 고통을 당하게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지혜로운 재물 사용(3-4)

의로운 지도자가 공동체를 튼튼하게 세웁니다. 반면 악하고 교만한 지도자는 공동체를 소란하게 만듭니다. 성적으로 문란하고 불의한 이들은 가정과 교회와 나라를 무너뜨립니다. 또한 경청은 지도자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입니다. ‘지도자의 소통 부재’가 공동체의 위기를 초래합니다.

3지혜를 사모하는 자는 아비를 즐겁게 하여도 창기와 사귀는 자는 재물을 잃느니라 4왕은 정의로 나라를 견고하게 하나 뇌물을 억지로 내게 하는 자는 나라를 멸망시키느니라(3-4)

3-4절은 재물에 관한 주제를 다룹니다. 특별히 3절 하반절은 ‘창기와 사귀는 자’를 언급합니다. 창기와 만나는 자는 당연히 재물을 쉽게 허비하게 됩니다. 창기와 만난다는 것은 지혜를 잃은 것이며,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에서 멀어진 것입니다. 지혜가 없으면 재물을 정당하지 못한 대상에 사용하게 되며, 그럴 때 재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3절은 지혜로운 삶의 관점을 유지하여 삶의 방향성과 재물을 관리해야 한다는 조언을 주고 있습니다. 4절은 왕이 재물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줍니다. 왕이 만약 뇌물을 받게 되면 나라를 멸망의 길에 빠뜨리게 됩니다. 뇌물을 즐겨 받든지, 억지로 받는지 모두 다 뇌물이며, 멸망의 길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왕은 재물로 나라를 통치하려 하지 말고, 오직 공의로 나라를 다스리려고 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원리인 정의와 공의의 원리를 기준으로 삼을 때, 재물을 오히려 더 풍성하게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올무에 빠지지 말라(5-6)

쓴 책망은 영혼을 살리고, 단 거짓말이 영혼을 죽입니다. 선지자들의 숱한 경고에도 묵이 곧아 회개하지 않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순식잔에 패망하고 말았습니다. 옳은 말에 귀를 막고 거짓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스스로 올무에 갇히는 것입니다. 아무리 괴로워도 반드시 들어야 할 말씀이 있고 아무리 기분 좋아도 흘려보내야 할 소리가 있습니다.

5이웃에게 아첨하는 것은 그의 발 앞에 그물을 치는 것이니라 6악인이 범죄하는 것은 스스로 올무가 되게 하는 것이나 의인은 노래하고 기뻐하느니라(5-6)

5-6절은 올무라는 공통 주제가 있는 잠언들입니다. 5절은 이웃에게 아첨하는 말을 하는 것은 그 사람 앞에 그물을 펼쳐놓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아첨하는 말은 부드럽고 매끄럽게 말함으로 사람의 마음을 유혹하는 말을 가리킵니다. 마음이 미혹되면 자신 앞에 펼쳐진 그물을 알아채지 못하고 거기에 빠지게 되고 맙니다. 따라서 내 귀에 솔깃한 말, 나를 칭찬하는 말, 나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말을 들을 때 조심해야 합니다. 귀에 솔깃한 말이 나를 넘어뜨리는 유혹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기억하고 항상 경계해야 하는 것입니다.

6절은 이어서 악인의 범죄가 스스로에게 올무가 된다는 점을 말합니다. 악인은 악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으로부터 이득을 취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그런 악한 계획은 자신에게 올무가 되어 자신을 넘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에 반해 의인은 노래하고 기뻐합니다. 의인은 자신의 앞에 그물이 펼쳐질 때 그것을 분별해 낼 수 있으며, 또한 항상 계획을 선하게 세우기 때문에 자기 올무에 걸려 넘어지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지혜로 길을 걸어가게 될 때 그 길은 만족과 기쁨이 가득한 길이 되는 것입니다.

 

지혜로운 공동체 운영을 위한 교훈(7-12)

지혜로운 통치자는 창기와 사귀지 않으며, 뇌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정의로 견고하게 하여 나라를 세우며 가난한 자의 형편을 헤아려줍니다. 가난하여 억울함을 당하는 자들을 신원해 줍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그 나라를 견고하게 해주실 것입니다.

7의인은 가난한 자의 사정을 알아 주나 악인은 알아 줄 지식이 없느니라 8거만한 자는 성읍을 요란하게 하여도 슬기로운 자는 노를 그치게 하느니라 9지혜로운 자와 미련한 자가 다투면 지혜로운 자가 노하든지 웃든지 그 다툼은 그침이 없느니라 10피 흘리기를 좋아하는 자는 온전한 자를 미워하고 정직한 자의 생명을 찾느니라 11어리석은 자는 자기의 노를 다 드러내어도 지혜로운 자는 그것을 억제하느니라 12관원이 거짓말을 들으면 그의 하인들은 다 악하게 되느니라(7-12)

7-12절에서는 지혜로운 지도자가 되기 위한 다양한 가르침을 베풀고 있습니다. 특별히 선한 종류의 사람과 악한 종류의 사람을 대조하는 기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7절은 의인과 악인을 대조합니다. 의인이 가난한 자의 사정을 알아준다고 말합니다. 가난한 자의 마음을 살피고 그들의 생활을 돕는 지도자가 곧 의인인 것입니다. 악인은 그렇게 해야 할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다가 패망의 길로 가고 맙니다.

8절은 거만한 자와 슬기로운 자를 대조합니다. 거만한 자는 성읍을 다툼 가운데로 몰아넣지만, 슬기로운 자는 발생한 분노조차 없어지게 만듭니다. 잠언에서 거만한 자는 지혜를 거절한 자를 뜻하며, 슬기로운 자는 지혜를 선택한 자를 말합니다. 지혜로운 지도자는 공동체에 있어서 평안함과 안정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그 평안을 유지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합니다.

9절은 지혜로운 자와 미련한 자를 대조합니다. 이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재판정에 함께 서게 되면, 둘 중 누군가가 웃는지 노하든지, 결국 화평함에 이르지 못하게 됩니다. 물론 이것은 지혜자 때문이 아니라 미련한 자 때문입니다. 미련한 사람은 화평함을 알지 못하기에 다툼을 끝까지 끌고 가려고 하며,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끼칩니다.

10절은 피 흘리기 좋아하는 자와 정직한 자를 대조합니다. 피 흘리기 좋아하는 자는 온전한 자를 미워해서 그의 피를 이유 없이 흘리게 합니다. 자신의 죄됨이 온전한 자 앞에서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직한 자는 그렇게 온전한 자가 억울하게 피해를 볼 때 그를 구원해주려고 노력합니다. 10절은 주변의 이웃이 어려움을 당할 때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하는 자를 도와주고 그 편에 함께 서서 힘을 보태는 것이 참된 지혜요 여호와를 경외하는 공동체의 삶인 것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11절은 어리석은 자와 지혜로운 자를 대조합니다. 어리석은 자는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다 드러내지만, 지혜로운 자는 감정을 억제합니다.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때로는 필요하겠으나, 감정을 모두 그냥 발출하는 것이 지혜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다 드러낸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기적인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감정이 중요한 것처럼 다른 사람의 감정도 중요한 줄 알고 옆에 있는 형제자매와 공동체 구성원들의 감정과 의견을 존중하는 사람이야말로 지혜로운 지도자입니다.

12절은 공동체 지도자가 거짓말을 분별하는 능력을 가져야 함을 강조합니다. 지도자가 거짓말에 쉽게 흔들리게 되면, 그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쟁이가 됩니다. 지도자가 분별력이 없으므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말로 지도자를 속이려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공동체에는 공명과 정의가 세워지는 대신 거짓말로 자신의 이득을 도모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지도자의 분별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교훈입니다.

 

가난한 자를 신원하라(13-14)

거만한 통치자는 성읍을 요란하게 하지만, 슬기로운 통치자는 노를 그치게 합니다. 그들은 경솔하게 어리석은 자와 다투지 않습니다. 어리석은 자는 자기감정을 다 드러내어도 지혜로운 통치자는 감정을 잘 억제하여 말할 때와 거둘 때를 잘 헤아려 발언합니다.

13가난한 자와 포학한 자가 섞여 살거니와 여호와께서는 그 모두의 눈에 빛을 주시느니라 14왕이 가난한 자를 성실히 신원하면 그의 왕위가 영원히 견고하리라(13-14)

13-14절은 공동체의 지도자가 가난한 자를 보살펴야 함을 알려줍니다.

13절은 공동체 안에 가난한 자와 포학한 자가 함께 살고 있는 객관적인 현실을 담담하게 표현합니다. 하나님께서 이런 저런 사람들이 모두 함께 살아가도록 하셨다는 일반은총의 원리를 소개하는 것입니다. 그 모두에게 생명을 주시며 삶을 유지하게 하시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악인들의 편을 들어주어서는 안 됩니다. 이 점이 14절에 묘사되어 있습니다. 왕이 가난한 자를 공평하게 변호해주어 억울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 그 왕위가 견고하게 서게 됩니다.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평의 원리를 따라 살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고, 그럴 때 공동체가 튼튼해지고 구성원들이 만족스런 삶을 누릴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공동체든지 가난한 자와 부한 자가 함께 살아가며,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가 같이 있게 마련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서로 다른 처지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두 함께 살아가도록 하셨습니다. 지혜로운 지도자는 열린 귀, 온유하고 공평한 마음, 약자를 돕는 손길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지도자의 덕목은 은혜와 정의로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성품이 반영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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