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06-01)
때 늦기 전에 벗어나는 지혜
잠언 6장 1-19절
살아가면서 모르고 당한 일보다 알고도 당하는 일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상대의 의도를 알면서도 쉽게 마음을 내주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기도 하고, 자신의 약함을 알면서도 버리지 못해 큰 곤경에 처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예측이나 예상은 늘 빗나가고, 그 파국을 알면서도 돌이키지 않는 것이 인간의 우매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본문은 자의든 타의든 자초한 위기 가운데서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를 교훈하고 있습니다.
어리석음과 악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여기서 어리석음과 악은 단순히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영역만이 아니라 영적, 신앙적인 영역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같이 움직입니다. 하나님이 혐오하시는 태도와 언행을 떠나 선을 행하는 것이 지혜입니다.
부록 : 어리석음과 악에 대한 네 가지(1-19)
온몸과 온 맘으로 악을 도모하며 싸움을 부추기고 공동체의 질서와 관계를 뒤틀고 뒤엎는 패역한 자에게 재앙이 임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삶의 기준을 멸시하고 악을 꾀하며 악한 일을 계속해 자행하는 자를 절대로 방관하지 않으시고 때가 되면 그의 교만과 속임과 방종에 대해 엄중히 심판하실 것입니다.
1내 아들아 네가 만일 이웃을 위하여 담보하며 타인을 위하여 보증하였으면 2네 입의 말로 네가 얽혔으며 네 입의 말로 인하여 잡히게 되었느니라 3내 아들아 네가 네 이웃의 손에 빠졌은즉 이같이 하라 너는 곧 가서 겸손히 네 이웃에게 간구하여 스스로 구원하되 4네 눈을 잠들게 하지 말며 눈꺼풀을 감기게 하지 말고 5노루가 사냥꾼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 같이, 새가 그물 치는 자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 같이 스스로 구원하라 6게으른 자여 개미에게 가서 그가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 7개미는 두령도 없고 감독자도 없고 통치자도 없으되 8먹을 것을 여름 동안에 예비하며 추수 때에 양식을 모으느니라 9게으른 자여 네가 어느 때까지 누워 있겠느냐 네가 어느 때에 잠이 깨어 일어나겠느냐 10좀더 자자, 좀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더 누워 있자 하면 11네 빈궁이 강도 같이 오며 네 곤핍이 군사 같이 이르리라 12불량하고 악한 자는 구부러진 말을 하고 다니며 13눈짓을 하며 발로 뜻을 보이며 손가락질을 하며 14그의 마음에 패역을 품으며 항상 악을 꾀하여 다툼을 일으키는 자라 15그러므로 그의 재앙이 갑자기 내려 당장에 멸망하여 살릴 길이 없으리라 16여호와께서 미워하시는 것 곧 그의 마음에 싫어하시는 것이 예닐곱 가지이니 17곧 교만한 눈과 거짓된 혀와 무죄한 자의 피를 흘리는 손과 18악한 계교를 꾀하는 마음과 빨리 악으로 달려가는 발과 19거짓을 말하는 망령된 증인과 및 형제 사이를 이간하는 자이니라(1-19)
첫 모음집의 여덟째 교훈은 크게 네 단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처음 두 단락(1-11)이 개인의 신중하지 못하고 게으른 행동을 경고한다면, 나머지 두 단락(12-19)은 공동체에 불화를 초래하고 조화를 깨뜨리는 행동을 경고합니다.
(1) 담보와 보증에 대한 경고(1-5)
잠언 6장은 1-9장에서 지혜의 강연(1:20-33)과 지혜의 송가(3:13-20)에 이어 세 번째 등장하는 막간 형식의 부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첫 교훈인 1-5절은 담보나 보증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남을 위해 담보하거나 보증을 서는 일은 내가 타인의 빚이나 책무에 대한 책임을 지는 행위입니다. 이런 일은 보통 사업 현장에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거나 빚보증을 서는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잠언에서는 담보나 보증에 대해 여러 번 경고합니다. 누군가에게 빚을 졌으면 갚고, 채무자에게 이자를 추가하여 부담을 주거나 잘못된 빚보증을 서서 가산을 다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를 줍니다(22:26-27). 남의 보증인이 되는 자는 지혜롭지 못한 자이며(17:18), 그런 자에게는 손해와 불안감이 따라오므로 보증을 서지 말고 평안을 찾으라고 격려합니다(11:15). 또한 타인(또는 타국인)을 위한 보증을 특히 주의하라고 합니다(20:16; 27:13).
1절의 “네가 만일 이웃을 위하여 담보하며 타인을 위하여 보증하였으면”이란 문장은 ‘이웃’과 ‘타인’이 동일 인물이냐 아니냐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만약 이웃과 타인이 동일 인물이라면 아들이 자기의 이웃을 위해 보증을 선 경우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동일 인물이 아니라면 아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타인을 위해서 이웃에게 보증을 선 경우로 해석됩니다. 동일 인물일 경우는 아는 사람의 보증을 서지 말라는 일반적인 뜻으로, 동일 인물이 아닌 경우는 잘 아는 사람에게든 모르는 사람에게든 보증을 서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웃과 타인이 누구냐의 문제보다는 보증과 담보에 대한 경고가 더 중요합니다.
1절의 보증에 대한 경고는 2절에서 그로 인해 파생된 결과를 설명함으로써 계속됩니다. 고대의 보증은 문서로 남기기보다는 구두로 시행되고 서로 손바닥을 맞닿게 침으로써 성립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구두로 한 담보나 보증의 약속은 마치 덫이 새를 옭아매듯 당사자의 운명을 얽어매므로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으며 혹 빠져나온다고 하더라도 상처를 입게 됩니다.
한편, 잠언 6장에 나오는 담보에 대한 경고는 잠언의 다른 곳에 나오는 구절과 비교했을 때 보증을 서지 말라는 경고만이 아니라 보증의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3-5)을 제시한 점이 특별합니다. 아들이 이웃에게 빚을 진 경우 혹은 타인을 위해 이웃에게 담보가 된 경우, 이 문제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찾아가서, 자신을 낮추고, 졸라야 합니다. 눈꺼풀에 졸음이 들지 않게 할 정도로 보증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마치 노루나 새가 사냥꾼의 올무나 그물에서 나오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듯이, 설사 찢기고 상처가 나는 한이 있더라도 올무나 그물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네 자신을 구원하라’라는 말이 3절과 5절에서 반복되어 스스로 위기에서 벗어나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보증 문제 해결이 급선무입니다.
(2) 게으름에 대한 경고(6-11)
보증에 이어 게으름에 대한 경고가 등장합니다. 잠언의 다른 부분에서도 게으름의 주제에 대해 종종 다루고 있습니다(10:26; 13:4; 15:19; 19:24; 22:13; 24:30-34; 26:13-16). 앞의 보충 문제는 본인과 다른 사람 간에 생겨난 문제로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쌍방의 합의가 필요하지만, 게으름은 자기로 인해 생겨난 문제이므로 본인이 나서서 이 일을 해결해야 합니다. 게으른 자는 밥그릇에 손을 얹고도 입으로 퍼 올리기를 싫어하고(19:24) 침대에서만 뒹굴며(26:14; 26:15) 잠만 재촉하므로(6:10-11; 24:33-34) 원하는 것이 있어도 얻지 못합니다(13:4). 이처럼 게으른 자는 분별력이 없는 자(24:30)이므로 개미에게서라도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종종 자연의 동식물을 통해 해야 할 행동과 피해야 할 행동을 배울 수 있습니다. 개미는 작고 힘이 없지만, 여름에 먹을 것을 예비할 줄 아는 작지만 지혜로운 생물 중의 하나로 꼽히는 곤충입니다(잠 30:25). 지도자나 감독도 없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일해서 양식을 모으는 개미처럼 게으른 자도 무덥고 건조한 여름 동안에 일해야만, 보리와 밀의 수확기인 여름 추수기나 곡식과 과실의 수확기인 가을 추수기에 양식을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조언을 듣지 않고 계속 잠만 자고 일을 미룬다면 가난과 궁핍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더구나 가난은 강도나 무장한 군사처럼 뜻하지 않은 때 게으른 자를 습격하여 그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큰 곤경에 빠뜨릴 것입니다.
(3) 악인의 일곱 가지 특징(12-15)
보증이나 게으름과 같은 경제와 관련된 문제를 떠나, 12절부터는 사회적인 문제를 논합니다. 먼저 12-15절은 악인의 일곱 가지 특징을 입, 눈, 발, 손, 마음 등 신체 기관과 관련하여 묘사하고 악인의 종국에 대해 선언합니다.
‘악인’은 먼저 무익함(또는 죄악)과 불의의 사람으로 정의되었습니다. 그의 불의한 행동은 거짓을 말하고, 눈짓을 건네거나 발이나 손가락을 움직여 공모자와 악한 일을 도모하며, 마음에 패역을 품고 늘 악을 계획하고 다툼을 일으키는 데에서 나타납니다. 이런 악한 행동은 이미 아들을 꾀는 악한 남자(1:11-14; 2:13-15; 3:14-17)나 음녀(2:16-19; 5:3-14)의 행동에서 목격되었습니다. 게으른 자에게 갑작스러운 곤경이 임하듯(15), 불의한 자에게도 재앙이 갑자기 임하여 순식간에 망하게 됩니다. 또한, 그 재앙은 회복할 길이 없을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4)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일곱 가지(16-19)
16-19절은 마지막 경구로서 하나님이 혐오하는 일곱 가지를 나열하였습니다. 위의 불의한 자의 행동 목록과 같이 여기에서도 7이란 숫자를 사용한 것은 악의 총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함입니다.
하나님의 혐오 목록은 악인의 목록과 마찬가지로 신체 기관과 관련지어 설명되고 마음의 태도, 거짓말, 그리고 행악이라는 세 가지 면에서 소개됩니다. 첫째, 마음의 태도는 ‘교만한 눈’과 ‘악한 계교’를 꾀하는 마음으로 표현됩니다. 악은 마음의 생각과 계획으로부터 시작하며 교만과 항상 함께합니다. 둘째, 거짓말에 대해서 ‘거짓된 혀’와 ‘거짓’을 말하는 망령된 증인을 언급합니다. 구약에서 자주 거짓 증인에 대한 경고가 나옵니다. 이는 법정에서나 일상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위증을 하는 것이 중죄임을 말해줍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 되기 위한 지침서인 십계명에서도 ‘거짓 증거 하지 말라’고 단호히 명령합니다(출 20:16). 셋째, 행악에 관련해서는 ‘무죄한 자의 피를 흘리는 손’, ‘빨리 악으로 달려가는 발’, ‘형제 사이에 다툼을 일으키는 행동’으로 표현됩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미워하시는 행동은 12-15절에서의 악인의 행동과 마찬가지로 신체 기관과 연결하여 설명됩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혐오 목록과 악인의 행동 목록이 서로 연결되는 것은 도덕적, 윤리적인 악이 영적, 신앙적인 영역과도 밀접히 연결된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이 조언을 듣는 자는 불의의 길을 떠나 하나님이 인정하고 사랑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악을 꾀하지는 자는 멸망의 심판을 면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몸과 맘의 원초적인 악한 욕구를 만족시키려고 살기보다는 전인격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의와 선을 위해 헌신하도록 말씀의 지혜로 잘 절제하고 통제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때늦은 후회는 있어도 때늦은 회개는 없습니다. 때를 놓치기 전에 남을 탓하기 전에, 말의 실수이든 태도의 문제이든 악의 올무이든 얼른 스스로 자초한 위기에서 벗어나기를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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