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전서(01-02)
살아 있고 항상 있는 하나님의 말씀
베드로전서 1장 13-25절
우리는 항상 변합니다.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새 사람이 되었고, 새로운 시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우리는 예전의 우리가 아닙니다. 소속이 달라졌고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신분이 달라지면 생활도 그 신분에 걸맞게 달라져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자녀로 신분이 변화된 삶,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따르는 거룩한 삶을 요구하십니다.
고난 중에도 믿음을 지키고 있는 독자를 칭찬한 저자는 이제 일련의 명령법으로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서의 거룩한 삶을 권면합니다. 2:3까지 진행됩니다. 1:13-25은 첫 네 명령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 장차 주님이 오실 때 주실 은혜를 바라라고 합니다(13). 둘째, 하나님의 거룩함을 따라 거룩한 자가 되라고 합니다(14-16). 셋째, 하나님을 두려워함으로 이전과 다르게 살라고 합니다(17-21). 넷째, 성도끼리 서로 사랑하라고 권합니다(22-25).
첫 번째 명령 : 미래 소망을 놓치지 말라(13)
구원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더 누릴 구원이 남아 있습니다. 아니 그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 나타나실 때에 주실 은혜와 구원입니다. 값없이 주신 것이지만 값진 것이니, 오늘 그 은혜를 받을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 자녀가 된 성도는 자신을 불러 주신 하나님께 순종해야 합니다.
13그러므로 너희 마음의 허리를 동이고 근신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나타나실 때에 너희에게 가져다주실 은혜를 온전히 바랄지어다(13)
베드로는 ‘그러므로’라고 3-12절에서 언급한 내용, 곧 하나님을 향한 송영과 독자의 상태와 구약에서 약속된 구원이 실현되었음을 전제로 일련의 명령을 전할 것임을 말해줍니다. 새 언약 백성의 기본 삶을 전할 것이며, 이것이 2:3까지 진행될 것입니다.
13절은 첫 명령입니다. 예수 재림 때 가져 올 은혜를 온전히 소망하라고 합니다. 이것은 구원의 미래 상태입니다. 예수님처럼 부활하여 하나님의 온전한 기업을 누리는 것이 포함됩니다(3-5).
편지 몸말의 시작(3)과 마찬가지로 첫 명령을 미래와 관련해 제시한 것은 고난 중에 있는 신자에게 미래를 기대하고 오늘을 굳건하게 살라고 권면하기 위해서입니다.
저자는 독자들의 이런 삶을 위해 두 가지를 첨가합니다. 모두 분사로 표현되어 주절 앞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둘은 미래를 소망하라는 주된 명령의 전제 조건입니다. 첫째, 독자들 생각의 허리를 동여매라고 합니다. 허리를 동여매는 것은 어떤 행동을 잘 하기 위한 준비를 말합니다. ‘생각의 허리’는 상징적인 표현입니다. 삶을 위해 먼저 생각을 잘 준비하라는 말입니다. 둘째, 술 취하지 말라고 합니다. 단순히 술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온전한 생각의 상태를 유지하라고 합니다. 주목할 것은 둘 다 행위가 아닌 생각 차원에 대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미래를 잘 소망하기 위해서 생각의 영역에서부터 잘 준비되어야 합니다.
이 권면은 바울의 로마서 12:1-2 표현과 유사합니다. 롬 1-11장까지 구원의 커다란 그림을 소개한 바울은 세상과 구별된 생각으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라는 말로 신자 삶에 대한 권면을 시작합니다. 베드로나 바울 모두 사고 영역에서의 새로움을 신자 삶의 시작으로 소개하는데, 이는 행위 변화를 더 우선시하는 우리의 교회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 지를 보여줍니다. 복음으로 인한 가치관의 변화가 우선해야 합니다. 행위는 그 것에 근지한 삶의 표현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무언을 생각하고 어떻게 생각으로 준비해야 합니까? 구체적인 전을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앞뒤 내용에 의하면 두 가지와 관련 있는 듯합니다. 현재, 복음의 내용입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삼위 하나님의 일하심과 결과에 대한 것입니다. 독자 소개(2)와 하나님을 송영하는 내용(3-12)에서도 언급되었습니다.
신자인 독자들은 이 내용들을 기억하고 그전에 근거해 생각하고 소망해야 합니다. 둘째, 세상에서의 삶입니다. 하나님과 언약 관계 속에 있지만 세상에 발붙이고 사는 이중 정체성을 기억하고 세상의 소리를 분별해야 합니다. 이는 행동에 앞서 다른 기준으로 다르게 사고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세상에 대한 이해와 함께 그 속에 있는 신자 자신과 공동체에 대한 이해가 포함됩니다. 이는 신자의 이중 정체성을 말한 1-2절과 고난 중에도 예수를 사랑함으로 기뻐한다는 6-8절에서 추론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명령 : 하나님의 거룩함을 따라 거룩한 자가 되라(14-16)
한 점의 죄도 흠도 없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로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은 이전과는 다른 사람을 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자녀로 신분이 변화되었고,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소망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14너희가 순종하는 자식처럼 전에 알지 못할 때에 따르던 너희 사욕을 본받지 말고 15오직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이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 16기록되었으되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하셨느니라(14-16)
첫 번째가 생각에 근거한 소망에 대한 것이라면 두 번째는 존재에 대한 것입니다. 어떤 존재가 되라는 명령이 주동사로 나옵니다. 믿지 않을 때와 대조하며 등장합니다. 이전에는 하나님을 모르고 자기 욕심을 따라 사는 자, 즉 음란과 정욕과 술 취함과 방탕과 향락과 무법한 우상숭배의 살(참조, 4:2)을 사는 존재였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하나님께서 부르셔서 그분께 순종하는 자녀, 곧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예수의 희생을 중심으로 한 삼위 하나님의 일하심의 결과입니다. 세상에 대해 다른 소속과 신분을 받았기에 새로운 존재가 되라고 명합니다. 이 명령의 핵심 근거는 새로운 기준과 모본입니다. 전에는 자기 욕심이 기준이고 세상이 모본이었다면, 회개와 믿음으로 새로운 존재가 된 신자에게는 하나님이 삶의 기준이고 모본이 됩니다. 그분은 거룩한 분입니다. 신자들을 거룩하게 해서 자기 백성으로 만들고 그들에게 거룩하게 살라고 말씀하십니다(16; 참조. 레위기 11:44,45; 19:2;20:7). 따라서 신자는 모든 삶의 모습(아나스트로페)을 그분의 기대와 말씀에 맞춰 살아야 합니다. 그분 닮은 거룩한 존재입니다.
세 번째 명령 : 하나님을 두려워함으로 다른 모습으로 살라(17-21)
이제 거룩한 하나님의 자녀가 된 그리스도인들은 이전에 따라 살던 무가치하고 잘못된 생활 방식을 모두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거룩하신 하나님을 경외하고 닮아가는 새로운 생활 방식을 따라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17외모로 보시지 않고 각 사람의 행위대로 심판하시는 이를 너희가 아버지라 부른즉 너희가 나그네로 있을 때를 두려움으로 지내라 18너희가 알거니와 너희 조상이 물려 준 헛된 행실에서 대속함을 받은 것은 은이나 금 같이 없어질 것으로 된 것이 아니요 19오직 흠 없고 점 없는 어린 양 같은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로 된 것이니라 20그는 창세 전부터 미리 알린 바 되신 이나 이 말세에 너희를 위하여 나타내신 바 되었으니 21너희는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시고 영광을 주신 하나님을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믿는 자니 너희 믿음과 소망이 하나님께 있게 하셨느니라(17-21)
15절에 언급한 아나스트로페를 명령법 동사(아나스트라페테)로 제시합니다. 특정 행위가 아니라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한글 성경은 ‘지내라’로 번역했습니다.
특별히 ‘나그네로 있을 때’라는 표현을 통해 세상 속 그리스도인으로서 어찌 살 것인지에 집중합니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도 명령의 근거를 제시하여 독자의 확신과 순종을 돕습니다. 그 근거는 하나님입니다. 두 번째 명령도 하나님을 근거로 하지만, 이 부분의 초점은 다릅니다. 앞부분은 삶의 기준과 모본으로서의 하나님이지만, 여기서는 심판자 모습에 집중합니다. 그분은 신자를 포함한 모든 자들을 최후 심판대 앞에서 행위대로 공평하게 심판하실 것입니다(17; 요한계시록 20:12-15). 신자는 예수의 피 때문에 진노에서 건짐은 받겠지만(참조. 로마서 5:9), 믿지 않는 자들은 망할 것입니다. 바로 이 심판자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살라고 합니다. 멸망당할 세상에서 건짐 받았지만, 신자는 그곳에 발붙이고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간 행위가 아닌 오직 예수의 피를 통해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그분께 믿음과 소망을 두고 살게 된 신자(18-21)가 다시 세상에 동화되어 심판 아래 있으면 안 됩니다.
네 번째 명령 : 성도끼리 서로 뜨겁게 사랑하라(22-25)
진리에 순종함으로 깨끗한 영혼을 소유한 성도는 형제를 뜨겁게 사랑하는 삶으로 나갑니다. 하나님께서는 영원하신 분이기에 하나님의 말씀도 영원합니다. 우리의 구원은 바로 이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한 것입니다.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복음)에 의해 태어난 그리스도인들은 말씀을 따라 믿음의 형제들을 뜨겁게 사랑해야 합니다.
22너희가 진리를 순종함으로 너희 영혼을 깨끗하게 하여 거짓이 없이 형제를 사랑하기에 이르렀으니 마음으로 뜨겁게 서로 사랑하라 23너희가 거듭난 것은 썩어질 씨로 된 것이 아니요 썩지 아니할 씨로 된 것이니 살아 있고 항상 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되었느니라 24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25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 하였으니 너희에게 전한 복음이 곧 이 말씀이니라(22-25)
마음으로부터 뜨겁게 형제를 사랑하라고 합니다. 앞 세 명령이 삶 전반에 대한 것이라면, 네 번째는 특별히 동료 신자에 대한 것입니다. 이 부분 역시 명령 자체보다 그에 대한 근거가 더 깁니다.
두 가지 근거를 제시합니다. 첫째, 거듭난 신자 상태입니다. 사랑하라는 주동사 앞 뒤에서 분사 형태로 제시합니다. 앞(22)에서는 진리를 순종함으로 너희 영혼을 깨끗하게 했기 때문에 사랑하라고 말하고, 뒤(23)에서는 하나님 말씀으로 거듭난 상태임을 부연합니다. 주목할 것은 영혼을 깨끗하게 한 목적을 형제 사랑이라고 말한다는 점입니다. 즉, 구원 얻어 새로운 상태가 된 목적 중 하나가 형제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기대하는 언약 백성의 의무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입니다(출애굽기 20:1-17; 마태복음 22:37-40). 저자가 거듭난 신자의 상태를 형제 사랑과 연결시키고 실제로 뜨겁게 사랑하라고 명령한 것은 고난 받는 교회 상황과 관련 있는 듯합니다. 외적인 고난을 함께 받고 있는 동료 신자를 사랑하여 서로 격려하고 버티게 하려는 것입니다.
둘째, ‘사랑하라’는 명령의 또 다른 근거는 진리(22), 곧 하나님 말씀입니다(23-25). 진리는 독자들을 거듭나게 하고 새로운 삶으로 살아가게 하는 동력입니다. 썩어 없어질 세상과 그에 속한 것들과 다르게 하나님의 말씀은 항상 살아 있고 영원합니다.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영광은 풀의 꽃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지만 주의 말씀은 영원하다고 말한 이사야 40:6-8을 통해 그 차이를 강조합니다(24-25).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을 형제 사랑의 근거 중 하나로 설명한 것은 그들이 얻은 구원이 변함없고 확실하다는 것을 인식시켜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도록 돕기 위함인 듯합니다.
위의 네 명령에 의하면 독자는 1) 바른 생각으로 미래를 소망하고 2) 거룩한 하나님을 삶의 기준과 모본 삼는 새로운 존재가 되어 3) 하나님을 두려워함으로 세상에서 다른 삶을 살고 4) 구체적으로 함께 하나님의 가족이 된 성도를 사랑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의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구원 이전과 이후의 대조를 배경으로 한 예수님을 통한 은혜로운 구원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말씀이 담긴 복음을 믿음으로 받아들여 경험한 구원의 실제, 곧 하나님과 함께하는 새로운 관계입니다.
구원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더 누릴 구원이 남아 있습니다. 아니 그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 나타나실 때에 주실 은혜의 구원입니다. 값없이 주신 것이지만 값진 것입니다. 오늘 그 은혜를 받을 마음으로 상아야 합니다. 거룩하게 그리고 사랑하면서. 주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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