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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요한복음(05)


무너진 성전, 세워지는 예배

-요한복음 213-25-


 

그리스도인들에게 성전이라는 단어는 각별합니다. 구약의 성막에서부터 솔로몬의 성전,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모이는 예배당에 이르기까지, 성전은 늘 하나님을 만나는 거룩한 통로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요한복음 213-25절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모습은 우리가 가진 성전 중심적 신앙에 거룩한 충격을 던집니다. 유월절을 맞아 예루살렘 성전을 찾으신 예수께서 보여주신 성전 정화사건은 단순히 종교적 부패를 꾸짖는 도덕적 훈계를 넘어, 신앙의 본질적 패러다임을 바꾸는 선언이었습니다.

을 잃어버린 성전의 비극

유월절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장 큰 명절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심지어 이방 땅에서 수많은 유대인이 하나님께 제사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 마주하신 성전의 풍경은 경건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소와 양과 비둘기 파는 사람들, 돈 바꾸는 사람들이 성전 뜰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제사를 돕는다는 명목하에 이루어진 이 경제 활동은 어느덧 편의라는 이름으로 본질을 가려버렸습니다. 성전의 뜰은 이방인들이 하나님께 나아올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사꾼들의 외침과 짐승의 배설물 냄새로 가득 차 정작 기도의 자리는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예수님은 채찍을 휘둘러 짐승들을 쫓아내시고 돈 바꾸는 상들을 엎으셨습니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 이 말씀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뼈아픈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세운 교회의 시스템, 봉사의 분주함, 신앙적 전통이 혹시 하나님을 만나는 자리를 밀어내고 있지는 않습니까? 본질을 잃어버린 성전은 더 이상 하나님의 집이 아닌, 인간의 편익과 이익을 대변하는 장터에 불과함을 예수님은 경고하고 계십니다.

육체라는 참된 성전의 시작

예수님의 파격적인 행동에 유대인들은 당황하며 묻습니다. “당신이 이런 일을 행하니 무슨 표적을 우리에게 보이겠느냐?” 그들은 예수님이 가진 권위의 출처를 눈에 보이는 기적으로 증명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은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

당시 헤롯 성전은 46년 동안이나 지어지고 있던 장엄한 건축물이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 이 성전은 민족의 자부심이자 신앙의 요새였습니다. 그들에게 성전을 헐라는 말은 신성모독과 다름없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히 기록합니다. 그러나 예수는 성전 된 자기 육체를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21)

예수님은 눈에 보이는 돌 건물로서의 성전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선포하셨습니다. 이제 하나님을 만나는 중보의 자리는 예루살렘의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신 예수 그리스도자신임을 선언하신 것입니다. 인간의 죄를 씻기 위해 십자가에서 허물어지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셔서 영원한 생명의 성전으로 일어서실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예고하신 것입니다.

중심을 꿰뚫어 보시는 주님

본문은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 신앙의 가장 깊은 곳을 터치합니다. 유월절에 예수께서 행하신 표적을 보고 많은 사람이 그의 이름을 믿었지만, 예수님은 그의 몸을 그들에게 의탁하지 아니하셨다고 기록합니다. 이는 주님께서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기적을 보고 환호했습니다. 로마의 압제에서 해방해 줄 정치적 메시아를 기대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주님은 겉으로 드러나는 열광 뒤에 숨겨진 인간의 가변성과 자기중심적 욕망을 간파하셨습니다. 주님이 원하시는 것은 화려한 종교적 퍼포먼스나 일시적인 감정적 동요가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 성전을 짓고 있습니까? 웅장한 건축물, 세련된 찬양,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도 귀하지만, 주님이 진정으로 찾으시는 성전은 주님의 부활 생명을 담고 있는 우리의 깨끗한 심령입니다. 사도 바울이 고백했듯, 우리가 성령이 거하시는 거룩한 성전(고전 3:16)임을 기억할 때, 우리의 일상은 비로소 참된 예배의 현장이 됩니다.

나가며: 헐어야 할 것과 세워야 할 것

요한복음 2장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요구했습니다. 첫째, 내 안에 자리 잡은 장사하는 집의 모습, 즉 하나님을 이용해 내 욕망을 채우려 했던 가짜 성전을 허무는 일입니다. 둘째, 죽음을 이기고 사흘 만에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내 삶의 참된 성전으로 모시고, 매 순간 그분과 동행하는 예배자로 서는 것입니다.

건물이 아닌 그리스도에게 소망을 두는 신앙, 겉모습이 아닌 중심을 보시는 주님 앞에 정직하게 서는 신앙. 이 사순절의 여정 가운데 우리가 회복해야 할 신앙의 본질입니다. 무너뜨려야 할 장터는 무너뜨리고, 사흘 만에 다시 사신 주님의 생명으로 우리 마음의 성전을 다시 세우는 결단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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