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02-01)

가나 혼인 잔치에서 첫 기적
요한복음 2장 1-12절
전능하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때때로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나타나지만, 그 모든 과정 속에는 우리를 향한 완전하고 선한 계획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그분의 섬세한 인도에 겸손히 순종할 때, 당면한 어려움이나 위기는 새로운 기회와 성장으로 이어지며, 이 실질적인 경험을 통해 하나님의 무한한 지혜와 능력을 깊이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체험은 우리의 믿음을 추상적인 신념에서 확고한 확신으로 변화시키고, 결국 전능하신 하나님께 대한 지속적인 순종은 어떠한 시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영적 성장과 견고한 신념의 기반이 됩니다.
- 갈릴리 가나에서 열린 혼인 잔치에 예수님과 제자들, 그리고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참석하셨습니다. 잔치 도중 포도주가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하자, 마리아는 예수님께 이 상황을 알렸고, 예수님은 하인들에게 돌 항아리 여섯 개에 물을 가득 채우라고 명하셨습니다. 하인들이 그 말씀에 순종하자 물은 최고급 포도주로 변하였고, 잔치 책임자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신랑이 더 좋은 포도주를 나중까지 두었다며 칭찬했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행하신 첫 번째 기적, 즉 '표적'으로, 이를 통해 당신의 영광을 나타내셨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을 목격한 제자들은 예수님을 향한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게 되었습니다.
포도주가 떨어진 결혼식(1-5)
우리의 삶에서 마주하는 예기치 않은 부족함과 한계 앞에서, 이를 솔직히 인지하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우리는 의지할 궁극적인 근원의 지혜와 능력을 온전히 신뢰하며, 때로는 상식을 뛰어넘는 지시나 통찰이라 할지라도 겸손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인도에 전적으로 순종하여 반응할 때, 비로소 놀라운 변화와 기적의 문이 열리게 됩니다. 이 순종의 경험은 우리 내면의 깊은 믿음을 더욱 견고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기대 이상의 풍성함을 누리게 하는 축복이 됩니다.
1사흘째 되던 날 갈릴리 가나에 혼례가 있어 예수의 어머니도 거기 계시고 2예수와 그 제자들도 혼례에 청함을 받았더니 3포도주가 떨어진지라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이르되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 하니 4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 5그의 어머니가 하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하니라(1-5)
본문에 기록된 기적은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베푸신 표적이었습니다. 이 기적을 통해 예수님의 영광이 명확히 드러났으며, 이는 제자들이 그분을 믿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가나 혼인 잔치에서 이 표적이 행해진 배경은 포도주가 떨어진 위기 상황과 어머니 마리아의 간절한 부탁이었습니다.
(1) 예수님과 일행의 초청(1-2)
본문은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며 처음으로 행하신 표적이 일어난 구체적인 배경을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배경은 바로 갈릴리 가나에서 열린 혼인 잔치였습니다. 이 잔치에는 기쁨과 공동체의 축하가 가득한 삶의 현장이었고, 그 중심에는 예수님과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예수님을 따르기 시작한 제자들이 함께 있었습니다. 특별히 저자 요한은 사건의 시간을 ‘사흘째 되던 날’이라고 명시하는데, 이는 요한복음 1장에서 언급된 세례 요한의 증언, 그리고 ‘이튿날’(요한복음 1:43) 나다나엘을 만나신 일련의 사건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러한 시간적 연결은 단순한 연대기적 서술을 넘어, 예수님의 정체성에 대한 요한복음 초반부의 계시가 가나 혼인 잔치의 표적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증됨을 보여줍니다. 요한복음 1장에서 이미 나다나엘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신적 권위와 신성을 드러내셨던 예수님께서는, 가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시는 첫 표적을 베푸심으로써 그분의 영광과 능력을 시각적으로 입증하셨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나다나엘에게 약속하셨던 ‘더 큰 일’(요한복음 1:50), 즉 앞으로 행하실 더욱 놀라운 일들의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세상의 필요와 인간의 한계 속에서 하나님의 풍성함과 영광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단순한 선생이 아닌, 진정한 메시아이심을 더욱 깊이 확신하게 되는 결정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2) 어머니 마리아의 요청(3-5)
당시 유대 사회에서 혼인 잔치는 약 일주일간 지속되는 중요한 행사였으며, 포도주는 축제의 흥을 돋우는 필수적인 요소였습니다. 그러나 잔치 도중 포도주가 떨어지는 예기치 않은 위기가 발생합니다. 이는 잔치의 주최자에게는 엄청난 결례이자 수치스러운 상황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 속에서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수님께 나아와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고 알립니다. 이는 마리아가 아들 예수의 특별한 능력을 알고 그에게 해결책을 기대하는 간곡한 요청이자 깊은 신뢰의 표현이었습니다. 우리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실 예수 그리스도께 먼저 나아가는 마리아의 태도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줍니다.
하지만 요청에 대한 예수님의 첫 반응은 다소 당혹스러워 보입니다. 비록 존칭이기는 하나 어머니를 향해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요한복음 2:4). 이는 예수님께서 사적인 관계를 넘어 자신의 공생애와 메시아 사명을 하나님의 정하신 ‘때’에 따라 수행하실 것임을 분명히 하시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기적을 일으키심으로 그분의 메시아적 모습을 사람들에게 드러내기를 원했으나, 예수님은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시기 위함이 아니라, 십자가 죽음을 통해 모든 인류를 구원하고 죄인 된 사람들을 하나님과 화해시키기 위해 오셨기에, 하나님의 경륜이 사람의 생각과 다름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아는 흔들림 없는 믿음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하인들에게 “너희에게 무슨 말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고 권면하며 절대적인 순종을 주문합니다(5). 이는 마리아가 예수님께서 이 부족한 상황을 능히 해결하실 분이심을 분명히 알고 믿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태도입니다. 하나님의 능력을 신뢰하는 사람들은 기도가 응답될 때까지 일관된 자세로 끊임없이 구하며, 이러한 순종적이고 일관된 기도의 태도에 하나님의 역사와 응답이 임합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요한복음 16장 23-24절에서 “그 날에는 너희가 아무 것도 내게 묻지 아니하리라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무엇이든지 아버지께 구하는 것을 내 이름으로 주시리라 지금까지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무 것도 구하지 아니하였으나 구하라 그리하면 받으리니 너희 기쁨이 충만하리라”고 말씀하신 약속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마리아의 순종은 기적의 전제가 되었고, 이는 오늘날에도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믿음의 길을 제시합니다.
예수님의 표적(6-10)
성도들의 믿음 어린 간구와 말씀에 대한 순종에 주께서는 응답하시며 친히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십니다. 그렇기에 성도는 인생의 길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문제 속에서 주님께 믿음으로 간절히 구하며 그분의 명령에 온전히 순종해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하나님의 영광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기적 같은 역사를 우리 삶에서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도 예수님께서 당신의 선하신 뜻을 정하신 그분의 때에 온전히 이루시도록 믿음으로 인내하며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믿음과 순종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온전한 섭리 가운데 거하며 영적인 풍성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6거기에 유대인의 정결 예식을 따라 두세 통 드는 돌항아리 여섯이 놓였는지라 7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하신즉 아귀까지 채우니 8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 하시매 갖다 주었더니 9연회장은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보고도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하되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 연회장이 신랑을 불러 10말하되 사람마다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고 취한 후에 낮은 것을 내거늘 그대는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두었도다 하니라(6-10)
예수님께서는 유대인의 정결 예법에 따라 놓인 돌항아리 여섯 개에 물을 아귀까지 채우라 명령하셨고, 하인들은 그 말씀대로 순종하였습니다. 곧이어 예수님은 그들에게 물을 떠서 연회장에게 가져다주라 하셨는데, 그 물은 최고의 포도주로 변하여 연회장은 그 출처를 모른 채 맛보았지만 물을 떠온 하인들은 기적을 알았습니다.
(1) 온전한 순종을 요구하심(6-7)
예수님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마리아는 하인들에게 그분께서 무엇을 말씀하시는 그대로 하라는 당부를 남겼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인들에게 명합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돌항아리 여섯’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식사 전이나 외출 후에 손과 발을 씻는 정결 예식을 중요하게 여겼고, 이 항아리들은 바로 그런 의식에 사용되는 것이었습니다. 구약의 율법과 정결 예식은 죄로부터 거룩함을 지키려 했으나, 인간의 근원적인 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졌습니다. 여섯이라는 숫자 역시 종종 ‘완전함’을 상징하는 일곱에 못 미치는 ‘부족함’이나 ‘인간적인 노력의 한계’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 항아리들은 결국 옛 언약과 율법의 한계, 곧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참된 정결함과 구원에 이를 수 없음을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항아리들을 향해 예수님께서는 “물로 채우라”고 명령하십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면서도, 여기서는 단순한 보통의 물질을 지칭합니다. 즉, 예수님은 기존의 형식적인 틀(돌항아리)을 이용하시되, 그 안에 평범하고 흔한 물을 통해 전혀 새로운 일을 시작하시려 하는 것입니다.
(2) 온전한 순종의 순간(8)
하인들은 예수님의 명령에 ‘아귀까지’ 물을 채웠습니다. 이는 그들의 순종이 얼마나 철저하고 온전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조금이라도 덜 채웠다면, 혹은 적당히 채웠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기적은 ‘아귀까지’라는 완전한 순종의 그릇에 담길 수 있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타협 없는 순종, 남김없이 최선을 다하는 순종의 중요성을 가르쳐 줍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우리의 어설픈 노력이나 인간적인 계산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응답할 때 온전히 나타납니다.
그 다음 예수님께서는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고 명령하십니다. 하인들의 눈에는 여전히 ‘물’이 보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곧’ 순종하여 연회장에게 가져갑니다. 기적이 육안으로 확인되기 전에 이루어진 이 ‘떠서 갖다 주는’ 행위는 ‘보지 못해도 믿고 순종하는’ 참된 믿음을 요구하는 대목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은 종종 우리에게 눈에 보이는 결과 없이 먼저 행동하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반드시 하나님의 때에 나타나며, 그 순간 우리는 '보지 않고 믿는 자'의 복을 누리게 됩니다.
(3) 새 포도주와 영광의 증인들(9-10)
가나 혼인 잔치의 현장에서 펼쳐진 기적은 실로 놀라운 순간이었습니다. 평범한 ‘물’이 최상의 ‘포도주’로 변화된 것입니다. 연회장은 이 놀라운 품질에 감탄하며 신랑을 칭찬했지만, 그 포도주가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물을 떠온 하인들은 기적의 전 과정을 목격했기에,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기적을 ‘경험한 자’와 ‘참여한 자’ 사이에 존재하는 중요한 차이를 발견합니다. 단순히 결과를 누리는 것과, 말씀에 순종하여 기적의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그분의 영광을 증거하는 산 증인이 되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우리 또한 주님의 말씀에 순종할 때, 단순히 은혜의 수혜자를 넘어 하나님의 영광을 증거하는 귀한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연회장이 “사람마다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고 취한 후에 낮은 것을 내거늘 그대는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두었도다”라고 말한 대목은 깊은 신학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세상의 방식은 최고를 먼저 소비하고 점차 질 낮은 것을 내어놓지만, 예수님께서 주시는 ‘새 포도주’는 가장 완벽하고, 가장 좋은 것이었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가져오시는 새로운 언약, 곧 복음과 은혜가 옛 언약의 율법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탁월함과 무한한 풍성함을 지님을 상징합니다. 예수님은 형식적인 율법의 시대를 마무리하고, 진정한 생명과 기쁨, 그리고 풍요를 가져오는 새로운 시대의 문을 이 기적을 통해 선포하신 것입니다.
이러한 기적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결코 행할 수 없는 것으로, 예수님의 신적 본질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구약 시대 모세가 물을 피로 변하게 한 기적(출애굽기 7:14-24)이 하나님의 심판의 표적이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예수님의 기적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풍요를 선사하는 사역이었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신성(神性)이 담긴 표징을 목격하자, 제자들은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되었고, 이를 통해 예수님을 향한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게 됩니다. 요한복음에 나타난 ‘표적’은 단순한 기적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영적인 진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결단을 요구합니다. 이 표징을 본 사람은 믿음으로 응답하든지, 아니면 이를 거부하든지 둘 중 하나의 선택에 직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가나 혼인 잔치의 표적은 요한복음에 기록된 일곱 기적 중 첫 번째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든 사역의 서막을 알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사역을 통한 교훈(11-12)
우리의 삶 속에서 하나님께서 드러내시는 영광과 능력을 깊이 인식하는 것은 우리의 믿음을 더욱 확고하게 세우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단순히 당면한 문제의 해결에만 머무르지 않고, 모든 사건의 배후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본성과 그분의 깊은 뜻을 헤아리려 노력해야 합니다. 이렇듯 거룩한 능력을 경험하는 것은 우리의 신앙을 지적인 동의를 넘어선 살아있는 확신으로 나아가게 하는 핵심적인 전환점이 됩니다. 나아가, 의미 있는 영적 체험은 결코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우리를 더욱 깊은 순종과 새로운 사명의 단계로 이끄는 하나님의 귀한 부르심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11예수께서 이 첫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매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 12그 후에 예수께서 그 어머니와 형제들과 제자들과 함께 가버나움으로 내려가셨으나 거기에 여러 날 계시지는 아니하시니라(11-12)
본문은 이 기적의 의미와 그 직후의 여정을 간결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사건 보고를 넘어,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성과 사역의 본질, 그리고 제자도에 대한 중요한 교훈들을 담고 있습니다.
(1) 첫 표적: 영광의 계시와 믿음의 탄생(11)
본문은 이 사건이 예수님께서 행하신 ‘첫 표적’(ἀρχὴν τῶν σημείων)임을 명확히 합니다. 여기서 ‘표적’(σημεῖον, 세메이온)은 단순히 신기한 기적이나 이적을 넘어섭니다. 요한복음에서 ‘표적’은 예수님께서 누구이신지, 곧 그분의 신성과 메시아 되심을 보여주는 ‘징표’를 의미합니다. 물이 포도주로 변한 사건 자체보다,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난 예수님의 본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도로 표지판이 어딘가를 가리키듯, 예수님의 기적은 언제나 그분 자신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 표적은 예수님의 ‘영광을 나타내시매’ 이루어졌다고 기록합니다. 여기서 ‘영광’(δόξα, 독사)은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의 임재와 위엄, 능력, 그리고 거룩하심을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마치 성막이나 성전에 임한 하나님의 영광처럼, 이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영광이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예수님은 단순한 인간적인 기적 행위자가 아니라, 친히 하나님의 영광을 지니시고 드러내시는 분이심을 이 첫 표적을 통해 선포하신 것입니다. 이는 창조주 하나님의 권능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작동하는 모습을 명백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표적의 궁극적인 결과는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이미 예수님을 따르기 시작했지만, 이 표적을 통해 그분의 신적 권위와 능력을 실제적으로 경험함으로써 그들의 믿음은 한층 더 깊어지고 확고해졌습니다. 이는 믿음이 단순히 지적인 동의를 넘어, 하나님의 현현(theophany)과 능력에 대한 실제적인 경험을 통해 자라나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우리 역시 삶 속에서 하나님의 ‘표적’을 경험할 때, 그것이 기적이든 응답이든 아니면 평범한 일상의 은혜이든 간에, 이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인식하고 그분을 향한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눈을 들어 하나님의 일하심을 바라볼 때, 우리의 믿음은 날마다 새롭게 될 것입니다.
(2) 사역의 새로운 단계와 동반자들(12)
첫 표적 이후 예수님과 일행은 갈릴리 가나에서 ‘가버나움’으로 이동합니다. 가버나움은 갈릴리 해변에 위치한 번화한 도시로, 이후 예수님의 갈릴리 사역의 주요 거점이 됩니다. 이 이동은 예수님 공생애 사역의 새로운 단계와 지리적 확장을 상징합니다. 예수님의 사역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확장되고 진전되어 갔습니다. 우리 또한 신앙의 성숙과 함께 우리의 믿음이 한 영역에 머물지 않고 삶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되며, 주님께서 이끄시는 새로운 사역의 장소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이 구절에서는 예수님과 함께 이동한 이들이 ‘그 어머니와 형제들과 제자들’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는 예수님의 사역이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그의 가족과 새롭게 형성된 신앙 공동체인 제자들과 함께 이루어졌음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홀로 사역하지 않으셨고, 가장 가까운 이들과 함께하며 공동체의 중요성을 보여주셨습니다. ‘거기 여러 날 계시니라’는 기록은 가버나움이 단순한 경유지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그곳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시며 가르치고 병자를 고치는 등 본격적인 사역을 수행하셨음을 암시합니다.
가나 혼인 잔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에 찾아오는 모든 부족함 속에서, 전능하신 예수님께서 가장 좋은 것을 채워주시는 분임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인간적인 한계와 세상의 방식을 넘어, 주님의 말씀에 온전히 순종하고 신뢰할 때 진정한 기적과 영적 풍요를 경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주님께서는 가장 좋은 것을 나중까지 두셨다가 주시는 분이시며, 이 새 포도주를 통해 당신의 영광을 나타내셨듯이, 우리 삶 속에서도 믿음의 순종을 통해 하나님의 놀라운 영광을 드러내기를 원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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