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27-01)
블레셋 망명 생활 중에도 돌보시는 주님
사무엘상 27장 1절-28장 2절
살다보면 ‘하나님께 모든 것을 구하라!’, ‘하나님께 의논하라!’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좋은 말씀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종종 잊어버립니다. 모든 시간이 하나님과 함께 있어야 하는 시간임을 알면서도 살 수 없는 하나님 앞에서 살고 있음에도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계획한 대로 일해갈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 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고 계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다시 하나님과 의논하고 모든 일을 행하는 믿음의 선택에 함께하시길 소망합니다.
- 사울을 두 번이나 살려준 사건과 나발의 사건을 통해 다윗은 여호와의 기름부음을 받은 자를 죽이는 것이 죄라는 것과 원수 갚는 것은 여호와의 손에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게 됩니다. 하지만 사울을 두 번이나 살려주면서 다윗은 사울이 자신을 죽이려는 마음을 돌이키지 않을 것임을 깨닫습니다. 오히려 두 번째 만남을 통해 다윗은 사울이 자신을 더욱 죽이려고 쫓아다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일단 블레셋으로 도망갑니다.
블레셋으로 도망가는 다윗(1-4)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계속 변화하게 마련입니다. 과거에는 어리석은 선택이 지금은 지혜로운 선택이 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가운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윗의 모습은 이 질문에 대해 상당히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1다윗이 그 마음에 생각하기를 내가 후일에는 사울의 손에 붙잡히리니 블레셋 사람들의 땅으로 피하여 들어가는 것이 좋으리로다 사울이 이스라엘 온 영토 내에서 다시 나를 찾다가 단념하리니 내가 그의 손에서 벗어나리라 하고 2다윗이 일어나 함께 있는 사람 육백 명과 더불어 가드 왕 마옥의 아들 아기스에게로 건너가니라 3다윗과 그의 사람들이 저마다 가족을 거느리고 가드에서 아기스와 동거하였는데 다윗이 그의 두 아내 이스르엘 여자 아히노암과 나발의 아내였던 갈멜 여자 아비가일과 함께 하였더니 4다윗이 가드에 도망한 것을 어떤 사람이 사울에게 전하매 사울이 다시는 그를 수색하지 아니하니라(1-4)
사울과의 두 번째 만남 이후 다윗은 사울이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였습니다. 머잖아 사울의 손에 잡힐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디로 가든 사울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다윗은 사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블레셋으로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사울이 자신을 추적하는 것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다윗이 블레셋을 도피처로 삼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사무엘상 21:10에서도 가드 왕 아기스에게 도망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다윗은 가드 왕 마옥의 아들 아기스에게로 간다고 말하는데, 둘은 다른 인물로 보입니다. 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아기스’는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블레셋 왕 혹은 블레셋의 지도자에 대한 공식 명칭이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21장에서는 일반 명칭인 아기스로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27장에서는 마옥의 아들 아기스라는 한 인물로 특정됩니다. 21장에서 아기스는 다윗이 골리앗을 죽인 이스라엘의 영웅이라는 소리를 듣고 다윗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다윗은 그 앞에서 미친 척을 해야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아기스는 다윗을 받아줍니다. 27장에서 아기스는 사울이 계속해서 다윗을 죽이려고 쫓아다닌다는 소문을 듣고 다윗이 이스라엘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블레셋으로 들어갈 때 21장에서는 다윗 혼자였지만 이번에는 군사 600명과 자신의 두 아내와 군사들의 가족들까지 거느리고 갔습니다. 이것은 그만큼 시간도 많이 흘렀고, 그 사이에 다윗의 세력이 강해졌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윗은 아기스와 평화롭게 잘 지내는데, 아기스는 다윗과 사울 사이가 나쁘기 때문에 다윗이 사울의 나라인 이스라엘도 싫어할 것이라는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윗이 블레셋의 땅인 가드로 도망갔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후 사울은 다윗의 예상대로 다윗을 추적하지 않았습니다.
아기스가 시글락을 다윗에게 줌(5-7)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이 항상 유익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성도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항상 하나님께서 기뻐하시지는 않으실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해야 합니다. 모든 일에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뜻을 찾아 순종해야 합니다. 다윗은 수백 명의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로서 더 이상 이스라엘 땅에서는 사울의 추격을 피할 수 없다고 여겨 안전을 위해 블레셋 땅으로 넘어가는 선택을 합니다.
5다윗이 아기스에게 이르되 바라건대 내가 당신께 은혜를 입었다면 지방 성읍 가운데 한 곳을 내게 주어 내가 살게 하소서 당신의 종이 어찌 당신과 함께 왕도에 살리이까 하니 6아기스가 그 날에 시글락을 그에게 주었으므로 시글락이 오늘까지 유다 왕에게 속하니라 7다윗이 블레셋 사람들의 지방에 산 날 수는 일 년 사 개월이었더라(5-7)
가드에서 아기스와 함께 지내던 다윗은 아기스에게 지방 도시 한 곳을 달라고 요청합니다. 명목상의 이유는 자신들과 같은 이방인들이 왕이 거하는 수도에 사는 것이 과분한 대접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자신의 속마음은 이야기하지 않고 예의를 갖춰 외교적 화법을 사용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다윗이 가드를 떠나 좀 한적한 지방으로 내려가려는 것은 아기스의 눈을 피해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다윗의 요청에 아기스는 아무런 의심 없이 그날로 다윗에게 시글락을 주었습니다.
‘그날에’라는 표현은 즉시 주었다는 의미입니다. 다윗의 요청을 바로 들어주었다는 것은 아기스가 다윗을 매우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래 시글락은 여호수아 15:32에서 유다 자손에게, 그리고 19:5에서 시므온 자손에게 주어진 땅으로 이 당시에는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 있었던 것을 다윗이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그 시글락이 훨씬 후대인 사무엘서를 기록한 당시까지 유다 왕에게 속해 있다고 설명해 줍니다. 시글락은 가드에서 남쪽으로 48km 정도 떨어진 네게브 지역 성읍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지역입니다. 가드에서 충분히 먼 지역이었기에 아기스의 간섭 없이 다윗이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다윗은 블레셋 지역에서 대략 1년 4개월 동안 평안히 지냈습니다. 만약 다윗이 하나님의 기름부음을 받지 않았다면, 그는 평범한 목동으로 아버지 집에서 살았을 것이고, 사울의 신하로 혹은 사울의 사위로 인정받으며 살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다음 왕으로 선택되면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그의 책임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 혼자서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다윗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미래의 이스라엘 왕으로서의 책임을 충실하게 짊어지고 갑니다.
아기스를 속이는 다윗(8-12)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이든지 최선을 다해 주어진 사명을 다한다면, 하나님께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결국 우리를 있어야 할 자리로 회복시켜 주실 것입니다. 많은 신앙의 선배들이 복음으로 인해 박해받을 때 순교하기까지 고난을 피하지 않았던 것은 오직 하나님만이 영혼의 안식처와 피난처가 되심을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8다윗과 그의 사람들이 올라가서 그술 사람과 기르스 사람과 아말렉 사람을 침노하였으니 그들은 옛적부터 술과 애굽 땅으로 지나가는 지방의 주민이라 9다윗이 그 땅을 쳐서 남녀를 살려두지 아니하고 양과 소와 나귀와 낙타와 의복을 빼앗아 가지고 돌아와 아기스에게 이르매 10아기스가 이르되 너희가 오늘은 누구를 침노하였느냐 하니 다윗이 이르되 유다 네겝과 여라무엘 사람의 네겝과 겐 사람의 네겝이니이다 하였더라 11다윗이 그 남녀를 살려서 가드로 데려가지 아니한 것은 그의 생각에 그들이 우리에게 대하여 이르기를 다윗이 행한 일이 이러하니라 하여 블레셋 사람들의 지방에 거주하는 동안에 이같이 행하는 습관이 있었다 할까 두려워함이었더라 12아기스가 다윗을 믿고 말하기를 다윗이 자기 백성 이스라엘에게 심히 미움을 받게 되었으니 그는 영원히 내 부하가 되리라고 생각하니라(8-12)
다윗은 시글락에 자리를 잡자 오랫동안 이스라엘의 적이었던 그술 사람과 기르스 사람과 아말렉 사람들이 사는 곳을 쳐들어가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소나 양이나 낙타나 옷 등의 노획물을 얻어 왔습니다. 여기서 그술은 블레셋 남쪽 네게브에서 살던 사람들로 블레셋과 좋은 협력관계에 있다는 것 이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고, 기르스 사람은 여기 한 번만 언급됩니다. 다만 아말렉 사람의 경우는 이스라엘과 오랜 적으로 하나님께서 사울에게 진멸을 명하신 족속입니다.
다윗이 이곳의 모든 사람을 죽였다는 보고는 사울이 아각을 살려 포로로 데리고 온 모습과 대조됩니다. 다윗이 전쟁을 하러 다닌 것은 시글락에 있는 자신의 군사들과 가족을 부양하고, 아기스에게 공물을 바쳐서 자신의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약탈 전쟁은 고대 근동에서 재물을 얻고 세력을 확장하는 하나의 삶의 방식이었기에, 현대의 관점에서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평가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다윗은 약탈한 재물을 일단 아기스에게 가져가 자신의 충성심을 보여주었고, 아기스는 재물들을 보면서 다윗이 어디를 노략하고 다녔는지를 묻습니다. 이에 다윗은 유다 지파의 영역인 네겝과 여라무엘 사람의 네겝과 겐 사람의 네겝을 약탈하였다고 말합니다. 이 지역들은 모두 유다 지파에 속한 곳으로 유다의 네겝은 브엘세바 근처이고, 겐 사람의 네겝은 드빌과 헤브론 근처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렇게 다윗은 자신의 동족 중에서도 자신의 고향인 유다 지역을 노략하고 다녔다고 거짓말합니다.
이런 다윗의 거짓말은 매우 전략적이고 치밀하게 준비된 것으로, 11절에서 다윗이 노략한 지역의 사람들을 모두 죽인 이유가 바로 이런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합니다. 만일 사람들을 노예로 데리고 오면, 다윗이 유다 지역을 노략한 것이 아니라 블레셋의 우방 지역들을 노략하고 다닌 것이 들통 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다윗이 거짓말을 한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첫째, 다윗이 비록 블레셋을 의지하고 있지만 미래 이스라엘의 왕이 될 사람이기 때문에 동족을 노력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기왕 노력할 거라면 이스라엘의 적의 것을 노략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미래 이스라엘 왕으로서의 생각입니다. 셋째는 만일 이것이 겉으로 드러나게 되면 아기스와 블레셋 사람들이 다윗을 싫어하게 되고 그곳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윗은 실제로는 이스라엘의 적을 노략하면서 겉으로는 유다 지역을 노략한 것처럼 속여 아기스와 블레셋 사람들의 의심을 피할 뿐만 아니라, 12절에서 보듯이 아기스의 확실한 신뢰를 받게 됩니다. 어쨌든 다윗의 이런 계획은 성공하였고, 아기스는 다윗이 영원히 자신의 부하가 되었다며 다윗을 전적으로 믿게 됩니다. 이렇게 다윗은 비록 고향에서 쫓겨나 적에게 의탁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사이 다스리는 이스라엘을 위해 싸우고, 이스라엘을 좀 더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과의 전투에 다윗을 참전시키려는 아기스(28:1-2)
성경은 우리에게 생각을 많이 할 것을 권고하지 않습니다. 오직 한 가지, “예수를 깊이 생각하라”(히 3:1)라고 말씀합니다. 많은 생각은 우리의 삶을 혼란스럽게 하지만, 오직 한 분 그리스도만을 생각하고 그분의 뜻만을 좇을 때, 우리 삶은 흔들리지 않고 견고하게 세워질 것입니다.
1그 때에 블레셋 사람들이 이스라엘과 싸우려고 군대를 모집한지라 아기스가 다윗에게 이르되 너는 밝히 알라 너와 네 사람들이 나와 함께 나가서 군대에 참가할 것이니라 2다윗이 아기스에게 이르되 그러면 당신의 종이 행할 바를 아시리이다 하니 아기스가 다윗에게 이르되 그러면 내가 너를 영원히 내 머리 지키는 자를 삼으리라 하니라(1-2)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며 살아가던 다윗은 거짓말로 인해 어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다윗의 거짓말에 완전히 속은 아기스는 블레셋이 이스라엘과 전쟁을 하기 위해 군대를 소집할 때, 다윗도 자신과 함께 전쟁터에 나가야 한다며 다윗을 부릅니다. 이에 다윗은 왕이 시키는 대로 행하겠다고 말합니다.
‘종이 행할 것을 아신다’는 표현은 왕이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는 말입니다. 이 말을 들은 아기스는 너무 감격하여 만일 그렇게만 한다면 평생토록 자신의 호위대장으로 삼겠다고 선언합니다. 아기스 입장에서는 다윗에게 매우 높은 지위를 주는 것으로 최대한의 호의를 보이는 것입니다. 이런 아기스의 제안은 다윗을 진퇴양난의 입장에 빠뜨렸습니다. 동족과 전쟁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기스의 명령을 거절할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 속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성도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사명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 인생에서 때때로 시글락에서 다윗과 같은 상황이 있을 것입니다. 원치 않는 곳에 거하고 원치 않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며 원치 않는 일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인생의 시글락이 있을 것입니다. 그 시글락에서 삶이 앞으로 보상받지 못하고 흑역사로만 남을 것 같은 그때, 도저히 입에서 찬양이 나올 수 없고, 자기 인생이 어떻게 하다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절망하는 순간 본문의 다윗처럼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며 하나님 앞에 부끄러운 선택을 사지 않도록 힘쓰기를 원합니다. 비록 그 상황을 역전 시키고 뒤집는 일을 할 만큼 능력이 없을지라도, 그 상황에서 하나님 앞에서 선택받은 자로써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해 수고한 것을 우리 주님께서는 기억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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