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25-03)
엄하게 부리지 말라
레위기 25장 39-55절
사람의 중심은 가장 약한 곳, 가장 아픈 곳입니다. 그곳을 중심으로 온몸이 움직이고 에너지가 사용됩니다. ‘사람’ 무르기입니다. 가난한 채무자, 생존의 어려움을 겪는 동족에 대한 규례가 이어집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이스라엘 공동체가 움직여야 한다고, 책임져야 한다고 합니다.
- 희년 제도의 마지막 단락은 가난해져서 종으로 팔리게 된 형제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언급하고, 희년이 왔을 때 그들을 속량하여 자신들의 가족과 기업으로 들어가게 하는 규례를 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 안에 있는 동족은 노예로 사지 말아야 하며, 이방인에게 종으로 팔리는 형제가 있을 경우 가까운 친족이 속량해주어야 합니다.
종에 대한 규례(39-46)
가난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사회가 안전합니다. 제사에서도, 이삭줍기와 같은 일상에서도 가난한 이들의 사정이 배려되었습니다. 가난한 형제에게 곁을 내주고 종이 된 동족을 품꾼처럼 대우하는 규례도 배려의 일환입니다. 착취와 지배가 아닌 은혜와 책임, 자선이 통하는 관계였습니다.
39너와 함께 있는 네 형제가 가난하게 되어 네게 몸이 팔리거든 너는 그를 종으로 부리지 말고 40품꾼이나 동거인과 같이 함께 있게 하여 희년까지 너를 섬기게 하라 41그 때에는 그와 그의 자녀가 함께 네게서 떠나 그의 가족과 그의 조상의 기업으로 돌아가게 하라 42그들은 내가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내 종들이니 종으로 팔지 말 것이라 43너는 그를 엄하게 부리지 말고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 44네 종은 남녀를 막론하고 네 사방 이방인 중에서 취할지니 남녀 종은 이런 자 중에서 사올 것이며 45또 너희 중에 거류하는 동거인들의 자녀 중에서도 너희가 사올 수 있고 또 그들이 너희와 함께 있어서 너희 땅에서 가정을 이룬 자들 중에서도 그리 할 수 있은즉 그들이 너희의 소유가 될지니라 46너희는 그들을 너희 후손에게 기업으로 주어 소유가 되게 할 것이라 이방인 중에서는 너희가 영원한 종을 삼으려니와 너희 동족 이스라엘 자손은 너희가 피차 엄하게 부리지 말지니라(39-46)
회년 제도와 희년에 회복할 토지와 가옥에 대한 규례를 주었고, 이제 마지막으로 가난한 자와 종의 회복에 대한 규례를 제공함으로 회년 제도를 마무리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가난 때문에 종이 되는 것을 막고, 그들의 회복을 위해 이스라엘 백성 공동체가 해야 할 일을 소개합니다. 첫째 단락에서 이스라엘 백성 중에 어떤 사람이든 종으로 사게 되었을 때 해야 할 일을 규정합니다.
(1) 희년과 종의 속량(39-43)
가난하여 집이나 토지를 팔아넘기고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가족의 일원을 종으로 보내거나, 자기 자신을 팔아넘길 수도 있었습니다. 앞서 가난한 이웃에 대한 돌봄과 배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득불 사람까지 종으로 팔아넘겨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경우 공동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줍니다. 이스라엘 백성들 중에서 동족인 이스라엘 백성을 종으로 사게 되면, 그를 종이 아닌 품꾼이나 동거인으로 대우해야 합니다. 엄하게 부려먹거나, 착취해서는 안 된다. 급여를 주고 고용한 일꾼처럼 존중하며 대우해야 합니다. 형제의 어려움을 자기의 기회로 삼아 자신의 배를 불리고, 형제의 어려움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음을 뜻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이 좋으로 있을 때 구원하여 가나안 땅에 거하게 하셨기 때문입니다(38). 좋은 희년까지 주인을 섬기다가 희년이 되면 무조건 자유를 얻게 됩니다. 희년까지 섬긴다고 하면 안식년에 노예를 해방해주어야 하는 규정과 상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신 15:1-18; 출 21:1-8). 보통 노예는 안식년이 되면 자유를 주어야 했기에 일반적인 경우 안식년 규례에 따라 자유롭게 되었을 것입니다. 또한 아마도 안식년과 상관없이 종이 된 지 만 6년이 지나고, 7년째가 되면 자유롭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식년에도 자유를 얻지 못한 사람의 경우는 희년이 되면 무조건 종의 신분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그 종이 주인을 사랑하여 계속 그 집에 있겠다고 했을 경우나 홀로 종으로 왔다가 아내와 자녀를 얻은 경우에는 안식년이 되어도 종의 신분을 벗어버리지 못하는 예가 많았을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아무런 조건 없이 희년이 되면 자유를 누리게 됩니다.
(2) 언약 백성의 종의 규례(44-46)
이방인을 남종이나 여종으로 샀다면, 이스라엘 백성은 그들을 종신토록 자신의 재산으로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45). 그들이 사들인 종신 노예들은 외국에서 온 이방인이거나 이스라엘 땅에 거주하는 이방인(거류민)과 그들의 자녀들일 수 있습니다(44). 이들 이방인 노예들은 또한 자녀에게 넘겨줄 수 있는 일종의 상속재산이었습니다(46). 그러나 동족 이스라엘 사람을 그런 종신 노예로 부려 먹는 일은 금지되었습니다. 42절은 그것에 대한 신학적 이유를 제시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에서 노예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노예의 속박으로부터 그들을 구출하시어 자유민으로서 약속의 땅에 살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선택과 은혜로 자유민이 된 그들이 자유민인 동료 이스라엘 사람을 노예로 삼는 일을 해선 안 됩니다.
이방인에게 팔린 종의 속량 규례(47-55)
속량받은 자라면 모진 종살이에서 자유인이 된 출애굽을 경험하는 이들이 다시 누군가의 종이 된다는 것은 끔찍한 일입니다. 한시적 종살이여도 자유인이 된 주인 역시 애굽인들처럼 동족을 엄하게 다뤄서는 안 됩니다. 그때 겪었던 설움과 차별, 착취를 기억한다면, 속량 받은 자라면 그럴 수 없습니다.
47만일 너와 함께 있는 거류민이나 동거인은 부유하게 되고 그와 함께 있는 네 형제는 가난하게 되므로 그가 너와 함께 있는 거류민이나 동거인 또는 거류민의 가족의 후손에게 팔리면 48그가 팔린 후에 그에게는 속량 받을 권리가 있나니 그의 형제 중 하나가 그를 속량하거나 49또는 그의 삼촌이나 그의 삼촌의 아들이 그를 속량하거나 그의 가족 중 그의 살붙이 중에서 그를 속량할 것이요 그가 부유하게 되면 스스로 속량하되 50자기 몸이 팔린 해로부터 희년까지를 그 산 자와 계산하여 그 연수를 따라서 그 몸의 값을 정할 때에 그 사람을 섬긴 날을 그 사람에게 고용된 날로 여길 것이라 51만일 남은 해가 많으면 그 연수대로 팔린 값에서 속량하는 값을 그 사람에게 도로 주고 52만일 희년까지 남은 해가 적으면 그 사람과 계산하여 그 연수대로 속량하는 그 값을 그에게 도로 줄지며 53주인은 그를 매년의 삯꾼과 같이 여기고 네 목전에서 엄하게 부리지 말지니라 54그가 이같이 속량되지 못하면 희년에 이르러는 그와 그의 자녀가 자유하리니 55이스라엘 자손은 나의 종들이 됨이라 그들은 내가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내 종이요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47-55)
본문의 경우는 훨씬 더 심각한 경우인데, 가나안 땅에 거주하는 이방인이 이스라엘 백성 중에서 종을 사게 되었을 때에 대해 다룹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동족도 아닌 이방인에게 팔려가는 것은 대단히 불행한 일입니다. 이방인에게 자신을 종으로 팔았다는 뜻은 우선 이스라엘 공동체가 올바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그가 자신을 동족이 아닌 이방인에게 팔았다면 비난과 조롱을 받을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속량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자신의 몸을 속량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다시 부유하게 되어 스스로를 속량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방인의 종이 된 이스라엘 사람을 속량하는 기본적인 책무는 이스라엘 공동체에게 있습니다. 사실은 그가 이방인의 종이 되지 않도록 돌볼 책임이 공동체에게 있었는데, 본문의 지침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난 경우, 공동체가 그것을 되돌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속량하는 사람을 고엘, 즉 구속자라고 부릅니다. 사람이 형제를 위해 고엘 제도를 실행하는 데는 상당한 희생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룻기에 나오는 나오미의 근족은 자신의 재산에 손해가 날 것을 우려하여 기업 무릎의 의무를 질 수 없다고 했습니다. 고엘 제도의 의무를 지는 사람에도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형제가 그 의무를 지고, 형제가 불가능하면 삼촌, 그 다음엔 조카, 그 다음엔 다음으로 가까운 친척에게 확대됩니다. 이 규례에 나타난 친족의 순서는 룻기에서 나타납니다. 보아스는 룻의 기업 무를 자로 자신보다 더 근족이 있음을 언급합니다. 종이 된 형제를 다시 속량하기 위해 내야 하는 속량 값은 희년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토지를 무를 때 했던 방식대로, 처음 팔린 값에서 희년까지 남은 연수를 계산해서 돌려주어야 합니다. 27장에서 언급하는 바와 같이 사람마다 나이와 노동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값이 다를 수 있는데, 본문에서 그 부분을 강조하지는 않았습니다. 가장 먼저 스스로 속량하거나, 친족 중에서 속량해주지 못할 경우 그 좋은 희년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희년이 되면 종된 자신의 신분은 물론 잃어버렸던 토지도 원래대로 돌려받게 될 것입니다. 율법의 정신은 이들이 자유하게 되어 집으로 돌아갈 때도 풍성하게 쥐여 보내는 것입니다. 이들이 다시 가난 때문에 종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라는 취지입니다. 심지어 이방인 중에 동거하는 사람들도 후대하여 기업을 주라고 명령합니다(46).
신약성경에서도 가난한 이웃을 향한 올바른 영성을 제시합니다. 야고보서 2:14-17은 믿음은 행함을 통해 나타나는데, 이웃이 헐벗고 있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은 곧 죽은 믿음이라고 단정합니다. 참된 경건은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서 돌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않는 것입니다(약 1:27). 이런 회년의 정신이 절정에 이른 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입니다. 누가복음 4:18-19 에서 예수님께서 설교하실 때 이사야 61:1-3을 인용하십니다. 여호와께서 기름을 부으사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게 하시고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시고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선포하십니다. 이런 점에서 예수님의 오심은 갇힌 사람들에게 참된 자유의 길을 제시하신 것입니다. 이 사실을 명확히 이해했던 사도들도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 이후에 자신들이 메시아로 말미암은 종말 공동체라는 사실을 인식했습니다. 그래서 역사상 처음 나타났던 예루살렘 교회는 모두 자신의 소유를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는 이가 없었고, 자신의 것들을 팔아 가난한 이웃에게 나눠주는 유무상통의 공동체를 이뤘던 것입니다(행 2:42-47). 이런 점에서 교회 공동체로서 우리가 선포하는 복음은 희년의 복음인 것입니다. 사로잡힌 자들에게 자유와 해방을 선포하는 종말론적 희년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셔서 이루셨고, 예수님이 다시 이 땅으로 오셔서 새 하늘과 새 땅을 이루실 때, 참되고 온전한 희년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눅 4:21; 벧후 3:13). 이 종말론적 소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교회 공동체는 희년 공동체로서 우리 곁에 있는 가난한 이웃을 돌보고 섬기는 공동체적 책무를 온전히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난한 동족을 배려하라는 것은 명령이나 권고나 아닙니다. 속량받은 자의 마땅한 반응입니다. 사람을 사물 가치로 치환하고 부속품처럼 다루고, 성과 중심으로 사람을 해고하고, 타인의 몫을 빼앗고 타인을 억누르는 이 세상에서 구원을 받고 구별된 사람답게 대안적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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