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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23-02)


바울을 죽이려는 유대 열성분자들

사도행전 23장 12-30절


 

세상은 자신이 맞고 타인이 틀려서가 아니라, 타인이 제거되어야 자신이 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타인을 죽이려고 합니다. 생명이 생명답게 살아가는 것이 싫은 사람은 죽은 사람입니다. 남을 험담하고 비판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 그리하여 남을 죽이려는 사람, 그래야 속이 시원한 사람은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유대인들이 살아계신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고,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 바울을 잡은 데 실패한 일부 유대교 열성분자들은 바울을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밉니다. 그들은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을 찾아가 바울을 영외로 유도할 것을 요청하고, 자신들은 매복해 있다가 바울을 죽이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그들의 음모는 바울의 조카의 귀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천부장은 바울을 로마 총독 벨리스에게 회부하기로 결정하고 삼엄한 경비대와 함께 그를 가이사랴로 보냅니다.

 

살해 음모를 꾸밈(12-15)

악인들은 생각하는 것이 죄악입니다. 하루 종일 죄악을 모의하며 죄악을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나름 그들은 자신의 생각이 훌륭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바람에 나는 겨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그런 오만한 자리에 안자서 악을 도모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즐거워하며 그 말씀을 주야로 묵상해야 시험에 들지 않습니다.

 

12날이 새매 유대인들이 당을 지어 맹세하되 바울을 죽이기 전에는 먹지도 아니하고 마시지도 아니하겠다 하고 13이같이 동맹한 자가 사십여 명이더라 14대제사장들과 장로들에게 가서 말하되 우리가 바울을 죽이기 전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기로 굳게 맹세하였으니 15이제 너희는 그의 사실을 더 자세히 물어보려는 척하면서 공회와 함께 천부장에게 청하여 바울을 너희에게로 데리고 내려오게 하라 우리는 그가 가까이 오기 전에 죽이기로 준비하였노라 하더니(12-15)

 

바울은 공의회에서 일어난 큰 다툼 때문에 로마군이 주둔하고 있는 병영으로 옮겨져 보호받게 되었습니다. 바울은 하나님께 말씀을 받은 밤이 지나고(11) 다음 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바울을 아쉽게 놓치게 되자 유대인들 가운데 일부 열성분자들은 그를 다시 살해할 기회를 얻기 위해 음모를 꾸밉니다. 개역개정은 ‘당을 지어’라고 번역하지만, ‘음모를 꾸며’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이들은 40여 명이 넘는 유대인이 바울을 죽이려고 ‘암살단’을 조직했습니다. 지난 밤 주님께서 하신 말씀에 비추어 볼 때, 이 음모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이렇게 많은 유대인이 바울을 죽이기 전에는 음식을 먹지도 마시지도 않겠다고 맹세할 만큼 사태가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결단이 종교적인 신념에서 나오는 극단적인 경건의 표현이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든 바울을 빨리 죽이려고 했습니다.

 

이러한 맹세에 참여한 자들은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을 찾아가 협조를 부탁합니다(14-15). 이 부분에서 ‘서기관들’은 언급되지 않습니다. 서기관들은 대부분 바리새인들이었는데 아마도 이 열성분자들은 산헤드린 공회원 가운데 자기들의 음모를 좀 더 흔쾌히 받아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나름대로 하나님을 위한 열정이고 율법을 수호하기 위한 결의입니다. 아무리 순수해도 그릇된 지식이 낳은 열정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줍니다. 바른 지식과 분별력이 없는 순수함은 사탄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자기애에 사로잡힌 인간은 항상 선한 의도로 불의한 과정을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관계를 깨뜨리고 진리를 거스르는 열정은 아닌지 돌아봅시다.

 

그들이 산헤드린 공회의에 바울을 죽이기로 맹세한 사실을 알리면서 공회가 바울에 대해 조사할 일이 있으니 바울을 보내 달라고 천부장에게 부탁하면 그들이 매복하고 있다가 단숨에 그를 제거하겠다고 공모한 것입니다(15). 이틀 전에 공회에서 있었던 바울에 대한 심문은 사두개인과 바리새인의 분열과 다툼으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산헤드린 공회가 바울을 좀 더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것은 그럴 뜻한 명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후대 랍비 문헌에 의하면, 산헤드린 공회는 어떤 음모에도 공조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와 현실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누가는 그들이 바울을 죽이기 전까지는 식음을 전폐할 것을 맹세했다는 표현을 두 번 반복해 기록하면서 그들의 강한 의지를 강조합니다(12,14). ‘맹세하다’는 단순히 맹세의 의미를 넘어서 ‘저주를 받다’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이 음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지 않으면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도 마땅하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15절은 열성분자들의 구체적인 음모 내용이 나옵니다. 그들의 음모는 산헤드린 공회가 바울을 영외로 유도하면, 몰래 잠복해 있다가 그를 살해해버리겠다는 일종의 테러 작전입니다.

 

살해할 음모가 탄로 남(16-22)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계획이나 일을 막을 수 있는 권력이나 음모는 세상에 없습니다. 악인들이 음밀한 계획을 세우고 주도면밀하게 작전을 세운다고 할지라도 살아계신 하나님의 눈은 속일 수 없습니다. 유대 열성분자들이 은밀하게 바울을 암살 계획했지만, 단 한번 등장하지 않았던 바울의 조카에게 발각되면서 계획이 들어나게 됩니다.

 

16바울의 생질이 그들이 매복하여 있다 함을 듣고 와서 영내에 들어가 바울에게 알린지라 17바울이 한 백부장을 청하여 이르되 이 청년을 천부장에게로 인도하라 그에게 무슨 할 말이 있다 하니 18천부장에게로 데리고 가서 이르되 죄수 바울이 나를 불러 이 청년이 당신께 할 말이 있다 하여 데리고 가기를 청하더이다 하매 19천부장이 그의 손을 잡고 물러가서 조용히 묻되 내게 할 말이 무엇이냐 20대답하되 유대인들이 공모하기를 그들이 바울에 대하여 더 자세한 것을 묻기 위함이라 하고 내일 그를 데리고 공회로 내려오기를 당신께 청하자 하였으니 21당신은 그들의 청함을 따르지 마옵소서 그들 중에서 바울을 죽이기 전에는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기로 맹세한 자 사십여 명이 그를 죽이려고 숨어서 지금 다 준비하고 당신의 허락만 기다리나이다 하니 22이에 천부장이 청년을 보내며 경계하되 이 일을 내게 알렸다고 아무에게도 이르지 말라 하고(16-22)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은밀한 음모가 놀랍게도 바울의 조카에게 탄로가 나게 하셨습니다(16). 열성분자들이 꾸민 이 음모의 내용이 바울의 조카 귀에 들어갑니다. 이 조카가 어떻게 이 음모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었고 어떻게 영내에 있는 바울에게까지 가서 알릴 수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바울의 조카가 이렇게 손쉽게 영내에 들어갈 수 있었다면, 바울을 살해하려던 자들은 왜 들어가지 못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감옥 상황에 대해 알려진 바에 의하면, 친인척들은 수감자가 먹을 음식이나 필요한 물건들을 비교적 자유롭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단순히 하나의 우연한 일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 일이 바울의 조카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흔히 말하는 우연(偶然)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번 일에 직접 개입하셔서 그분의 계획 하에 모든 일이 진행되는 필연(必然)임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바로 누가가 이 단락에서 보여주려는 요지이고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인 것입니다.

우리는 사도행전을 통해 하나님께서 기적적인 일을 통해 병자를 고치시고 베드로를 옥에서 구해내시고, 바울과 실라를 옥에서 풀어주시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뜻을 이루려 하실 때 언제나 이러한 기적적인 방법이나 비상한 방법만을 사용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경우와 같이 매우 자연스러운 방법을 사용해 자신의 뜻을 성취하기도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하늘에 나는 참새 한 마리도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씀은 참 진리입니다. 들에 핀 백합화도 친히 가꾸시고 기르시는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의 피 값으로 자녀 삼아주신 우리의 삶 속에서도 동일하게 역사하십니다. 이러한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것이 참된 믿음의 삶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사도행전의 추후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겠지만, 사실 이들의 살해 음모가 바울의 조카에 의해 발각되었기 때문에 바울이 궁극적으로 로마 호위대의 보호를 받고 로마까지 가게 되고, 거기서 복음을 자유롭게 전하는 길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열성분자들의 음모가 바울에게까지 전해지고, 더 나아가 천부장의 귀에 까지 전달되어 집니다(17-21). 천부장은 바울의 조카를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가서 ‘내게 할 말이 무엇이냐?’(19)라고 묻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바울이 백부장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천부장이 바울의 조카를 손잡고 데리고 가는 모습이 과연 역사적으로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아마 그는 은밀히 할 말이 있다는 말에 그는 착각했을 수 있습니다. 바울이 그의 조카를 이용해서 바울을 석방하기 위한 뇌물을 주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조용한 장소로 갔을지 모릅니다. 또 한 가지는 이와 같은 살해 음모가 로마 군대의 지도부에게 중대한 사안일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이 사실을 입수한 로마 군대가 이 사안을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처리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울의 조카는 천부장에게 자신이 들었던 바울을 죽이려 했던 음모를 자세하게 전합니다(20-21). 바울의 조카는 그들의 음모를 꾸구체적으로 밝히면서 유대 종교 지도자들의 요청을 결코 들어주어선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21). 개역개정의 20절 번역은 다소 어색합니다. 이 구절은 ‘유대인들이 그(바울)에 대하여 더 자세한 것을 알아보기 위함이라고 하면서 내일 그를 공회로 데려와 달라고 당신에게 청하자고 합의했습니다.’과 같이 번역이 가능합니다.

 

생각 밖에 바울의 조카로부터 유대 열성분자들의 음모를 전해들은 천부장의 반응과 그의 지시를 서술합니다. 먼저 자신에게 소식을 알린 청년에게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경계하며 보냈습니다(22).

당시 로마 속주에 주둔해 있는 로마 군대의 주된 임무는 공공질서를 유지하는 것이었으며 피의자를 사법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소유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천부장은 조카의 말을 들으면서 이 사건을 상부기관으로 회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는 바울을 자기 선에서 석방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바울의 신변에 위협이 될 만한 상황임을 감지하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즉각적인 행동을 취했습니다. 이것은 정말 하나님의 은밀한 섭리의 결과였습니다.

 

천부장이 신속하게 결정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이 바울을 석방하게 되는 경우에는 두 가지 어려운 일에 직면하게 됩니다. 첫째는, 분노에 찬 유대인들의 불만이 자기에게로 향할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는, 바울은 로마시민권자인데, 로마시민을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죽게 되면 그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바울의 문제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므로 바울을 안전하게 감금하는 편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자신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바울의 신병을 직속상관에게 무사히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울의 신변을 철저하기 보호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유대인들의 음모가 발각된 사실도 숨겨야 했습니다.

 

바울을 통독 벨릭스에게 보내기로 함(23-24)

사람들은 자신의 욕심이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악한 계획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 계획일수록 철저하게 비밀스럽게 이루어집니다. 하나님께서는 악한 방법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반대로 사용하시여 하나님의 선한 사역을 이루어 가십니다. 열성분자들이 바울을 죽이려고 했던 것은, 결국에 바울을 로마로 가도록 하는 길을 열어 주는 결과를 맺습니다.

 

23백부장 둘을 불러 이르되 밤 제 삼 시에 가이사랴까지 갈 보병 이백 명과 기병 칠십 명과 창병 이백 명을 준비하라 하고 24또 바울을 태워 총독 벨릭스에게로 무사히 보내기 위하여 짐승을 준비하라 명하며(23-24)

 

천부장은 이제 신속하게 바울을 가이사랴에 후송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합니다. ‘밤 제삼 시’는 오늘날로 하면 밤 9시를 가리킵니다. 그는 어두움을 틈타 바울을 가이사랴에 있는 총독부까지 무사히 보내야 합니다.

이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보병 200명과 기병 70명과 창병 200명, 도합 470명이라는 경호부대가 동원되었습니다. 이 숫자는 거의 예루살렘에 주둔하는 부대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입니다. 죄수 한 명, 아니한 명을 호송하기 위해 과연 이렇게 많은 군인이 동원되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부 병력은 가장 위험한 예루살렘을 벗어나는 지점까지만 동행하고 다시 병영으로 복귀했다면, 병력의 과잉 동원과 관련한 의구심은 어느 정도 해소된다고 생각됩니다.

천부장의 입장에서 그는 바울이 체포될 당시에 로마시민을 무참히 구타한 실수를 범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 뜨거운 잠가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후송하는 것 상책이라고 생각했던 같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 사람들의 악행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가시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바울은 이제 로마로 출발하고 있습니다(11).

 

천부장이 벨릭스에게 서신을 보냄(25-30)

하나님께서는 악한 음모에서 우리를 건지시는 분입니다. 항상 우리 곁에 계시며 안전하게 지켜주시는 하나님을 신뢰하시면 됩니다. 악인들의 계획은 결코 하나님의 계획을 이길 수 없습니다. 바울을 죽이려는 유대인들의 은밀하고도 치밀한 계획이 실패한 이유는 바울이 로마에서 복음을 전하게 하려는 하나님의 계획 때문이었습니다.

 

25또 이 아래와 같이 편지하니 일렀으되 26글라우디오 루시아는 총독 벨릭스 각하께 문안하나이다 27이 사람이 유대인들에게 잡혀 죽게 된 것을 내가 로마 사람인 줄 들어 알고 군대를 거느리고 가서 구원하였다가 28유대인들이 무슨 일로 그를 고발하는지 알고자 하여 그들의 공회로 데리고 내려갔더니 29고발하는 것이 그들의 율법 문제에 관한 것뿐이요 한 가지도 죽이거나 결박할 사유가 없음을 발견하였나이다 30그러나 이 사람을 해하려는 간계가 있다고 누가 내게 알려 주기로 곧 당신께로 보내며 또 고발하는 사람들도 당신 앞에서 그에 대하여 말하라 하였나이다 하였더라(25-30)

 

25절을 보면 그는 죄수와 함께 편지 한 장이 전달됩니다. 신약성경에 기록된 유일무이한 세속적인 편지입니다. 물론 누가는 이 편지를 읽어본 적이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누가는 그 당시의 역사적 정황을 참작하고 당시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던 공문 형식을 따라 로마 천부장이 작성했을 법한 문체로 편지의 내용을 작성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26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천부장의 이름을 알게 됩니다. ‘글라우디오’는 그가 로마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당시 황제의 이름을 따라 지은 로마 이름이고, ‘루시아’는 그의 본래 헬라 이름일 것으로 보입니다.

 

26절의 전형적인 인사말에 이어 27절부터 30절까지 편지 내용이 서술됩니다. 편지 내용은 얼핏 보면 천부장이 이번 사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는 나중에 바울이 로마 시민임을 알게 되어 그를 구해준 것임에도 불구하고, 편지에서는 마치 바울이 로마 시민이었기 때문에 보호해준 것처럼 쓰고 있습니다. 또한 그의 편지가 대부분 일인칭 단수로 되어 있다는 점은 그가 얼마나 이 편지를 자기중심적으로 썼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아직 이 사건의 전말이 확실히 밝혀진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편지의 내용은 천부장이 내린 일차적인 결론을 알려줍니다. 즉 이 사건이 형사법에 의해 처벌받아야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 단지 쌍방 간의 신학적 견해차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천부장의 결론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처음 유대인들이 바울을 기소할 때 바울에게 적용되었던 혐의는 이방인을 성전에 데리고 들어가는, 곧 당대 법에 따라 사형에 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혐의는 사라지고 오로지 종교적인 문제만 남게 되었습니다.


바울은 아직 미결수이기 때문에 어떻게 로마에 갈 수 있는 길을 알 수 없습니다. 그는 어떠한 결정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로마 제국의 공권력을 도움으로 생명의 안전을 보장받도록 역사하시며, 로마까지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십니다. 얼마나 놀라운 큰 그림입니까!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향한 계획도 놀라운 계획을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하나님의뜻에 순종하는 성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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