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21-01)
정결한 공동체를 위한 법규들
신명기 21장 1-23절
모세오경에 나타나는 율법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 ‘제사법’으로 이스라엘이 하나님께서 바른 제사를 드리는 법이며, 다음으로, ‘도덕법’으로 십게명을 가르치며, 마지막으로 ‘사회법’으로 가나안에 들어간 이스라엘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실제적인 부분을 다루는 율법입니다. 공동체 의식이 파괴되면 모두가 손해를 봅니다. 다른 사람이 어려움을 당하고 있을 때,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수수방관(袖手傍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그렇게 어려움을 당할 수 있을 때, 이웃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습니다. 서로 돕고 협력해서 하나로 지역공동체를 아름답게 만들어 가야 합니다.
21장에서부터는 논리적인 배열을 찾기 어렵습니다. 대략적인 공통분모를 찾아본다면, 21-22장에서 이스라엘 공동체의 정결을 유지하기 위한 제반 조치들로 볼 수 있습니다. 21장의 경우 범인을 알지 못하는 억울한 피살자로 인해 땅이 더럽혀지면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포로로 데려온 여자와의 적법하고 정결한 결혼 조건을 제시하며, 장자권 문제에 이어 공동체 내의 폐륜아를 사형시킨 것을 설명합니다.
억울한 피살자를 위한 속죄(1-9)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억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목숨을 빼앗는 살인은 아닐지라도 인격 살인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근거 없는 말을 옮기는 것은 살인과 같습니다.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이 추측한 것이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것도 인격 살인입니다. 자신도 언젠가는 그렇게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1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어 차지하게 하신 땅에서 피살된 시체가 들에 엎드러진 것을 발견하고 그 쳐죽인 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거든 2너희의 장로들과 재판장들은 나가서 그 피살된 곳의 사방에 있는 성읍의 원근을 잴 것이요 3그 피살된 곳에서 제일 가까운 성읍의 장로들이 그 성읍에서 아직 부리지 아니하고 멍에를 메지 아니한 암송아지를 취하여 4그 성읍의 장로들이 물이 항상 흐르고 갈지도 않고 씨를 뿌린 일도 없는 골짜기로 그 송아지를 끌고 가서 그 골짜기에서 그 송아지의 목을 꺾을 것이요 5레위 자손 제사장들도 그리로 갈지니 그들은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택하사 자기를 섬기게 하시며 또 여호와의 이름으로 축복하게 하신 자라 모든 소송과 모든 투쟁이 그들의 말대로 판결될 것이니라 6그 피살된 곳에서 제일 가까운 성읍의 모든 장로들은 그 골짜기에서 목을 꺾은 암송아지 위에 손을 씻으며 7말하기를 우리의 손이 이 피를 흘리지 아니하였고 우리의 눈이 이것을 보지도 못하였나이다 8여호와여 주께서 속량하신 주의 백성 이스라엘을 사하시고 무죄한 피를 주의 백성 이스라엘 중에 머물러 두지 마옵소서 하면 그 피 흘린 죄가 사함을 받으리니 9너는 이와 같이 여호와께서 보시기에 정직한 일을 행하여 무죄한 자의 피 흘린 죄를 너희 중에서 제할지니라(1-9)
약속의 땅에서는 억울하게 살해당한 무고한 피가 그 땅을 더럽히는 일이 있어선 안 됩니다. 만일 그런 피살체가 발견되었는데 범인을 알 수 없다면, 이스라엘 백성은 힘을 합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 피가 그 땅을 더럽히고 그 피 값은 공동체 전체에게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이제 공동체의 문제로, 그들의 정결성을 회복하기 위해 인근 마을과 공동체 전체가 나서야 합니다. 모세는 지금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법제화합니다. 그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먼저 공동체의 대표로 장로들과 재판장들이 나서서 피살체가 발견된 지점에서 거리를 측정하여 가장 가까운 성읍이 어디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여기서 ‘장로들’은 성읍의 어르신들로서 특정한 직책이 아닐 것입니다. 앞서 형사 사건에서는 재판장과 ‘지도자’가 재판을 주도했는데, 여기서는 장로들과 재판장이 이 사건을 처리하는 데 앞장섭니다. 가장 가까운 성읍을 결정하는 이유는 범인이 그곳에 거주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상식적인 판단 때문일 것입니다.
② 가장 가까운 성읍의 장로들이 나서서 아직 일을 시킨 적이 없는 어린 암송아지 한 마리를 준비합니다. 왜 암송아지를 취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비교되는 사례로서 민수기에서 어린 붉은 암송아지 전체를 태워 재를 만드는 의례가 발견됩니다(민수기 9장). 제사장이 사체 부정을 입은 사람들을 위해 그 재를 물에 타 ‘속죄의 물’을 입은 사람들을 위해 그 재를 물에 타 ‘속죄의 물’을 만들어 그 사람에게 뿌립니다. 여기서는 붉은 암송아지가 아닌 일반 암송아지이며, 다른 목적을 위해 목을 꺾어서 죽입니다.
③ 장로들은 그 송아지를 사람이 개간하거나 경작한 적이 없는 계곡의 물이 ‘항상 흐르는’ 하천으로 끌고 가 거기서 목을 꺾어 죽입니다. 이때 제사장들도 이 의례에 동참하는데, 이들은 분명히 마을의 법정 소송이나 폭행과 같은 형사 사건을 재판했던 성읍의 제사장일 것입니다(5). 그 하천은 항상 흐르는 하천이 아닌 거칠게, 흐르는 하천, 즉 우기에 거센 급류가 흐르는 계곡일 수 있습니다. 그런 골짜기의 물은 사람이 경작하지 않는 지역의 물이기에 그런 의례에 적합했을 것입니다.
④ 장로들은 이어서 그 골짜기 물에서 목이 꺾인 암송아지 위에 손을 씻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님을 향해 그 피살자의 흘린 피에 대해 자신들의 무고함과 또한 목격한 증인도 아님을 선언하고, 억울한 피 흘림으로 인한 죄로부터 완전한 죄 사함을 허락해달라고 기도합니다(8). 이 때 본문은 침묵하나 배석한 제사장의 모종의 역할이-이를테면 하나님을 대신한 ‘성읍 주민들의 무고함과 죄 사함의 선언, 축복의 기도’와 같은-있었을 것입니다. 이때 이 암송아지 도살은 제단에서 행하는 ‘제의적 희생’(ritual sacrifice)이 아니라 단순한 도살(slaughter)이며 피를 내지 않고 단순히 목을 꺾어서 죽이나 분명히 제사상 앞에서 이 의례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그 짐승은 배상적 희생물로 죽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살인 사건이 발생한 죄의 더러움은 장로들이 백성들을 대표하여 자신들의 손을 물로 씻음으로써 씻기는 것입니다.
포로로 잡힌 여자와의 결혼(10-14)
하나님께서는 약자를 무시하거나 갈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많이 사랑하고 긍휼히 여겨주십니다. 그래서 본문에서는 약자를 위한 배려를 하십니다. 첫 번째 묶음은 억울하게 피살당한 후 범인을 알지 못한 상황에 대해, 그리고 포로로 잡혀온 여자와 결혼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10네가 나가서 적군과 싸울 때에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들을 네 손에 넘기시므로 네가 그들을 사로잡은 후에 11네가 만일 그 포로 중의 아리따운 여자를 보고 그에게 연연하여 아내를 삼고자 하거든 12그를 네 집으로 데려갈 것이요 그는 그 머리를 밀고 손톱을 베고 13또 포로의 의복을 벗고 네 집에 살며 그 부모를 위하여 한 달 동안 애곡한 후에 네가 그에게로 들어가서 그의 남편이 되고 그는 네 아내가 될 것이요 14그 후에 네가 그를 기뻐하지 아니 하거든 그의 마음대로 가게 하고 결코 돈을 받고 팔지 말지라 네가 그를 욕보였은즉 종으로 여기지 말지니라(10-14)
전쟁 포로로 데려온 어떤 여자와 이스라엘 남자의 결혼에 대한 지침입니다. 이런 관행은 고대 중동에서 보편적이었습니다. 여자 포로는 대부분 종이 되는데, 일부는 아내나 첩이 되었습니다.
⑴ 이방 포로 여인의 대상자(10-11)
분명히 이 여자는 비가나안족의 여인입니다. 가나안 족속은 모두 진멸의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전쟁에서 포로로 잡혀온 여인들의 아름다움에 반한 한 남자가 그녀를 아내로 삼기 원한다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갈 수 있습니다.
⑵ 이방 포로여인과 결혼 절차(12-13)
이때 그 여자는 머리털을 밀고 손톱을 베고 포로복을 벗은 뒤 부모를 위해 한 달 동안 애곡할 기회를 부여받습니다. 그 후에야 남자는 그녀와 동침하여 부부가 될 수 있습니다. 여자의 이러한 특이한 행위에 대해 많은 해석들이 있습니다.
요세푸스와 람반(Ramban)은 이것을 그녀의 가족과 동포의 사망에 대한 애도의 표시로 보는 반면, 랍비 아키바(R. Akiba)와 그를 따르는 랍비들은 그녀가 자신의 매력을 없애 그 남자가 자신을 멀리하도록 만들기 위한 시도라고 봅니다. 메이스(Mays)는 그녀의 행위는 자기 가정의 생활방식과 습관을 모두 없애는 행위로 봅니다. 다시 말해 그것은 신분의 변화를 상징합니다. 그녀는 이전의 삶을 버렸습니다, 그녀가 머리털을 밀고 손톱을 베고 포로복을 갈아입은 뒤 한 달 동안 부모를 애도한 것으로 보아 그런 행위는 애도의 표시일 것입니다. 30일의 애도기간은 매우 특별한 애도식을 가진 것을 의미합니다. 아론의 장례를 위해 30일간 애곡이 계속되고, 나중에 모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앞서 조상 야곱의 죽음에서는 이집트 사람들이 무려 70일 간이나 애곡 기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인물을 제외하고는 통상적으로 이스라엘이나 이집트는 일주일의 애곡 기간을 보냈던 것으로 추론됩니다(창세기 50:10; 사무엘상 31:13; 참조 민수기 19:11,16, 31:19). 따라서 이 규정에서 마련한 한 달의 애곡 기간은 매우 특별했으며, 포로로 잡혀온 그녀에 대한 큰 배려였습니다.
⑶ 이방 여인과의 이혼(14)
만일 그 남자가 결혼 후 그녀에 대한 애정이 식어 헤어지길 원한다면, 그녀를 자유인으로 풀어줄 수 있었습니다. 돈을 받고 매매하는 행위는 허락되지 않았으며, 이미 그녀를 비천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종으로 대해서도 안 되었습니다
전쟁에서 사로잡은 포로 중 가나안 여인을 제외하고 다른 민족은 아내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들도 포로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대우를 받도록 하셨습니다. 특히 결혼 후 이혼할 경우에는 매매할 수 없었습니다. 적어도 그리스도인이라면 약자일수록 더 존중하고 귀히 여겨는 성숙함이 필요합니다.
보호받아야 할 장자권(15-17)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거룩한 공동체입니다. 하나님께서 제시해주신 모든 규례의 이면에는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가 깔려 있습니다. 이스라엘 공동체를 향한 하나님의 관심과 열의를 엿볼 수 있습니다.
15어떤 사람이 두 아내를 두었는데 하나는 사랑을 받고 하나는 미움을 받다가 그 사랑을 받는 자와 미움을 받는 자가 둘 다 아들을 낳았다 하자 그 미움을 받는 자의 아들이 장자이면 16자기의 소유를 그의 아들들에게 기업으로 나누는 날에 그 사랑을 받는 자의 아들을 장자로 삼아 참 장자 곧 미움을 받는 자의 아들보다 앞세우지 말고 17반드시 그 미움을 받는 자의 아들을 장자로 인정하여 자기의 소유에서 그에게는 두 몫을 줄 것이니 그는 자기의 기력의 시작이라 장자의 권리가 그에게 있음이니라(15-17)
요지는 아버지가 아무리 편애하는 다른 아들이 있더라도 장자권은 첫 아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때 장자는 ‘두 몫’의 상속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두 몫을 의미하는 피 쉐나임을 스가랴 13:8에 비추어 ‘2/3’로 해석하자는 견해가 있지만, 사실은 거기서도 세 부분 중에 두 몫이어서 2/3가 되는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만일 열 명의 아들이 있다면, 그 몫은 크게 줄어듭니다. 실제 정확한 분배 방법은 열 명일 경우 먼저 열한 명의 몫으로 공평히 나눈 다음 거기서 두 사람 몫을 장자가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전통적 인 랍비들의 해석입니다.
장자권은 무조건 첫 아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원칙이나, 성경에서 확인되듯이, 하나님의 절대주권으로 이 권리가 다른 아들들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패륜아의 사형과 매장 지침(18-23)
속담에 ‘될성부른 나무를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했습니다. 하나님께 귀하게 쓰임 받은 일꾼들은 어렸을 때부터 성령 충만하게 성장합니다. 위대한 지도자인 사무엘은 ‘아이 사무엘이 점점 자라매 여호와와 사람들에게 은총을 더욱 받더라’(사무엘상 2:26)라고 합니다. 마치 예수님의 성장과정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18사람에게 완악하고 패역한 아들이 있어 그의 아버지의 말이나 그 어머니의 말을 순종하지 아니하고 부모가 징계하여도 순종하지 아니하거든 19그의 부모가 그를 끌고 성문에 이르러 그 성읍 장로들에게 나아가서 20그 성읍 장로들에게 말하기를 우리의 이 자식은 완악하고 패역하여 우리말을 듣지 아니하고 방탕하며 술에 잠긴 자라 하면 21그 성읍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돌로 쳐죽일지니 이같이 네가 너희 중에서 악을 제하라 그리하면 온 이스라엘이 듣고 두려워하리라 22사람이 만일 죽을 죄를 범하므로 네가 그를 죽여 나무 위에 달거든 23그 시체를 나무 위에 밤새도록 두지 말고 그 날에 장사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기업으로 주시는 땅을 더럽히지 말라 나무에 달린 자는 하나님께 저주를 받았음이니라(18-23)
만일 어떤 패역한 아들이 부모의 말을 안 듣고 허랑방탕하게 생활하며 폭음을 일삼는다면, 부모는 공동체의 처분에 호소할 수 있습니다. 우선 그 아들에 대한 재판을 정문에서 공개적으로 개최하고, 장로들이 배심원으로 참여합니다. 부모가 그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해주면, 마을 사람 전체가 투석형에 참여하여 사형에 처합니다.
전통적으로 랍비들은 이 법이 실제로는 실현되지 않는 자녀 훈육을 위한 규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석합니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공개 재판에서 부모 그 불효자의 죄를 고발해서 그가 비참하게 죽을 상황이 되기 전에, 부모와 아들은 비극을 피하는 해결책을 찾고, 아들은 부모에게 순종하는 길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현재의 사례를 포함하여 어떤 극악한 범죄자를 처형한 뒤에, 때로는 성읍 전체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그 사체를 나무에 매달아놓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나무 위에 달거든’이라는 표현으로 볼 때 단순히 당시 관행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구약에는 나무 위에 사체를 달아둔 사례들이 몇 군데 나타납니다(창세기 40:19, 여호수아 10:26, 에 9:6-14). 그러나 이 사체는 당일에 매장해야 했으며, 여기에 근거해서 탈무드는 장례 규정에서 모든 시신은 당일에 묻어야 한다는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범죄자의 처리에 있어서 사회 전체에 공동 책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날 무슨 일이든지 자기 개인에게 해가 미치지 않는데도, 불의한 일이나 사건이라도 수수방관하는 예가 많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서 모두가 책임을 공감하고 그 처리에 동참하는 것이 성경적인 교훈입니다. 세상 세계관과 함부로 타협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상속자임을 자랑으로 여기시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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