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로새서(02-02)
주 예수 안에서 거하는 방법
골로새서 2장 6-15절
우리의 삶에 누구를 주님으로 모셨는지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정합니다. 삶의 방식을 정해주고 삶의 목표를 정해줍니다. 그래서 우리가 믿고 경배하는 예수님이 누구인지를 바르게 알아야 합니다. 그가 어떻게 살았고, 우리에게 무엇을 주었고, 또 약속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그를 잘 믿을 수 있습니다.
교회를 어지럽힐 수 있는 거짓 교사들 문제에 대해 구체적 권면을 시작합니다. 첫째는 ‘걸으라’는 명령을 중심으로 바울이 전한 가르침에 따라 살라고 말합니다(6-7). 둘째는 ‘조심하라’는 명령을 통해 거짓 가르침에 대해 경고합니다(8-15). 구체적으로 거짓 교사를 경계하라는 명령(8)과 예수님을 통한 구원 과정의 여러 요소를 골로새 성도들에게(9-12)와 하나님 중심(13-15)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작게 구분됩니다.
거짓 교사와 관련한 권면 1:복음의 가르침에 굳게 서라(6-7)
그리스도를 주로 받은 사람들은 그분의 사람을 살아야 합니다. 사죄의 은혜와 구원의 도를 깨달은 그리스도인들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가르침을 받은 대로 행해야 합니다. 더 이상 신령한 가르침을 구할 때가 아니라 가르침을 받은 대로 살 때입니다. 무엇인가를 더하는 데 시간과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그리스도 안에서 뿌리 박고 굳건히 서서 새로운 삶으로 살아가는 주의 백성들이 되어야 합니다.
6그러므로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를 주로 받았으니 그 안에서 행하되 7그 안에 뿌리를 박으며 세움을 받아 교훈을 받은 대로 믿음에 굳게 서서 감사함을 넘치게 하라(6-7)
바울은 이 단락에서 성도들을 향한 권면에 메시지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하나님의 비밀이며 복음의 핵심인 그리스도의 관한 교리적 설명에 집중했습니다. 이제 그러한 설명에 근거하여 성도들이 믿음 가운데 뿌리를 내려 성장하라고 명령합니다.
먼저 성도들이 에바브라에게서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 예수를 그들의 주로 영접하였다는 사실을 언급합니다. 거짓 교사로 인해 생길 문제와 관련해 본격적 권면을 시작합니다. 첫 명령은 예수 안에서 행하라는 것입니다(6b). 예수님과의 관계 안에서 살아가는 삶의 걸음에 대한 주문입니다. 먼저 명령의 전제는 골로새 성도가 메시아 예수를 주로 받은 것입니다(6). 그들은 예수님에 대한 복음을 듣고 믿었고, 바울이 하나님께 감사하였습니다(1:4). 바울의 설명 방식에 주목할 것이 있습니다. 신자 삶에 대한 명령을 주절로 말하고, 예수님을 믿는 것을 종속절로 언급한 점입니다. 바울의 초점은 예수님의 정체와 사역이라는 교리 차원보다 신자의 삶에 있습니다. 비록 1:15-20에서 예수에 대해 부연했지만, 내용이 짧고 압축적입니다. 골로새 성도들이 이미 아는 지식을 상기시키는 목적일 것입니다. 이후에도 예수님에 대한 추가 설명(8-12)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신자 삶에 대한 권면의 근거로 소개됩니다. 이런 면에서 편지의 첫 명령을 전달하는 구조는 예수에 대한 진리와 연관된 ‘신자의 삶’이 바울의 주된 관심임을 짐작게 합니다. 한편, 바울은 예수님 안에서의 걸음을 네 개의 분사로 ⑴ 예수 안에 뿌리박게 되어 ⑵ 세움을 입게 되며 ⑶ 믿음에 굳게 서게 되어 ⑷감사를 넘치게 하는 것으로 말합니다(7).
이 표현에는 몇 가지 관찰점이 있습니다. 첫째, 모든 과정에 일련의 연속성이 있습니다. 바울은 전체 과정을 마치 땅에 심은 식물이 뿌리 내리고 세워져 튼튼하게 되어 열매 맺는 과정처럼 묘사합니다. 신자의 삶이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성숙 과정이라는 말입니다. 둘째, 신자의 삶이 성숙하게 되는 토양은 예수에 대한 진리입니다. 뿌리를 내리고 세워져 열매 맺는 모든 과정은 예수에 대한 지식과 믿음에 근거합니다. 이 점에서 신자 삶의 성숙은 진리에 대한 성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지식만을 추구하란 뜻은 아닙니다. 바울이 기존 가르침을 따라 믿음에 서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지식도 복음에 근거해야 합니다. 거짓 가르침을 반대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셋째, 신자의 성숙은 주님과의 관계가 깊어지는 것입니다. 바울은 성숙의 최종 단계를 감사가 넘치는 것으로 말합니다. 성공이나 성취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모든 과정이 주의 은혜임을 인정하고 그분을 칭찬하는 사랑의 관계 표현입니다. 이런 면에서 신자 삶의 핵심은 관계성이고, 진리 또한 관계성이 핵심입니다. 관계에 끝이 없듯 예수에 대한 지식과 그에 근거한 삶도 끝이 없습니다. 오직 깊어지는 것만 있을 뿐입니다. 넷째, 신자의 삶에는 신적 도움과 인간의 응답이 함께 있습니다. 첫 세 과정을 수동태를 통해 신적 도움을 받는 것으로 묘사하고, 마지막을 능동태로 신자의 응답으로 말한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자의 삶은 주님과의 관계 안에서 그분 도움을 의지하여 은혜에 응답하며 정성스레 사는 것입니다.
거짓 교사와 관련한 권면 2(8-15)
성도는 흑암의 권세에서 벗어나서 하나님의 자녀로서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누구의 통치를 받으면서 살아가야 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성도는 예수님께서 자신을 통치하게 하고, 예수님의 말씀으로 인도하심을 받게 하는 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처럼 평화를 만들고 타인을 살려내며, 하나님께 예배하는 존재입니다.
8누가 철학과 헛된 속임수로 너희를 사로잡을까 주의하라 이것은 사람의 전통과 세상의 초등학문을 따름이요 그리스도를 따름이 아니니라 9그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고 10너희도 그 안에서 충만하여졌으니 그는 모든 통치자와 권세의 머리시라 11또 그 안에서 너희가 손으로 하지 아니한 할례를 받았으니 곧 육의 몸을 벗는 것이요 그리스도의 할례니라 12너희가 세례로 그리스도와 함께 장사되고 또 죽은 자들 가운데서 그를 일으키신 하나님의 역사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 안에서 함께 일으키심을 받았느니라 13또 범죄와 육체의 무할례로 죽었던 너희를 하나님이 그와 함께 살리시고 우리의 모든 죄를 사하시고 14우리를 거스르고 불리하게 하는 법조문으로 쓴 증서를 지우시고 제하여 버리사 십자가에 못 박으시고 15통치자들과 권세들을 무력화하여 드러내어 구경거리로 삼으시고 십자가로 그들을 이기셨느니라(8-15)
구원은 그리스도과 연합으로 그의 죽음과 부활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영적인 부활이며 할례입니다. 언약의 외인이던 사람들이 새 언약 백성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모든 죄를 십자가에서 용서하시고 악한 영들을 이기신 그리스도의 승리와 함께 참여하는 일입니다.
(1) 명령:거짓 교사를 경계하라(8)
바울은 골로새 성도들에게 두 번째 교훈을 전합니다. ‘누가’라고 지칭한 ‘거짓 교사’들이 생기지 않게 주의하라고 합니다. 이것을 따르지 말라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런 것을 따르다 보면 정말 중요한 예수 그리스도를 놓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일에 우리의 삶을 드려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주객이 전도되어서 주님을 놓치고 마음을 빼앗기는 결과를 맺고 맙니다. 이러한 결고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바울은 미래형 동사(에스타이 ἔσται)를 사용하는데, 그들로 인한 문제가 아직 골로새 교회 안에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러나 가능성 있고 임박한 위험입니다. 그들은 철학과 헛된 속임수로 골로새 성도들을 사로잡으려고 할 텐데, 그것은 사람의 전통과 세상 초등학문에 따른 것이며 메시아와 관련 없습니다. 거짓 교사들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얻기 어렵지만, 사람의 전통과 세상의 초등학문이란 표현을 보면 유대교와 관련된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울은 갈라디아서에서는 이 표현을 율법과 관련된 유대교 가르침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갈 4:3,9). 할례(11)와 유대교 관습(16)을 언급한 것에서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바울의 표현에는 골로새 성도들이 왜 그들을 조심해야 하는지에 대한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 골로새 성도들을 향한 그 거짓 교사들의 동기와 모습이 선하지 않습니다. 바울은 그들을 ‘사로잡는 자’로 묘사합니다. 마치 전쟁에서 포로를 노획하듯 골로새 성도들을 통제하고 종으로 삼으려는 모습입니다. 그들의 모습은 골로새 성도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주 안에서 온전한 자로 만들려는 바울과 대조됩니다. 둘째, 그들의 가르침은 메시아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와 상관없습니다. 바울은 그들의 가르침을 유명인들의 말과 세상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그들의 주장은 세상의 초등학문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어둠의 영역에 속한 사람에게는 매력적일지 모르지만, 빛의 새 영역으로 옮김을 받은 자에게는 쓸모없는, 단지 신자를 속이는 사변적 가르침일 뿐입니다. 절대로 그 가르침에 현혹되면 안 됩니다.
(2) 설명1: 골로새 성도들이 경험한 예수를 통한 구원 과정(9-12)
예수님을 믿고 따를 때 우리의 삶에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납니다. 세상의 학문과 세상의 철학이 주지 못하는 삶의 변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됩니다. 그리고 죄의 구속에서 우리가 자유를 얻게 됩니다.
바울은 예수님으로 인한 구원 과정과 결과에 대한 설명을 통해 왜 거짓 가르침을 따르면 안 되는지를 부연 설명합니다.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설명을 진행합니다. 하나는, 시간 흐름과 관련한 진행입니다. 예수님과 성도의 현재 상태에서 그 상태를 가능케 한 과거의 구원 과정 순으로 제시합니다. 다른 하나는 어둠과 빛이라는 통치 영역과 그 속에 있는 개인 차원을 구분합니다. 이 둘을 조합해 과거에서 현재 순서로 본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비유대인인 골로새 성도들은 과거에 하나님께 반역하는 어둠의 영역에서 세상 질서와 관련한 통치자와 권세자의 영향력과 그 이면에 있는 영적 세력들 아래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그들은 개인적으로도 하나님을 거절하는 죄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손으로 쓴 법조문, 곧 모세를 통해 전달된 옛 언약 율법에 의해 죄인으로, 그리고 언약 백성 밖에 있는 무할례자로 정죄 받고 하나님의 심판 아래 죽을 존재들이었습니다(13-14).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은 통치 영역과 그 속에 있는 골로새 성도들의 상태를 완전히 뒤집는 과정입니다. 개인과 관련해 예수님의 죽음은 사람들의 죄에 대한 율법의 정죄를 십자가에 대신 못 박은 것이고, 하나님의 심판을 대신 받은 것입니다(14). 그로 인해 죄 용서와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과 새 생명 얻는 길이 열렸고, 예수의 부활은 그에 대한 증거입니다. 한편, 반역의 세상과 관련해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은 어둠의 통치를 깨는 과정입니다. 마치 전쟁에서 적장을 무장 해제시키고 많은 군중 앞에서 포로로 이끌고 개선하듯, 어둠의 통치자와 권세자들을 굴복시켰습니다(15). 셋째, 믿음은 예수의 사역 결과를 경험하는 열쇠입니다. 믿음의 핵심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역과 죽음에서 그를 일으킨 하나님의 일하심을 인정하는 것입니다(12; 참고, 롬 4:24-25). 더 나아가 이 믿음은 세례의 고백, 곧 하나님 심판에 대해 예수와 함께 죽고 예수와 연합해 하나님 앞에서 새 생명 받았음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것으로 표현됩니다(12; 참고, 롬 6:3-11). 흥미로운 것은 세례를 마치 새 언약의 할례처럼 묘사한 점입니다(11). 옛 언약에서 육체의 할례를 통해 언약 백성의 표지를 얻은 것처럼 세례를 통해 메시아의 할례, 곧 새 언약에서 정체성 표지를 얻는 것으로 말합니다. 한편, 본문에서 언급되진 않았지만, 신자의 믿음에는 과거 상태에 대한 회개가 전제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수 사역의 결과로 예수와 성도의 상태가 달라졌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원래 가지고 있었던 신성의 모든 충만함을 부활의 몸에 가득 채우게 되었고(9) 모든 통치자와 권세자의 머리, 곧 창조주와 통치자로서의 원래 위치를 회복하게 되었습니다(10; 참고, 1:14-18; 빌 2:9-11). 성도는 죄를 용서받고(13; 참고, 1:14) 예수 안에서 충만한 존재가 되었습니다(10). 어둠에서 하나님/예수의 나라로 옮김받아(1:13) 새 생명 안에서 새 언약 백성(11)과 그분의 자녀로서 영광을 누릴 자가 된 것입니다.
이런 내용을 정리하면, 9-15절은 1:15-20처럼 구원의 큰 그림을 담고 있으며, 예수와 골로새 성도(‘너희’)와 모든 신자(‘우리’)를 중심으로 그 과정을 소개한 복음의 내용입니다. 거짓 교사들은 옛 언약에 속한 가르침으로 비유대인 성도를 흔들 것인데, 이에 대해 바울은 첫째는 예수님께서는 율법과 할례로 대표되는 옛 언약을 넘어 어둠을 깨고 새 언약을 성취한 분이고, 다음으로 골로새 성도는 그분을 통해 하나님/예수의 통치 안에서 새 언약 관계에 있기 때문에 거짓 가르침에 속아서 옛 언약이나 세상을 따라 살면 안 된다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충만한 신성으로 자존하시며 영원하신 하나님이십니다. 우리 역시 그분 안에서 충만해진 존재들입니다. 그러니 감히 세상의 원리로 삶의 방식을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허접한 삶으로 우리에게 이미 주신 영광스런 승리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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