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01-03)
예수 탄생을 예고 받은 마리아
누가복음 1장 26-38절
복음의 핵심에 대한 바른 이해와 바른 자세를 갖는 것은 바른 신앙의 기초입니다. 인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계시는 다윗의 자손 요셉과 정혼한 마리아에게 나타났습니다. 그녀에게 주어진 메시아 탄생에 대한 계시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결혼도 하지 않는 여자가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만약 마리아가 아이를 낳을 거라는 천사의 말을 의심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 세례 요한의 출생을 예고한 천사 가브리엘은 이제 예수 그리스도의 출생을 마리아에게 알립니다. 마리아는 놀랐지만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순종하며 받아들입니다. 가브리엘이 전한 하나님의 계시를 통해서 인류를 구원하실 메시아가 어떤 분이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 탄생을 고지한 천사(26-33)
하나님께서는 언약에 신실하신 분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오직 하나님의 권능으로만 임하며, 하나님 나라에 참여하는 은혜는 항상 아이스크림과 같은 달콤한 초대만이 아닙니다. 때로는 혹독한 터널을 통과해야만 하기 때문에 매우 가혹한 은혜일 수 있습니다. 손가락질당하면서도 해명하지 않고 침묵해야 하는 아픔이 기다리는 은혜였습니다.
26여섯째 달에 천사 가브리엘이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아 갈릴리 나사렛이란 동네에 가서 27다윗의 자손 요셉이라 하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에게 이르니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라 28그에게 들어가 이르되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하니 29처녀가 그 말을 듣고 놀라 이런 인사가 어찌함인가 생각하매 30천사가 이르되 마리아여 무서워하지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 31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32그가 큰 자가 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일컬어질 것이요 주 하나님께서 그 조상 다윗의 왕위를 그에게 주시리니 33영원히 야곱의 집을 왕으로 다스리실 것이며 그 나라가 무궁하리라(26-33)
본문은 천사 가브리엘이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들어 갈릴리 나사렛으로 향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세상을 구원하는 구주께서 마리아를 통해 세상에 오시겠다고 하는 놀라운 소식이었습니다. 그 약속을 받은 당사자인 마리아는 순종합니다.
(1) 마리아에게 나타난 천사(26-30)
세례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이 잉태한 지 여섯 달이 되었을 때, 하나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리 나사렛에 보내었습니다(26). 종교와 정치의 중심지인 성전에 나타났던 가브리엘은 다윗의 자손 요셉의 약혼녀이며 남자를 알지 못한 마리아를 시골에서 만났습니다(27). 마리아는 한 번 예고된 적이 없었던 하나님의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소식을 듣습니다. 누가는 ‘처녀(παρθένος) ’라는 단어는 두 차례 언급하면서 마리아가 결혼하지 않은 사태의 동정녀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27).
가브리엘은 마리아에게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28)라고 인사합니다. 직역하면 ‘기뻐하라! 은혜를 입은 자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은혜는 이후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은혜를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은혜를 입은 자’는 인간의 노력이나 업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 따라 선택받은 사실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유대적 표현입니다. 마리아는 탁월한 가문이나 높은 지위의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하나님의 구원 계획에서 절정으로 쓰일 것이기에, 은혜를 입은 자며 기뻐해야 합니다.
‘주께서 함께하신다’는 하나님께서 목적을 위해 선택하신 사람을 보호하고 도와주실 것을 확인시키거나 약속하기 위해 사용된 표현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삭이 아비멜렉의 핍박을 브엘세바로 옮겼을 때에 하신 말씀에도 ‘그 밤에 여호와께서 그에게 나타나 이르시되 나는 네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니 두려워하지 말라 내 종 아브라함을 위하여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어 네 자손이 번성하게 하리라 하신지라’(창 26:24)라고 하셨습니다. 참고로 성경에 나온 믿음의 인물들에게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는 말씀을 여러 번 말씀하셨습니다. 아브라함(창 28:15), 모세(출 3:12), 기드온(삿 6:12), 예레미야(렘 1:8) 등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리아가 놀라자 천사는 다시 한 번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사실을 언급합니다(30). 하나님께서는 은혜로 부르시고 부름 받은 자와 함께하십니다. 구원 역사를 위해 부르시고 부름 받은 사람은 기뻐해야 합니다. 하나님께 쓰임 받은 사람들은 은혜를 입은 사람이고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기 때문입니다.
(2) 천사가 메시아 탄생을 예고함(31-33)
천사 가브리엘은 마리아에게 임한 은혜가 무엇인지 설명합니다. 그 내용은 마리아가 잉태하고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경이로운 소식이었습니다.
가브리엘은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라고 합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처녀로서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이의 이름은 ‘예수’며, 그는 ‘큰 자가 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로 불린 것입니다. ‘예수’의 뜻은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자’라는 것입니다(마 1:21). 주 하나님께서 그에게 조상 다윗의 왕위를 주실 것입니다. 그가 왕으로 야곱의 집을 영원히 다스릴 것이며, 그의 나라가 영원할 것입니다(32-33). 이는 이스라엘 민족이 그토록 고대했던 하나님 나라를 실현할 왕이 시골의 어린 소녀를 통해 태어난다는 소식입니다. 영원한 나라의 왕이 마리아의 아들이 된다는 뜻입니다.
천사의 예고를 들은 마리아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임신할 수 있는지 되묻습니다(34). 천사는 성령께서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그녀를 덮어주실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태어날 아이는 ‘거룩한 이’, ‘하나님의 아들’입니다(35). 천사는 노년인 엘리사벳이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됐다고 구체적으로 알려줌으로써 하나님의 말씀에 불가능이 없다고 선언합니다(37, 창 18:14).
이는 예수님이 다윗 언약의 성취자이신 메시아로 오심을 보여 줍니다(삼하 7:12-16). 그분이 오셔서 세상 모든 나라의 세력을 완전히 굴복시키실 날을 바라보며 오늘도 죄악의 세력에 밀리지 맙시다.
마리아의 반응(34-38)
믿음은 질문을 통과하고 회의를 극복하고 상식을 넘어섭니다. 하나님과 직면할 때만 믿음으로 가혹한 은혜를 수용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 주셨습니다. 하지만 마리아에게 인간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가혹한 은혜였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의 탄생이 처녀인 자기 몸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수용해야 하는 믿음이 요구되었습니다.
34마리아가 천사에게 말하되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 35천사가 대답하여 이르되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어지리라 36보라 네 친족 엘리사벳도 늙어서 아들을 배었느니라 본래 임신하지 못한다고 알려진 이가 이미 여섯 달이 되었나니 37대저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하지 못하심이 없느니라 38마리아가 이르되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하매 천사가 떠나가니라(34-38)
마리아는 천사에게 자신이 남자를 알지 못하니 어떻게 이 일이 가능하냐고 물었습니다. 천사는 성령이 임할 것이며 하나님의 능력이 덮을 것이라며, 하나님의 말씀은 능치 못할 일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에 마리아는 자신을 주의 여종이라 하며 말씀대로 이루어지기를 원한다고 응답했습니다.
(1) 동정녀 마리아의 질문(34)
마리아는 자신은 남자를 알지 못한데,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라고 질문합니다. 잉태와 관련된 문맥상 마리아가 남자를 알지 못함은 그녀가 처녀임을 뜻합니다(27,29). 사가랴는 자신에게 아들이 있을 것임을 알리는 천사의 말에 “내가 이것을 어떻게 알리요?”라고 질문하며, 자신과 아내가 아이를 얻기가 신체적으로 불가능함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이와 평행을 이루는 마리아의 질문도 자신이 처녀이므로 아이를 낳는 것이 신체적으로 불가능함을 언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37절에서 천사는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하지 못하심이 없느니라”고 하는데, 이것도 동정녀 마리아의 잉태와 관련된 문맥에 부합합니다.
사가랴의 경우에는 예언을 의심해 벌을 받았습니다(20). 노인이 아들을 가지는 것은 아부라함의 경우와 같은 전례가 있기에 사가랴의 의심은 벌을 받을 만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문제를 제기하고도 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아 동정녀 잉태는 구약시대에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리아는 남자와 무관하게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이 부분을 마리아가 결혼 후에도 처녀성을 유지하고자 했다고 보는 해석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합니다”라고 현재형으로 기록한 누가의 관점으로 미루어 보아, 그녀가 결혼 후에도 처녀로 남고자 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2) 성령으로 잉태하게 됨(35-36)
천사는 마리아의 잉태가 성령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하며, 하나님의 ‘능력’(뒤나미스)이 마리아를 덮는다고 한합니다. 그런데 ‘영’(프뉴마), ‘능력’(뒤나미스)은 히포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스토아학파, 갈렌 등의 작품에서 임신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정액과 관련해 사용된 단어입니다. 그러므로 누가복음이 기록하는 천사의 설명은 헬라어를 사용하는 독자들에게 성령을 통한 잉태를 암시합니다. 마리아는 단성생식으로 임신하여 출산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으로 잉태하여 출산하게 됩니다.
마리아를 통해 태어나는 아들은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유대인들에게 ‘하나님의 아들’은 메시아를 가리키는 칭호입니다(스 7:28; 4Q246 2:1). 그러므로 천사의 예고는 이 아들이 메시아임을 알린 것입니다. 이 아들은 성령으로 잉태되어 태어날 신적 메시아입니다.
엘리사벳이 임신한 지 6개월 되었을 때, 마리아는 엘리사벳을 방문해 3개월동안 같이 있다가 세례 요한의 출생 전에 떠났습니다(56).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했을 때 마리아는 이미 임신한 상태였습니다(42). 그러므로 출산 전까지 임신기간 10개월을 고려하면, 마리아는 천사의 예언을 듣고 한달 내에 임신하고 엘리사벳을 방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마리아의 순종(37-38)
천사는 마리아에게 하나님의 모든 말씀이 전능하다고 말합니다. 마리아가 34절에서 남자를 알지 못한다며 의문을 제기했기에, 이에 대해 천사가 하나님의 말씀이 전능하다고 언급하며 대답하는 문맥을 고려하면 이 말씀은 동정녀 탄생과 관련된 것입니다. 마리아는 사가랴와 달리 하나님의 전능하심에 기초하여 자신에게 이루어질 바를 믿음으로 겸손히 받아들입니다(37,38).
천사는 임신할 수 없던 엘리사벳이 여섯 달째 임신 중인 예를 근거로 하나님의 말씀에 불가능이 없다고 강조합니다. 이에 마리아는 유대식 표현인 ‘당신의 말씀대로 되게 하소서’를 ‘주의 여종’으로서 소망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통해 하나님의 뜻이 성취될 것을 순종함으로 기다립니다. 처녀의 몸으로 아들을 낳는 마리아가 겪어야 할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엘리사벳이 자녀를 낳지 못해 사회적 수치를 평생 경험한 것과 대조적으로 마리아는 아이를 낳음으로써 사회적 수치가 평생 따라다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마리아는 자신의 순종을 통해 비전한 자들을 돌아보시고 높이시는 하나님의 성품과 계획이 드러나는 것에 감사합니다.
마리아는 하나님께 종속된 종이며, 특별한 관심을 받아야 할 자격이 없는데도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합니다. 52절에서는 비천한 신분인 것을 고백합니다. 마리아는 자신처럼 낮은 자들을 구원하실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처럼 은혜를 입은 마리아의 순종을 통해 구원 역사를 진행하십니다. 주의 ‘종’은 하나님의 뜻에 복종하는 동시에 하나님의 목적을 위해 동역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은혜를 알고 순종하는 사람을 구원 역사의 동역자로 삼으십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인간의 삶을 통해 성취되며, 불가능할 것 같은 사건이 순종하는 종을 통해 이뤄집니다.
복음은 믿기지 않는 소식입니다. 인간의 힘과 상식으로는 해낼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소식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슬픔과 압제로부터 해방과 안식을 주기 때문입니다. 복음은 믿음을 요구하는 소식입니다. 자기 한계를 인정하고 하나님을 의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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