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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위기(01-01)


번제, 하나님을 향한 헌신과 충성

레위기 1장 1-17절


 

온전한 제사나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은 그 시작은 하나님이십니다. 사람들이 먼저 하나님께 나가서 조건을 제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에서 어떻게 할 줄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우리를 하나님께서 먼저 찾아오셔서 만나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놀라운 은혜인 것입니다.

 

  • 본 장은 출애굽 2년 1월에 모세가 회막을 세운 후에서 지시받은 제사법 가운데 첫 번째의 제사법인 번제에 관한 규례입니다. 번제는 드리는 자의 헌신을 나타내는 제사로써 누구나 드릴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제물의 가치에 따라 열납되는 것이 아니라 드리는 자의 정성과 믿음이 제물에 나타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언(1-2)

하나님께서는 제사장만 들어갈 수 있는 성소나 지성소가 아니라 일반 백성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회막’에서 당신의 백성들을 만나주십니다. 레위기의 주체는 제사장이 아니라 일반 백성입니다. 이스라엘은 자신의 모든 것이 후회없이 후퇴없이 드려야 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백했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묻고 그 뜻에 순종하는 일보다 더 우선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1여호와께서 회막에서 모세를 부르시고 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2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라 너희 중에 누구든지 여호와께 예물을 드리려거든 가축 중에서 소나 양으로 예물을 드릴지니라(1-2)

 

레위기는 여호와께서 회막에서 모세를 부르시면서 시작합니다(1). 이 ‘회막’은 ‘성막’이라고도 불리며, 이스라엘 진영 한가운데 있었고, 그 주위에 레위인들이 사방으로 진을 치고 머물렀습니다(민 2:17; 3:21-39).

‘회막의 성막’(출 39:29) 같은 표현을 볼 때, 회막은 전체를 가리키고, 성막은 그 가운데 성소 부분을 가리키는 듯합니다(참조, 출 40:34-35). 회막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곳이며, 백성이 하나님께 제사하는 곳인데, 레위기는 하나님의 임재를 표현하는 성막보다는 하나님과 백성의 만남을 상징하는 회막이라는 표현을 더 즐겨 씁니다(43회). 이는 대개 오해하듯 레위기는 제사장이 주도하는 제사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온 백성을 위한 규례를 말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절에서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는 대상이 “이스라엘 자손”으로 언급됩니다. 레위기는 제사장의 교본이나 업무 매뉴얼이 아니라 온 백성을 위한 책입니다. 여호와께서는 “너희 중에 누구든지 여호와께 예물을 드리려거든 가죽 중에서 소난 양으로 예물을 드리라”고 하십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된 이스라엘 중 누구든지, 그가 이방인일지라도, 또한 여자도 예물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참조. 5:6 “남자나 여자나”). 사람의 경제적 형편이나 사회적 지위의 차이는 있지만 차별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이는 또한 제사에서 중요한 것은 자발적으로 드리는 ‘제물’임을 보여주며, 그것은 자의적으로 제사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명하신 규례를 따라 드려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는 제물을 받으시는 하나님의 거룩성 때문입니다.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제물 자체가 필요해서 요구하셨을 리 없습니다. 세상과 다른 방식으로 제사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확립하시려는 의도였습니다. 즉 제사의 핵심은 제물 자체가 아니라 제물을 드리는 마음과 하나님께 대한 순종임을 보여줍니다.

 

여기 1:2의 ‘예물’(코르반)이라는 단어가 번제(1:3), 소제(2:1), 화목제(3:1)에 모두 등장하는 것을 볼 때, 이는 3장까지 이어지는 단락의 도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예물의 예로 소와 양을 제시하지만, 나중에는 염소와 비둘기와 곡식도 드리게 하십니다. 가축은 사치스런 예물이 아니고 흔히 구할 수 있는 제물이었습니다. 일상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것들로 마음을 담을 수 있고, 또 자신이 기른 것을 바침으로써 제사하는 자와의 일치성을 추구할 수 있기에 가축을 예물로 정하셨을 것입니다.

 

소의 번제(3-9)

성도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으로 죄를 사함받고 의로운 백성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의 보혈로 성결케 된 백성의 예배와 삶을 받으십니다. 하나님은 모세를 불러 제사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이 제사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중요한 의식입니다. 성도는 제사를 통해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을 찾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더욱 깊이 경험할 수 있습니다.

 

3그 예물이 소의 번제이면 흠 없는 수컷으로 회막 문에서 여호와 앞에 기쁘게 받으시도록 드릴지니라 4그는 번제물의 머리에 안수할지니 그를 위하여 기쁘게 받으심이 되어 그를 위하여 속죄가 될 것이라 5그는 여호와 앞에서 그 수송아지를 잡을 것이요 아론의 자손 제사장들은 그 피를 가져다가 회막 문 앞 제단 사방에 뿌릴 것이며 6그는 또 그 번제물의 가죽을 벗기고 각을 뜰 것이요 7제사장 아론의 자손들은 제단 위에 불을 붙이고 불 위에 나무를 벌여 놓고 8아론의 자손 제사장들은 그 뜬 각과 머리와 기름을 제단 위의 불 위에 있는 나무에 벌여 놓을 것이며 9그 내장과 정강이를 물로 씻을 것이요 제사장은 그 전부를 제단 위에서 불살라 번제를 드릴지니 이는 화제라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니라(3-9)

 

3절부터는 번제를 소개하는데, 소로 드리는 번제(3-9), 암이나 염소로 드리는 번제(10-13), 비둘기로 드리는 번제(14-17)를 차례로 소개합니다. ‘번제’를 가리키는 단어는 ‘올라가다’라는 뜻인데, 번제는 제물을 태워서 그 냄새가 올라가게 하는 제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성경에서는 ‘태우는 제사’로서 ‘번제’로 번역하였습니다.

 

(1) 제물 준비(3)

 

먼저 소의 번제 절차가 규정됩니다. 제사용 짐승은 우선 ‘흠 없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것은 ‘완전한’ 짐승을 의미하는데, 하나님께서는 완전하신 분이므로 그에 합당한 제물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또한 수컷이 선호됩니다. 수컷이 우선되는 이유는 시장 가치에서는 암컷이 월등히 비쌌지만, 제의적 가치에서는 수컷이 우월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가부장적 관습이 지배하는 시대적, 문화적 한계 속에서 남자가 대표성을 갖고 사회적 지위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구약 율법을 해석할 때 틀과 형식에 집착하면 곤란합니다. 그 틀이 담은 가치와 의미에 주목해야 합니다.

 

(2) 안수와 도살 및 피 뿌리기(4-5)

 

제의 절차에서 가장 먼저 시행되는 행위는 ‘안수’입니다. 개인의 제사에서 안수와 도살, 그리고 각 뜨기와 내장 세척은 모두 제사장이 아닌 제사하는 사람의 몫입니다. 반면 제사장은 제단에 피 뿌리기, 제단에 나무 쌓기, 그리고 제물 태우기를 담당합니다. 그러나 매일의 번제(상번제)나 절기 등의 공적 제사에서는 모든 절차를 제사장이 수행합니다. 안수의 의미와 기능에 대해 학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데, 그것은 안수자와의 ‘동일시’나 그를 대신하는 대체임이 분명합니다. 안수 논쟁은 레위기 3장의 화목제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룰 것입니다.

 

제사하는 사람은 안수에 이어 직접 도살합니다. 도살의 주체는 제사하는 사람이며 안수 받은 짐승의 도살은 자신의 죽음을 상징하므로 제사하는 사람이 자신의 짐승을 도살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합니다. 제사장은 도살된 짐승의 목에서 피를 사발에 받아 제단 사면, 즉 제단의 바깥 면들에 끼얹어 뿌립니다(자라크). 번제의 목적과 효과가 3-4절에 명시됩니다. 그 목적은 분명 하나님께 기쁘게 받아들여지는 제물이 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3). 이때 ‘그/그것의 받아들여짐’(라쪼노)이 제물이 받아들여지는 것인지 제사하는 사람이 받아들여지는 것인지 모호합니다. ‘라쪼노’에 접미된 대명사 ‘오’(15)의 선행사는 제물과 제사자 둘 다 가능합니다. 영어 성경들이 대체로 그런 것처럼 제사자를 주어로 취하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기쁘게 열납되는 것은 제물을 통해 드려지는 제사자의 헌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번제는 화목제와 더불어 자발적인 제사로서 ‘전적 드림’과 ‘헌신’을 위한 제사입니다. 그것은 이차적으로 ‘속죄’(키페르)의 효과를 가져옵니다(4). 우리는 동사 ‘키페르’에 대해 여기서는 단순히 ‘속죄하다’로 이해해도 충분합니다. 한 가지 떠오르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레위기 4-5장의 속죄제/속건제가 인간의 죄를 속죄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면, 번제의 ‘속죄’는 이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아마 속죄제/속건제는 특정한 죄를 속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번제를 드릴 때 제사자는 자신의 연약함과 죄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번제는 죄 용서를 위한 제사가 아니지만, 그로 인해 그의 죄성에 대한 속죄가 부차적으로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구약에서는 인간의 원죄까지 단번에 속죄되지 않았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3) 제물의 손질과 태우기(6-9)

 

제사자가 하는 일은 안수, 도살, 그리고 짐승 손질입니다. 반면에 제사장이 하는 일은 피 뿌리기, 불 준비, 태우기입니다. 가죽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태웁니다. 내장과 정강이마저 물로 씻어 더러운 것을 제거한 뒤 각을 뜬 몸통 위에 올려놓습니다. 가죽은 단순히 아마도 잘 타지 않고 고약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제외되었을 것입니다. 자국은 그 제사를 바치느라 수고한 제사장의 몫으로 돌아갑니다(레 7:8). 그리하여 번제물은 여호와를 위한 ‘음식 봉헌물’(화제)이 되어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로 올라갑니다. ‘향기로운 냄새’라는 표현은 번제뿐 아니라 화목제(레 3:5,16)와 제한적이지만 속죄제(레 4:31)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사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사장이 제단 위에 불을 붙이고 나무를 벌여 놓는다는 것은 불은 새로 지핀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레위기 6:12-13에서 제단 위의 불은 결코 꺼져선 안 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단 불은 원래 레위기 9장에 나타나는 바와 같이 신적 기원을 갖습니다.

 

양과 염소의 번제(10-13)

성도의 모든 예배와 삶은 하나님 앞에 드리는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유일하신 하나님께 온전한 예배를 드려야 합니다. 우리의 모든 삶을 전적으로 하나님께 헌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헌신을 통해 하나님은 기뻐하십니다. 예배와 삶의 일치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깊게 합니다. 결국, 하나님께 드리는 진정한 예배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10만일 그 예물이 가축 떼의 양이나 염소의 번제이면 흠 없는 수컷으로 드릴지니 11그가 제단 북쪽 여호와 앞에서 그것을 잡을 것이요 아론의 자손 제사장들은 그것의 피를 제단 사방에 뿌릴 것이며 12그는 그것의 각을 뜨고 그것의 머리와 그것의 기름을 베어 낼 것이요 제사장은 그것을 다 제단 위의 불 위에 있는 나무 위에 벌여 놓을 것이며 13그 내장과 그 정강이를 물로 씻을 것이요 제사장은 그 전부를 가져다가 제단 위에서 불살라 번제를 드릴지니 이는 화제라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니라(10-13)

 

본문에서는 제사로 바쳐질 가축의 종류와 그 준비 방법에 대해 설명합니다. 특히, 제사는 흠 없는 수컷으로 정해져야 하며, 제사자가 그것을 하나님께 드릴 때, 특정한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이러한 규례는 하나님께 대한 경건한 태도와 순종을 나타내는 중요한 의식임을 강조합니다.

 

(1) 도살과 피 뿌리기(10-11)

 

양이나 염수의 수컷으로 번제물을 가져온 제사자는 제단 북쪽 여호와 앞에서 가축을 도살해야 합니다.

 

(2) 짐승의 손질과 태우기(12-13)

 

아론의 자손 제사장들은 그 피를 제단 사방에 뿌리고, 각을 뜨고, 머리와 기름을 베어 내고, 제단 불 위의 나무 위에 놓아야 합니다. 그 내장과 정강이 역시 물로 씻어 전부를 제단 위에서 불살라 드려야 합니다. 가죽을 제외한 모든 것을 불살라 드리는 번제는 매일 아침과 저녁에 드려야 하는 일상의 제사이며 항상 드려야 하는 제사입니다(출 29:38-42).

제사의 방법과 시간과 절차와 제물에 대한 자세한 규정은 예배가 사람의 임의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정하시고 명하신 대로 준행되어야 하는 일이었음을 가르쳐줍니다.

 

새의 번제(14-17)

하나님께 자원하여 예물을 드리는 일에 있어서는 누구나 자신의 형편에 맞게 드릴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예물이 없어서 하나님께 즐거이 나아가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섭리하신 하나님의 은총입니다. 율법 시대에도 하나님의 제도를 통하여 가난한 자들도 그 앞에 담대히 나갈 수 있었습니다.

 

14만일 여호와께 드리는 예물이 새의 번제이면 산비둘기나 집비둘기 새끼로 예물을 드릴 것이요 15제사장은 그것을 제단으로 가져다가 그것의 머리를 비틀어 끊고 제단 위에서 불사르고 피는 제단 곁에 흘릴 것이며 16그것의 모이주머니와 그 더러운 것은 제거하여 제단 동쪽 재 버리는 곳에 던지고 17또 그 날개 자리에서 그 몸을 찢되 아주 찢지 말고 제사장이 그것을 제단 위의 불 위에 있는 나무 위에서 불살라 번제를 드릴지니 이는 화제라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니라(14-17)

 

본문에서는 제사로 바쳐질 흠 없는 수컷 가축의 준비와 절차를 설명하며, 제사자가 하나님께 드릴 때 특정한 규칙을 따라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는 하나님께 대한 경건한 태도와 순종의 중요성을 나타냅니다.

 

(1) 도살과 피 뿌리기(14-15)

 

새의 번제는 산비둘기나 집비둘기의 새끼로 드려야 하며, 다른 번제물의 경우와 달리 제사장이 새를 잡고, 제단 위에서 불사르고, 피를 제단 곁에 흘리는 절차를 진행하였습니다.

모이 주머니와 깃털 혹은 더러운 부분은 제단 동쪽의 재 버리는 곳에 던지고, 날개 부분은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형태로 제단 불 위의 나무 위에서 불살라 드려야 합니다.

 

(2) 새의 손질과 태우기(16-17)

 

이처럼 레위기 제사법의 세밀하고 상세한 내용과 절차는 하나님의 성품과 완전하심의 모습을 반영해주는 듯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방법대로, 자신의 눈에 좋게 보이는 순서를 만들어서 드리는 것이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으시는 제사가 될 수 없으며, 하나님께 향기로운 제물이 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하나님의 규례와 명령에 따라 드리는 제사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자신의 계산과 시간과 방법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계획과 순서와 방법에 순종하는 훈련과 교육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제사는 시공간 안에 제한된 존재인 사람이 영원하신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이며, 유한하고 허물 많은 인간이 절대자이며 신이신 하나님과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은혜의 통로였습니다.


번제는 하나님께 대한 인간의 자발적인 헌신과 봉사를 의미하며 이것은 자신을 하나님께 드린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충성을 상징합니다. 율법은 오직 장차 올 것들의 그림자일 뿐이었습니다(히 10:1). 번제가 나타내 주는 실체는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을 통한 믿는 자들의 구속입니다(롬 3:24; 엡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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