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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105-03)


구원의 하나님: 출애굽의 이야기

시편 105편 24-45절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끄시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모든 사람을 똑같은 방법으로 인도하시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손을 잡고 끌어 주시기도 하시고, 어떤 사람에게는 지도 한 장을 던져 주시기도 하기고, 어떤 사람에게는 풍랑을 만나게 하셔서 그 풍랑에 떠밀려 목적지까지 가게 하십니다.

 

  • 시인은 이스라엘 후손이 애굽 땅에서 번성하게 하신 것과 애굽의 대적이 되게 하셔서 미움 받게 된 때를 회고하며 노래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받은 고통으로 인해 하나님께서 모세와 아론을 내세워 재앙을 내리신 후 그 땅을 떠나와 광야를 통과하게 하시고 가나안 땅을 주신 길고 긴 역사를 압축해서 간결하게 표현했습니다. 즉 언약을 기억하시는 신실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근거로서 하나님과 언약 백성의 관계가 파기될 수 없음을 노래합니다.

 

자기 백성을 번성하게 하신 하나님(24-25)

우리는 이 땅에서 나그네일 뿐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나그네로 살아가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보호하심을 누린다는 사실입니다. 보다 안락하고 평안한 곳에 머물고 싶지만, 우리가 일어나서 또다시 나그네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함께하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다만 그 시기를 사람이 알 수도 없고, 정할 수도 없습니다.

 

24여호와께서 자기의 백성을 크게 번성하게 하사 그의 대적들보다 강하게 하셨으며

25또 그 대적들의 마음이 변하게 하여 그의 백성을 미워하게 하시며 그의 종들에게 교활하게 행하게 하셨도다(24-25)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나그네로 살 때였습니다(23). 여호와가 그들을 크게 번성하게 하셨고, 그의 대적들보다 강하게 하셨습니다(24). 여전히 나그네 삶이지만,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선조 아브라함에게 너의 후손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게 될 것이라는(창 12:1-3) 약속이 신실하게 실현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그의 대적들보다 강한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강함은 두려움의 직접적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출1:9-10). 이스라엘 후손이 하나님의 보호 아래 있음을 대적들이 인식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문맥상 대적들은 애굽 사람들입니다. 다른 맥락에서 대적은 애굽뿐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 백성에게 적대적인 원수로서 이스라엘을 억압했던 바벨론을 비롯한 크고 작은 민족들입니다. 이 때문에 시인은 ‘그의 대적’이라고 말하지 않고, ‘그의 대적들’(24)이라고 말한. 더군다나 하나님께서는 그 대적들의 마음을 바꾸셔서 자기 백성을 미워하게 하시고, 그의 종들을 교활하게 다루도록 하셨습니다(25). 매우 당황스러운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왜 자기 백성, 즉 자기 종들이 대적자들로부터 미움받고 속임의 대상이 되게 했습니까? 26절이 당황스러운 하나님의 행위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그들을 둘러싼 이방인들의 적의와 사악한 음모들을 경험했고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스라엘이 선택받은 민족으로서 하나님 약속이 성취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고난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불가함을, 하나님의 뜻과 행위가 신비에 감춰져 있음을 자각시키는 표현인 셈입니다.

 

애굽에 내려진 재앙(26-36)

우리를 강하게 하심도, 고난 가운데서 부르짖게 하심도 오직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만하지 말아야 하고, 절망 가운데서도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직 하나님의 약속을 붙잡고 부르짖어야 합니다. 이스라엘은 애굽의 고난 가운데서 부르짖게 됩니다.

 

26그리하여 그는 그의 종 모세와 그의 택하신 아론을 보내시니

27그들이 그들의 백성 중에서 여호와의 표적을 보이고 함의 땅에서 징조들을 행하였도다

28여호와께서 흑암을 보내사 그곳을 어둡게 하셨으나 그들은 그의 말씀을 지키지 아니하였도다

29그들의 물도 변하여 피가 되게 하사 그들의 물고기를 죽이셨도다

30그 땅에 개구리가 많아져서 왕의 궁실에도 있었도다

31여호와께서 말씀하신즉 파리 떼가 오며 그들의 온 영토에 이가 생겼도다

32비 대신 우박을 내리시며 그들의 땅에 화염을 내리셨도다

33그들의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를 치시며 그들의 지경에 있는 나무를 찍으셨도다

34여호와께서 말씀하신즉 황충과 수많은 메뚜기가 몰려와

35그들의 땅에 있는 모든 채소를 먹으며 그들의 밭에 있는 열매를 먹었도다

36또 여호와께서 그들의 기력의 시작인 그 땅의 모든 장자를 치셨도다(26-36)

 

하나님께서는 모세와 아론을 보내어 애굽에 재앙을 내리신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애굽에 여러 가지 재앙을 일으켰습니다. 이로 인해 애굽 땅에 어둠이 임하고, 물이 피로 변하며, 개구리, 파리, 이, 우박, 메뚜기 등의 재앙이 덮쳤습니다. 마침내 하나님께서는 모든 애굽의 장자와 첫 열매를 치셨습니다. 이 재앙들은 하나님의 권능과 심판을 보여줍니다.

 

(1) 여호와의 종 모세와 아론(26-27)

 

대적들로 인한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적 대행자가 필요합니다. 하나님께서 종 모세와 아론을 보내셨습니다(26). 모세와 아론은 하나님 약속을 성취하는 과정에서 쓰임 받은 신적 대행자들입니다. 두 사람은 그들 가운데서 하나님의 ‘기이한 일들’을 드러내고, 함의 땅에서 곧 애굽 땅에서(23절 참고) 하나님의 ‘정조’를 드러냈습니다(27; 5절 참고). 인간은 이해 불가한 고난도 경험이지만(25), 동시에 인간 이해 밖에 있는 초월적인 사건들을 경험하며 신에 대한 경외심을 갖습니다. 그 대표적 예가 출애굽 직전 애굽 땅에서 벌어졌던 재앙입니다.

 

(2) 애굽에 내려진 재앙들(28-36)

 

애굽을 나오기 직전 열 가지 재앙은 출애굽기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습니다(출 5-11장). 시인은 그 재앙 중 여덟 가지만 언급하고, 그 순서도 자유롭게 배열하여 일치하지 않습니다. 이는 당시 행한 기이한 사건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가며 노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시 일어났던 사건에 대한 정확한 기록보다 더 중요한 목적이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 백성은 물론 애굽인에게 온 우주 만물이 하나님의 소유이며, 만물의 질서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운행됨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둘째, 이 모든 재앙이 노예적인 삶을 살았던 이스라엘의 해방을 열어젖히는 시작점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시인이 가장 먼저 언급한 재앙은 흑암을 보내셔서 그곳을 어둡게 하신 일입니다(28a). ‘흑암’(호쉐흐)은 하나님께서 빛을 창조하시기 전 상태를 표현할 때 쓰였습니다(창 1:2). 우주적인 어둠에서 하나님께서는 빛을 창조하신 분입니다. 따라서 암흑은 애굽 왕들이 자칭 태양신의 아들이라고 여긴 것을 무력화합니다. 이어서 물이 변해서 피가 되고 물고기는 죽고, 득실거리는 개구리와 파리 떼, 이가 온 땅을 덮었습니다(29-31). 하나님께서는 농작물을 위해 필요한 물 대신 우박을 내리셨고, 땅에 타오르는 불꽃을 꽂으셨고,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를 치셨고, 그들 지경에서 함께 살아가는 나무도 찍으셨습니다(32-33). 또 그가 말씀하시자 메뚜기 떼가 몰려와 온갖 풀을 갉아 먹고 땅에 있는 모든 열매까지 먹어치웠습니다(34-35). 마지막으로 그들이 기력의 원천이라고 믿었던 장자들까지 치셨습니다(36). 이 모든 재앙은 노예적인 삶의 잔혹함을 견디는 이스라엘 후손을 위해 하나님이 행하신 본보기였습니다.

 

출애굽과 광야 여정(37-42)

과거는 기억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기억하는 방법은 기록입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좋은 유산을 살리지 못하고, 잘못된 일을 반복하게 됩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위해 행하신 일을 기억하고 기록한 책입니다. 이방 땅에서 수치를 당한 이유와 이스라엘이 강해질 수 있었던 일을 기억해야 합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습니다.

 

37마침내 그들을 인도하여 은 금을 가지고 나오게 하시니 그의 지파 중에 비틀거리는 자가 하나도 없었도다

38그들이 떠날 때에 애굽이 기뻐하였으니 그들이 그들을 두려워함이로다

39여호와께서 낮에는 구름을 펴사 덮개를 삼으시고 밤에는 불로 밝히셨으며

40그들이 구한즉 메추라기를 가져 오시고 또 하늘의 양식으로 그들을 만족하게 하셨도다

41반석을 여신즉 물이 흘러나와 마른 땅에 강 같이 흘렀으니

42이는 그의 거룩한 말씀과 그의 종 아브라함을 기억하셨음이로다(37-42)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해방시키시고 광야에서 그들을 인도하신 이야기를 다룹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은과 금을 주시며, 지친 자가 없도록 하셨습니다. 또한 그들이 광야에서 먹을 음식과 마실 물을 주시며, 그들과 맺은 언약을 기억하셨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신실한 사랑과 약속을 이루기 위한 것입니다.

 

(1) 애굽의 탈출(37-38)

 

이스라엘이 애굽을 떠나는 날, 하나님께서는 은금을 가지고 나오게 하셨고, 그 지파 중에 비틀거리는 자 하나 없었습니다(37). 애굽 사람은 두려움에 떨었고, 이스라엘이 떠나자 기뻐했습니다(38). 공포에 휩싸여 제몸 하나 지탱하기 어려운 애굽인과 달리 이스라엘이 얼마나 건강했는지 대비되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재앙의 국면마다 마음을 고쳐먹지 않고 끝까지 고집 피우며 히브리인들을 내보내지 않은 애굽 왕의 반역 행위는 생략되고 있습니다. 시인은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위해 행하신 일의 핵심만을 전달하려는 것 같습니다. 애굽인들은 은금을 약탈당했음에도(출 12:35-36) 이스라엘이 떠나는 것을 기뻐했다고 말할 만큼 재앙으로 인한 괴로움이 강력했습니다.

 

(2) 광야의 여정(39-42)

 

시인은 홍해를 건넌 사건 역시 생략했지만, 여호와가 낮에는 구름을 펼치셔서 덮개를 삼으시고, 밤에는 불로 광야의 어둠을 밝히신 것을 회고하며 노래합니다(39; 출 13:17-22). 하나님께서는 광야의 뜨거운 태양의 열기와 밤의 추위로부터 자기 백성을 보호하셨습니다. 또 먹거리를 구할 때 메추라기를 몰아주셨고, 하늘 양식으로 그들을 만족하게 하셨습니다(40). 반석에서 물이 나오게 하셔서 마른 땅이 강같이 흐르게 하셨습니다(41; 참조. 출 17:1-7). 이 일은 애굽을 떠나온 때부터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까지 40년 동안 지속되었습니다(출 16:1-36; 수 5:12).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과 그의 종 아브라함을 기억하셨기 때문입니다(42). 400여 년의 세월 속에서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지 않은 아브라함과 맺은 언약입니다. 하나님의 기억은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은혜를 드러내는 중요한 말입니다(창 8:1; 삼상 1:19 등). 그래서 시인은 몇 번이고 강조한 것입니다(8-11; 42). 무엇보다 땅에 대한 약속과 하나님의 핵심적인 말씀은 ‘토라’에 기록된 ‘열 마디 말씀’ 곧 십계명입니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언약을 지키시는 하나님의 신실함의 역사입니다.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권한은 절대적이지만 관계적입니다. 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언약이며, 언약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백성에게 선물로 주신 것이 ‘율법’(가르침)입니다.

 

가나안 땅을 주신 하나님(43-45)

찬양과 예배는 구원받은 자의 자연스런 반응입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시는 새로운 세상의 백성이 되게 하시고, 그 나라에서 함께 다스리는 자로 초대받았으니 어찌 기쁘고 즐겁지 않겠습니까!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었기에, 애굽과 구별되는 통치를 구현해야 하며, 그것이 거룩입니다.

 

43그의 백성이 즐겁게 나오게 하시며 그의 택한 자는 노래하며 나오게 하시고

44여러 나라의 땅을 그들에게 주시며 민족들이 수고한 것을 소유로 가지게 하셨으니

45이는 그들이 그의 율례를 지키고 그의 율법을 따르게 하려 하심이로다 할렐루야(43-45)

 

시인은 하나님의 백성이 즐겁게 나오게 하셨고, 그의 택한 자는 노래하며 나오게 하셨다고 합니다(43).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겪었던 40년의 세월을 건너뛰고 하나님께서 여러 나라의 땅을 주신 것은 물론 다른 민족들이 수고한 것까지 가질 수 있게 하셨습니다(44). 가나안의 여러 나라들은 주로 작은 도시 국가들을 의미합니다(수 10:16-11:15). 이스라엘이 애굽을 떠나면서 그 사람들의 은금을 획득할 수 있었듯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가나안 여러 나라들의 소유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시인은 이에 대해 그들이 하나님의 율례를 지키고, 그의 율법을 따르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하며(신 6:1;11-13 참고), ‘할렐루야’(여호와를 찬양하라!)로 마무리합니다. 이 모든 선물은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자가 그 사명을 다할 수 있기를 바라는 이유에서 부여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시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말씀한 대로 가나안 땅의 악이 임계점을 넘어 심판받아 마땅한 시간이 도래했고(창 15:13-16), 이스라엘은 애굽의 노예적 삶에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제사장 나라, 거룩한 백성의 삶을 보여주어야 할 때가 도래한 때를(출 19:6) 묵상하도록 안내합니다.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의 여정에서 하나님의 권능과 사랑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필요를 채우시고, 그들이 약속의 땅에 이르도록 인도하셨습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하나님은 동일하게 역사하시며, 우리의 필요를 채우시고, 우리를 영원한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를 끝까지 인도하실 것을 믿으며,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올려드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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