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069-01)
믿음 때문에 고난 당할 때
시편 69편 1-12절
과거로 돌아가 현실에서의 반전을 꾀하는 ‘타임슬립’은 이야기에 이따금 등장하는 모티브입니다. 굳이 과거로 돌아가 주인공이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하나님께서는 현재의 시간 속에서 자유자재로 반전을 구현하십니다. 하나님의 손에 펜이 쥐어진 이상 구원 이야기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 시인은 그를 향한 원수들의 까닭 없는 비방과 억지로 인한 고통에서 구해달라고 하나님께 간청합니다. 그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정직하게 행하였지만 원수들의 악행으로 가족에게서조차 따돌림을 받고 마을의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시인은 이 고난 속에서도 울며 금식하고 하나님께 자신의 고충과 결백을 호소하면서 그의 도우심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나를 구원하소서(1-5)
시간을 지체했다간 생명을 잃을 것 같은 상황에서 튀어나온 첫 부르짖음은 하나님을 향한 구원의 호소였습니다. 깊은 물과 수렁에 비유된 원수들에게서, 그들의 미움과 모략에서 시인은 절박하게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만 그 손을 잡을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1하나님이여 나를 구원하소서 물들이 내 영혼에까지 흘러 들어왔나이다 2나는 설 곳이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지며 깊은 물에 들어가니 큰 물이 내게 넘치나이다 3내가 부르짖음으로 피곤하여 나의 목이 마르며 나의 하나님을 바라서 나의 눈이 쇠하였나이다 4까닭 없이 나를 미워하는 자가 나의 머리털보다 많고 부당하게 나의 원수가 되어 나를 끊으려 하는 자가 강하였으니 내가 빼앗지 아니한 것도 물어 주게 되었나이다 5하나님이여 주는 나의 우매함을 아시오니 나의 죄가 주 앞에서 숨김이 없나이다(1-5)
시인은 자신이 겪는 고통을 하나님께 아룁니다. 물들이 영혼에까지 흘러들어 왔고, 깊은 물과 수렁에 빠졌고, 큰물이 그를 덮친다고 묘사합니다. 깊은 물과 수렁에 빠져 숨을 쉴 수 없는 것처럼 괴롭다고 호소합니다.
(1) 시인의 간구(1a)
“하나님이여 나를 구원하소서.” 하나님을 향한 시인의 이 첫마디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시인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하나님의 구원과 도움입니다. 시인이 하나님을 향해 구조를 요청하는 것은 그가 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나님의 능력을 알고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 깊은 어려움에 빠진 시인(1b-5)
시인이 하나님께 구원을 간청하는 이유는 그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시인은 자신을 깊은 물에 빠진 자로 묘사합니다. 그는 제대로 설 수도 없고 옴짝달싹할 수도 없는 깊은 수렁과 물속에 빠졌습니다. 게다가 사방에서 진흙과 물이 그를 에워싸며 물살이 그를 덮쳐왔습니다. 시인이 언급한 ‘물들’, ‘깊은 수렁’, ‘깊은 물’, ‘큰물’과 같은 단어는 어려운 처지를 가리키는데 자주 사용되며(14-15; 시 32:6; 40:2; 144:7; 욥 22:11) ‘스올’이나 ‘무덤’을 연상시킵니다(시 18:4-5, 16). 그러므로 시인이 묘사하는 현재 상황은 자기가 큰 어려움에 갇혀 죽을 위기에 있으며 거기서 손을 쓰거나 빠져나올 방도도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상황을 하나님께 아름으로써 시인은 하나님께서 자기를 긍휼히 여겨 구원해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어려움에 갇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때에 시인은 하나님을 바라고 애타게 그의 도움을 간청하였습니다. 시인은 끊임없이 하나님께 기도하여 피곤하고 목이 타며 끊임없이 하나님을 신뢰하고 응답을 기다리므로 눈이 침침해지는 등 육체적으로도 연약해졌다고 설명합니다. 시인의 하나님을 향한 기도와 하나님에 대한 신뢰는 일시적이지 않고 오래전부터 계속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이라 부르는 데서도 시인이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쌓아왔음을 드러냅니다. 시인은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그의 도우심을 기다릴 줄 압니다. 이는 시인이 인내할 줄 알아서라기보다는 그가 하나님께서 자기를 구해주실 능력자임을 확실히 믿고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4절에서 시인은 1-2절에서 설명한 깊은 수렁의 실체를 밝힙니다. 그것은 바로 시인을 미워하고 원수같이 대하는 자들이었습니다. 시인의 편에는 아무도 없고 힘도 없지만 그를 상대하는 원수들은 아주 많고 강합니다. 그들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부당하게 시인 한 사람을 미워하고 파멸시키는 데 자신들의 힘을 모으고 협력하였습니다. 이처럼 한 사람이 아닌 여럿이 서로 만나 미움, 불의, 불공평 등 악을 공유하게 되면 그 악의 성장력이 빠르고 뭉치는 힘이 강하여 그들의 상대에게 더 큰 악행을 저지르며 치명적인 타격을 주기 쉬워집니다(잠 1:11-14). 시인은 강하고 많은 원수를 상대하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자기가 훔치거나 약탈하지도 않은 것을 원수들에게 물어줘야 하는 억울한 일조차 겪고 있습니다(출 22:1-4; 레 6:1-7).
시인은 하나님을 다시 부르며 자신의 억울함과 결백을 주장합니다. “바로 당신이 나의 우매함을 아시며 나의 죄가 당신 앞에서 숨김이 없나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사고나 언행에 미련함이나 죄가 있음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동시에 이런 연약함과 죄가 하나님 앞에 다 드러나므로 하나님께서 알지 못하시는 부분이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시인의 이런 고백은 내용의 흐름 상 갑작스럽게 들리지만, 그 의도는 자신이 때로 미련하고 죄를 짓지만 원수들의 것을 도둑질하지도 않았으며 다른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음을 주장하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아뢴 모든 말이 참말이며 현재 겪는 모든 일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면서 시인이 가장 바라는 것은 자신의 억울함과 결백을 하나님께서 알아주셔서 속히 어려움에서 건져주시는 것입니다.
나 때문에 수치를 당치 않게 하소서(6)
하나님께서 시인을 구원해주셔야 할 명백한 이유가 있습니다. 원수들에게서 당하는 비방과 수치의 원인이 주님이기 때문입니다. 이 일로 주님을 바라보는 자들이 함께 낙심하며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간구합니다. 주님을 찾는 이들에게 실망이 아닌 희망이 되어달라고 간구합니다.
6주 만군의 여호와여 주를 바라는 자들이 나를 인하여 수치를 당하게 하지 마옵소서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여 주를 찾는 자가 나로 말미암아 욕을 당하게 하지 마옵소서(6)
시인은 자신에게 닥친 고난, 원수의 불의, 자신의 결백을 고백한 후 이제 하나님을 바라는 자들이 자기 때문에 수치를 당치 않게 해달라고 간구합니다. 시인이 겪는 부당한 고난이 자기뿐 아니라 하나님의 공동체에게도 부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또한 불의한 원수들의 계략대로 시인이 도둑질하지 않은 것을 물어주어 죄인으로 판결난다면 자기에게만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진실한 성도들에게도 수치스러운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자기를 구원하지 않으신다면 하나님의 공동체를 구하지 않으심과 매한가지라고 호소함으로써 하나님의 신속한 구원을 요청합니다.
여기서 시인이 하나님의 정의로운 심판 즉, 불의를 멸하고 정의를 신원하시기를 호소하는 것은 그가 하나님을 “주 만군의 여호와”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으로 부른 데서도 나타납니다. “주 여호와”는 하나님의 구원을 강조하는 데 자주 사용된 호칭이며, “만군의 여호와”는 전쟁의 용사와 심판주로서의 하나님을 지칭하는 이름이고,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는 언약의 하나님을 상기시키는 호칭입니다. 시인의 원수들은 이방인이 아니라 같은 마을에 사는 이스라엘 백성입니다. 그러므로 시인은 하나님의 성도 공동체를 단순히 이스라엘 백성이라 부르지 않고 구체적으로 ‘하나님을 진심으로 찾고 기다리며 바라는 자들’로 부릅니다. 시인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언약의 왕 되심과 그의 주권과 심판의 능력에 호소하며 하나님께서 자기를 속히 구원해 주실 것을 재차 간구합니다.
수치와 비방을 받는 시인(7-12)
하나님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으면 세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무고하게 비난당하는 억울한 상황이 닥칠 수 있습니다. 경건한 삶이 비웃음거리가 됩니다. 모든 상황을 알고 계시는 하나님께 억울함을 기도하시길 바랍니다. 난관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간구하십시오, 그래서 믿음의 지체들에게 힘을 줄 수 있게 해 달라고 간구하십시오.
7내가 주를 위하여 비방을 받았사오니 수치가 나의 얼굴에 덮였나이다 8내가 나의 형제에게는 객이 되고 나의 어머니의 자녀에게는 낯선 사람이 되었나이다 9주의 집을 위하는 열성이 나를 삼키고 주를 비방하는 비방이 내게 미쳤나이다 10내가 곡하고 금식하였더니 그것이 도리어 나의 욕이 되었으며 11내가 굵은 베로 내 옷을 삼았더니 내가 그들의 말 거리가 되었나이다 12성문에 앉은 자가 나를 비난하며 독주에 취한 무리가 나를 두고 노래하나이다(7-12)
시인이 원수한테서 비방 받는 원인은 하나님 때문에,그의 성전을 위하는 열심 때문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그 내용을 알 수는 없으나 “당신을 위하여 비방을 받았나이다”(7), “당신의 집을 위하는 열성이 나를 삼켰나이다”(9), “주를 비방하는 자들의 비방이 내게 미쳤나이다”(9)라는 시인의 말들이 그의 고난과 그가 받고 있는 비방이 하나님과 관련되었음을 증명합니다. 그러므로 시인이 당면한 문제는 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시인은 하나님께 이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하나님의 간섭을 촉구합니다.
원수들의 부당한 행동으로 시인이 당하는 고난의 영역은 더 넓어졌습니다. 원수들이 그의 하나님을 향한 열심을 트집 잡고 헐뜯고 거짓말을 일삼고 거짓 소문을 퍼트려 시인에 대한 소문이 흉흉해지므로 시인은 수치심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소문을 듣고 그의 형제자매조차 그를 외면하고 모르는 사람 대하듯 하여 시인의 외로움과 괴로움은 더해갔습니다.
시인은 원수들의 비방과 가족의 따돌림을 되받아치지 않고, 그 대신 울며 금식하고 기도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누가 죽었을 때나 어려움을 당했을 때 자신을 낮추고 기도할 때 입는 굵은 베옷을 입었습니다(창 37:34;사 37:1: 욘 3:7). 이와 같이 시인은 하나님 때문에 듣는 비방을 참아내며 원수에게 보복하기보다는 겸손하게 하나님께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시인의 이런 태도가 도리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조롱거리가 되었습니다. 성문에 모여 장사하고 물건을 사는 자, 재판이나 모임에 참여한 자, 성을 출입하는 자 등 마을의 여느 사람들에서부터 술 취하여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자들에게까지 시인은 비난과 조소와 욕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시인처럼 비웃음거리가 되고 괴롭힘을 당할 때 참기 어렵지만 그 원인이 나의 실수나 죄라면 인정하고 회개해야 하고, 아니라면 감사하며 참아내야 합니다. 남의 악한 언행과 죄로 인해 내가 다른 죄를 짓지 않도록 주의하는 태도를 익혀 주를 진정하게 바라는 성도가 되어야 합니다.
죽음에 가까운 절망의 시간을 구원의 시간으로 되돌릴 수 있는 분도, 사면에 막힌 절망의 늪에서 구원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분도 오직 하나님뿐입니다. 그 하나님을 믿기에 어떤 고통과 고립이 찾아온다 할지라도 끝까지 하나님 편에 설 수 있습니다.
구독과 아래 [광고베너] 클릭은
저의 성경 연구에 큰 힘이 됩니다.
'19 시편(완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편(82) - 시편 71편 1-16절 - 어릴 때부터 변함없이 신뢰한 하나님 (0) | 2024.06.25 |
---|---|
시편(81) - 시편 70편 1-5절 - 여호와여, 나를 도우소서 (0) | 2024.06.25 |
시편(79) - 시편 68편 24-35절 - 하나님의 성소에서 나오는 찬송 (0) | 2024.06.24 |
시편(78) - 시편 68편 11-23절 - 전능자의 승리와 백성의 기쁨 (4) | 2024.06.22 |
시편(77) - 시편 68편 1-10절 - 광야에서 인도하신 하나님 (1) | 2024.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