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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31-01)


르무엘 왕을 향한 어머니의 지혜

잠언 31장 1-9절


왕은 절대권력자입니다. 자신이 가진 힘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입니다. 왕이 자기 힘을 마음대로 사용했다고 그를 막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왕은 그런 길을 걷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왕이 걸어야 할 마땅한 길은 어떠한 길입니까? 르무엘 왕의 어머니는 서월대로 얻은 아들에게 왕이 걸어야 할 올바른 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본 단락은 르무엘 왕의 어머니가 가르친 교훈으로, 뒤이어 등장하는 10-31절의 현숙한 여인에 대한 노래로 연결됩니다. 르무엘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왕을 멸망케 하는 부류의 여인과 술을 멀리할 것을 권고합니다. 그러한 여자와 술은 왕이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 공평을 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왕의 직무는 백성을 위하여 공평을 행하는 것입니다.

 

표제(1)

아무리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누군가가 자신에게 조언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그 왕은 언젠가는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선한 일을 가르치고 그것을 행할 수 있도록 하며 악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그 길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아버지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한결같은 소원입니다. 왕의 어머니는 자녀인 왕에게 왕으로서 바른 태도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1르무엘 왕이 말씀한 바 곧 그의 어머니가 그를 훈계한 잠언이라(1)

먼저 “르무엘 왕이 말씀한 바 곧 그의 어머니가 그를 훈계한 잠언”이라는 표제가 등장합니다.

잠언 31:1-9의 해석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1-9절이 바로 뒤 본문인 10-31절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라는 문제입니다. 1-9절을 10-30절과 별개로 보는 견해와 1-9절과 10-31절을 모두 르무엘 왕 어머니의 잠언으로 보아 1절을 31장 전체의 표제로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우리는 1-9절과 10-31절이 서로 연결된다는 견해를 취하여 31장을 이해해보려고 합니다.

사실은 잠언 전체의 흐름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합니다. 잠언 1-9장에서는 아버지의 가르침이 발견됩니다(물론 잠언 6:20 등과 같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같이 언급되는 곳도 있지만, 대개는 아버지의 잠언이다). 그런데 31장은 어머니의 가르침입니다.

1-9장에서 잠언의 독자는 결혼하지 않은 청년으로 불리며 지혜와 결혼할 것을 권고받는데, 3장에서는 이미 결혼한 중년 남성으로 묘사됩니다. 1-9장에서는 독자가 솔로몬의 아들로서 왕권을 물려받는 왕족으로 묘사되는데, 31장에서는 출신을 알 수 없는 르무엘이라는 존재에게 가르침이 주어집니다. ‘르무엘’은 누구인지에 대한 의견은 다양합니다. 그가 누구인지 알려면, 잠언 첫 시작을 살펴야 합니다. “다윗의 아들 이스라엘 왕 솔로몬의 잠언이라”(1:1)라고 하였습니다. 잠언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솔로몬 왕의 잠언입니다. 잠언은 왕과 같은 특정한 지도자를 포함하여 언약공동체의 작은 부분인 가정에서 지혜의 삶을 살아가는 자를 위한 책이라는 사실을 잠언의 결론부에서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왕으로서 주의해야 할 점(2-9)

왕이 나라를 다스릴 때, 자기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유혹에 넘어가면 왕 자신과 나라는 멸망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왕이 정갈하게 마음을 지켜서 살펴야 하는 것은 백성과 나라의 안위입니다. 잠언의 피날레를 장식하면서, 왕의 어머니는 간절한 마음으로 아들인 왕에게 왕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세를 조언하고 있습니다.

2내 아들아 내가 무엇을 말하랴 내 태에서 난 아들아 내가 무엇을 말하랴 서원대로 얻은 아들아 내가 무엇을 말하랴 3네 힘을 여자들에게 쓰지 말며 왕들을 멸망시키는 일을 행하지 말지어다 4르무엘아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왕들에게 마땅하지 아니하고 왕들에게 마땅하지 아니하며 독주를 찾는 것이 주권자들에게 마땅하지 않도다 5술을 마시다가 법을 잊어버리고 모든 곤고한 자들의 송사를 굽게 할까 두려우니라 6독주는 죽게 된 자에게, 포도주는 마음에 근심하는 자에게 줄지어다 7그는 마시고 자기의 빈궁한 것을 잊어버리겠고 다시 자기의 고통을 기억하지 아니하리라 8너는 말 못하는 자와 모든 고독한 자의 송사를 위하여 입을 열지니라 9너는 입을 열어 공의로 재판하여 곤고한 자와 궁핍한 자를 신원할지니라(2-9)

본문은 르무엘 왕을 향한 어머니의 지혜로운 훈계입니다. 하나님께 서원하여 얻은 아들이 바르고 정의로운 왕이 되기를 원하는 어머니는 왕권을 위협하는 여자와 술 취함에 대해 경고하면서 힘없는 자들의 편에 서는 통치자가 되라고 권면합니다.

(1) 멸망케 하는 여자를 주의(2-3)

2절에서 르무엘 왕의 어머니는 “내 아들아 무엇이냐?”라는 불완전한 문장을 세 번이나 반복합니다. 아들에게 무엇인가 할 말이 있는데, 그 질문을 일부러 표현하지 않은 채 아들을 세 번이나 부르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하고 싶은 말은 3절에 등장합니다. 힘을 여자들에게 쓰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가르침은 모든 여자를 멀리하라는 일반적인 권고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3하반절에 어떤 여자를 멀리해야 하는 지가 구체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하반절에서 어머니는 왕들을 멸망시키는 일을 하지 말라고 말함으로써, 멀리해야 하는 여인이 어떤 종류의 여인인지 알려줍니다. 바로 왕을 멸망의 길로 인도하는 여자를 멀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멸망으로 인도하는 여인은 어떤 여인입니까? 우리는 그 대답을 듣기 전에 포도주와 독주에 대한 가르침을 먼저 들어야 합니다. 그 후에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2) 포도주와 독주를 주의(4-7)

4절에서 르무엘 왕의 어머니는 ‘왕에게는 아니다!’라는 단호한 어법으로 원문을 시작합니다. 왕에게 적합하지 않은 것이 있다고 외치는 것입니다. 왕에게 마땅하지 않은 것은 바로 포도주와 독주를 마시는 것입니다. 알코올이 들어간 음료를 마시면 안 된다는 권고입니다.

이런 주류를 마시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 이유는 5절에 등장합니다. 술을 마시다가는 나라의 법규를 잊어버려서 곤고한 자들에 대한 재판을 잘못 처리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곤고한 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곤고한 자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려서 악인들이 이득을 보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르무엘 왕의 어머니는 5절에서 독주와 포도주는 마음에 근심이 있는 자에게 주어 그것을 마시고 고통을 잊게 하라고 말합니다. 포도주와 독주의 기능은 잊게 만드는 것입니다. 르무엘이 마시게 되면 나라의 법도를 잊게 될 것이지만(5), 가난한 자에게 주면 자신의 가난함을 잊게 될 것입니다(7).

7절은 가난한 자로 하여금 가난을 잊게 만들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 술을 가난한 자에게 주면 그가 가난을 잊을 정도로 포도주와 독주가 강한 성분을 지녔다는 의미입니다. 가난한 자가 마시고 가난을 잊을 정도이니, 왕이 마시면 법도를 잊고 불공정한 통치를 하게 될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3-4절과 5-7절을 연결해서 보아야 합니다.

르무엘 왕의 어머니가 르무엘에게 삼가 주의하라고 경고한 대상은 왕을 멸망시키는 여인과 포도주/독주였습니다. 그 이유는 왕의 공의로운 통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여인과 포도주/독주를 공통된 이미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포도주와 같은 여인 혹은 여인과 같은 포도주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왕의 공평한 통치를 방해하는 여러 가지 유혹을 상징하는 비유로도 이해됩니다. 왕의 통치를 어지럽히는 그 어떠한 것도 왕은 멀리해야 합니다. 그것이 참된 지혜의 삶입니다.

(3) 공의를 성취하는 왕(8-9)

8절에 이르게 되면 르무엘 왕의 어머니는 르무엘에게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교훈을 전달합니다. 말 못하는 자와 사라져가는 자를 위해서 재판에서 입을 열어 말하라는 것입니다. 왕은 재판에서 최종 결정권을 지닌 권위자이므로, 그가 입을 열어 말한다는 것은 가난한 자를 위한 결정을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르무엘 왕이 여인과 독주를 피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의 통치를 통해 가난한 자를 변호하기 위함입니다.

9절에서 이러한 왕의 직무는 다시 한번 강조됩니다. 곤고한 자와 궁핍한 자를 신원하는 것이 왕이 해야 할 일입니다. 르무엘 왕에게 주는 어머니의 권고는 8-9절에서 갑작스럽게 종료됩니다. 이는 가난한 자를 위해 신원하는 것이 왕의 직무의 핵심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공동체의 지도자는 그 공동체 내에서 가장 약하고 힘없는 자들을 돌보아야 합니다. 이런 가르침은 28-29장의 공동체 지도자에 대한 가르침에서 이미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르무엘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지금까지 배워온 1-29장의 잠언들을 실제 삶의 현장에서 실천해야 한다는 권고를 듣게 됩니다. 지혜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삶의 구체적인 영역들에서 그 가르침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 예가 멸망케 하는 여인을 피하는 것과 포도주와 독주를 피하는 것입니다. 실천의 발걸음이 이런 두 가지 예에 제한되지 말아야 함은 물론입니다. 지혜의 길을 걷기 위해, 여호와 경외의 길로 가기 위해,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가난한 자를 돌보기 위해, 하나님의 의로우심을 구현하기 위해 우리는 삶의 세세한 부분들에서까지 올바른 것과 잘못된 것을 분별하며 진실한 열매를 거두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지도자의 덕목은 화합입니다. 화합을 위해서는 소외된 자를 본류에 끌어 올리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공동체가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주위에 소외된 지체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도와주고, 함께 하여 공동체를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지도자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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