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111-01)
영원히 기억될 하나님의 업적
시편 111편 1-10절
하나님의 백성은 예배의 사람들입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일을 떠올리며 ‘전심으로’(신 6:4-5) 하나님께 감사하며, 하나님을 사랑하는 정직한 자들의 모임과 회중에서 그 일들을 나누며 서로 화답하며 찬양하는 자들입니다. 또한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하여 행하신 일들, 역사 속에서 진행하신 일들을 보고 듣고 즐거워하는 자들로서 더욱 그 하나님을 알기 원하여 연구하고 묵상하며 숙고합니다. 그럴수록 기쁨은 커지고 또 나누고 싶고 찬양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 시편 111-118편은 할렐루야 시편 모음집입니다.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할렐루야’로 시작하거나 끝나기 때문입니다. 그중 시편 111-112편은 하나의 쌍을 이루는 지혜 시편 묶음입니다. 두 시편 모두 알파벳 시(acrostic psalm)인데, 111편은 언약에 신실하신 여호와를 묘사하고 있고, 112편은 언약에 신실한 신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111편의 여호와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된 신자의 삶이 112편에 그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호와를 찬양하자는 초청(1)
정직한 자들의 모임에 속해 있는 것과 회중 가운데 있음도 감사할 일이지만, 그곳이 어디든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는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찬양함으로 함께한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다윗은 사적, 공적 장소를 포함한 모든 곳에서 하나님께 감사하겠다는 고백합니다.
1할렐루야, 내가 정직한 자들의 모임과 회중 가운데에서 전심으로 여호와께 감사하리로다(1)
본 시는 기본적으로 찬양시인데, 동시에 지혜 시적인 요소가 매우 강합니다. 여호와의 이름을 찬양하자는 할렐루야 시이기에 찬양 시로 분류할 수 있지만, 그 내용은 여호와 하나님의 언약적 성품을 노래하면서 여호와를 경외하는 신앙으로 초대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기에 지혜 시로 분류하는 것 역시 옳습니다. 111편의 전체적 흐름을 고려해보면, 여호와 하나님이 어떤 분인가를 알려주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음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1절은 ‘할렐루야’라는 명령형을 사용하면서 하나님께 감사하자며 청중을 초대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초대하는 청중을 ‘정직한 자들’이라고 묘사합니다. 정직한 자란 지혜시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로 ‘곧은길을 가는 자’라는 함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여호와의 지혜만을 좇아가려는 사람이 바로 정직한 자들입니다. 그렇다면 111편은 그 정직한 길의 어떠한 점을 우리에게 말하려는 것입니까? 그 내용이 2-9절에 펼쳐진 후, 10절에서 그 결론이 소개될 것입니다.
여호와의 역사가 크심(2-3)
세상의 모든 일은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 이뤄지기에 신비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여호와를 사랑하는 자는 그분이 행하시는 일들, 즉 매 순간 벌어지는 모든 일로 인해 날마다 놀라며 즐거워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삶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하나님의 섭리로 인해 날마다 감사와 찬양의 고백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2여호와께서 행하시는 일들이 크시오니 이를 즐거워하는 자들이 다 기리는도다
3그의 행하시는 일이 존귀하고 엄위하며 그의 의가 영원히 서 있도다(2-3)
2절과 3절은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 크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2절은 여호와의 행사가 크기에 그 행사를 즐거워하는 자들이 그 행사를 찾고 구한다고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일하시는지 알게 되면, 그분의 행사를 사모하고 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분이 행하시는 방식이 어떠한지 그 간략한 소개가 3절에 나타난다. 그분이 행하시는 일이 존귀하고 엄위하기에 그의 의가 영원히 서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존귀와 엄위’는 ‘영광’을 뜻합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은 매우 영광스럽다는 뜻입니다. ‘의’로 번역된 단어는 ‘쩨다카’라는 단어입니다. 하나님의 일이 영광스러운 이유는, 그분의 행하심이 그분의 ‘쩨다카’를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이 단어는 관계적 함의를 지니고 있으므로, 3절의 메시지는 하나님께서 만물을 향해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고 계시다는 것이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그가 지으신 만물, 그리고 특별히 그분의 공동체를 향해 의로움을 행하시는 분입니다. 이러한 ‘의로우심’은 4절 이후에서 그분의 성품을 통해 더 자세하게 묘사될 것입니다. 3절에서 한 가지 더 기억할 것은 하나님의 의가 ‘서 있다’라고 묘사되었다는 점입니다. ‘서다’라는 표현은 단순한 일어섬을 뜻한다기보다는 ‘효력이 있다’ 혹은 ‘유효하다’라는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서다’라는 단어는 111편의 마지막 구절인 10절에서 다시금 사용될 것입니다.
여호와의 언약적 성품 묘사(4-9)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뜻대로 나라들을 움직이심으로써 이 세상에 대한 당신의 주권을 보이시고 권능을 나타내셨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 모든 일 앞에서 그분의 권능을 찬양하며 엎드리기는커녕, 마치 자신들의 능력으로 이룬 것인 양 으스대기도 합니다. 여호와께서 당신의 주권과 권능을 행하실 때, 우리는 그분의 진실과 정의를 겸손하게 인정하며 찬양해야 합니다.
4그의 기적을 사람이 기억하게 하셨으니 여호와는 은혜로우시고 자비로우시도다
5여호와께서 자기를 경외하는 자들에게 양식을 주시며 그의 언약을 영원히 기억하시리로다
6그가 그들에게 뭇 나라의 기업을 주사 그가 행하시는 일의 능력을 그들에게 알리셨도다
7그의 손이 하는 일은 진실과 정의이며 그의 법도는 다 확실하니
8영원무궁토록 정하신 바요 진실과 정의로 행하신 바로다
9여호와께서 그의 백성을 속량하시며 그의 언약을 영원히 세우셨으니 그의 이름이 거룩하고 지존하시도다(4-9)
4-9절은 2-3절이 말한 여호와의 행하심에 대한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펼쳐갑니다. 4a절을 직역하면 ‘여호와께서 그분이 하신 일의 놀라움에 대한 기억을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내셨다’가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행위를 기억하기를 원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어떤 점을 기억하기 원하신 것입니까? 그에 대한 답이 4b절에 주어져 있습니다. 바로 그분이 은혜로우시고 자비로우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원하셨다는 것입니다. 4b절은 출애굽기 34:6의 요약적 인용입니다. 금송아지 숭배 사건으로 시내산 언약을 파기하고 하나님의 진노를 받아야 할 심판의 상황에 놓였던 이스라엘 백성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 언약을 기억하셔서 그 후손인 이스라엘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기 위해서 언약 관계를 회복해주셨습니다. 즉, 이 인용구는 ‘언약에 대한 성실하심’이라는 여호와의 성품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언약적 성실성에 대한 묘사는 5절에 더욱 상세히 묘사됩니다. 그분은 언약을 영원히 기억하시는 분임이 다시 한 번 서술됩니다. 특별히 5a절이 중요한데, ‘자기를 경외하는 자들에게 양식을 주신다’고 말하는 이 표현은 육체적 양식 정도가 아니라 ‘언약에 대한 성실하심’을 공급하신다는 뜻이 되는데, 이러한 언약적 성실하심을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에게 공급하신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인자하심, 즉 언약적 성실성은 성경 전체에서 다양한 의미를 지니는데, 시편의 거시적 맥락, 즉 1-3권에서는 다윗 언약을 중심으로 한 신학적 흐름이 나타나기에, ‘인자하심’이란 곧 다윗 언약에 대한 언약적 성실하심을 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5절은 이러한 언약적 성실성이 다윗 가문을 뛰어넘어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에게는 누구나 임한다는 사실을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111편은 언약에 충실하신 여호와를 노래하는 동시에, 그분의 이러한 언약에 대한 성실함을 얻기 위해 여호와를 경외하는 지혜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6절은 여호와께서 자기를 경외하는 자들에게 열방의 기업을 허락하신다고 말합니다. 다윗 언약에 따르면(삼하 22장 시 1편; 18편 등), 열방을 다스리는 권세는 다윗에게 주셨는데, 이제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들에게 열방을 다스리는 권세를 주신다는 서술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또한 앞선 110편에서 열방을 다스리는 권세는 보좌 우편의 주님에게 주어졌기에, 그 하나님과 보좌 우편의 주님을 경외하는 자들에게 언약 성취의 권세가 주어졌다는 111편의 메시지는 의미가 큽니다.
7-8절은 여호와의 성품에 대한 추가적인 묘사를 제시합니다. 바로 ‘진실’과 ‘공의’입니다. 7절에 ‘정의’로 번역된 ‘미쉬파트’는 ‘공의’로 번역하는 것이 좋고, 8절에 ‘정의’로 번역되고 1절에서 ‘정직한 자들’에 사용된 ‘야샤르’는 ‘정직’으로 번역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진실하게 행하시고, 공의를 행하시며, 정직하게 행하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세 단어(진실, 공의, 정직)는 언약에 성실하신 하나님의 성품입니다. 약속을 지키시기에 그분은 진실하신 분이며, 그분의 통치 안에 있는 자들에게 바른 다스림을 베풀어주셔서 공정한 사회를 이루게 하시며, 항상 곧은 방식으로 일하십니다.
9절은 하나님의 성품에 대한 마지막 묘사인데, 여호와께서 그 백성을 속량하사 언약을 영원히 세우셨다고 선언합니다. ‘언약을 영원히 세우셨다’는 부분을 직역하면 ‘그의 언약을 영원함에 대하여 명령하셨다’가 됩니다. 즉,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언약이 영원까지 이르도록 친히 정하시고 명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분의 언약적 성실성은 잠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의 언약은 반드시 성취되며, 영원히 유효합니다. 언약 성취에 대한 모든 초점과 핵심은 그 언약을 이루시는 하나님 그분께 있습니다. 그렇기에 시인은 9절 마지막 부분에서 ‘그분은 거룩하시고 지존하시다’라고 선포합니다. ‘지존하시다’로 번역된 ‘노라’는 ‘경외 받으셔야 한다’로 해석해야 하는 단어입니다. 5절에서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들’을 언급했는데, 9절은 다시금 그분이 ‘경외 받기에 합당하신 분’임을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언약에 성실하심을 깨달은 자는 그분을 진심으로 두려워하는 신앙적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지혜로의 초청(여호와 경외의 중요성)(10)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역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하셨고, 그들이 진정으로 의지해야 할 분이 오직 여호와 한 분뿐임을 알게 하셨습니다. 이스라엘을 속량하여 영원한 언약을 맺게 하셨으며, 아브라함에게 주신 맹세를 지킨 진실하고 정의로운 역사였습니다. 세상의 거짓 신들 앞에서 그분의 거룩하심과 지존하심을 증명해 보이셨습니다.
10여호와를 경외함이 지혜의 근본이라 그의 계명을 지키는 자는 다 훌륭한 지각을 가진 자이니 여호와를 찬양함이 영원히 계속되리로다(10)
10절은 111편의 결론입니다. ‘여호와를 경외함이 지혜의 근본이다’라는 지혜문학의 핵심구를 소개합니다(참조. 잠 1:9; 9:10). 지혜를 추구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여호와를 두려워하고 경외하는 것입니다. ‘계명’이라고 번역된 부분은 원문에 없습니다. 그 뜻은 ‘여호와 경외를 행하는 자들은 좋은 지혜를 지닌 자들이다’라는 의미입니다. 10절은 111편 전체를 마무리하면서, 언약에 성실하신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이 가르침은 이후 112편으로 곧바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를 찬양함이 영원히 서 있다’라는 마지막 구절은 3절의 ‘그의 의가 영원히 서 있다’라는 표현을 대체합니다. 여호와의 언약적 성실함이 영원하므로, 그 사실을 알게 된 자들은 영원히 주님을 찬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윗은 여호와를 경외함이 지혜의 근본이며 그의 계명을 지키는 자는 다 훌륭한 지각을 가진 자라고 고백합니다. 참 지혜는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에서 비롯되는데, 경외하는 것은 마음속 깊이 순종함을 말합니다.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고, 그분이 행하신 일을 기억하고 찬양하는 것이 참 지혜입니다. 우리 모두 지혜로운 성도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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