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엘(03-02)
심판으로 새롭게 창조된 세계
요엘 3장 9-21절
심판을 생각하면 무자비한 파괴와 살상에 따른 파멸과 소멸로 인식하기 쉽습니다. 이 세상이 불에 타 종적을 감추는 이미지를 그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성경의 심판은 소멸이 아닌 정화의 개념에 가깝습니다. 옛 세계를 물로 새롭게 하신 하나님께서 마지막 날, 불로 세상을 새롭게 하실 것입니다. 심판으로 새롭게 된 세상을 의인들이 상속하게 될 것입니다.
여호와의 날은 심판과 구원이 함께 일어나는 날입니다. 그날은 이방인에게는 심판의 날입니다. 하나님께서 그와 그의 백성 이스라엘을 대적한 이방 민족들을 다 모아 심판하시고 그들의 땅을 황폐하게 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그날은 구원의 날입니다. 그들은 포로에서 벗어나 본국으로 돌아와 평안을 얻을 것입니다.
여호와의 심판과 구원(9-16)
하나님의 심판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악이 세상에 가득 차면 만군의 왕께서 천사를 보내 불법을 행하는 자들을 거두어내실 것입니다. 가라지를 거두어 풀무 불에 넣으실 것입니다(마 13:41-43). 그러니 담대함을 잃지 말고, 의연하게 끝까지 세상과 맞서 싸워 나가시길 바랍니다.
9너희는 모든 민족에게 이렇게 널리 선포할지어다 너희는 전쟁을 준비하고 용사를 격려하고 병사로 다 가까이 나아와서 올라오게 할지어다 10너희는 보습을 쳐서 칼을 만들지어다 낫을 쳐서 창을 만들지어다 약한 자도 이르기를 나는 강하다 할지어다 11사면의 민족들아 너희는 속히 와서 모일지어다 여호와여 주의 용사들로 그리로 내려오게 하옵소서 12민족들은 일어나서 여호사밧 골짜기로 올라올지어다 내가 거기에 앉아서 사면의 민족들을 다 심판하리로다 13너희는 낫을 쓰라 곡식이 익었도다 와서 밟을지어다 포도주 틀이 가득히 차고 포도주 독이 넘치니 그들의 악이 큼이로다 14사람이 많음이여, 심판의 골짜기에 사람이 많음이여, 심판의 골짜기에 여호와의 날이 가까움이로다 15해와 달이 캄캄하며 별들이 그 빛을 거두도다 16여호와께서 시온에서 부르짖고 예루살렘에서 목소리를 내시리니 하늘과 땅이 진동하리로다 그러나 여호와께서 그의 백성의 피난처, 이스라엘 자손의 산성이 되시리로다(9-16)
본문 말씀에서 요엘은 장차 만나게 될 하나님의 심판에 대해 말씀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심판은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불순종함으로 받게 될 심판을 넘어서서 장차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다시오시게 될 때 이루어질 심판까지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1) 전쟁 준비 선포(9-10)
만국을 여호사밧 골짜기에 모아 심판하시려는 하나님(욜 3:1-3)은 그들에게 전쟁을 준비하라고 명령하십니다. 하나님의 명령은 무척 적극적이며 구체적입니다.
첫째, 하나님께서는 전쟁을 준비하고 용사들을 격려하여 집결하고 전쟁터로 올라오라고 명하십니다. 둘째, 하나님께서는 현재 갖고 있는 무기 외에 농사에 사용하는 기구인 보습과 낫까지도 녹이고 다듬어서 무기로 만들고 전쟁을 준비하라고 하십니다. 보습과 낫의 비유는 이사야서에서는 대조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사야는 종말 때에 만민이 세계에서 하나님이 계시는 예루살렘으로 모여들어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하기를 작정할 것이며, 그때에 하나님께서 열방의 사람들을 심판하시지만, 그들이 칼과 창을 다듬어 보습과 낫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로운 하나님의 다스림이 있을 것임을 선포하였습니다(사 2:1-4). 그러나 요엘서에서는 무기가 아주 많이 필요하고 농부들까지 싸움터에 나와야 할 정도로 이 전쟁이 심각함을 설명하였습니다. 셋째, 열방에게 전쟁을 명하는 하나님께서는 약한 자들까지도 전쟁에 임하라고 충동질하십니다. 이런 명령은 과거에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나와 가나안 땅을 정복하러 갈 때,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자나 전쟁이 아닌 다른 일에 정신 팔린 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하셨던 명령(신 20:5-8)과 이룹니다. 약자까지 전쟁으로 소환하는 것은 모든 자가 전쟁에 임해야 함을 뜻하며, 이는 모든 자가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것임을 암시합니다.
(2) 무르익은 심판의 때(11-13)
모든 민족에게 전쟁 준비를 하라고 명하신 이유는 앞서 3:1-3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그들을 여호사밧 골짜기로 모아 심판하시기 위함입니다. 11-13절의 내용이 이것을 다시금 확증해줍니다. 이제 하나님은 그의 대적인 만국에 대항할 용사들을 심판의 골짜기로 집결시켜 전쟁을 준비하십니다. 계속적으로 민족들을 그곳으로 모으는 것은 하나님께서 동서남북 모든 민족들을 빠짐없이 심판하시겠다는 단호함을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용사들에게 낫을 사용하라고 명하고 포도주를 밟으라고 명령하십니다. 곡식에 낫을 대고 포도주 틀을 밟는 것은 추수를 의미하므로, 여기서는 민족들의 악이 크고 넘쳐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때가 무르익었음을 나타냅니다.
(3) 여호와의 심판과 구원(14-16)
여호와의 날은 하나님께서 만국을 심판하는 날입니다. 심판의 골짜기에 무수한 사람들이 있으나 하나님께서 그들 모두를 심판하실 것이므로 어느 누구도 심판을 피할 자가 없습니다. 그날에 하늘에 있는 해와 달과 별들이 빛을 내지 못할 것입니다(욜 2:10, 31). 이사야도 여호와의 날에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이런 현상을 사람의 죄악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으로 설명하였습니다(사 13:10), 여기서 일월성신은 문자적으로 하늘의 광명체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신으로 섬기는 대상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고대인들은 해와 달과 별들을 신으로 여겼습니다. 특히 이집트에서는 태양신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달신을 섬겼습니다. 이스라엘 백성 중에도 일월성신을 숭배하는 자들이 있었으므로 선지자들의 날선 비판을 받았습니다(렘 8:2; 겔 8:16; 습 1:5). 이와 같이 신격화한 광명체들이 여호와의 날에 빛을 잃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심판 앞에 그것들이 아무 힘도 없는 피조물임을 자명하게 드러내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처소 시온에서 사자처럼 포효하시니 하늘과 땅이 흔들리지만, 하나님께서는 그의 백성에게 피난처와 산성이 되십니다. 문맥상 하늘과 땅의 흔들림은 하나님의 임재와 심판을 이중적으로 상징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자연 세계의 무질서 속에 심판의 날이 임하여 수많은 무리가 하나님의 심판을 받지만, 하나님을 부르는 자들은 하나님으로부터 보호와 구원을 얻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받게 되는 보호와 구원은 순전히 하나님의 긍휼과 사랑 때문입니다(욜 2:18).
시온에 거하시는 여호와(17-21)
여호와의 날은 불의한 자에게는 재앙과 심판의 날이지만, 의인에게는 회복과 구원의 날입니다. 그 날에는 자기 백성의 하나님이 되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며 사망과 애통이 없는 새로운 세계를 선물하는 날입니다. 이것이 우리 성도들이 고난 중에도 인내해야 할 이유이고, 끝까지 소망의 약속을 붙들며 의의 길을 가야 할 이유입니다.
17그런즉 너희가 나는 내 성산 시온에 사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인 줄 알 것이라 예루살렘이 거룩하리니 다시는 이방 사람이 그 가운데로 통행하지 못하리로다 18그 날에 산들이 단 포도주를 떨어뜨릴 것이며 작은 산들이 젖을 흘릴 것이며 유다 모든 시내가 물을 흘릴 것이며 여호와의 성전에서 샘이 흘러 나와서 싯딤 골짜기에 대리라 19그러나 애굽은 황무지가 되겠고 에돔은 황무한 들이 되리니 이는 그들이 유다 자손에게 포악을 행하여 무죄한 피를 그 땅에서 흘렸음이니라 20유다는 영원히 있겠고 예루살렘은 대대로 있으리라 21내가 전에는 그들의 피흘림 당한 것을 갚아 주지 아니하였거니와 이제는 갚아 주리니 이는 여호와께서 시온에 거하심이니라(17-21)
심판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구원하고 열방을 다 응징하여 승리의 왕으로서 친히 선택한 그의 도성 시온에 거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은 이 하나님이 바로 자신들을 그의 소유로 삼고 언약을 맺은 하나님이심(출 19:5-6)과 하나님 외에 다른 이가 없는 것(욜 2:27)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될 것입니다. 거룩한 하나님이 계시므로 예루살렘과 그 안에 거하는 백성들도 거룩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과 그의 백성을 대적하는 세력들은 하나님이 계신 거룩한 곳에 참예하는 복을 누릴 수 없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그의 백성으로 회복시키시고 대적을 몰아내셨으므로 하나님의 도성에는 평화와 안정과 기쁨이 보장됩니다.
하나님께서 통치하시므로 자연도 회복되며 하나님의 축복이 넘치게 됩니다. 이전에 메뚜기 재앙으로 황량했던 산에서(욜 1:10) 사람들이 풍성한 새 포도를 수확하므로 포도주 틀이 넘치고 양과 염소들로부터 젖을 얻어 풍요와 감사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말랐던 유다 전역의 내(욜 1:20)에 물이 흐르고 하나님의 성전에서 샘이 홀러 아카시아가 무성하고 마르고 척박한 광야 같은 싯딤 골짜기를 적실 것입니다. 이와 같이 물과 관련된 비유는 물이 부족한 이스라엘 땅에 풍족하고 풍요로운 축복이 넘쳐흐를 것을 의미합니다. 덧붙여 하나님의 성전의 물을 언급함으로써 생명과 축복의 주체가 하나님이심을 강조합니다. 하나님의 임재와 풍부한 물과 축복의 이미지는 에덴 동산(창 2:10-14)이나 종말 때의 새 예루살렘(계 21:2-3, 22:1-5)의 이미지에서 유사하게 나타나 상호연관성을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는 유다 백성에게 포악을 행한 원수들인 애굽과 에돔의 땅을 황무지로 만들어 그들의 죗값을 치르게 하실 것입니다. 여기서 애굽과 에돔은 하나님과 이스라엘을 대적한 이방 민족의 대표로 소개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등의 선지자들은 애굽의 우상숭배와 교만과 이스라엘에게 행한 패악과 핍박을 이유로 들며 바벨론이 애굽을 침공할 것이고, 애굽이 불에 타 사막과 황무지가 되고 거민이 사라지는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사 19장; 렘 46:13-26; 겔 29-32장), 한편, 에돔에 대해서도 이사야, 예레미야, 오바댜, 말라기 등의 선지자들은 에돔의 교만함과 유다를 배신하고 바벨론과 함께 유다를 침략한 점을 이유로 설명하며 에돔이 멸망하여 황무지가 될 것을 선언했습니다(사 34:5-17; 63:1-6; 렘 49:7-22; 옵 1-21; 말 1:2-4 등), 그렇다고 해서 여호와의 날에 이방인 모두가 멸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사야, 미가, 아모스 등 선지자들은 이방인에게도 임할 여호와의 구원에 대해 언급하였습니다(사 2:2-4; 미 4:1-4; 암 9:12; 습 2:11; 3:9), 요엘서에서 이방인의 구원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모든 민족의 심판 날에도 하나님의 백성인 유다는 구원을 얻는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애굽이나 에돔과 대조적으로 유다와 예루살렘에는 영원토록 사람들이 거주하며 하나님의 임재를 누릴 것입니다. 이전에는 하나님이 정한 심판의 때까지 이스라엘 백성의 무죄한 피를 쏟게 한 대적들을 징벌하지 않으셨지만, 이제는 그들에게 마땅한 심판과 징벌을 내릴 것이라는 하나님의 단호한 결단이 선포되었습니다.
모든 우주가 하나님의 심판으로 요동칠 때, 십자가를 외면한 이들은 닥칠 운명으로 인해 슬피 울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주님을 피난처 삼은 이들은 하나님의 의가 거하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벅찬 감격 속에 맞게 될 것입니다. 이 소망으로 서로 격려하며 어두운 현실을 믿음으로 이겨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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