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04-02)
하나님의 사역을 방해하는 세력
에스라 4장 11-24절
모함(謀陷)은 나쁜 계획으로 남을 어려운 처지에 빠뜨리는 행위입니다. 이는 거짓의 아비인 사탄의 방식 중 하나로, 처음에는 효과를 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진실이 드러나 모든 것이 밝혀지게 됩니다. 따라서 모함은 결국 실패하게 되는 불안정한 전략입니다.
- 방백 르훔과 서기관 심새는 이스라엘이 자행한 과거 반역의 역사를 예로 들면서 아닥사스다 왕에게 유다인들의 성벽 재건을 중단시키도록 요청합니다. 예루살렘 성이 재건되면 유다인들은 왕에게 조공과 세금을 바치지 않을 것이며 강 건너편 영지를 잃게 될 수도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여기에 반응하여 아닥사스다 왕은 조서를 내려 유다인들의 성벽 재건 공사를 중단시킵니다.
방백 르훔과 서기관 심새의 편지(11-16)
거짓된 사람들은 거짓 정보를 사용해 진실을 왜곡합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혼란이 발생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실을 조작하여 왕의 판단을 흐리게 합니다. 결국,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왕국의 상황이 복잡해집니다. 르훔과 심새는 아닥사스다 왕에게 모함된 거짓 항소편지를 보냅니다.
11○아닥사스다 왕에게 올린 그 글의 초본은 이러하니 강 건너편에 있는 신하들은 12왕에게 아뢰나이다 당신에게서 우리에게로 올라온 유다 사람들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이 패역하고 악한 성읍을 건축하는데 이미 그 기초를 수축하고 성곽을 건축하오니 13이제 왕은 아시옵소서 만일 이 성읍을 건축하고 그 성곽을 완공하면 저 무리가 다시는 조공과 관세와 통행세를 바치지 아니하리니 결국 왕들에게 손해가 되리이다 14우리가 이제 왕궁의 소금을 먹으므로 왕이 수치 당함을 차마 보지 못하여 사람을 보내어 왕에게 아뢰오니 15왕은 조상들의 사기를 살펴보시면 그 사기에서 이 성읍은 패역한 성읍이라 예로부터 그 중에서 항상 반역하는 일을 행하여 왕들과 각 도에 손해가 된 것을 보시고 아실지라 이 성읍이 무너짐도 이 때문이니이다 16이제 감히 왕에게 아뢰오니 이 성읍이 중건되어 성곽이 준공되면 이로 말미암아 왕의 강 건너편 영지가 없어지리이다 하였더라(11-16)
본문은 유다와 베냐민의 대적들이 아닥사스다 왕에게 상소문을 보내 예루살렘 성벽 재건 공사를 중단하게 한 사건을 다룹니다. 먼저 11절부터 16절까지는 대적들의 상소문입니다. 둘째 단락인 17-22절은 아닥사스다왕이 그들의 상소문에 답하여 성전 공사 중단을 명령하는 조서의 내용입니다. 아닥사스다 왕의 조서에 따라 성벽 재건 공사는 중단됩니다(23). 끝으로 24절은 다리오 왕 2년(주전 520년)까지 성전 건축 공사가 중단되었음을 알림으로 성벽 재건에서 다시 성전 건축 사건(1-5절)으로 돌아옵니다.
(1) 인사말(11)
방백 르훔과 서기관 심새의 상소문은 인사말로 시작합니다(11b-12, ‘강 건너편에 있는 신하들은 왕에게 아뢰나이다’). 여기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강 건너편에 있는 (왕의) 신하들’이라고 밝힙니다. ‘강 건너편’(아바르 나하라)은 페르시아 사람의 관점에서 볼 때, 유프라테스 강 서편 지역, 즉 두로와 시돈, 페니키아, 팔레스타인 지역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2) 성읍 재건에 대한 고발(12-16)
이어서 대적들은 상소문에서 구체적으로 유다 백성에 대한 고발 내용을 제시합니다(11b-16). 대적자들은 ‘왕에게서 올라온 유다 사람들’이 패역하고 악한 성읍을 건축하고 있다고 모함합니다(12). ‘왕에게서 올라온 유다 사람들’은 고레스 당시의 귀환 행렬 이후 아닥사스다 왕 때 있었던 2차 귀환(주전 458년)의 무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편지에서 ‘유다 사람들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이미 그(예루살렘 성읍) 기초를 수축하고 성곽을 건축하고 있는 중’(12b)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대적들이 방해하려는 것이 성전 건축이 아닌 성벽 재건임을 암시합니다. 당시는 아닥사스다 왕(주전 464-424년)의 통치 시기이며, 성전 건축은 주전 515년에 이미 완성된 상태입니다. 저자는 성전 건축과 성벽 건축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사역으로 간주하는 듯합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성전 건축은 성벽 재건과 공동체 재건으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대적들은 왕에게 성벽 재건을 중지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두 가지의 실제적인 이유를 제시합니다. 첫째, 성벽 재건 후 유다인들이 페르시아 정부에 조공과 관세와 통행세를 납부하지 않을 것이고, 이에 따라 왕실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13). 당시의 사고에 의하면, 피지배국의 백성이 주권국의 왕에게 세금을 바치지 않는 것은 반역을 의미한다. 더욱이 당시 아닥사스다 왕은 제국 이곳저곳에서 발생하는 반란을 제압하느라 힘든 상황에 있었습니다. 대적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서 성벽 건축을 저지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왕의 소금을 먹는 사람들’로서 왕이 당할 피해를 우려하여 상소문을 올린다고 말합니다(14). ‘왕의 소금을 먹는 것’은 왕의 은택을 입어 생계를 유지한다는 의미로 다른 말로 하면 ‘나라의 녹을 먹는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왕에 대한 자신들의 충성심을 알리며 왕과 친밀한 관계임을 시사합니다.
둘째, 대적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예루살렘의 패역함을 입증하는 역사적인 증거를 제시합니다(15b, ‘예로부터 그중에서 항상 반역하는 일을 행하여’). 그리고 그 근거로 제시한 ‘조상들의 사기’(15a)는 이전 바벨론 시대부터 전해 온 역사 기록을 의미합니다. 당시 페르시아는 바벨론의 합법적인 계승국으로 자처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역사적인 사실을 증거로 들어 예루살렘이 근본부터 반역적인 성읍임을 알리며, 결정적인 반역의 증거로 예루살렘의 파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제시합니다(15b). 이런 상황에서 예루살렘 성읍이 중건되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강 건너편 영지’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넌지시 경고합니다(16). 다시 말해 왕이 즉시 성벽 재건 작업을 중단시키지 않으면, 왕의 영토의 상당 부분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위협입니다. 대적들의 상소문은 예루살렘 재건 공사가 내포하는 잠재적인 위험성을 효과적으로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고발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동기, 즉 정치-경제면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탐욕에 기인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기적인 욕심을 마치 왕에 대한 충성심인양 포장하고 있습니다.
아닥사스다 왕의 답장(17-22)
진실이 왜곡될 때 신뢰를 잃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외부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권력자의 판단이 항상 옳지 않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공동체의 연합과 지혜가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17○왕이 방백 르훔과 서기관 심새와 사마리아에 거주하는 그들 동관들과 강 건너편 다른 땅 백성에게 조서를 내리니 일렀으되 너희는 평안할지어다 18너희가 올린 글을 내 앞에서 낭독시키고 19명령하여 살펴보니 과연 이 성읍이 예로부터 왕들을 거역하며 그 중에서 항상 패역하고 반역하는 일을 행하였으며 20옛적에는 예루살렘을 다스리는 큰 군왕들이 있어서 강 건너편 모든 땅이 그들에게 조공과 관세와 통행세를 다 바쳤도다 21이제 너희는 명령을 전하여 그 사람들에게 공사를 그치게 하여 그 성을 건축하지 못하게 하고 내가 다시 조서 내리기를 기다리라 22너희는 삼가서 이 일에 게으르지 말라 어찌하여 화를 더하여 왕들에게 손해가 되게 하랴 하였더라(17-22)
대적들의 고발장은 즉시 효과를 발휘한 것 같습니다. 아닥사스다 왕은 방백 르훔과 서기관 심새의 상소문에 곧바로 답장합니다. 르훔과 심새의 상소문을 받은 후, 아닥사스다 왕은 즉시 궁중의 문서 보관소에 있는 문서들을 살펴보게 하여 그들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합니다(19). 그때 아닥사스다 왕은 문서를 통해 또 하나의 사실을 확인합니다. 그것은 옛적에 강 건너편 사람들이 예루살렘을 다스린 큰 군왕들에게 조공과 관세를 바쳤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에서 ‘예루살렘을 다스린 큰 군왕들’의 정체는 분명하지 않지만, 아마 다윗과 솔로몬 같은 이스라엘 왕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왕들의 존재는 반역의 가능성을 언급한 대적들의 고발에 신뢰성을 더하게 했을 것입니다.
아닥사스다 왕 당시 페르시아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아하수에로 왕 때 페르시아의 지배 아래 있던 애굽이 반란을 꾀하다 진압됩니다. 이후 아닥사스다가 왕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주전 460년)에 애굽이 다시 페르시아에 반기를 듭니다. 이런 정황으로 인해 아닥사스다 왕은 애굽 근처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정세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아닥사스다 왕은 결국 예루살렘 재건 작업을 중단할 것을 명령합니다(21b, ‘그 성을 건축하지 못하게 하고 내가 다시 조서 내리기를 기다리라’). 그렇지만 ‘조서 내리기를 기다리라’는 말은 칙령이 바뀔 수 있는 여지를 남깁니다. 이것은 문맥상 앞으로 성벽 공사에 대한 중지 명령이 철회될 것을 암시합니다.
공사의 중단(23-24)
진실이 항상 즉각적으로 승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거짓 정보에 휘둘리는 왕의 모습은 나약하고 초라하게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권력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혼란을 초래합니다. 결국, 진실과 거짓의 대결에서 진실이 지연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23○아닥사스다 왕의 조서 초본이 르훔과 서기관 심새와 그의 동료 앞에서 낭독되매 그들이 예루살렘으로 급히 가서 유다 사람들을 보고 권력으로 억제하여 그 공사를 그치게 하니 24이에 예루살렘에서 하나님의 성전 공사가 바사 왕 다리오 제이년까지 중단되니라(23-24)
본문에서는 아닥사스다 왕의 명령에 따라 예루살렘 성전 건축이 중단되었다고 전합니다. 이로 인해 유대인들은 두려움과 혼란 속에 처하게 됩니다. 결국, 성전 건축은 몇 년간 중지된 채로 남게 됩니다.
(1) 성벽 공사 중단(23)
아닥사스다 왕의 조서가 유다 땅에 도착하자, 르훔과 심새는 곧바로 행동에 옮깁니다. 그들은 곧장 예루살렘으로 달려가서 유다 사람들이 하고 있던 성벽 재건 공사를 중지시킵니다(23b, ‘권력으로 억제하여 그 공사를 그치게 하니’). ‘권력(혹은 군사력)으로 억제하다’라는 표현은 대적들의 행동이 단순한 중지의 정도를 넘어 건축 중인 성벽을 파괴하는 데까지 이르렀음을 암시합니다(참조, 느 1:3). 중단되었던 성벽 재건 공사는 후에 아닥사스다 왕의 조서에 따라 느헤미야에 의해 재개됩니다(참조. 느 2:1-9). 고레스의 마음을 움직이셨던 하나님께서 이번에는 아닥사스다의 마음을 움직이신 것입니다.
(2) 성전 공사 중단(24)
대적들의 방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닥사스다왕 시대의 사건에서 다시 다리오 왕 시대(주전 520년) 성전 건축의 일로 돌아옵니다(24). 그런 면에서 24절은 5절과 직접 연결됩니다(그 안의 내용인 6-23절은 일종의 삽입). 고레스 통치 기간 동안에 일어난 대적들의 반대로 성전 재건 작업이 다리오 왕 2년(주전 520년)까지 연기되고, 17년이 지나서야 다시 성전 건축을 재개할 수 있게 됩니다.
본문은 주전 538년 귀환한 백성들이 왜 주전 520년(다리오 왕 2년)까지 성전 재건 사역을 미루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면서 그 배경에 치밀하고 조직적인 대적들의 반대가 있었음을 밝힙니다. 결국 대적들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고레스 시대부터 다리오 왕 2년까지 17년 동안 성전 건축이 중단되는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 기간은 귀환공동체가 신앙적으로 더 강해지는 시기이며, 더 큰 역사를 위한 준비의 기간이었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역사에는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고,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인내와 희생이 필요함을 교훈합니다.
우리는 진실과 거짓의 갈등이 여전히 현대 사회에서도 중요한 주제임을 깨닫습니다. 거짓된 정보가 어떻게 사람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권력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본문은 우리가 외부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신념을 지키며, 공동체의 연합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야 함을 일깨워 줍니다. 믿음과 지혜로 무장하여, 하나님께서 우리를 인도하시고 진실이 결국 승리할 것임을 확신해야 합니다. 이러한 교훈을 마음에 새기고, 우리의 삶 속에서 실천하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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