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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기(03-01)


구별하여 제사장으로 세워진 레위인

민수기 3장 1-13절


 

하나님께서는 천지를 창조하신 분이십니다. 우리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천지만물을 얘기할 때 ‘코스모스’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바로 우주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 의미 안에는 질서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창조하시면서 무질서를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질서를 창조하셨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또한 우리의 모든 영적인 삶에도 그 질서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창조하시고 질서를 주신 하나님을 항상 경배하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 민수기 3-4장은 레위인들에 대한 인구조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레위 지파의 족보와 각 가문들 그리고 그들의 직무를 소개합니다. 또한 그들의 각 가문별 인구가 정확히 조사된 뒤 진영 내에서의 위치를 배정받습니다. 이러한 상세한 레위 지파에 대한 설명은 그들이 성막 봉사자들로서 얼마나 중요한 직무를 부여 받았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레위인들은 이스라엘의 모든 장자들을 대신해서 선택되어 하나님께 봉헌된 사람들입니다.

 

아론의 아들들(1-4)

불경건이란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추종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경건은 자신의 생각과 방식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순종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주관적 생각을 좇아 행동한 적은 없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본문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불이 아닌 다른 불을 사용하여 멸망 받은 불경건한 아론의 아들들을 소개합니다.

 

1여호와께서 시내 산에서 모세와 말씀하실 때에 아론과 모세가 낳은 자는 이러하니라 2아론의 아들들의 이름은 이러하니 장자는 나답이요 다음은 아비후와 엘르아살과 이다말이니 3이는 아론의 아들들의 이름이며 그들은 기름 부음을 받고 거룩하게 구별되어 제사장 직분을 위임 받은 제사장들이라 4나답과 아비후는 시내 광야에서 여호와 앞에 다른 불을 드리다가 여호와 앞에서 죽어 자식이 없었으며 엘르아살과 이다말이 그의 아버지 아론 앞에서 제사장의 직분을 행하였더라(1-4)

 

창세기의 주요한 구조적 특징을 이루는 “이것은 ~의 족보니라”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천지창조로부터 이스라엘 열두 지파까지를 연결하는 핵심 메시지는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구원의 초점을 좁혀가는 데 있는데, 열두 지파 중에 아론과 제사장의 직무를 족보 양식에 담아둔 것은 열두 지파들 중에서 하나님의 구속 사역이 제사장의 직무를 통해 더 구체화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아론과 모세의 족보’라고 표현한다는 것이 특이합니다. 족보를 언급하지만, 실제로는 아론은 물론이고 모세의 족보에 거의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다른 경우에서 모세와 아론에 대한 언급은 일관되게 모세가 중심이고, 언급하는 순서를 바꾸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오직 제사장의 족보를 다룰 때만 아론이 먼저 나타나기 때문에 실제로 민수기 3장은 아론으로부터 시작하는 제사장의 가계가 하나님의 큰 계획의 중요한 성취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본문의 관심은 대제사장의 가계를 이어가는 제사장 가문에 있기 때문에 네 아들 이후 아론의 자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대상 23:13-16). 아론의 네 아들들은 나답, 아비후, 엘르아살 그리고 이다말입니다. 아론의 아들들은 제사장의 직무를 감당하도록 기름 부음을 받은 자들이었습니다. 제사장의 직무를 위해 위임을 받은 이들인데, 제사장의 손을 채운다는 표현으로, 하나님께서 아론의 아들들의 손에 제사장의 직무를 감당할 수 있는 권위를 주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중 나답과 아비후는 제사장으로 위임받은 이후 다른 불을 드리다가 여호와 앞에서 죽임을 당했습니다. ‘다른 불’이 어떤 의미인지 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성소에서 사용되는 모든 불은 제단에서 취한 불이어야 하기에, 다른 불은 아마도 제단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취한 불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답과 아비후의 죽음 이후, 아론의 가계를 잇는 제사장 가문은 오직 엘르아살과 이다말을 통해 이어집니다. 이후 이스라엘의 역사를 통해 두 제사장 가문의 경쟁 관계가 이어지다가, 최종적으로는 엘르아살의 후손인 사독 계열에서 대제사장의 직무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이다말의 후손이었던 엘리 제사장과 그 가족의 몰락으로 말미암아 이다말의 가계는 끊어지게 됩니다.

 

레위 지파와 그들의 직무(5-10)

교회는 성도가 서로 협력해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공동체입니다. 성도 간의 협력은 하나님 백성 됨의 증거입니다. 성도는 그리스도의 몸이신 교회를 구성하는 지체입니다. 따라서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교회에서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자리 어디서든지 주님의 사랑으로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레위 지파 사람들에게 제사장을 돕는 사명을 주셨습니다.

 

5여호와께서 또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6레위 지파는 나아가 제사장 아론 앞에 서서 그에게 시종하게 하라 7그들이 회막 앞에서 아론의 직무와 온 회중의 직무를 위하여 회막에서 시무하되 8곧 회막의 모든 기구를 맡아 지키며 이스라엘 자손의 직무를 위하여 성막에서 시무할지니 9너는 레위인을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맡기라 그들은 이스라엘 자손 중에서 아론에게 온전히 맡겨진 자들이니라 10너는 아론과 그의 아들들을 세워 제사장 직무를 행하게 하라 외인이 가까이 하면 죽임을 당할 것이니라(5-10)

 

이제 본문은 레위 지파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직무를 소개합니다. 레위 지파의 가장 기본적인 직무는 제사장의 일을 돕는 것입니다. 그들은 가장 먼저 “제사장 아론 앞에 서서” 시종 드는 자들입니다(6). 누군가의 앞에 선다는 말은 그를 섬긴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의 직무를 공식적으로 감당하는 지위에 있다는 뜻입니다. 그들은 아론 앞에 서서 제사장을 섬기는 직무를 감당할 뿐만 아니라, 또한 회막 앞에서 아론의 직무와 함께 온 회중의 직무를 위하여 시무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회막 앞에서 섬긴다는 말은 그들이 회막 밖에서 서 회막을 지키고, 회막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했다는 뜻입니다. 제사와 관련한 레위인의 직무는 제사장과 제사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섬김의 일이었습니다. 제사장이 제물을 드리는 일을 할 때 레위인들은 그 곁에서 여러 가지 필요한 준비를 감당했을 것입니다. 가령, 제사장이 짐승을 잡을 때, 짐승을 미리 준비하고 제사장에게 끌고 오는 등의 일이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제사자가 제물을 가지고 올 때, 여러 가지 익숙하지 않은 절차들을 레위인들이 미리 안내했을 것입니다. 물리적으로 제사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 레위인들이 제사자의 직무를 일정 부분 도와서 제사를 드리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도왔을 것입니다. 또한 광야 생활을 하면서 필연적으로 이동할 경우, 레위 사람들은 회막과 여러 기구들을 해체, 이동, 설치하는 등의 일을 도맡아 했습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가 계속되면 실질적으로 회막의 기구들을 수리하거나 새롭게 제작해야 하는 경우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기타 회막과 관련한 다양한 직무들을 레위인들이 온전히 감당해야 했습니다. 이런 제반 업무를 생각할 때, 레위인들의 노동 강도는 매우 강했을 것입니다. 레위인들의 직무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을 30세 이상 50세 이하로 규정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레위 사람들이 회막 밖에서 섬기는 일들도 중요합니다. 회막 앞에서 하는 직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영역은 회막 자체를 보호하는 직무입니다. 특별히 레위 사람들은 열두 지파가 성막을 중심으로 진영을 펼칠 때, 각 지파들과 성막 사이에 진영을 마련하고, 외인들이 성막으로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지켜야 합니다. 그래서 만일 외인이 불법적으로 성막에 가까이하면 죽일 수 있었습니다(10). 대단히 무서운 일을 하는 것 같지만,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정결하지 못한 사람들이 마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었기에, 사실상 이스라엘 백성들의 목숨을 살리는 역할을 한 셈입니다. 본문에서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레위인들은 후대 성전이 지어진 다음에는 성전에서 찬양대를 구성해서 하나님을 찬송하는 일도 감당했습니다(대상 15:16).

 

레위인과 첫태생의 구별(11-13)

성도는 모두 하나님의 소유가 된, 거룩하고 구별된 백성입니다(벧전 2:9). 예수 그리스도께서 유월절 어린양이 되셔서 대속 제물로 죽으셨기 때문입니다(요 1:29). 우리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새 생명을 얻어 하나님의 소유가 된 존재입니다. 우리를 예수님의 보혈로 깨끗하게 하시고, 하나님의 소유로 불러 주신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살아가야 합니다. 이스라엘의 첫 태생들은 하나님께 구별된 하나님의 소유였습니다.

 

11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12보라 내가 이스라엘 자손 중에서 레위인을 택하여 이스라엘 자손 중에 태를 열어 태어난 모든 자를 대신하게 하였은즉 레위인은 내 것이라 13처음 태어난 자는 다 내 것임은 내가 애굽 땅에서 그 처음 태어난 자를 다 죽이던 날에 이스라엘의 처음 태어난 자는 사람이나 짐승을 다 거룩하게 구별하였음이니 그들은 내 것이 될 것임이니라 나는 여호와이니라(11-13)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라는 표현이 매 단락마다 시작을 알리는 장치로 나타납니다. 하나님께서 레위 사람들을 따로 구분해서 인구조사를 하고, 직무를 주시는 목적에 대해서 설명하십니다. 우선 레위인의 성별을 출애굽 사건과 연결시킵니다. 출애굽 당시 하나님께서 애굽의 모든 장자를 죽이실 때 이스라엘의 장자를 살려주셨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 있는 모든 장자와 초태생이 하나님께 속하였다고 선언하십니다(출 13:2). 이스라엘의 모든 장자는 하나님의 것으로 드려져야 했기에, 그들을 대신하여 레위인들을 온전히 구별하여 하나님께 드리게 됩니다. 초태생 짐승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한 짐승들은 초태생을 하나님께 바쳐 드리면 되지만, 제사로 드릴 수 없는 부정한 짐승의 경우 그 짐승들을 대신하여 하나님께 드릴 대체 희생제물이 요구됩니다(출 34:19-20). 레위인들이 하나님께 온전히 구별되어 드려진 존재가 되는 이유는 이들이 이스라엘의 모든 장자를 대신하여 하나님께 드려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사장은 회막 안에서 제사와 관련된 일을 감당했지만, 레위 사람들은 기타 모든 영역에서 남겨진 일들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모두가 같은 레위인들이지만, 어떤 사람은 제사장이 되어 제사를 드리는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은 일반 레위인으로서 제사장들을 수종 드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힘겹게 노동해야 했지만, 인간적으로 보면, 제사장들처럼 드러나는 일을 하지도, 그만큼 존경받지도 못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문은 레위인이 하나님의 소유가 된 존재들로 온전히 바쳐진 자들이라고 말씀합니다. 직무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하나님의 일을 위해, 하나님의 언약 백성 공동체를 위해 구별된 사람들입니다.


제사장들과 레위인은 하나님께 특별하게 구별되어 선택된 자들입니다. 이 선택과 구별은 인간이 지닌 조건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주권적인 선택에 따른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의 결과이지 우리의 공로나 자랑 때문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우리는 하나님 앞에 언제나 거룩하고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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