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23-02)
율례에 대한 순종
출애굽기 23장 20-33절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도 점진적인 성장을 허락하시며,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축복을 주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계획을 신뢰하고 그분의 인도하심에 순종할 때, 하나님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보호와 풍성한 복을 누리게 하십니다. 우리의 신앙 생활에서도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 하기보다, 하나님의 때에 맞춰 순종하며 나아갈 때,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복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 본문은 언약 법전(언약서)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보통 법전의 마지막에는 순종 여부에 따른 축복과 저주가 나열됩니다(레 26장: 신 27-28장). 그러나 언약서의 마무리는 앞서 주어진 많은 법들에 대한 순종을 요청하면서 복과 저주의 약속은 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여호와의 인간 대리자 외에 백성들을 이끌 신적 대리자인 사자가 등장합니다. 이 사자는 여호와가 보내는 '왕벌'로도 묘사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의 사자를 보내심(20-26)
우리의 삶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계획을 믿고 따르며,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구해야 합니다. 성령의 음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분의 지도에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러한 신뢰와 순종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안전한 길로 이끄실 것을 확신하게 됩니다. 이로써 우리는 하나님의 보호와 축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20내가 사자를 네 앞서 보내어 길에서 너를 보호하여 너를 내가 예비한 곳에 이르게 하리니 21너희는 삼가 그의 목소리를 청종하고 그를 노엽게 하지 말라 그가 너희의 허물을 용서하지 아니할 것은 내 이름이 그에게 있음이니라 22네가 그의 목소리를 잘 청종하고 내 모든 말대로 행하면 내가 네 원수에게 원수가 되고 네 대적에게 대적이 될지라 23내 사자가 네 앞서 가서 너를 아모리 사람과 헷 사람과 브리스 사람과 가나안 사람과 히위 사람과 여부스 사람에게로 인도하고 나는 그들을 끊으리니 24너는 그들의 신을 경배하지 말며 섬기지 말며 그들의 행위를 본받지 말고 그것들을 다 깨뜨리며 그들의 주상을 부수고 25네 하나님 여호와를 섬기라 그리하면 여호와가 너희의 양식과 물에 복을 내리고 너희 중에서 병을 제하리니 26네 나라에 낙태하는 자가 없고 임신하지 못하는 자가 없을 것이라 내가 너의 날 수를 채우리라(20-26)
하나님께서 사자를 보내어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고 보호하실 것을 약속하십니다. 이스라엘이 사자의 말을 순종하고 하나님만을 섬기면, 그들은 하나님의 보호와 축복을 받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우상 숭배를 버리고 오직 그분만을 경배할 것을 명령하십니다.
(1) 사자의 역할(20-23)
십계명에 이어 반포된 언약법전(언약서, 20:22-23장)은 제단법이 포함된 십계명의 첫째와 둘째 계명으로 시작했습니다(20:22-26). 이제 유일신 하나님 숭배에 대한 강한 명령으로 언약법전이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사자(말라크)는 여호와를 대신하는 존재입니다(출 3:2;14:19; 32:34). 여호와의 임재는 그를 통해 계속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사자를 통해 그들을 가나안으로 인도하실 것입니다(20). 그는 하나님의 대리인이요 백성의 인도자인 모세의 수호자와 돕는 자가 되어 백성들을 가나안 땅으로 이끌 것입니다.
‘사자’는 전적으로 신뢰해야 할 하나님의 임재의 대행자입니다. 더 적극적으로 ‘사자’는 여호와 자신과 동등한 자격을 가진 존재요, 여호와의 임재에 대한 다른 표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하나님께서는 사자가 백성을 가나안으로 인도할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내가’ 가나안 족속들을 멸절할 것이라고도 말씀하십니다(23).
이 여호와의 ‘사자’는 28절의 여호와의 ‘왕벌’과 쌍을 이루고 있습니다. 사자의 권위는 ‘나의 이름이 그에게 있다’는 말씀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21). 그는 여호와의 이름표를 붙이고 나타난 인도자입니다. 여호와의 사자는 여호와의 군사적 대행자이기도 하지만, 여호와의 ‘말씀’을 대신 전하는 말씀의 대행자이기도 합니다.
어떤 랍비들은 이에 근거해서 ‘말씀’을 뜻하는 메므라(Memra) 사상을 설파했습니다. 이것은 여호와의 사자가 전하는 말씀이 곧 하나님과 동등한 위격을 지닌다는, 유대교 일각에서 주장되는 일종의 이위일체 사상(binitarianism)입니다. 여호와의 말씀은 ‘지혜’이기도 한데(잠 8장), 말씀 지혜는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서 일하며 이미 태초부터 하나님과 함께했던 선재적 존재로서 창조사역을 주도합니다.
또한 아브라함과 야곱에게 나타난 여호와의 사자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곳에서 ‘사자’는 여호와 자신과 구분되지 않는 기묘한 광경이 발견됩니다. 이로 인해 말씀=여호와=사자라는 개념이 성립되어 이위일체 사상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요한복음 1:1-3에서 말씀=하나님= 예수님이라고 선언된 것은 이것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요한복음과 신약은 이위일체가 아닌 삼위일체 사상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 근거하여 일각의 기독교학자들은 여호와의 사자가 구약의 성육신된 하나님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자의 임재와 활동을 통해 구약 시대 속에서 선재적 성육신(pre-incarnation)을 한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사자’의 말을 청종하라고 하셨듯이,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에 대해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마 17:5).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실 뿐만 아니라(마 8:22; 9:9; 눅 5:27; 요 12:26), 자신이 먼저 하늘에 올라가 ‘그 길’을 예비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요 14:6). 사자가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으로 이끈 것처럼, 예수께서는 자신의 백성을 새 하늘과 새땅으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한편, 예수님의 승천과 오순절 성령 강림 이후에는 사자의 역할을 성령께서 수행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사도행전에서 성령의 사자께서 사도들과 제자들을 이끌어 복음을 전하게 하셨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에 충만히 역사하시며 교회를 인도하십니다.
(2) 백성의 책임(24-26)
사자의 목소리에 순종할 때 그 대가는 보호와 승리입니다. 고대 근동의 봉신 조약에서 속국은 충성을 맹세하고 종주국은 그에 대한 대가로 다양한 보호와 혜택을 약속합니다. 마찬가지로 왕이신 하나님께 신하인 이스라엘은 순종해야 합니다.
만일 그들이 순종하여 가나안의 우상들을 모두 깨트리고 여호와만 섬긴다면, 그들은 절대적 힘을 지니신 그 왕의 보호와 축복을 마음껏 누릴 것입니다(24-26). 우상과 더불어 등장하는 ‘주상’은 원래 의미가 ‘기둥들’(마쩨보트)입니다. 이것은 가나안의 우상숭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물이었습니다(레 26:1; 신 7:5; 왕하 14:23).
우상을 깨트리고 대신 여호와만 섬겨야 합니다. 그 대가는 풍성한 복입니다. 이 구절들에서 나열되는 복은 신명기 28:1-14에 있는 것들의 요약입니다. 언약 순종의 대가로 주어지는 복은 대부분 공통적입니다: 풍년과 때에 맞는 많은 비, 건강과 무병장수, 많은 자녀, 재난과 기근이 없는 평화의 날 등.
주의 왕벌을 보내심(27-33)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하나님과의 언약을 지키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보다 더 의지하는 것들, 세상의 가치관이나 잘못된 습관들을 버리고, 오직 하나님께만 충성하는 신앙을 유지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과 삶에서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이 중심이 되지 않도록 늘 경계하며, 하나님과의 언약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 합니다.
27내가 내 위엄을 네 앞서 보내어 네가 이를 곳의 모든 백성을 물리치고 네 모든 원수들이 네게 등을 돌려 도망하게 할 것이며 28내가 왕벌을 네 앞에 보내리니 그 벌이 히위 족속과 가나안 족속과 헷 족속을 네 앞에서 쫓아내리라 29그러나 그 땅이 황폐하게 됨으로 들짐승이 번성하여 너희를 해할까 하여 일 년 안에는 그들을 네 앞에서 쫓아내지 아니하고 30네가 번성하여 그 땅을 기업으로 얻을 때까지 내가 그들을 네 앞에서 조금씩 쫓아내리라 31내가 네 경계를 홍해에서부터 블레셋 바다까지, 광야에서부터 강까지 정하고 그 땅의 주민을 네 손에 넘기리니 네가 그들을 네 앞에서 쫓아낼지라 32너는 그들과 그들의 신들과 언약하지 말라 33그들이 네 땅에 머무르지 못할 것은 그들이 너를 내게 범죄하게 할까 두려움이라 네가 그 신들을 섬기면 그것이 너의 올무가 되리라(27-33)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그들의 적들을 공포로 몰아내시고, 점진적으로 가나안 땅을 정복하게 하실 것을 약속하십니다. 이스라엘은 가나안 족속들과 언약을 맺지 말고, 그들의 신들을 섬기지 않으며, 오직 하나님께만 충성해야 합니다. 하나님과의 언약을 지키는 것이 이스라엘의 번영과 안전의 열쇠가 됩니다.
(1) 왕벌의 역할(27-31)
하나님께서는 왕벌이 가나안 족속들을 쫓아낼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28), 동시에 ‘내가’ 그들을 네 앞에서 쫓아낼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30). 앞서 말한대로, 역시 왕벌이 하나님의 대행자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것은 사자가 쫓아내는 가나안 족속과 왕벌이 쫓아내는 가나안 족속의 대조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23절에서 사자의 활약에 대해 “아모리 사람과 헷사람과 브리스 사람과 가나안 사람과 히위 사람과 여부스 사람에게로 인도하고 나는 그들을 끊으리니”라고 말하고, 28절에서는 왕벌이 “히위 족속과 가나안족속과 헷 족속을 네 앞에서 쫓아내리라”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여기서 여호와의 ‘사자’와 여호와께서 보내신 ‘왕벌’은 사실 동일한 존재임이 암시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왕벌이 27절에서 ‘위엄’(공포심, 위협)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여호와의 ‘사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하나님의 ‘왕벌’입니다!
한편, 왕벌의 활약과 백성의 순종으로 얻게 될 땅의 국경선은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 성취된 경계선들과 거의 비슷합니다. 그것은 홍해부터 블레셋 바다, 남방 광야부터 유프라테스 강까지 이릅니다. 그들이 1년 만에 이 땅을 순식간에 정복하지는 않을 것이며 정복은 조금씩 진행될 것입니다(29-30). 속도전을 통한 정복은 땅을 황폐케 하여 들짐승이 난무하게 하고 이스라엘 백성의 거주를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백성의 책임(32-33)
봉신 조약에서 종주국의 은혜를 배신하고 다른 국가와 조약을 맺는 반역 행위의 대가는 가혹합니다.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배신하고 다른 신을 섬기면 그 대가는 가혹할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땅을 차지한 후, 그들은 결코 그 땅의 신들과 언약을 맺어선 안 됩니다(32), ‘언약을 맺는다’는 직역하면 ‘언약을 자르다’(카라트 베리트)입니다. 왜 언약을 자른다고 표현합니까? 언약식에서 흔히 동물을 각 떠서 언약의 징표로 삼았기 때문일 것입니다(예, 창 15:9-10). 유대 랍비 라쉬(Rashi)의 주장대로, 짐승을 자르는 의식에는 언약의 수종자가 언약의 조건들을 지키지 않을 경우 그 짐승의 운명이 될 것임이 암시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목숨을 담보로 하는 충성의 언약을 다른 신과 맺는다면, 어미 독수리처럼 자신들을 이 땅으로 인도해주신 여호와 하나님께 대한 돌이킬 수 없는 배신입니다. 그 땅을 차지하고 난 후 그 땅의 거주민들과 평화 협약을 맺고 함께 거주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그들에게 올무가 되고 말 것입니다.
실제로 사사기 1:21-33과 열왕기상 9:20-21은 가나안 족속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고통 받는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사사기 2:2-3은 하나님께서 그들을 쫓아내지 않으시고 그들의 신들이 이스라엘에게 올무가 되게 하셨다고 보고합니다. 따라서 올무는 불순종한 그들이 초래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이스라엘의 불순종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인도하시고 보호하시며, 우리가 순종할 때 풍성한 복을 주신다는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하고,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며, 하나님과의 언약을 지키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러한 신앙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축복을 온전히 누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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