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089-03)
하나님의 신실함과 언약의 확신
시편 89편 38-52절
하나님의 약속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의 상황이 약속과 어긋나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하나님의 신실함을 믿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도는 단순히 고난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이 완전히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응답하시며 약속을 지키십니다. 우리는 신뢰와 인내로 기도하며 하나님의 신실함을 찬양하고, 그분의 이름을 높이며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시인은 하나님께서 다윗과 맹세한 언약을 저버리셨고, 그가 기름부어 세운 왕의 왕좌를 박탈해 원수들의 비방거리가 되게 하셨음에 애통합니다. 시인은 하나님께서 그동안 오래 품으셨던 노를 이제 그치시고 다윗과의 언약에서 약속하신 인자와 성실을 다시금 베풀어주시길 간청합니다.
하나님을 향한 애통과 간구(38-51)
하나님께서 때때로 성도들의 대적들에게 힘을 주시고 그들을 무방비 상태로 실패하게 만드실 때가 있습니다. 이는 성도들이 하나님의 약속이 저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순간에는 자신의 나약함과 짧은 인생을 하나님께 상기시키며, 하나님의 긍휼을 간절히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인자와 성실하심이 회복되기를 소망하며, 대적들로부터 우리의 가정과 가족을 보호하시고 구원해 주시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38그러나 주께서 주의 기름 부음 받은 자에게 노하사 물리치셔서 버리셨으며 39주의 종의 언약을 미워하사 그의 관을 땅에 던져 욕되게 하셨으며 40그의 모든 울타리를 파괴하시며 그 요새를 무너뜨리셨으므로 41길로 지나가는 자들에게 다 탈취를 당하며 그의 이웃에게 욕을 당하나이다 42주께서 그의 대적들의 오른손을 높이시고 그들의 모든 원수들은 기쁘게 하셨으나 43그의 칼날은 둔하게 하사 그가 전장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하셨으며 44그의 영광을 그치게 하시고 그의 왕위를 땅에 엎으셨으며 45그의 젊은 날들을 짧게 하시고 그를 수치로 덮으셨나이다(셀라) 46여호와여 언제까지니이까 스스로 영원히 숨기시리이까 주의 노가 언제까지 불붙듯 하시겠나이까 47나의 때가 얼마나 짧은지 기억하소서 주께서 모든 사람을 어찌 그리 허무하게 창조하셨는지요 48누가 살아서 죽음을 보지 아니하고 자기의 영혼을 스올의 권세에서 건지리이까(셀라) 49주여 주의 성실하심으로 다윗에게 맹세하신 그 전의 인자하심이 어디 있나이까 50주는 주의 종들이 받은 비방을 기억하소서 많은 민족의 비방이 내 품에 있사오니 51여호와여 이 비방은 주의 원수들이 주의 기름 부음 받은 자의 행동을 비방한 것이로소이다(38-51)
다윗과 그의 후손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이 현재의 고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효하다는 믿음을 표현합니다. 시편 기자는 하나님께 약속의 회복과 원수들에 대한 심판을 간구하며, 현재의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의 신실한 사랑을 신뢰합니다. 이 구절들은 하나님의 약속의 확고함과 회복의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1) 하나님께서 왕을 버리심에 애통(38-45)
‘그러나 당신(주)께서’로 시작하는 38-45절 단락은 앞 19-37절의 하나님께서 다윗과 맺은 언약이란 주제에서 하나님의 언약 파기의 주제로 전환됩니다. 시인은 하나님께서 다윗 왕조를 내치고 거절하셨으며 노여움의 대상으로 삼으셨음에 한탄합니다. 이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 중에서 다윗을 선택하여 그의 거룩한 기름을 부어 왕으로 높여주셨던 분입니다(19-20: 삼상 16:12;삼하 5:3). 하나님께서는 다윗과 그 후손을 장자로 삼으셨고(26; 시 2:6; 삼하 7:14), 그들은 하나님을 ‘나의 아버지’, ‘나의 하나님’, ‘나의 구원의 바위’로 고백하였습니다(26절 참조. 시 18:1-2). 또한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영원하고 견고한 왕조를 주겠다는 언약을 굳게 세우셨고, 깨뜨리지 않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28,34, 삼하 7:16).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의 종 다윗과 세운 언약을 경멸하셨고, 그의 왕관을 땅에 내동댕이치셨습니다(39). 왕관은 왕의 위엄과 통치를 상징하는 것이므로, 그 왕관이 땅에 던져졌다는 의미는 왕의 자리를 빼앗겨 수치와 모욕을 당했음을 뜻합니다. 이런 상황은 하나님께서 결국 다윗과의 언약을 파하셨고, 다윗에게 약속하신 인자와 성실을 거두신 것으로 해석되었습니다. 이전에 다윗과 그의 후손은 하나님의 임재를 누렸고, 하나님으로부터 힘과 견고함을 얻었습니다(21; 삼하 8:6). 그러므로 왕의 대적들이 그의 소유를 강제로 빼앗지 못했고, 그와 그 나라를 곤경에 빠뜨릴 수도 없었습니다(22).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왕을 에워싸 지키던 모든 울타리를 부수셨고 그의 요새를 파괴하셨습니다(40; 왕하 24-25장). “울타리”와 “요새”는 왕과 나라의 안위를 보장해주는 군사적 보호막과 경계 체제를 의미하므로, 이를 모두 파괴하셨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이방인의 침략 등을 통해 왕위와 나라의 생명을 위협하신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왕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뻗었던 그의 손과 팔(21)을 거두셨습니다. 그 결과 왕과 그의 나라는 하나님으로부터 더 이상 도움을 받지 못하므로 무방비 상태가 되었습니다.
세상의 지존자가 되어 자기 백성뿐 아니라 세상 왕들로부터 높임을 받도록 약속받은 왕(27; 시18:43-49)은 길로 지나가는 자들과 이웃들에게 약탈당하고 조롱거리가 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41; 애 1:7). 여기서 ‘길로 지나가는 자’는 멸망을 목격하고 조롱하는 자들(렘 18:16; 습 2:15; 애 2:15)을 가리키며, ‘이웃’은 거주민(사 33:24)이나 이웃 도시(렙 49:18)나 이방 나라(신 1:7)를 지칭합니다. 다윗과 함께하여 힘을 주셨던 하나님(21)께서는 다윗의 대적 편에 서셨고, 그의 오른손이 아닌 대적들의 오른손을 붙잡아 높여주셨습니다(42). 다윗의 손을 먼 이방 나라까지 뻗치게 하여 세상을 다스리는 권세를 주실 것이라 약속하셨던 하나님(25)은 이제 전쟁에서 그의 칼날이 제대로 힘을 발하지 못하게 하셨고 패하도록 내버려 두셨습니다.
시인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그의 공의와 은총 덕분에 힘을 얻고 높아지며, 종일 하나님으로 인해 기뻐하고 즐거운 소리를 외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15-17).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가 선택한 왕과 그의 백성에게 주셨던 승리와 기쁨을 도리어 대적들에게 안겨주셨습니다(42). 영원한 왕국을 약속하셨던 하나님께서는 다윗의 왕위를 땅에 던져버리시고 왕국을 몰락시키셨습니다(44). 다윗 왕조는 끝났으며 이들은 패배와 수치와 모욕을 견뎌야 했습니다(45). 특히 하나님이 “그(다윗)의 젊은 날을 짧게 하셨다”(45)는 표현은 다윗 왕조가 강력한 통치를 더 이어 나갈 수 있었음에도 하나님이 이를 좌절시켜 왕조의 통치 기간을 단축하셨음을 강조합니다. 이렇듯 ‘단명한 다윗 왕조’는 하나님께서 약속한 ‘영원한 왕국’과 대조를 이룸과 동시에 하나님의 언약 파기로 인한 시인의 당혹과 배반감을 드러냅니다.
(2) 하나님의 진노가 끝나기를 촉구(46-48)
위 38-45절에 하나님께서 다윗과의 언약을 파기하셨음을 누누이 밝힌 시인은 “언제까지니이까?”라고 외치며 하나님께서 그의 인자하심을 다시 베풀어주시길 간청합니다. “스스로 영원히 숨기시리이까?”(46)라는 질문은 시편 13:1의 “당신의 얼굴을 나에게서 언제까지 숨기시겠나이까?”와 같은 질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자발적인 무관심과 무응답을 암시하며, 그 기간이 계속되고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연이어 나오는 “당신(주)의 노가 언제까지 불붙듯 하시겠나이까?”(46)라는 질문은 하나님께서 다윗과의 언약을 파기한 데에 있어 그의 진노가 컸기 때문임(38)을 다시금 강조합니다.
시인은 언약 파기의 책임을 하나님께 묻고 이것에 대해 불만을 표현해왔으나, 사실상 하나님이 언약을 파기한 직접적인 원인은 그를 노엽게 한 왕과 백성들에게 있었습니다. 다윗과 후손은 하나님의 경고(30-32)에도 불구하고 자주 하나님의 명령을 어겼으며 이 죄로 인해 하나님의 채찍을 맞으면서도 계속해서 불순종의 죄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영원함과 견고함을 약속받은 다윗 왕조와 그 왕국이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이미 인지했으면서도 시인이 하나님께 항변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 이유는 그들의 죄를 덮으려는 시도나 시인의 뻔뻔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을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이 오직 하나님께만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약속하셨던 인자를 돌이키실 때만이 다시 왕이나 나라에 소망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시인은 하나님이 무관심과 노를 속히 그치고 긍휼을 베풀어주시도록 자기 자신이 나약하고 짧은 인생임을 하나님이 기억하시길 호소합니다(47-48).
(3) 하나님의 인자와 성실을 촉구(49-51)
“주여, 당신의 성실하심으로 다윗에게 맹세하신 그 전의 인자하심이 어디 있나이까?”(49)라고 외치며, 시인은 다윗에게 약속한 하나님의 인자가 사라져버렸음을 하나님께 상기시키고 이에 대해 항변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분명 33-35절에서 그의 다윗에 대하여 인자와 성실을 무효화하지 않을 것이며 그의 거룩함으로 다윗에게 맹세한 언약을 깨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 모든 것이 뒤엎어졌습니다. 하나님의 인자는 더 이상 진행형이 아닌 과거형(그 전의 인자: 49)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디 있나이까?”(49)라는 항변을 통해 시인은 하나님께서 파기한 언약과 인자하심을 다시 복구해 주시기만을 간청하는 것입니다. 특히, 시인은 왕들이 받고 있는 ‘비방’에 초점을 맞춰 하나님께서 그 전에 약속하신 인자를 다시 다윗과 이스라엘에게 베풀어주시도록 호소합니다.
50절의 ‘당신(주)의 종들’은 51절의 ‘당신(주)의 기름부음 받은 자’와 동일하며, 20절의 ‘하나님의 종’, ‘하나님의 거룩한 기름 부음을 받은 자’인 다윗과 후손을 지칭합니다. 시인은 다윗 왕조를 대적한 무리를 ‘하나님의 원수들’(51)로 동일시하면서, 대적들이 다윗 왕조의 발자취(“행동”으로 번역됨)를 비방한 것은 결국 하나님에 대한 비방과도 같음을 설명합니다.
송영(52)
우리가 하나님을 찬양해야 하는 이유는 그분이 창조주로서, 역사 속에서 신실하게 행하셨으며,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무한한 사랑과 공의로 인해 찬양받으실 합당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기억하고, 하나님께 우리의 찬양과 경배를 드려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약속하신 모든 것을 이루실 것이며, 그분의 영원한 성품에 대한 찬양은 우리가 삶의 모든 상황 속에서 변함없이 신뢰하는 표현입니다.
52여호와를 영원히 찬송할지어다 아멘 아멘(52)
시편 89편은 하나님 송영, “여호와를 영원히 찬송할지어다 아멘 아멘”으로 끝나는데, 이 마지막 구절은 원래 이 시에 속한 것이라기보다는 시편 제3권의 끝을 알리는 역할로 이해됩니다. 시편 제1-4권까지 각 권의 맨 마지막 시편의 마지막 절에 이와 유사한 하나님 송영이 나와 각 권의 마지막임을 알려줍니다(시 41:13;72:18-19;89:52; 106:48). 제5권의 마지막은 할렐루야로 시작하고 끝나는 다섯 편의 시(146-150편)로 구성되었습니다. 여기 89편의 송영 내용은 하나님을 영원히 찬양하라는 권유입니다. “찬송할지어다”에 해당하는 ‘바루크’는 원래 ‘축복 받을지어다’의 뜻이며 하나님께 사용될 때는 ‘송축하다’로 종종 번역됩니다. 잇따라 나오는 “아멘 아멘”은 청중의 동의와 확신과 기대를 함축한 외침입니다.
하나님의 신실함과 우리의 신뢰를 새롭게 다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듣고 응답하시며, 그분의 약속은 결코 저버려지지 않습니다. 어려움과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고 기다리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삶을 회복하시고 약속하신 축복을 이루실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신뢰와 인내를 가지고 기도하며, 그분의 신실함을 찬양하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하나님의 신실함은 모든 상황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리이며, 그분의 이름을 높이며 감사하는 것이 우리의 응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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