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086-01)
하나님을 향한 간구와 믿음
시편 86편 1-17절
기도에 등급을 매길 수는 없지만, 기도는 기도자에 대해 상당히 많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고난 중에도 틀에 박힌 일방적인 기도가 아닌, 하나님과 함께 호흡하고 함께 헤져 나가는 기도를 선택해야 합니다. 자신의 손만이 아니라 주님의 손을 함께 포개고 말씀 가운데 기도를 나눠보시길 바랍니다.
- 원수들로 인해 중한 고난을 당한 시인은 하나님만을 신뢰하며 구원을 간청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시인을 구원하실 것이며, 이런 하나님의 놀라운 일들은 시인의 찬양만이 아니라 열방의 경배까지도 고대하게 만듭니다.
하나님의 구원을 간구(1-7)
성도는 하나님과 맺은 언약에 헌신되어 있어야 합니다. 상황이 어떠하든지 하나님을 향한 신뢰만은 끝까지 부여잡고 있어야 합니다. 목숨을 지켜달라고 간구합니다. 쉼 없이 부르짖어야 할 만큼 절박하여질 것입니다. 그래서 순간마다 그의 영혼은 환난을 가져다준 원수를 보지 않고 환난에서 구원하실 주를 우러러 보았습니다(눅 23:46).
1여호아여 나는 가난하고 궁핍하오니 주의 귀를 기울여 내게 응답하소서 2나는 경건하오니 내 영혼을 보존하소서 내 주 하나님이여 주를 의지하는 종을 구원하소서 3주여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내가 종일 주께 부르짖나이다 4주여 내 영혼이 주를 우러러보오니 주여 내 영혼을 기쁘게 하소서 5주는 선하사 사죄하기를 즐거워하시며 주께 부르짖는 자에게 인자함이 후하심이니이다 6여호와여 나의 기도에 귀를 기울이시고 내가 간구하는 소리를 들으소서 7나의 환난 날에 내가 주께 부르짖으리니 주께서 내게 응답하시리이다(1-7)
시인은 “주(당신)의 귀를 기울여 내게 응답하소서”라고 외치며 하나님께 간구하기 시작합니다. ‘가난하고 궁핍한 자’이므로 하나님께서 자기 기도에 응답해주셔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가난하고 궁핍한 자’는 무언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이 어구는 ‘악인에게 착취당하여 가난해진 자’라든지 ‘무고하게 핍박을 받는 자’ 등 ‘정의를 되찾아야 하는 자’를 가리킵니다(렘 22:16: 겔 16:49;욥 24:14). 이들의 정의 구현을 위해 힘써야 하는 것이 인간 왕의 의무 중 하나(잠 31:9)로 소개될 만큼 이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특히, 시편에서 “가난하고 궁핍한 자”는 ‘의인’이나 ‘경건한 자’와 동일시되어 사용되었습니다(시 40:17; 70:5). 본 시편에서도 시인은 가난하고 궁핍한 자신을 ‘경건한 자’, ‘하나님을 의지하는 자’로 동일시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2). 시인은 하나님이 책임감을 갖고 시인이 뺏긴 정의를 되찾아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시인이 고대하는 응답은 하나님의 구원입니다. 시인은 지금 목숨의 위협을 받는 위중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 경건한 자나 그를 의지하는 자의 생명을 보존하고 구하시는 분임을 잘 알고 있다(시 145:18-20). 그러므로 자신을 "경건한 자", "주(당신)를 의지하는 종"(2절)으로 소개하며, 하나님의 도움과 구조를 받기에 합당한 자임을 밝힌다. 자신을 하나님의 "종"이라 부르며 하나님을 주인으로 섬기는 자임을 강조한다. 한편, 시인은 하나님의 구조를 받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이 필수적임을 인지하고 있다. 그는 종일 하나님께 부르짖는 자신에게 은혜 베푸시기를 간구합니다. 또한 “내 영혼을 기쁘게 하소서”라고 요청합니다. 이때 “내 영혼”은 원문에서 ‘당신의 종의 영혼’으로 나옵니다. 시인은 반복해서 자신을 하나님의 “종”(2,4)으로 부르며, 자기가 하나님께 속한 자, 주인의 보호가 필요한 자임을 상기시킵니다. 5절에서 시인은 하나님의 여러 성품(하나님의 선하심, 용서를 즐겨하심, 부르짖는 자에게 인자하심)을 나열함으로써 하나님께서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셔야 하는 이유를 덧붙입니다.
6절에서 시인은 다시금 하나님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기도에 응답해주시길 요청합니다. 이 구절은 1절과 유사한 내용인데, 다른 것은 1절 이후 2-5절까지는 시인의 간구와 하나님께서 그에게 응답하셔야 할 이유가 나열된 반면, 6절 후 7절에서는 하나님의 응답에 대한 확신을 선언한다는 점입니다. 시인은 그의 환난 날에 하나님께 부르짖을 때 하나님께서 응답하실 것을 확신합니다. 이런 확신의 고백은 하나님에 대한 시인의 신뢰와 하나님과 시인의 돈독한 관계를 더 부각합니다.
열방의 찬양을 받으실 하나님(8-10)
포악한 대적들은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교만하고 포악한 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인이 두려워한(경외한) 것은 그들이 아니라 긍휼과 은혜, 인자와 진실이 풍성하여 노하기를 더디 하신 하나님이었습니다. 오로지 한 분 참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을 절대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8주여 신들 중에 주와 같은 자 없사오며 주의 행하심과 같은 일도 없나이다 9주여 주께서 지으신 모든 민족이 와서 주의 앞에 경배하며 주의 이름에 영광을 돌리리이다 10무릇 주는 위대하사 기이한 일들을 행하시오니 주만이 하나님이시니이다(8-10)
시인 한 사람의 기도에도 응답하시는 하나님께서는 개인이나 한 나라의 왕을 넘어 세상의 왕, 세상의 창조주십니다. 하나님만이 세상의 유일한 참 신이며 창조주이므로 그에게 견줄 만한 다른 신은 없습니다. 하나님만이 전능자이므로 그가 하시는 일에 견줄 만한 뛰어난 일 또한 없습니다. 그러므로 훗날 하나님의 피조물인 온 열방이 그 앞에 나아와 절하고 그의 이름을 영화롭게 할 것입니다. 열방의 하나님 경배를 고대하는 시인의 고백은 하나님께서 그의 선택한 이스라엘에게서만이 아니라 온민족에게서 찬양을 받으심이 마땅함을 드러냅니다. 이들은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언어로부터 모여든 셀 수 없는 무리로서 그들의 하나님 찬양은 영원히 계속될 것입니다(계 7:9-12). 하나님에게 대항하던 왕이나 민족들조차 하나님께 굴복하고 그 앞에 나와 귀중한 예물을 바치며 복종하게 될 것입니다(시 72:8-11).
시인의 찬양을 받으실 하나님(11-13)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을 인도하시길 간구하고, 그분의 길이 참되다는 믿음을 가지고 의지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영혼을 구원하시고 보호하신다는 확신 속에서, 우리의 삶을 하나님께 맡기며 그분의 인도하심을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며, 그분의 길을 걷는 것이야말로 참된 신앙의 길임을 기억합시다.
11여호와여 주의 도를 내게 가르치소서 내가 주의 진리에 행하오리니 일심으로 주의 이름을 경외하게 하소서 12주 나의 하나님이여 내가 전심으로 주를 찬송하고 영원토록 주의 이름에 영광을 돌리오리니 13이는 내게 향하신 주의 인자하심이 크사 내 영혼을 깊은 스올에서 건지셨음이니이다(11-13)
시인은 이제 하나님께 그의 도를 가르쳐달라고 요청합니다. 가르침을 청하는 시인의 행동은 1-6절의 간구가 하나님의 은혜만을 얻어내려고 떼쓰는 행동이 아니었음을 밝혀줍니다. 그가 1-6절에서 하나님께 은혜를 구한 것은 긍휼과 은혜를 베풀 수 있는 권한이 자기에게 없고 하나님께만 있기 때문입니다. 시인의 의무는 하나님의 진리의 도를 배워 행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시인은 이를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 하나님께 가르침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이스라엘에게 그의 말씀을 마음에 새겨 기억하라고 하셨습니다(신 6:6).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하나님을 경외해야 합니다. 시인은 이를 분명히 인지하여 하나님께 “일심으로 당신의 이름을 경외하게 하소서”(11)라고 부탁드립니다.
하나님 말씀에 순종함과 더불어 시인이 원하는 것은 하나님 찬양입니다. 시인은 온 마음으로 영원히 하나님과 그의 이름을 찬송하기 원합니다. 하나님의 이름에는 그의 성품과 하신 일이 드러나므로 하나님을 구체적으로 찬양할 수 있습니다. 시인의 찬양 이유는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는(2) 자신을 하나님께서 구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가장 깊은 곳, 스올에 빠져 있다며 자신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설명합니다. 스올은 죽은 자들이 가는 장소로서 강이나 바다 맨 밑바닥의 구덩이를 가리키며, 여기서는 ‘죽음’과 ‘고난’을 상징합니다. 시인은 스올, 그것도 가장 깊은 바닥에 있으므로 도저히 나올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시인을 거기서 끌어내어 구조하실 것입니다. 시인의 “스올에서 건지셨다”(13)는 완료형 표현은 앞으로 이루어질 하나님의 건지심에 대한 시인의 확신을 드러냅니다. 하나님의 이 놀라운 구원은 그의 크신 인자하심과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하나님의 성품(인자하심)과 하신 일(구원)은 시인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끝없이 찬양하게 하는 이유를 제공해줍니다.
하나님의 구원을 간구(14-17)
성도는 하나님께 모든 민족들보다 앞서 주의 도를 듣고 행하겠다고 서원해야 합니다. 마음을 모아 경외하고 마음을 다하여 찬송하고 영광을 돌리겠다고 해야 합니다. 죽음과 망각의 땅인 깊은 스올에 있었지만, 향한 주의 인자하심(헤세드)이 거기까지 미쳐 넉넉히 구원받으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참 믿음은 미리 찬양하고 미리 감사하고 미리 맡기는 일입니다.
14하나님이여 교만한 자들이 일어나 나를 치고 포악한 자의 무리가 내 영혼을 찾았사오며 자기 앞에 주를 두지 아니하였나이다 15그러나 주여 주는 긍휼히 여기시며 은혜를 베푸시며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인자와 진실이 풍성하신 하나님이시오니 16내게로 돌이키사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주의 종에게 힘을 주시고 주의 여종의 아들을 구원하소서 17은총의 표적을 내게 보이소서 그러면 나를 미워하는 그들이 보고 부끄러워하오리니 여호와여 주는 나를 돕고 위로하시는 이시니이다(14-17)
이제 시인은 자신을 스올로 몰아넣은 이들이 원수들임을 직접적으로 밝히며 구원의 은혜를 간청합니다. 시인은 그의 원수들을 “교만한 자들”, “포악한 자의 무리”, “시인을 미워하는 자들”(14,17)로 규명하며, 이들의 행동 기반이 불의와 악임을 부각합니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자기 앞에 하나님을 두지 않는 자들, 즉 정의와 긍휼의 하나님을 주인으로 삼지 않고 자기들의 이기심과 탐욕을 앞세우는 자들입니다. 하나님을 주인 삼고 그의 말씀대로 의를 행하려고 하는 시인과는 반대의 삶을 사는 자들입니다. 그러므로 이들이 무리를 지어 시인을 대항하여 일어나서 서슴없이 그의 목숨을 해하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인의 신뢰는 오직 하나님께 있습니다.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는 근거는 그의 긍휼, 은혜, 노를 참으심, 인자, 진실 등의 성품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광야에서 반역하는 이스라엘에게 조차 긍휼과 용서를 베푸신 하나님이시니, 하나님을 신뢰하며 포악한 원수들로부터 고통 받는 시인을 하나님께서는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실 것입니다. 시인은 이 점을 확신하므로 하나님께 자기에게 주목하고 구원의 은혜를 베풀어주시길 간구합니다. 시인은 2,4절에서처럼 자신을 “당신의 종”(16)으로 부르고 “당신의 여종의 아들”도 덧붙입니다. “당신의 여종의 아들”은 “당신의 종”보다 자신을 더 낮추는 표현(시 116:16)으로서 시인의 겸손한 태도를 보여줍니다. 이 태도는 원수들의 교만함과 포악함과 대조됩니다. 시인은 하나님의 구원을 표적으로 보여주시길 간청합니다. 시인이 요청하는 표적은 특히 ‘선’(“은총”으로 번역됨)의 표적으로서 하나님께서 정의로 시인을 신원하고 원수를 심판하시기를 바랍니다. 시인을 미워하는 원수들은 도움과 위로가 하나님으로부터 시인에게 임하는 것을 보고 수치를 느낄 것입니다.
하나님께 대한 깊은 신뢰와 의지로 마무리됩니다. 이 시편은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이 우리의 피난처이자 구원자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의 기도와 간구를 통해 하나님께 나아가며, 그분의 긍휼과 인자하심을 간구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필요를 아시고, 우리가 진심으로 의지할 때 응답하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며, 그분의 인도하심과 구원을 기다리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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