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20-01)
자기 백성들에게 주신 십계명
출애굽기 20장 1-17절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말은 우리나라 헌법의 첫 조항들입니다. 헌법은 국가를 운영하는 모든 방법이나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법규의 기본이 됩니다. 헌법이 흔들리면 국가가 무법상태로 변해 가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율법을 주실 때에도, 우선 가장 기본이 되는 열 가지 계명을 주셨습니다.
- 본문에서 시내산 도착 후 첫 번째로 주어지는 율법이 십계명입니다. 십계명은 모든 율법의 모판이었으며, 세 가지 이유로 다른 모든 율법과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계명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시내산에서 반포된 모든 율법들 중에서 유일하게 직접 백성들의 귀에 들리게 주셨으며, 또한 이후의 모든 모세 율법들(출애굽기 신명기) 중에서 가장 먼저 주어졌고, 돌판에 기록되어 법궤 안에 안치된 유일한 율법입니다.
십계명의 서론(1-2)
하나님의 말씀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인류의 삶을 지도하고 변화시키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말씀을 듣고 따를 때, 우리의 삶이 하나님의 뜻에 맞춰 변화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단순히 법을 주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새롭게 하고, 자유와 구속을 제공하신 구속자이십니다. 우리는 이 구원의 경험을 기억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1하나님이 이 모든 말씀으로 말씀하여 이르시되 2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니라(1-2)
십계명은 하나님을 주어로 하는 “나는”으로 시작하고 이스라엘을 단수 “너”로 지칭하고 있습니다. 단수 ‘너’는 십계명이 공동체의 질서와 삶을 위한 규약이면서 이스라엘 각 개인에게 주어졌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그들은 애굽의 종들이었습니다. ‘종들의 집’이라는 표현은 그들이 애굽 땅에서 당했던 고통을 잘 표현해줍니다. 해방된 그들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과거의 고통스런 삶을 망각해서는 안 됩니다. 십계명은 해방되어 자유민이 된 그들을 위한 새로운 헌장입니다.
하나님께 대한 네 가지 계명(3-11)
오늘날 우리는 물질적 소유, 성공, 권력 등 다른 것들에 우상을 세우기 쉽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 계명은 우리가 그분만을 예배하고, 그분을 우리의 삶의 중심에 두어야 함을 상기시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분을 영적으로, 진정으로 경배하기를 원하십니다. 이 계명은 우리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깊이 유지하며, 그분의 뜻을 존중하고 따르기를 요구합니다.
3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 4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 속에 있는 것의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며 5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나 네 하나님 여호와는 질투하는 하나님인즉 나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갚되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로 삼사 대까지 이르게 하거니와 6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 대까지 은혜를 베푸느니라 7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 여호와는 그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는 자를 죄 없다 하지 아니하리라 8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9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10일곱째 날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가축이나 네 문안에 머무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 11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일곱째 날에 쉬었음이라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안식일을 복되게 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3-11)
하나님께서 다른 신을 섬기지 말고 오직 자신만을 경배하라고 명령하십니다. 또한, 안식일을 지켜 일곱 번째 날에는 일을 쉬고 거룩히 여길 것을 지시하십니다.
(1) 형상 금지와 이름 남용의 경고(3-7)
첫째 계명은 두 왕이 존재할 수 없다는 선언입니다. 우주의 왕, 유일하신 창조주는 하나님뿐이십니다. 다른 신들은 거짓이며 하나님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은 시내산 아래에서 애굽에서 숭배하던 황소 형상을 만들어 여호와로 섬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로 인해 혹독한 벌을 받았는데도 우상숭배 본능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그들의 신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바알과 아세라를 비롯한 가나안의 신들은 온갖 풍요와 때에 맞는 비를 내리는 다산의 신이요 번영의 신이었습니다. 황소도 여호와로 간주해 숭배했으며, 후대로 갈수록 아람, 시돈, 모압, 암몬, 블레셋 신들까지 수입해서 섬겼습니다(삿 2:13, 10:6; 삼상 7:3; 왕상 11:33;23:13). 나중에는 메소포타미아의 일월성신까지 받아들였습니다(대하 33:3,5). 십계명을 따라 유일하신 하나님만을 섬겨야 할 언약의 땅이 만국 신들의 종합 전시장으로 전락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첫째와 둘째 계명을 엄중하고 단호하게 선포하십니다.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섬겨서는 안 됩니다. 금송아지 사례에서와 같이 하나님을 아무 형상으로든 만들어 섬기면 즉시 가짜 하나님, 우상이 되고 맙니다. 나아가 모든 형상화된 신은 허용될 수 없습니다. 모두 우상일 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다른 신 숭배를 질투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인간의 정서에서 ‘질투’는 너그러우신 하나님께 매우 안 어울리는 듯 보이지만, 이는 부부간의 정절을 파괴할 때 배우자가 분을 일으키는 감정을 표현할 때 사용됩니다. 심지어 질투가 없다면 애정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구약 본문들이 우상숭배와 다른 신 섬기는 것을 ‘간음’이라고 비난합니다. 삼사 대까지 이어지는 죄의 앙갚음과 천대까지 장구한 은혜가 이어지는 순종의 대가가 대비됩니다(5-6). 구약성경은 죗값의 승계에 대해 개인의 책임과 공동의 책임 둘 다 이야기합니다. 먼저 아버지의 죄에 대한 징벌이 자동적으로 후손에게 전해지지 않습니다. 각 사람은 각기 자기 죄로 망합니다. 아들이 아버지에 이어 징벌을 받는 이유는 자신들도 아버지와 동일한 길을 걷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신명기 24:16이 분명하게 진숱하고, 예레미야(렘 31:29-30)와 에스겔(겔 18:1922)이 재차 확인해줍니다. 실제로 아버지의 길을 거부하고 바른 길을 갔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버지 아하스의 길을 떠난 히스기야, 아몬의 아들 요시야.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고라의 아들들일 것입니다. 고라의 아들들은 아버지를 따르지 않았습니다(민 26:9-11). 아버지는 망했으나 아들들은 놀랍게도 영광스러운 믿음의 가문을 세웠습니다. 고라의 후손에서 사무엘이 탄생하는가 하면(대상 6:34-37), 성전 음악을 비롯한 주요 직무를 맡고 시편의 여러 시들을 남겼습니다(대상 9:19;20:9). 반대로 사무엘의 아들들과 같이 신실한 아버지를 본받지 않고 패역의 길을 가기도 합니다. 이처럼 각 사람은 자기 죄로 망하고 자기 순종으로 복을 받습니다. 동시에 죄에 대한 공동 책임 원리는 구약 사상의 저변에 깔려 있습니다. 이 원리는 수직적으로 세대 간에도 적용되어 후손들은 자신들의 조상의 죄를 고백해야 할 책임이 있었습니다(레 26:40). 그리고 수평적으로 당대의 범죄에 대해 이스라엘은 항상 공동 책임의 짐을 졌습니다. 어린아이라고 해서 제외될 수 없었습니다. 인간의 눈에는 가혹해 보이겠지만, 죄의 독성은 모든 세대와 계층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노아 시대에 온 땅이 부패했고, 소돔과 고모라 사람들은 ‘무론노소’하고 음란했습니다. 부패한 연못은 물고기 개체를 무력화합니다. 결국 물고기 전체가 같은 운명에 처합니다.
셋째 계명은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고 합니다(7). 이것은 그분의 이름이 함부로 남용되거나 오용되어선 안 된다는 뜻입니다. ‘이름을 들어올리다’는 말을 할 때, 특히 맹세, 예언, 기도에서 여호와의 이름을 입술에 ‘갖다 붙이는’ 행위를 지시할 수 있습니다. 그런 행위를 헛되이 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이름을 특히 맹세와 서약에서 경솔히 거짓되게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2) 안식일 준수(8-11)
넷째 계명인 안식일 준수 계명은 이중적인 준수 명령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십계명은 그날 노동을 금하고 쉬라는 명령을 창조에 연결시킵니다. 하나님께서 6일 창조 후 7일째에 쉬셨으니, 사람도 이 규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반면에 신명기 5장의 십계명은 안식일 계명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거기서는 안식일 준수를 출애굽의 구원 사건과 결부시킵니다. 그러나 양자가 모순되는 것은 아닙니다. 신명기는 하나님의 창조사역을 토대로 안식일 정신을 구원 사역으로 더 확대한 것입니다. 안식일에는 하나님의 창조와 이스라엘의 구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인간에 대한 여섯 가지 계명(12-17)
우리의 삶은 인간 관계와 도덕적 삶의 기초를 형성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부모를 공경하고, 생명을 존중하며, 가정의 신뢰를 지키고, 정직하게 살며, 진실을 말하고, 탐욕을 버리도록 요구하십니다. 이 계명들을 우리의 삶 속에서 실천함으로써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12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 13살인하지 말라 14간음하지 말라 15도둑질하지 말라 16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 17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12-17)
본문에서 부모를 공경하고, 살인, 간음, 도둑질, 거짓 증언을 금지하며, 이웃의 재산을 탐내지 말라고 명령하십니다. 이 계명들은 인간 사이의 올바른 관계와 도덕적 행동을 강조합니다.
(1) 효도, 살인, 간음(12-14)
인간에 대한 여섯 가지 계명 중에 위의 세 가지는 사형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였습니다. 먼저 부모를 “공경하라”의 히브리어 ‘키베드’의 원뜻은 ‘무겁게 하다’입니다. 이것은 21:17의 ‘부모를 저주하는 자를 죽일지니라’라는 명령에 나오는 ‘저주하다’와 대조됩니다. ‘저주하다’의 히브리어 ‘칼랄’의 원뜻은 ‘가볍게 여기다’입니다. 이 두 동사는 효도와 불효에 대한 매우 적절한 히브리식 표현입니다. “살인”에 사용된 동사 ‘라짜흐’는 고의적, 비고의적 살인 모두에 사용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영어 번역이 잘 반영한 것처럼, 이것은 면책이 가능했던 과실치사가 아니라 모살(murder)입니다. 한편, 간음죄는 결혼한 사람에게만 해당합니다. 즉, 배우자의 부정을 금하고 있는 계명입니다. 그러나 이 계명에는 당연히 언약 백성에게 금지된 성관계들(레 18, 20장), 즉 강간, 동성애, 아내 외의 여자들과의 성관계(처녀나 창녀를 포함), 근친상간 등의 금지가 전제되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런 행위는 그에 준한 책임과 징벌을 각오해야 했습니다.
(2) 도둑질, 거짓말, 탐욕(15-17)
마지막 계명은 도둑질, 거짓말, 탐욕 금지인데, 탐욕은 약간 난해한 문제를 내포합니다. 이것은 어떤 행동에 대한 금지가 아니라 내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내적 생각을 어떻게 통제하고 처벌할 수 있었습니까? 분명 히브리식 사고에서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창세기 2-3장에서 인간의 탐욕은 외적인 행동으로 나타났습니다. 70인경(LXX)은 “탐내지 말라”를 ‘우크 에피투메세이(ουκ επιθυμησει)’로 번역했습니다. 야고보는 이 동사에서 나온 명사인 ‘에피투미아’를 사용하여 ‘욕심이 죄를 잉태한다’고 경고합니다(약 1:15). 이것은 마음에 품은 생각이 실천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해줍니다.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세우고, 이웃과의 관계를 지키기 위한 소중한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의 권위를 인정하고, 우상을 버리며, 그의 이름을 경외하라고 명령하십니다. 또한, 우리의 가정과 공동체에서 살인, 간음, 도둑질, 거짓 증언을 금하고, 탐욕을 피할 것을 요구하십니다. 이 계명들을 통해 하나님은 우리의 삶을 정직하고 평화롭게 하며, 그의 뜻을 온전히 이루는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인도하심 속에서 이 계명들을 실천하며, 그분의 뜻에 맞는 삶을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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