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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082-01)

 


정의롭게 재판장이신 하나님

시편 82편 1-8절


 

누구나 공의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하지만 세상은 공의롭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가난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은 도움을 받지 못하는 반면,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은 인맥과 뇌물을 이용해 법망을 빠져나갑니다. 공의는 인류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원하시는 공의로운 세상이 속히 오기를 바라며 본문을 살펴보겠습니다.

 

  • 온 세상의 재판장이신 하나님께서 신들을 소집하여 천상의 재판을 주재하시고, 그들의 불의를 심판하십니다. 하나님만이 진정한 신이며 온 나라를 심판할 우주적 재판장이십니다.

 

재판장이신 하나님(1)

재판이 무너진 것은 공의가 무너진 것입니다.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뇌물과 지위를 따라 재판하게 됨에 따라 나라를 엉망이 되고 맙니다.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재판의 권세를 사람의 뜻에 따라 행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미워하시는 일입니다. 이런 일을 행하는 삶은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1하나님은 신들의 모임 가운데에 서시며 하나님은 그들 가운데에서 재판하시느니라(1)

 

시편 82편은 천상에서 벌어지는 재판 과정을 묘사하고 있는 독특한 시편입니다. 마치 열왕기상 22:19-22에서 미가야가 설명하듯 하늘 보좌에 앉으신 하나님께서 천사들과 회의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시입니다. 이런 천상의 회의가 독자의 궁금증을 끌지만, 시 전체에서 중점을 두고 확실하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님만이 온 우주의 유일한 신이며 심판자라는 내용입니다. 하나님께서 온 세상의 심판자/재판장이라는 점은 1절에 명시되었으며 시편 전체에서 암시되었습니다. 1절에서 하나님께서는 신의 모임에 ‘서신’ 분으로 언급되었습니다. 이 장면은 하늘의 보좌에 앉으신 하나님(시 2:4: 왕상 22:19)과 대조적인 장면으로 보이지만, 보좌에 앉은 하나님께서 세상의 왕임을 나타내는 것처럼 하늘 법정에 서신 하나님께서는 지금 벌어질 재판을 최종 판결하는 대재판장 지위에 있으며, 판결을 위해 자리하였음을 나타냅니다. 1절 하반절의 ‘하나님이 신들 가운데서 재판하신다’는 설명도 같은 맥락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재한 이 모임은 ‘신들’의 법정 회합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여기서 ‘신들’이란 명칭은 천사, 인간 왕이나 재판관, 우상신 무리를 지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히 1절과 6-8절을 고려해 볼 때 ‘신들’을 ‘우상신들’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적절해 보입니다. 이 모임이 천상에서 이루어졌으므로(1) 인간 왕이나 재판관을 제외시키며, 신들은 ‘지존자의 아들 같아 보이나 결국 인간과 마찬가지’라는 설명(6-7)과 하나님만이 온 세상의 왕이자 심판자라는 선언(8) 또한 이 점을 뒷받침합니다.

 

신들의 불의를 고발(2-7)

악인의 낯을 보아주고 그들에게 죄가 없다고 판결하기 시작했고, 의인들은 오히려 형벌과 핍박을 받았습니다. 재판이 무너진 것은 곧 공의가 무너진 것입니다.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뇌물과 지위를 따래 재판하게 됨에 따라 나라는 엉망이 되고 맙니다. 하나님게서 부여하신 재판의 권세를 사람의 뜻에 따라 행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마워하시는 일입니다.

 

2너희가 불공평한 판단을 하며 악인의 낯 보기를 언제까지 하려느냐(셀라) 3가난한 자와 고아를 위하여 판단하며 곤란한 자와 빈궁한 자에게 공의를 베풀지며 4가난한 자와 궁핍한 자를 구원하여 악인들의 손에서 건질지니라 하시는도다 5그들은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여 흑암 중에 왕래하니 땅의 모든 터가 흔들리도다 6내가 말하기를 너희는 신들이며 다 지존자의 아들들이라 하였으나 7그러나 너희는 사람처럼 죽으며 고관의 하나 같이 넘어지리로다(2-7)

 

앞에서 시인은 하나님께서 세상의 신들을 소집해 그들을 꾸짖으시는 모습을 그렸지만, 실제로 다른 신들이 존재한다고 믿지는 않았음이 바로 5절 이후에서 드러납니다. 그들은 알지도, 깨닫지도 못하는 존재입니다.

 

(1) 신들에 대한 심문(2)

 

신들에 대한 하나님의 심문이 공개되었습니다: “언제까지 불의하게 재판하고 악인들의 낯들을 봐줄 것인가?”이 질문은 “언제까지 불의한 자를 변호하고 악인들의 낯들을 봐줄 것인가?”로도 번역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판단하다”에 해당하는 동사(샤파트)가 ‘변호하다’의 뜻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동사는 본 시편에 네 번(1,2,3,8) 각기 다르게 번역되었으므로 문맥에 따라 가능하고 적절한 의미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여기서 어떤 번역을 택하든 하나님의 질문은 다 신들의 불의한 재판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불의한 재판이란 ‘악인들의 낯을 올려주는 행위’(2)이며, 그들의 죄를 봐주는 등 악인들에게 유리한 재판을 하는 행태로 설명되었습니다.

 

(2) 하나님이 원하시는 정의의 통치(3-4)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다스림의 근본은 ‘정의’에 있습니다. 성경에서 제시하는 정의와 불의의 개념은 사전이나 세상에서 설명하는 개념과 달리 여호와 경외의 여부로 판단합니다(잠 8:13). 또한 여호와 경외는 말씀에 대한 순종과 연결됩니다. 이는 ‘의’를 ‘하나님이 명령하신 대로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삼가 지키는 것’이라고 정의한 신명기 6:25에서 잘 나타납니다.

이런 하나님의 정의(正義)는 특히 사회의 약자들 사이에 가장 필요합니다. 성경에서 약자로 소개되는 자들은 ‘고아’, ‘과부’, ‘나그네’ 무리입니다(신 10:17-19). 본 시에서는 소외된 무리를 여섯 번 언급하였습니다(‘가난한 자’, ‘고아’, ‘곤란한 자’, ‘빈궁한 자’, ‘가난한 자’, ‘궁핍한자’). 여기서 ‘가난한 자’가 대부분 이어서 마치 사회의 약자를 ‘물질적으로 어려움을 당하는 자’로 지칭하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가난한 자’란 경제적인 것을 포함하여 사회적, 지식적, 정신적, 육체적 도움이 필요한 자를 일컫습니다. 또한 이들 중에서도 하나님의 정의로 돌봐야 할 대상은 ‘불의로 피해를 입은 자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들을 변호하고, 공의를 베풀고, 구하고, 건지라고 명하십니다(3-4). 악인들에게 유리한 재판은 결국 약자들에게 불리한 재판이므로 약자들을 공평하게 변호해야 합니다. 악인들의 악행으로 곤란을 당하는 자에게는 하나님의 정의를 획득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세상의 신들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바로 이런 부분에 관심과 책임을 갖고 정의를 실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신들은 이와 같은 정의로운 다스림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고, 부당하게 억압받는 약자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2). 신들은 세상을 통치할 자격이 없습니다.

 

(3) 불의의 통치의 결과(5)

 

세상의 신들의 불의와 무책임한 통치는 세상의 모든 기본 질서를 흔들리게 만듭니다. 하나님께서는 신들의 불의와 무책임이 그들의 무지에서 비롯되었고, 이것이 그들을 흑암으로 몰아넣었다고 밝히십니다. 여기서 “알지 못하다”나 “흑암 중에 다니다”라는 표현은 특히 잠언에서 여호와와 아무 관계도 없는 미련한 자들, 악한 자들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미련하고 악한 자들은 하나님 말씀을 맘에 두지 않고 악을 행하는 데만 집중하므로(잠 4:16) 공의를 알지 못하고(잠 28:5). 마음이 어두워져 그들이 도덕적, 영적 암흑 속에 빠졌음을 깨닫지 못하여(사 44:18), 결국 자기 죄에 실족하고 맙니다(잠 4:19). 하나님께서는 물질적인 땅의 기초를 정하셨을 뿐 아니라(잠 8:29), 그의 정의로 사회적, 도덕적, 영적 통치 질서의 기초를 세우셨지만, 신들은 이 질서를 무너뜨리고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시 11:3).

 

(4) 신들에 대한 판결(6-7)

 

이제 신들이 저지른 불의의 통치와 통치 질서를 무너뜨린 죄에 대한 하나님의 판결이 내려집니다(6-7). 이때 6절에 인칭대명사 “내(하나님)가”가 문장 맨 앞에 나와 강조되었는데, 이것은 이 판결을 내리는 주체가 인간 재판장이나 하찮은 신들이 아니라, 온 세상의 대재판장이신 ‘하나님’임을 강조해줍니다. 정의롭고 엄격한 재판을 통해 피고들에게 형을 내릴 하나님의 재판장 지위와 권위가 부각 되었고, 그의 판결의 정확함과 엄중함이 암시되었습니다. 신들을 향한 판결로 하나님께서는 신들의 실체를 밝히고 죽음을 선고하십니다. 신들은 신적 존재이며 가나안 신화에 나오는 지존자 엘룐의 아들들, 즉 신적 권위를 지니고 있는 불멸의 존재로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추앙받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실체가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인간과 같은 존재임을 천명하십니다. 사람이라면 평범한 자나 고위 관직에 있는 자나 다 죽을 운명에 놓이듯 신들도 똑같은 처지라는 의미입니다.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이나 잘못된 믿음과 상관없이 그들이 섬기는 신들은 거짓이며 허상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에서 이 신들을 “허무한 것”(렘 18:15), “허탄한 거짓”(시 31:6), “거짓된 것”(욘 2:8)으로 부른 것은 아주 적절합니다.

 

세상의 재판장이신 하나님(8)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돈이나 권력, 명예 등은 결국 모두 무너질 것이며, 오직 하나님만이 이 세상을 소유하시고, 다스리고 계심을 선포해야 합니다. 지금 이 세상은 돈이나 정치권력이 아니라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십니다.

 

8하나님이여 일어나사 세상을 심판하소서 모든 나라가 주의 소유이기 때문이니이다(8)

 

허탄한 신들이 세상을 어지럽힌다 해도 세상을 정의롭게 심판할 자격이 있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십니다. 신들의 실체가 거짓과 허망한 것으로 밝혀졌고 하나님만이 우주의 참 신이시며 참된 재판장임이 재확증 되었으므로, 시인은 하나님께서 심판을 개시하실 것을 고대하며 간구합니다. 각 나라들은 헛된 신들을 참 신으로 여겼으나, 실상은 하나님께서 이미 세상 모든 나라의 주인이며 자신의 기업으로 소유하셨습니다. 종말에도 하나님께서는 세계 온 나라를 자신의 기업으로 소유하실 것이므로 하나님의 정의로운 통치와 심판은 우주적 통치와 심판이 될 것입니다. 결국 하나님의 공의의 심판과 통치로 하나님 나라의 근간이 확고히 설 것입니다.


사람들은 돈과 명예와 권력을 위해 그들 나름의 신전에서 우상을 섬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이 주님의 뜻에 의해 통치되고 있음을 그들에게 알려 주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온 땅을 다스리신다는 진리를 확신하며,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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