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05-02)
드보라의 승전가(2)
사사기 5장 19-31절
회사나 직장에서 쓰임을 받기 때문에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일을 하면서, 커다란 공적으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때로는 실수로 인해 큰 손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도움을 준 것과 잘못을 범한 것에는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드보라와 바락의 노래는 공과 과를 언급하며 적절한 대가도 기원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승패는 하나님께 달렸습니다. 기손 강 전투에서 하나님께서는 가나안 왕들의 군대를 크게 물찌르셨습니다. 전투에서 이스라엘을 돕지 않은 메로스 주민들은 저주를, 도운 야엘은 축복의 전갈을 받습니다. 죽은 아들의 금의환향을 기다리는 적장 시스라의 어머니는 애처롭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은혜로 평안을 누립니다.
드보라의 찬양(19-30)
믿음은 인생에서 분명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는 사람은 참자유와 기쁨을 누리고 평안의 복을 누릴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믿지 않고 대적하는 자는 죄의 횡포에 눌려 고통과 신음 속에 결국 패망할 것입니다. 드보라의 노래는 이렇게 엇갈린 인생의 결과를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19왕들이 와서 싸울 때에 가나안 왕들이 므깃도 물 가 다아낙에서 싸웠으나 은을 탈취하지 못하였도다 20별들이 하늘에서부터 싸우되 그들이 다니는 길에서 시스라와 싸웠도다 21기손 강은 그 무리를 표류시켰으니 이 기손 강은 옛 강이라 내 영혼아 네가 힘 있는 자를 밟았도다 22그 때에 군마가 빨리 달리니 말굽 소리가 땅을 울리도다 23여호와의 사자의 말씀에 메로스를 저주하라 너희가 거듭거듭 그 주민들을 저주할 것은 그들이 와서 여호와를 돕지 아니하며 여호와를 도와 용사를 치지 아니함이니라 하시도다 24겐 사람 헤벨의 아내 야엘은 다른 여인들보다 복을 받을 것이니 장막에 있는 여인들보다 더욱 복을 받을 것이로다 25시스라가 물을 구하매 우유를 주되 곧 엉긴 우유를 귀한 그릇에 담아 주었고 26손으로 장막 말뚝을 잡으며 오른손에 일꾼들의 방망이를 들고 시스라를 쳐서 그의 머리를 뚫되 곧 그의 관자놀이를 꿰뚫었도다 27그가 그의 발 앞에 꾸부러지며 엎드러지고 쓰러졌고 그의 발 앞에 꾸부러져 엎드러져서 그 꾸부러진 곳에 엎드러져 죽었도다 28시스라의 어머니가 창문을 통하여 바라보며 창살을 통하여 부르짖기를 그의 병거가 어찌하여 더디 오는가 그의 병거들의 걸음이 어찌하여 늦어지는가 하매 29그의 지혜로운 시녀들이 대답하였겠고 그도 스스로 대답하기를 30그들이 어찌 노략물을 얻지 못하였으랴 그것을 나누지 못하였으랴 사람마다 한두 처녀를 얻었으리로다 시스라는 채색 옷을 노략하였으리니 그것은 수 놓은 채색 옷이리로다 곧 양쪽에 수 놓은 채색 옷이리니 노략한 자의 목에 꾸미리로다 하였으리라(19-31)
드보라는 승리의 노래를 통해 하나님의 축복과 저주를 선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편에 서 있는 백성에게는 축복이, 대적들에게는 저주가 있음을 선포한 것입니다.
(1) 하나님의 개입과 적군의 패배(19-22)
이스라엘에게 승리를 주신 하나님을 향한 찬양이 계속됩니다. 이 단락은 하나님이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기존 강에서 적군을 물리치신 사건(4:15)을 시적으로 묘사합니다. 19절과 22절은 적군의 패배를 기록하고, 중간인 20-21절에 하나님의 개입을 기술함으로써 중간 부분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19절에는 적군으로서 시스라가 아닌 “왕들”과 “가나안 왕들”이 먼저 등장합니다. 하솔왕 야빈의 이름은 5장에서 아예 나오지 않습니다. 4장에서는 바락과 시스라 간의 전투에 집중하고, 시스라와 군대가 전멸됨을 보여줌으로써 압제자 야빈 왕의 패배를 부각했다면, 5장에서는 이 전쟁을 이스라엘 전체와 가나안 사이의 전쟁으로 확대하여 참여한 모든 이방 왕의 패배를 부각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여기서 가나안 왕들은 시스라 군대의 동맹군입니다. 여호수아 때 하솔 왕도 이스라엘을 칠 때가나안 북부의 여러 왕들을 소집했습니다(수 11:1-5). 군사가 해변의 모래와 같았고 말과 병거도 수없이 많았습니다. 이번 전쟁도 유사했을 것입니다. 가나안 왕들은 므깃도 물가 다아낙에서 싸움을 벌였습니다. 므깃도와 다아낙은 기존 강 남부의 성읍이며, 므깃도 물가는 결국 기손강을 뜻합니다. 바락이 오른 다볼 산(4:12)은 기손강의 동북부에 있으므로 두 군대는 중간 지점인 기손강 골짜기에서 교전합니다. 가나안 왕들은 적은 병력으로 모여든 이스라엘을 보고, 쉽게 이겨 많은 전리품을 취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는 날아갔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전쟁에 함께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늘의 별들을 동원하여 땅의 군대와 싸우게 하셨습니다. 여기서 별들은 비를 몰고 오는 원천을 뜻합니다.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라, 얕은 시내와 같던 기손 강은 급격히 쏟아진 폭우로 금세 물이 불어났고, 주변은 진창이 되었습니다. 급류로 시스라 군대와 병거는 뒤집혔고, 물에 쓸려갔습니다. 또한 하나님의 교란 작전이 있었으므로(4:15), 폭우 외에도 천둥과 번개 등이 동반되었을 가능성도 큽니다. 이러한 초자연적 현상은 하나님의 강림(4-5)을 암시합니다. 유사한 현상을 동반한 하나님의 구원 사건은 이스라엘이 홍해를 건널 때나 다윗의 싸움에서도 목격됩니다(출 14장; 삼하 22장).
21절 끝에 나온 “네가 힘 있는 자를 밟았도다”는 적군을 무찌르는 장면의 시적 표현으로 이해됩니다. 하나님의 강림과 기습 공격으로 적군은 후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패전 군의 줄행랑치는 장면은 적군의 말들이 말발굽을 박차며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능력이 드러난 이 구원 사건은 후대에도 그분을 찬양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시 83:5).
(2) 메로스를 향한 저주와 야엘을 향한 축복(23-27)
다음은 메로스의 주민들(23)과 야엘(24-27)이 각각 저주와 축복의 선언을 받는 장면입니다. 대조적인 두 내용은 전투에 참여한 지파와 불참한 지파가 각각 칭찬과 책망을 받은 것(14-18)과 같은 맥락입니다. 여호와의 사자를 통해 먼저 메로스의 주민들에게 저주가 선포됩니다. 메로스는 이곳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전투를 돕지 않아 저주의 대상이 된 것을 보면, 전쟁이 일어난 기존 강 주변 마을로 추정됩니다. 이들을 향한 저주의 선언은 그 강도가 셉니다. ‘거듭거듭 저주하라’(23)는 ‘사정없이/철저히 저주하라’로 번역할 수도 있습니다. 불참한 지파들은 꾸지람만 받았고 저주의 선언은 받지 않았습니다(15c-17). 이런 점에서 봤을 때, 메로스 주민들이 심한 저주를 선고받은 것은 그들의 죄가 중하고, 이 저주가 번복될 수 없는 판결임을 암시합니다. 드보라는 이스라엘을 돕지 않았던 이들의 죄를 여호와에 대한 반역으로 여깁니다. ‘대적에 대항하여 이스라엘을 도우러 오는 행동’은 ‘여호와를 도우러 오는 행동’과 동일한 까닭입니다(23). 이들의 죄목인 여호와를 돕지 않았음이 두 번 반복되어 그들 죄의 무거움과 하나님의 저주가 그들에게 합당함을 부각합니다. 반면, 헤벨의 아내 야엘은 여느 유목민 여인보다 더 축복받는 여인이 됩니다. 그녀가 시스라를 처단한 것은 이스라엘의 승리를 꾀한 것이므로 영광과 축복을 받을 일(4:9; 5:24)로 평가되었습니다. 더구나 이방인에다 여인으로서 이런 공을 세웠으므로, 동족의 전투를 방관한 자들을 더 부끄럽게 만듭니다. 야엘의 영웅담은 25절에서 ‘시스’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물을 그가 구했다’로 시작합니다. 이 문장에서 ‘물’이 강조되었는데, 이 물은 바로 직전에 시스라 군대를 멸한 근원이지 않았습니까! 야엘은 물 대신 엉긴 우유(요구르트, 크림)를 귀한 그릇에 담아 줍니다(비교. 4:19). 음료와 그릇 정보는 물을 요구한 자가 귀한 신분이며, 이에 야엘이 정중하게 대접하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렇기에 야엘이 이 남자를 죽이는 모습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야엘이 그를 죽이는 장면(26)은 상세히 묘사되어 그녀의 영웅적인 행동과 적장을 죽인 쾌거를 극대화합니다. 야엘의 왼손은 장막 말뚝으로, 오른손은 일꾼들의 나무망치로 뻗쳤습니다. 야엘은 ‘시스라’를 망치질했습니다(이제야 이 남자의 정체가 밝혀진다). 특히, 그의 머리를 부쉈습니다. 정확히는 그의 관자놀이를 찔러 꿰뚫었습니다. 연이어 시스라가 죽는 장면(27)도 상세히 묘사되어 청중에게 통쾌함을 선사합니다. 4장에서는 그가 기절해 죽었다고만 나왔으나(4:21), 여기서는 그가 죽어가는 순간을 한 컷 한 컷 보여주고, 또 반복합니다. 시스라의 몸은 야엘의 기습 공격으로 그녀의 발 사이에 구부러졌습니다. 그는 그곳에 쓰러졌고 누웠습니다. 시스라가 구부러지고 쓰러지는 동작은 세 번이나 반복되었습니다. 마치 TV에서 같은 장면을 되풀이하여 재미와 극적 효과를 올리는 것과 같습니다. 시스라는 그의 몸이 구부러진 곳, 바로 야엘의 발 사이에서 죽어 엎어졌습니다. 이때 “죽었도다”는 ‘큰 타격을 받다’, ‘멸망하다’의 뜻으로, 시스라의 확실한 죽음을 알리고, 그의 지위와 명성이 다 무너졌음을 함축합니다.
(3) 시스라의 어머니의 헛된 기대(28-30)
시스라는 이미 여인의 손에 죽었건만, 이를 알 리 없는 어머니는 개선장군이 되어 올 아들을 헛되이 기다립니다. 야엘의 장막에 집중되었던 이야기는 이제 이방나라로 옮겨져,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한 여인에게서 멈춥니다(28). 이 여인은 시스라의 어머니로서, 창살 틈으로 ‘아들의 병거가 왜 이리 늦어지느냐?’며 노심초사합니다. 아들의 귀환이 늦어지므로 창가를 떠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이에 지혜로운 시녀들은 ‘노획물을 왜 나누지 못했겠어요? 다들 한두 처녀쯤 얻었겠죠. 시스라 장군님은 수놓은 채색 옷을 휘감고 오실 거예요’라고 응수합니다(30). 이들의 말은 시스라 군대가 대승을 거둬 노획물을 나누느라고 귀환이 늦춰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두 처녀”는 포로로 잡은 여자를 노예나 첩으로 삼는 일로서 승전한 군대의 흔한 모습입니다. 시스라의 노획물 중에서 “채색 옷”이 세 번 반복되었고, 특히 수놓은 물건임이 강조되었습니다. 금의환향에 걸맞게 화려한 옷을 두르고 돌아올 시스라를 모두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녀들의 말은 그동안 시스라가 많은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용사였음을 알려줍니다. 어머니도 시녀들의 말을 스스로 되뇌며 위안을 받고, 들뜬 마음으로 아들을 기다립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채색 옷을 휘감은 시스라가 아니라, 피범벅이 된 처참한 시신이 그들을 기다립니다. 여인을 전리품으로 얻기는커녕 시스라는 한 여인에게 죽임을 당하는 수치스러운 결말을 맞았습니다(9:54). 어머니의 기대나 시녀들의 지혜로움은 실제로는 허망함과 어리석음일 뿐입니다.
찬양의 마무리와 땅의 평안(31)
많은 봉사의 자리가 충성스러운 일꾼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너무 바빠 시간을 낼 수 없다는 생각으로 사역과 봉사의 부르심을 거절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께 우리 자신을 드릴 수만 있다면 하나님께서는 감당할 힘을 주실 것입니다. 하나님을 위해 용기를 내었던 야엘이 받은 승리와 복을 헌신의 자리에서 날마다 경험하기를 축복합니다.
31여호와여 주의 원수들은 다 이와 같이 망하게 하시고 주를 사랑하는 자들은 해가 힘 있게 돋음 같게 하시옵소서 하니라 그 땅이 사십 년 동안 평온하였더라(31)
찬양의 끝은 하나님의 원수들과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들을 향한 저주와 축복의 기원입니다. 마침내 이방인의 압제가 끝나고, 땅에 평온함이 찾아듭니다. 이스라엘은 40년 동안 하나님의 평안을 누립니다.
드보라와 바락이 함께 부르는 승전의 노래에는 하나님께서 이루신 놀라운 승리와 그 승리에 동참한 이스라엘의 영광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승리자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에 동참하는 자들입니다. 우리의 이름이 세상 길에 있지 않고 십자가의 길 가운데 있다면 우리는 해가 힘 있게 돋는 것처럼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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