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상(완) - 역대상 29장 20-30절 - 믿음의 사람 다윗의 아름다운 죽음
역대상(29-02)
믿음의 사람 다윗의 아름다운 죽음
역대상 29장 20-30절
모든 피조물에게는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는 때와 퇴장하는 때가 있습니다. 시작이 중요하지만 사실 마무리는 더욱 중요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아름다운 마무리로 끝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퇴장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오래 향기를 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윗의 경우가 그런 사람입니다. 다윗의 말년을 보면 우리는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 다윗은 성전 건축할 준비를 한 후, 솔로몬을 후계자로 선택하고 공식적으로 모든 백성과 지도자들 앞에서 왕으로 세웁니다. 온 이스라엘이 여호와께 제사를 드린 후 솔로몬을 왕으로 세우고 사독을 제사장으로 세웁니다. 하나님이 솔로몬을 심히 크게 하시고 뛰어나게 하십니다. 다윗이 세상을 떠나고, 그의 행적은 처음부터 끝까지 선지자들의 글에 다 기록됩니다.
솔로몬의 즉위에 대한 소개(20-25)
어제의 은혜가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하고, 그 은혜에 감사하며 순종할 때 비로소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살아계신 통치자로 하나님을 인정하며 기억하는 곳마다 하나님께서 역사하시고 영광을 받으시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을 송축하고 풍성한 제물로 제사 드리는 아버지 다윗의 모습을 지켜보던 솔로몬의 마음에는 과연 무엇이 담겼을까요?
20하나님이 이르시되 물들은 생물을 번성하게 하라 땅 위 하늘의 궁창에는 새가 날으라 하시고 21하나님이 큰 바다 짐승들과 물에서 번성하여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그 종류대로, 날개 있는 모든 새를 그 종류대로 창조하시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22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여러 바닷물에 충만하라 새들도 땅에 번성하라 하시니라 23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다섯째 날이니라 24하나님이 이르시되 땅은 생물을 그 종류대로 내되 가축과 기는 것과 땅의 짐승을 종류대로 내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 25하나님이 땅의 짐승을 그 종류대로, 가축을 그 종류대로, 땅에 기는 모든 것을 그 종류대로 만드시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20-25)
다윗 왕과 이스라엘 백성은 성전 건축을 위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풍성한 예물을 드렸습니다. 그 이튿날, 온 회중이 모여 여호와께 제사를 드리고 큰 기쁨으로 잔치를 벌이며 의미심장한 의식을 행했습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그들은 솔로몬을 왕으로 삼아 하나님 앞에서 기름을 부어 옹립했습니다.
(1) 솔로몬의 즉위식(20-22)
다윗은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마친 뒤, 모인 회중에게도 여호와를 함께 송축할 것을 명하였습니다. 이에 회중은 여호와를 '그들의 조상들의 하나님 여호와'라 부르며 다윗의 명령에 순종했습니다. 이 표현은 앞선 18절의 '아브라함과 이삭과 이스라엘의 하나님'과 유사하며, 이는 포로 귀환 공동체가 율법 준수나 왕조 언약보다는, 인간의 실패와 상관없이 언약을 파기하지 않으시는 신실하신 하나님의 은혜 언약을 붙잡고 살아가는 신앙을 반영합니다.
회중이 여호와와 왕에게 모두 절한 행동은 여호와께서 진정한 이스라엘의 왕이심을 인정함과 동시에, 하나님께서 택하신 솔로몬을 왕으로 받아들이고 그에게 복종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21절은 즉위식 다음 날 거행된 제사와 축제에 대한 기록입니다. 다윗은 여호와께 기본 제사인 번제와 함께 화목제, 속죄제 등 다양한 제물을 드렸으며, 술을 붓는 제사인 전제(게쎄크)도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제물은 수소, 숫양, 어린 양 각 천 마리로 총 삼천 마리에 달했는데, 이는 매우 많은 양의 제물을 드렸음을 강조하기 위한 과장된 수치로 이해됩니다.
제사 후에는 제사를 드린 장소에서 모두 함께 먹고 마시며 기쁨을 나누는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이 모습은 다윗이 헤브론에서 왕이 되었을 때의 잔치(대상 12:40)를 연상시키며, 더욱이 하나님과 이스라엘이 시내산에서 언약을 맺고 여호와 앞에서 함께 식사했던 언약식의 원형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잔치는 왕과 백성 사이에 보호와 충성의 언약을 맺는 즉위식의 핵심적인 부분이었습니다.
22절 하반절에 이르러 서술의 초점은 다윗에서 솔로몬으로 전환됩니다. 모인 무리는 다윗을 계승하여 이스라엘의 두 번째 왕이 된 솔로몬과 함께 대제사장으로 임명된 사독에게 기름을 부었습니다. 사독은 이미 다윗 시대에 제사장으로 사역했으나, 이때 공식적으로 대제사장직에 오른 것으로 보입니다(왕상 2:35). 역대기 기자는 왕과 대제사장의 임명식을 동시에 기록함으로써,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서 왕권과 제사장직의 역할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솔로몬의 즉위식은 어떠한 갈등이나 반역적 시도 없이 매우 순조롭고 평화롭게 마무리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 솔로몬의 통치에 대한 예비적 평가(23-25)
이 단락은 솔로몬의 왕위 계승 이후 그의 통치가 어떠했는지 평가하는 부분입니다. 이는 장차 전개될 솔로몬의 통치 이야기에 대한 서론이자 동시에 전체적인 결론의 성격을 지니며, 솔로몬이 매우 성공적인 통치를 펼쳤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솔로몬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평가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그의 통치가 전반적으로 형통했다는 점입니다. 둘째, 일반 백성들이 그의 권위에 순종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순종’은 히브리어 원문에서 '듣다'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백성이 솔로몬의 말에 귀 기울였음을 나타냅니다. 셋째, 다윗이 세운 모든 지도자들과 장군들, 심지어 다윗의 다른 아들들까지도 솔로몬의 권위에 복종하고 그를 지지했다는 점입니다. 지도자들의 '복종과 지지'는 히브리어 원문에서 '손을 두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동맹 관계와 충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본문은 즉위 초반에 발생했던 아도니야나 요압 등과의 갈등이나 반란에 대한 언급 없이 솔로몬의 평화로운 통치 시작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넷째이자 가장 핵심적인 평가는 하나님께서 솔로몬을 크게 높이시고 최고의 영광을 부여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말 성경에서 '위엄'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호드'는 11절에서 여호와의 속성으로 언급되었으나, 여기서는 여호와께서 솔로몬에게 주신 것으로 묘사됩니다. 이는 솔로몬 통치의 성공이 그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여호와께서 친히 그와 함께하시고 그를 지키시며 강성하게 만들어 주셨기 때문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신학적 관점은 12절에서 다윗이 "모든 사람을 크게 하심과 강하게 하심이 주의 손에 있나이다"라고 고백했던 말씀이 솔로몬의 삶 속에서 성취된 것임을 시사합니다. 나아가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이러한 특별한 은혜를 베푸신 배경은 역대하 1장에 기록된 솔로몬의 일천 번제 이야기와 연결됩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을 간절히 찾는 자를 하나님께서 만나주시고 응답하신다는 역대기 저자의 주요 신학이 효과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다윗의 죽음(26-30)
다윗의 역사는 하나님의 역사입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온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고, 죽기까지 부와 존귀를 누린 것은 하나님이 주신 복이고(잠 22:4), 그 아들 솔로몬이 왕이 된 것은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입니다(28:5-6). 다윗의 행적이 처음부터 끝까지 세 사람의 선견자(사무엘, 나단, 갓)의 글에 기록된 것은 그의 인생이 하나님 말씀의 성취, 곧 하나님의 역사임을 의미합니다.
26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27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28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29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의 먹을 거리가 되리라 30또 땅의 모든 짐승과 하늘의 모든 새와 생명이 있어 땅에 기는 모든 것에게는 내가 모든 푸른 풀을 먹을 거리로 주노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 31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여섯째 날이니라(26-30)
이 단락은 다윗의 죽음에 대한 기록으로 특징은 그에 대한 신학적 평가가 생략되었다는 것입니다. 다윗은 이새의 아들로 소개됩니다. 이것은 단순히 족보를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다윗이 왕족 출신이 아닌 평민 출신이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다윗은 당시 왕이었던 사울의 아들이 아니라 평민 이새의 막내 아들이며 목동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사울을 버리고 다윗을 선택하셨기 때문에, 평민인 이새의 아들이 온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왕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 놀라운 하나님의 역전을 보여주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27절은 열왕기상 2:11을 인용한 것으로, 다윗이 40년 동안 이스라엘의 왕으로 지냈는데 헤브론에서 7년, 예루살렘에서 33년간 다스렸습니다. 28절은 다윗의 평안하고 존귀한 죽음을 보고합니다. 다윗은 천수를 다하고 죽는 날까지 영광과 부귀를 누리면서 평안한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이렇게 천수를 누리는 평안한 죽음은 역대기 저자의 인과응보 사상을 잘 보여줍니다. 역대기 저자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산 왕은 장수하다가 평안한 죽음을 맞이하고, 하나님께 불순종한 왕은 일찍 죽거나 전쟁터에서 객사하여 조상의 묘에 묻히지 못합니다. 열왕기상 1-2장을 보면 다윗이 늙었을 때 힘이 없어 누군가 보살펴주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런 모습을 생략하고 장수와 평안에 중점을 두어 하나님께 순종한 다윗에게 가장 어울리는 모습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9-30절은 다윗의 행적들과 이스라엘의 역사가 기록된 자료들이 존재한다는 것과 특히 선지자의 글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선견자 사무엘, 선견자 갓이라는 표현을 통해 이들의 글이 오래된 자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역대기 저자는 다윗을 성전 건설을 준비한 인물이자 성전 제도와 군사 제도 등 이스라엘의 종교, 행정, 군사 제도를 정립한 왕이며, 하나님께 대한 헌신이 남달랐던 왕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윗의 죽음은 인간의 유한함을, 솔로몬의 계승은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보여줍니다. 다윗의 업적은 과거의 유산을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함을 가르쳐 줍니다. 다윗의 삶은 하나님 경외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본보기입니다. 우리도 다윗처럼 하나님을 경외하며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을 살도록 결단해야 합니다. 결국, 다윗의 삶은 우리에게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며 살아갈 것을 촉구합니다.